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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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용기를 줄 때 음악의 힘은 더 커져” 3년 전 바흐와 베토벤 소나타 전곡 도전을 마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조금 더 개인적인 곡으로 돌아온다. 클라라 주미 강은 9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9월 리사이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타르티니, 프로코피예프, 쇼송, 프랑크를 연주한다. 곡 사이의 연결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고 스토리가 있는 곡”을 골랐다.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은 그가 네다섯 살 때 처음 연주한 곡이다. 타르티니가 꿈속에서 듣고 지었다는 이 곡에는 제목이 보여주듯 바이올린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테크닉이 망라됐지만, 그는 “곡의 아름다움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역시 트릴(두 음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연주하는 주법)로 시작하지만, 작곡 배경은 크게 다르다. 클라라 주미 강은 “프로코피예프가 2차 대전 당시 작곡한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2부에 연주할 쇼송의 ‘시’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프랑스 작곡가의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관객이 위로와 용기를 느끼고 좋은 상상의 날개를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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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햄릿 공주의 불도저같은 복수극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세계문학사에서 ‘우유부단’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파악했는데도 복수를 머뭇대고 행동을 유보한다. 지난 5일 개막한 국립극단의 <햄릿>은 조금 다르다. 극의 종반부 햄릿은 친구 호레이쇼에게 말한다. “착한 공주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악한 공주는 뭐든지 할 수 있지.” 여기서 ‘공주’는 햄릿 자신이다. 즉 이 연극에서 햄릿은 여성, 오필리어는 남성이다. 국립극단 연극에서 햄릿은 분위기를 망치는 인물이다. 왕이 사망하자 법률가를 중심으로 꾸려진 조사위원회는 죽음에 의문이 없다는 ‘합리적 결론’을 도출한다.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를 계승하고 형수 거트루드와 결혼한다. 선왕과 거트루드 사이의 딸인 해군 장교 햄릿은 결혼식 내내 한쪽 구석에 침묵하고 앉아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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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굿판·스탠딩 코미디···동시대 예술의 최전선 ‘싱크 넥스트’ 개막 컨템퍼러리 굿, 스탠딩 코미디, 여성 국극 1세대 명인 등 동시대 다양하고 도전적인 공연을 이어서 볼 수 있는 ‘싱크 넥스트 24’가 5일 개막한다.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인 싱크 넥스트는 ‘시대를 선도하는 아티스트와 블랙박스 시어터의 만남’을 모토로 올해 3년 차를 맞았다. 9월 8일까지 66일간 총 29팀의 아티스트, 27회 공연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다. 5, 6일엔 ‘김오키 새턴발라드’의 공연이 열린다. 세 명의 재즈 뮤지션이 연주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여러 배우들이 출연해 사랑에 대한 단막극을 보여준다. 11·12일 만날 수 있는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소리꾼 유태평양의 공연도 관심을 끈다.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작가인 류성실이 무대 미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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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슬프고 아름답다 ‘옛 노래, 그 추억’ 우연히 들려온 옛 노래 한 곡에서 무한한 추억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김애란의 단편 ‘안녕이라 그랬어’의 주인공 은미에겐 킴 딜과 로버트 폴러드가 부른 ‘러브 허츠’가 그랬다. 가사 중 “I’m young”을 한국어 “안녕”이라고 잘못 알아들은 에피소드 같은 것을 당시의 연인과 공유했다면 추억을 소환하는 동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은미가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은 오래 사귄 연인 헌수와 이미 헤어진 뒤다. 은미와 헌수가 헤어지는 데 드라마처럼 극적인 이유는 없었다. 둘은 ‘어른’의 사랑을 했다. 어른은 절실한 감정이 아니라 지질한 상황으로도 헤어진다. 이별 이후 7년이 지난 은미는 재취업이 쉽지 않은 40대가 됐고, “아직 내게 어떤 가능성과 기회가 남은 것 같은 착각”을 위해 별 필요도 없는 화상 외국어 수업을 한다. 