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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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명상은 도움이 됩니다···심지어 살인에도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독일의 변호사 비외른 디멜에겐 사랑스러운 딸과 아내가 있습니다. 잘 맞는 정장과 로펌에서 지급한 고급 차량도 그를 돋보이게 합니다. 일 처리 능력도 뛰어나 의뢰인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디멜은 사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져 있습니다. 그의 주요 의뢰인이 무시무시한 범죄조직이라는 점 때문이죠. 한 마디로 디멜은 ‘마피아의 변호사’입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어가는 그에게 아내는 ‘명상 수업’을 받아보라고 추천합니다. 탐탁지 않아 하던 디멜은 속는 셈 치고 명상 수업을 받은 뒤 인생의 전기를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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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기후위기가 불안한 당신이라면 유례없는 폭염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 대형 산불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징어, 고등어 같은 익숙한 어종이 잡히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모두 ‘자연의 문제’처럼 보인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이 쓴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원제 The Weight of Nature)는 기후변화가 자연을 넘어 인간의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인지능력, 폭력성, 신경퇴행, 감염병, 정신질환 등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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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원조 ‘정년이들’, 다시 한 무대에 tvN 드라마 <정년이>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여성국극의 전성기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1948년 명창 박록주가 ‘여성국악동호회’를 설립해 본격화한 이후, 1969년까지 20여개의 여성국극단이 활동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심지어 남성 역할도 여성 배우가 맡아 연기한다는 점에 여성국극의 특징이 있고, 이는 전통적 젠더 규범에 의문을 품는 현대 예술가들의 영감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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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우회도로 이토록 친밀한 타인 유럽서 주로 활동 연출가 요나 김‘심청’ 추월만정 놓고 독창적 해석 예술의전당 ‘관행’엔 아쉬움 토로내부를 벗어난 ‘외부의 시선’ 신선 심청은 ‘눈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팔려간 효녀’다. 현대인의 감각으로 볼 때 ‘부처님께 공양미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제안은 종교를 빙자한 사기고, 비록 자발적이라고는 하나 심청이 공양미와 목숨을 바꾸는 행위는 끔찍한 인신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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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에스 일루션’ 이은결 “마술을 해체하고 싶었다” 포스터에서 ‘이은결 연출’이라는 글귀를 확인한 뒤 <멜리에스 일루션>을 보러 오는 관객은 당황할 수도 있다. 무대에 등장하는 퍼포머 6명은 모두 마술사 출신의 초기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가면을 쓰고 있다. 이 중 누가 이은결인지는 커튼콜 때 가면을 벗은 뒤에야 알 수 있다. 심지어 이 작품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마술’도 별로 없다. 제작진은 “연극, 마술, 영상, 마임, 가면극이 결합된 복합 공연”이라고 소개한다. 마술 공연이었다면 어린이 관객을 다수 모으겠지만, 이은결은 먼저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서울 측에 관람연령을 ‘중학생 이상 추천’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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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뜸하고 해외는 활발···주크박스 뮤지컬 온도 차는 왜? 뮤지컬 <광화문연가>(내년 1월5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의 예매 내역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통상 뮤지컬 주요 관객층은 20~30대지만, 10일 이 작품의 인터파크 티켓 예매자 통계를 보면 30대(26.6%), 40대(25.9%), 20대(21.6%), 50대(16.4%) 순이다. ‘관람후기’에 “부모님 보실 수 있게 표를 끊어드렸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 관객 연령대는 예매자 통계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직접 관람한 <광화문연가> 객석에서도 평소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보기 힘든 중장년 관객이 다수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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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내한 공연 열린다 정상급 고음악 연주 전문단체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이 내한 공연을 펼친다. 한화클래식은 올해 기획 공연으로 이들의 공연을 준비했다. 1982년 동베를린에서 설립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독일의 정상급 고음악 연주 단체다. 올해 설립 75주년을 맞이한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34인의 성악가로 구성돼 있으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 해석에 강점을 보인다. 한국 출신 종신단원 소프라노 김미영, 테너 홍민섭도 이번 공연에 참여한다. 이들의 음반은 그래미, 그라모폰, 디아파종상 등 각종 음반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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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여름 출생 아이가 독감에 더 취약?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가려 먹고 스트레스가 적은 생활을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물론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개입한다.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아누팜 B 제나,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크리스토퍼 워샴이 함께 쓴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원제 Random Acts of Medicine)은 우연이 우리의 건강과 보건의료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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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윤 “노래에만 집중하지 말아달라. 이 공연은 종합예술이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2)이 리사이틀을 연다. ‘방랑자, 영웅의 여정’이란 주제 아래 슈베르트, 바그너, 슈만 등의 곡을 모아 노래한다. 여기까지는 특이하지 않다. 특이한 건 형식이다. 사무엘 윤의 노래에 무용, 무대 미술이 어울린다. 사무엘 윤과 함께 무대를 연출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의 표현대로라면 “음악 반, 이미지 반”이다. 예술의전당이 준비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로, 홍혜경·연광철에 이어 무대를 꾸미는 사무엘 윤이 무대 절반을 자신의 노래 아닌 무언가에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사무엘 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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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15분 지나면 ‘약발’ 떨어져···다시 ‘오감’ 깨어나게 처방해야죠” 지난달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동시대 유럽의 감각을 반영한 현대적인 연출을 보여줬다. 관능의 여신 베누스와 순수한 여인 엘리자베트를 대등하게 그렸고, ‘여성을 통한 구원’이라는 낡은 서사도 제거했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바그너 오페라는 길고 지루하다’는 통념을 깬 연출이었다. 일부 관객은 파격적인 연출에 놀랄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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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이상하고 낯선 세계 탐험이 끝난 뒤…묘하네, 이 찝찝함 기묘한 이야기들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 최성은 옮김민음사 | 284쪽 | 1만5000원 자연 속의 깔끔한 최첨단 단지 ‘트란스푸기움’에 근무하는 ‘최 박사’는 언니를 찾아 이곳에 온 ‘여자’에게 말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 우리를 분리시키는 것은 그저 작은 틈새, 존재의 미세한 균열일 뿐입니다.” 여자는 “어떻게 인간이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싶어 할 수” 있는지 애타게 묻지만, 언니는 동생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 아닌 무언가가 되어 어둠 저편으로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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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선우예권·윤한결 공연···포항국제음악제 1일 개막 2024 포항국제음악제가 11월1~8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알찬 실내악 공연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1일 개막공연에서는 윤한결이 지휘하는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를 연주한다. 포항음악제의 강점인 실내악 무대도 풍성하다. 김유빈, 김다솔, 김홍박, 박유신 등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이 팀을 이뤄 공연한다. 프랑스 남성 현악 4중주단 아로드 콰르텟은 드뷔시의 현악 4중주 등을 들려주는 리사이틀을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포항시립교향악단의 협연도 이뤄진다. 8일 폐막공연으로는 현악 8중주와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무대가 꾸며진다. 공연마다 ‘바다의 노래’ ‘파도의 장난’ ‘해무’ ‘항해’ 등 해안도시 느낌을 살린 주제를 정해 관련 레퍼토리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