
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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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남북관계, 무엇을 할 것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50분 중 절반가량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의 집을 나서던 김 위원장의 표정이 밝아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언질을 받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두 달이 못돼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북한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은 ‘쌍중단’(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 원칙에 양측이 동의함으로써 출범했다. 봄철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됐고, 김 위원장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 방침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5개월 뒤 한·미 양국은 해병대 연합훈련을 횟수만 줄여 실시함으로써 ‘쌍중단’ 원칙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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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일본의 정교분리 일본 고유종교인 ‘신도(神道)’는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깊게 뿌리박고 있다. 동네마다 한 곳 이상 신사(神社)가 있어 주민들이 가볍게 들러 복을 빌 수 있다. 매년 동네별로 열리는 축제 마쓰리(祭り)도 신사가 중심이다. 마쓰리의 목적이 ‘신을 찬양하며, 신과의 교류를 통해 오곡풍성, 상업번창, 이웃이나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일본 정부 관광국)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신사에 보관된 미코시(神輿·가마)를 메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마쓰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마쓰리는 대체로 동네 상인들이 주축이 되고 주민들도 준비 단계부터 적극 참여한다. 일본의 마을공동체가 여전히 결속력을 유지하는 데 신도가 톡톡히 한몫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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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하기비스 휴전’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사망·실종자만 5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연 강수량의 3분의 1이 이틀 만에 쏟아지는 등 기록적인 폭우로 21개 하천의 제방이 무너지고 142개 하천이 범람하면서 막대한 침수피해도 동반했다. 태풍 피해소식을 알리는 일본 방송화면에는 불어난 강물로 지반이 깎여나가 단독주택이 통째로 무너지는가 하면 골프연습장의 철주가 인근 가옥을 두 동강이 낸 처참한 광경이 비쳤다. 일본은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탓에 국토 면적에 비해 자연재해가 많은 편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이웃나라가 도와주면서 관계개선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일 간에는 거꾸로 양국감정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흘러갔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2만명이 쓰나미에 휩쓸리는 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국내 일부 신문이 1면 헤드라인을 ‘일본 침몰’로 뽑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일본에서 초유의 대지진이 발생해 바닷속으로 침몰한다는 가상영화에서 딴 제목이지만 ‘상처에 소금 뿌린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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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동북아의 화약고’ 대화퇴 퇴(堆·bank)는 대륙붕에서 불쑥 솟아 있는 해저지형이다. 육지의 고원처럼 윗부분이 평평하고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동해 중앙부에 펼쳐진 대화퇴(大和堆)는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합친 크기(3만600㎢)에 가장 얕은 곳이 236m에 불과하다. 동해의 최저수심이 3700m, 평균수심이 1700m이고 보면 꽤 높은 해저고원이다. 대화퇴는 영양염류가 풍부한 데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조경수역이어서 오징어, 꽁치 등이 두루 잡히는 황금어장으로 꼽힌다. 독도에서 북동쪽으로 약 380㎞,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에서 서쪽으로 약 300~400㎞ 떨어진 대화퇴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지만 1998년 한·일 신어업협정에서 중간수역의 동쪽 한계선이 동경 135도30분으로 그어지면서 일부가 한·일 공동수역으로 조정됐다. 속초·삼척·포항 등에서 500~650㎞ 떨어져 어선으로는 20시간 이상 걸리는 원양(遠洋)이지만 어획량이 많아 수지맞는 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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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북한이 남북관계에 기대를 접은 이유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리명수 인민군 총참모장 등 북한군 수뇌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했다. 9월 평양정상회담 때도 인민군 위병대장이 “대통령 각하”를 외치며 문 대통령을 맞았다. 이젠 ‘이런 일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1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전면 중단상태다. 지난해 12월14일 체육회담 이후 당국 간 회담의 문은 닫혀 있고, 민간교류도 전무하다. 북·미 협상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다. 하지만 협상이 성공하더라도 남북관계가 가슴 뛰던 지난해로 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북한 조평통은 광복절 다음날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몇 달간 험한 말들을 쏟아내며 지난해 남북관계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 북한은 왜 남북관계를 닫으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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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이즈미 부자의 ‘탈원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정계은퇴 이후 행적은 일본의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친정인 자민당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탈원전’ 소신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2014년 2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는 탈원전을 내걸고 입후보한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를 지원했다. 5년5개월간 장수 총리를 지내며 은퇴한 그가 승산이 낮은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도 아닌, 후보 지원에 나서 ‘정치적 제자’인 아베 신조 총리가 내세운 후보와 대결한 것은 ‘탈원전’ 소신 외에 달리 설명하기 힘들다. 