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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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15분 지나면 ‘약발’ 떨어져···다시 ‘오감’ 깨어나게 처방해야죠” 지난달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동시대 유럽의 감각을 반영한 현대적인 연출을 보여줬다. 관능의 여신 베누스와 순수한 여인 엘리자베트를 대등하게 그렸고, ‘여성을 통한 구원’이라는 낡은 서사도 제거했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바그너 오페라는 길고 지루하다’는 통념을 깬 연출이었다. 일부 관객은 파격적인 연출에 놀랄 법도 했다. -
책과 삶 이상하고 낯선 세계 탐험이 끝난 뒤…묘하네, 이 찝찝함 기묘한 이야기들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 최성은 옮김민음사 | 284쪽 | 1만5000원 자연 속의 깔끔한 최첨단 단지 ‘트란스푸기움’에 근무하는 ‘최 박사’는 언니를 찾아 이곳에 온 ‘여자’에게 말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 우리를 분리시키는 것은 그저 작은 틈새, 존재의 미세한 균열일 뿐입니다.” 여자는 “어떻게 인간이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싶어 할 수” 있는지 애타게 묻지만, 언니는 동생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 아닌 무언가가 되어 어둠 저편으로 자취를 감춘다. -
김유빈·선우예권·윤한결 공연···포항국제음악제 1일 개막 2024 포항국제음악제가 11월1~8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알찬 실내악 공연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1일 개막공연에서는 윤한결이 지휘하는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를 연주한다. 포항음악제의 강점인 실내악 무대도 풍성하다. 김유빈, 김다솔, 김홍박, 박유신 등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이 팀을 이뤄 공연한다. 프랑스 남성 현악 4중주단 아로드 콰르텟은 드뷔시의 현악 4중주 등을 들려주는 리사이틀을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포항시립교향악단의 협연도 이뤄진다. 8일 폐막공연으로는 현악 8중주와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무대가 꾸며진다. 공연마다 ‘바다의 노래’ ‘파도의 장난’ ‘해무’ ‘항해’ 등 해안도시 느낌을 살린 주제를 정해 관련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
스타되어 만난 ‘꼬맹이’ 김기민과 ‘누나’ 박세은 발레리나 박세은(35)이 예원학교에 다니던 시절, 발레리노 김기민(32)은 초등학생이었다. ‘꼬맹이’ 김기민은 ‘누나’에게 춤추자며 따라다녔지만, 기회는 없었다. 박세은은 말했다. “저도 아기를 키워서 알지만, 그 나이대 한두 살 차이는 정말 크잖아요. 그때 기민이는 그저 ‘애기’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애기가 어른이 돼서 이렇게 같이 춤을 추네요.” -
딱 알맞게 뜨거운 조승우의 ‘햄릿’ 조승우는 ‘신인 연극 배우’다. 그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이래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최정상 배우로 자리해왔다. 특히 그가 같은 공연예술인 뮤지컬 배우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극에 출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낯설다. 조승우가 데뷔 24년 만에 선택한 연극 데뷔작은 <햄릿>. 160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희곡이다. 매일 밤 800여 개 도시에서 <햄릿>이 공연 중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배우가 저마다의 햄릿을 연기해왔다. 조승우는 너무 많이 공연되기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려워 가장 도전적인 작품을 연극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이다. -
책과 삶 현대음악 최전선 ‘진은숙의 세계’는 진은숙과의 대화이희경 엮음을유문화사 | 376쪽 | 1만8000원 음악학자 이희경은 “새로운 정보도 쉽게 받아들이는 시각과 달리 새로움과 낯섦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청각의 특성상, 현대음악은 현대미술보다 더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진은숙이 기자, 글로벌 제약 기업 기술 책임자, 물리학자, 음악가와 나눈 대화를 엮은 이 책은 현대음악 작곡의 최전선에 있는 진은숙의 세계에 접근하는 통로가 된다. -
‘바로크 명장’ 포저 “바흐엔 악기 경계 넘는 무언가 있다” 최정상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수석 객원 음악감독으로 있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제35회 이건음악회에서 연주하기 위해서다. 포저는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300여년 전 왕이나 귀족을 위해 작곡된 바로크 음악이 여전히 연주되고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로크 음악에는 듣는 이의 감정을 흔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하지만, 전달하는 감정은 매우 분명하고 그 효과가 큽니다. 세상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
안은진, 7년 만에 연극 무대 배우 안은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극단은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삶을 그린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의 캐스팅을 24일 발표했다. 레빗(1868~1921)은 여성에게는 참정권조차 없던 시기에 천문학자로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당시 여성은 하버드대 천문대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육안으로 자료를 관측했고, 끈질긴 연구 끝에 ‘래빗 법칙’을 발견했다. 레빗의 업적은 훗날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내놓는데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
낯선 독일어 노래에 피아노 한 대···가을에 듣는 리트의 매력 독일 가곡을 뜻하는 리트(Lied)는 시와 음악이 어울린 음악 형식이다. 피아노 한 대만으로 반주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발표된 지 200년이 다 된 현재까지 사랑받는 리트다. 다만 낯선 독일어 가사, 소박한 피아노 반주에 감상의 벽을 느낄 수도 있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뒤 27세에 뒤늦게 성악가의 길을 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리트 해석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여러 장의 ‘겨울 나그네’ 음반을 냈고,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펴내기도 했다. -
‘수도생활 60주년’ 이해인 수녀 시 노래하는 콘서트 열려 수도생활 60주년을 맞는 이해인 수녀의 ‘가을편지 콘서트’가 11월30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이해인 수녀는 1964년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해 올해로 수도 60주년을 맞았다. 이해인 수녀는 종교인일 뿐 아니라,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민들레의 영토> <두레박> 등 평이하면서도 따뜻한 언어로 쓰인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
부모를 죽인 딸·소년을 살해한 엘리트 청년···살인에 관한 두 편의 뮤지컬 살인, 그리고 춤과 노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뮤지컬에서는 허용된다. 존속살해, 아동살해 같은 끔찍한 사건이라 해도 그렇다.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뮤지컬 2편이 상연중이다. <리지>와 <쓰릴 미>다. <리지>는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2022년에 이어 비로소 온전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07년 한국 초연된 <쓰릴 미>는 초창기엔 매년, 2017년부터는 2년에 한 번 꼴로 공연될 만큼 인기를 누리는 작품이다. 전자는 등장인물 4명이 모두 여성, 후자는 2명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
국내 첫 장애예술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개관 1주년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개관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인들의 창작·육성·교류를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장애예술인과 스태프가 물리적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창작 전반에 걸친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장애관객을 위해 수어통역, 문자소통 단말기, 쉬운 공연 안내서, 사전 공연음성해설, 점자안내서 등 프로그램을 갖췄다. 장애예술가가 작품 개발 과정에서 수어, 음성해설 등 장애유형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들의 공연 제작 경험을 매뉴얼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