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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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합창에 가장 필요한 것은?···실력 아닌 배려 개성 넘치는 명가수들이 함께 노래한다면 듣기 좋을까. 장담할 수 없다. 좋은 합창이란 가수 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훌륭한지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목소리를 최선으로 내되,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어울려야 좋은 합창곡이 나온다. 합창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서울시합창단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선사하는 두 편의 공연이다. 13일엔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고전, 낭만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합창곡을 두루 들려주는 ‘음악의 결: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가, 21일에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 가곡으로 재구성해 선보이는 ‘가곡시대’가 열린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합창단 박종원 단장과 ‘음악의 결’ 해설을 맡은 김진웅 KBS 아나운서를 만나 합창의 매력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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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콩가루 집안”이네요···전도연 주연 ‘벚꽃동산’ 4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연극 <벚꽃동산> 포스터에는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가 자리했다.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전도연은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고, 박해수는 <오징어게임>으로 스타가 됐으니 자연스러운 배치다. 정작 연극을 보면 이들은 극을 장악하지도,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극의 흐름 속에서 주어진 ‘n분의 1’ 역할만 수행한다. 이는 혹평이 아니라 호평이다. <벚꽃동산>은 등장인물 10명의 캐릭터, 욕망, 서사가 저마다의 가능성을 갖고 꿈틀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사회라면 그럴 법한 모습으로, 한 인물은 다른 인물의 가능성을 방해하거나 스스로 희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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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다음달 4일 개막 ‘아시아 최대 규모 무용 콩쿠르’라고 자부하는 제21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가 7월 4일 개막한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 개요를 알렸다. 올해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7월 4~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다. 지난달 980명이 참가해 해외와 국내예선을 치렀고, 7월 본선 대회가 열린다. 민속춤 본선, 컨템퍼러리 댄스 및 안무 본선, 발레 본선이 차례로 열린다. 그랑프리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1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바젤 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리처드 월록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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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인생 망쳤어”···뮤지컬 슈퍼콤비 ‘윌휴’, 브로드웨이로 가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 ‘윌휴’라 불리는 윌 애런슨(작곡)·박천휴(작사)는 지금 한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는 창작 콤비다. 윌휴 콤비는 <번지점프를 하다>(2012), <어쩌면 해피엔딩>(2016)에 이어 <일 테노레>(2023)까지 조금씩 보폭을 넓혀왔다. 최근 초연 막을 내린 <일 테노레>는 일제강점기를 산 조선 최초의 테너 이인선의 삶을 극화해 크게 호평받았다. 미국 뉴욕에 머물다 <어쩌면 해피엔딩> 다섯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귀국한 윌휴 콤비가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둘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에서 시각예술을 공부하던 박천휴는 같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애런슨을 만났다. 이후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작곡을 제의받은 애런슨은 함께 일하고 싶은 작사가로 박천휴를 떠올렸다. 박천휴는 “창작 콤비이기 전에 친한 친구였다. 당장 큰돈 벌기보단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이 비슷하고 존경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음악을 서로에게 추천하고, 가끔 싸우고, 다시 화해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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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간식 개발을 둘러싼 무시무시한 전지구적 음모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기업의 라이벌 의식은 해당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곤 했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 나이키와 아디다스, 맥도날드와 버거킹, 삼성과 애플, 마블 코믹스와 디씨 코믹스…. 미국인에게 사랑 받는 아침식사 시리얼을 만드는 켈로그와 포스트도 오랜 라이벌입니다. 넷플릭스 <언프로스티드>는 신제품 개발을 앞둔 켈로그와 포스트의 경쟁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두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것 자체야 사실이겠지만, 영화의 세부 내용은 허구로 보입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진실일 리는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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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위대하지만, 사랑할 수는 없는…” 출판사 편집부가 붙여둔 ‘내가 사랑한 카프카’란 가제를 두고 평론가 신형철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카프카를 사랑하는가? 모든 위대한 작가가 다 사랑할 만하진 않다.’ 신형철은 카프카가 “자신만의 독자적 논리로 움직이는, 그래서 현실과 일상의 논리로 열고 들어갈 수가 없는, 안에서 잠긴 세계”를 보여준다고 한 뒤 이런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소송’을 든다. 