고이즈미는 2013년 핀란드의 핵폐기물 최종처분장을 방문, 지하 400m의 암반에 구멍을 뚫어 만든 시설에 핵폐기물을 10만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각성한 고이즈미는 “자민당만 방침을 바꾸면 일본은 원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탈원전을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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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설명 노력이 부족한 ‘문재인 외교’ 지난달 하순 서울에서 열린 포럼에서 일본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일본의 현지 분위기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휴가철에 만난 지역구 주민들이 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아베 정부 정책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며 ‘타협하지 말라’고 하더군요.”(자민당 의원) 일본 야당 의원은 “야당 지지자들조차 한국에 대한 감정이 나쁘다”고 했다. 일간지 논설위원은 “일본 정부가 삼성 등을 궁지에 몰아넣을 정도로 무리 수를 쓰지는 않겠지만, 일본이 피해를 보더라도 수출규제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아베 정권의 가장 잘한 일’로 꼽을 만큼 일본의 ‘반한’이 맹목(盲目)단계로 치닫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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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불타는 아마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1960년대 후반 기후변화로 남측 초원지대인 사헬지역으로 100㎞ 남진했다. 이로 인해 사헬지역에서 60만명이 굶어 죽었다. 사하라 사막은 1980년대에도 남진하면서 인종청소로 악명 높은 다르푸르 분쟁을 촉발했다. 수단 다르푸르의 강우량이 급감하면서 흑인 부족이 북쪽 유목민의 접근을 막은 것이 분쟁의 원인이 됐다. 사하라 사막은 기후변화로 1920년에 비해 10%나 늘어나 미국 면적(980만㎢)에 육박한다. 반면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550만㎢로 남한 면적의 55배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해 왔으나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훼손으로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아마존 파괴는 500년 전부터 시작됐다. 16세기부터 유럽 정복자들이 아마존에 무차별로 난입해 삼림을 파괴하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렸다.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 오보에’ 선율로 유명한 영화 <미션>은 아마존에 대한 유럽인들의 무자비한 파괴와 살상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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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북한에는 과거로, 한국에는 미래로 가자는 일본 일본의 한반도 외교는 이율배반적이다. 한국에는 미래로 가자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과거를 추궁한다. 일본과 북한은 2002년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를 서로 인정하고 청산한 다음 국교수립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 취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본인 납치사실을 시인했고, 피해자 13명 중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자’는 북·일 평양선언의 취지가 무색하게 납치문제에 집착했고, 일본으로 일시 귀국한 생존자 5명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납치문제가 복잡하게 꼬인 이유는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의 처지에 설 모처럼의 기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나바시 요이치의 표현을 빌면 이런 처지의 바뀜에서 일본인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듯 하다. ‘우리도 한국이나 중국만큼 당하고 살았다. 납치문제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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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야마모토 다로의 정치실험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은 아베 신조 총리가 아니라 배우 출신 정치인 야마모토 다로(45)일 것이다. 그가 결성한 정치단체 ‘레이와 신센구미’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2석을 획득했고, 득표율 2%를 넘기면서 정당요건을 충족했다. 비례 1번에 루게릭병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 비례대표 2번으로 중증장애인 기무라 에이코를 당선시켰다. 비례 3번으로 입후보한 야마모토는 무려 99만표의 전국 최다 득표를 하고도 낙선했지만 ‘레이와 신센구미’가 정식 정당이 된 만큼 당대표 자격으로 정치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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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일본 참의원 선거 일본 국회는 상원인 참의원(參議院)과 하원인 중의원(衆議院)으로 구성된다. 참의원은 근대화 초기인 메이지 시대 왕족, 화족 등으로 구성된 귀족원이 뿌리다.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귀족원을 ‘특의원(特議院)’으로 바꾸고 보통선거가 아닌 방식으로 선출하려고 했으나 미군정청의 반대로 보통선거로 선출되는 참의원으로 결정됐다. 참의원은 의원 임기가 6년이고, 3년마다 절반(121명)씩 교체되는 데다 중의원과 달리 내각총리가 해산할 수 없다. 또 중의원이 가결한 법안이나 조약 등을 참의원이 다시 심의하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에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진다.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이 중의원에서 재가결되려면 출석의원의 3분의 2 찬성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런 참의원의 권능과 특징은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막고 안정을 꾀하는 완충작용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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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한·일관계 10년의 회한 일본은 10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2009년 자민당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쥔 민주당 정권은 동아시아 중시 노선을 들고 나왔다. 요즘도 가끔씩 한국을 찾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한·중·일과 아세안,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참가하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내놨다. 간 나오토 총리는 2010년 한일병합 100년 사죄담화를 발표했다. “한국인들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냈다. (중략)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