이 짧은 소설을 통해 신형철은 법이란 ‘오직 나만을 위한 불가능’이란 카프카의 인식을 읽어내며 이를 욥기의 고통의 문제, 신정론(theodicy) 비판으로 연결해간다. 신형철의 논리 전개 과정은 마치 중세 장인의 초정밀 공예품 같은 평론의 경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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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50년 전 ‘새마을 연극’인가 <활화산>은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대가 차범석(1924~2006)이 활동 전성기였던 1973년 집필해 이듬해 선보인 작품이다. 국립극장 초연 당시 이해랑이 연출하고 백성희·장민호·손숙·신구 등 올스타급 배우가 캐스팅됐다. 당시 16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했고, 녹화된 공연 실황이 방송되기도 했다. 이후 이 작품은 50년간 공연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활화산>은 박정희 정권의 핵심 사업인 새마을 운동을 홍보하는 프로파간다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가세가 기울어가는 경북 농촌 마을 양반댁의 막내며느리 정숙이 구습을 타파하고 잘사는 농촌으로 변모시킨다는 내용이다. 새마을 운동의 모범이 됐던 실존 인물의 삶을 모티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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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연출·음악·극본 도전 박칼린 “엄청난 퍼즐 풀기, 공포 속의 행복” 수천년 전부터 샤먼은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는 자로 여겨져왔다. 때로 고통에 빠진 인간을 위무했고, 때로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했다.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은 한국의 무속문화와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창작극이다. 영험한 능력을 갖춘 소녀 ‘실’이 강신무가 돼 세계의 비극과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뮤지컬 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이 처음으로 창극 연출·음악감독·극본에 도전했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유태평양은 안숙선 명창을 도와 작창보로 데뷔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29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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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 30여명에게만 열리는 이 ‘환상’의 공간은? 공연 시간 10분 전이 되자 서울 낙산 성곽길 끝 가정집의 문이 열렸다. 30여명의 한정된 관객은 신발을 벗고 거실로 안내됐다. 부엌, 화장실이 모두 갖춰진 단독주택이다. 높낮이 차가 있는 객석에 앉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시원한 물 한 잔 하실 분 있느냐”고 권했다. 물을 마신 관객도 몰랐다. 자신들이 마신 원뿔형 물컵조차 조금 있다 오브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제 단독주택을 개조한 성북 라이트하우스에서 6월2일까지 열리는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작가 김민정, 연출·무대 디자인 윤시중)은 2019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처음 시범 공연한 뒤 이 극장의 레퍼토리가 된 작품이다. 이번에 부자의 이야기를 모녀의 이야기로, 대극장을 소극장 배경으로 바꿔 처음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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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최고령 ‘현역 춤꾼’ 김매자 “오랫동안 춤추고 싶어 책 썼었다”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은 한국 창작춤의 선구자로 꼽힌다. 1976년 설립한 창무회는 국내 최장수 민간 무용단이다. 81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현역 춤꾼’이라고 자부한다. 김 이사장이 집필한 <한국 무용사>(지식공작소)가 29년 만에 새롭게 출간됐다. 김 이사장이 모교인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사를 강의하며 수집한 국내외 자료를 엮어 1995년 처음 출간한 책이다. 김 이사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창무예술원에서 “오로지 춤이 좋아서 오래오래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출간했다”며 “춤의 근원과 역사를 규명하면서 내 춤이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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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자연을 새삼 발견한 시인 “시골집 마당이 조용하게 느껴진 건 속임수였어” 스웨덴의 시인 니나 버튼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집을 한 채 사들였다. 동생에게는 자녀, 손주들과 여름 휴가를 보낼 별장 용도였고, 버튼에게는 원고 작성을 위한 은신처 용도였다. 큰 마당이 있었으며, 부엌과 목욕탕이 증축된 상태였다. 헛간과 오두막도 있었다. 남쪽에는 이끼가 덮인 작은 언덕, 서쪽에는 블루베리 덤불이 있었다. 오래 방치돼 있었기에 곳곳을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도시에서 자랐어도 자연을 모르는 아이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버튼이지만, 시골집을 수리하며 또 오래 머물며 겪은 자연은 완전히 달랐다. 모기, 개미, 다람쥐, 여우, 오소리는 오두막 안팎에서 나름의 삶을 살고 있었다. 도시에 익숙했던 시인은 오두막을 중심으로 이 생명체들을 때로 보듬고 때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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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1년만에 뮤지컬···심창민의 ‘벤자민 버튼’ 객석의 불이 꺼지기도 전에 배우들이 하나 둘 무대에 올라 자리잡았다. 정면에 선 남자 배우의 모습에 객석이 살짝 동요됐다. 서둘러 오페라 글라스를 꺼내는 관객도 있었다.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이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한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이 원작이며,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원작은 1860년 70살의 외모를 가진 채 태어나 점점 젊어지던 벤자민 버튼이 1927년 아기가 돼 죽는다는 내용의 판타지를 담았다. 원작은 외모 같은 조건 때문에 사회와 불화하는 개인을 그린 풍자극이었다. 뮤지컬은 영화처럼 멜로드라마 요소를 더했다. 배경을 20세기 초중반으로 옮겨 피츠제럴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의 설정과 감성을 일부 차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