어떤 창작자라면 조롱하고 풍자할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김애란은 스피노자의 말대로 “비웃지도 탄식하지도 또한 미워하지도 말고 다만 이해하라”는 태도로 이 인물을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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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 호른 연주자의 괴로움과 즐거움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 자주 가는 관객이라면 교향곡의 웅장한 절정부, 혹은 아련한 도입부에 호른 소리가 이상하게 들린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호른 연주자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호르니스트 김홍박(43)은 호른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라 불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호른은 하나의 관에서 음정을 변화시킵니다. 입술의 떨림과 호흡의 양을 조절해 음을 냅니다. 피스의 폭이 좁은 데다 음역대는 넓고 음의 간격이 촘촘해요. 호흡이 조금만 변해도 ‘삑사리’가 납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이겨낸 뒤에야 좋은 소리를 낼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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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유튜브, KIA 타이거즈를 북한군으로 표현했다 사과 KBS 스포츠국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이 광주 연고의 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를 북한군에 비유한 콘텐츠를 만들었다가 사과했다. 야구잡썰 제작진은 3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사과문에서 “적절치 못한 비유와 사례로 많은 분이 ‘지역 폄하 및 혐오’로 느끼게 된 점, 충분히 공감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제작진으로서 더 심사숙고 못하고 불편한 결과물을 유통했다는 점에서 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콘텐츠는 지난 1일 게재됐다. KIA 팬인 정현호 PD는 지난달 25일 KIA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두고 “6·25 전쟁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당시 전쟁 상황도에 북한은 KIA, 남한은 롯데 로고를 합성했다. 이는 당시 경기에서 KIA가 14대 1로 앞서다가 롯데의 추격을 받아 결국 15대 15 무승부로 끝난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북한이 전쟁 초기 낙동강까지 진격해 내려왔다가 후퇴해 결국 휴전선을 그으며 정전이 된 것을 야구 경기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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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없다”고 설교한 목사에게 벌어진 일 연극이 시작하면 무대를 둘러싼 4면 객석의 관객은 순식간에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다. 목사, 부목사, 장로, 신도들이 들어와 찬송 부르고 기도하고 설교한다. 한국어 찬송가가 아닌, 영어 가스펠이라는 점만 특이하다. 관객도 함께 두 손을 모으고 눈 감고 기도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목사의 설교가 조금 특이하다. 20여년 전 작은 상가를 임차해 교회를 개척한 뒤 신도수 수천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명망 있는 담임 목사 폴은 말한다. “지옥은 없다.” 폴 목사의 논리는 이렇다. 가장 선하고 숭고한 희생을 하며 죽어간 소년이 단지 크리스천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후 지옥 불에 고통받는다는 구원의 논리를 믿어야 하는가. 사랑의 하나님이 이 가련한 소년을 지옥에 보낼 것인가. “우리가 가는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독선의 논리를 세상에 설파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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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연주’는 기본, ‘남들과 다른 연주’ 고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5)은 “모범생이 아닌 줄 알았고 아니고 싶었다. 어떻게든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타고난 성품을 어기긴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돈, 정리, 규율을 추구하는 방향을 선호하더라고요.” ‘모범생 기질’이 예술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도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클래식 연주자처럼 수년 동안 “밥 먹고 잘 때 빼고 계속 연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엄격한 규율을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김동현은 그런 과정을 통해 2013년 이화경향음악콩쿠르 1위, 2018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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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KBS교향악단 차기 음악감독 지휘자 정명훈(71)이 KBS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명훈은 KBS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 취임을 놓고 최종 협의 중이다. 정명훈은 1998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에 취임했으나 내부 불화로 4개월 만에 사임한 적이 있다. 정명훈이 이번에 음악감독을 맡는다면 26년 만의 정식 컴백이 된다. 정명훈은 2022년 KBS교향악단 최초의 계관지휘자로 위촉돼 활동해왔다. 계관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발전에 공헌한 지휘자에 부여하는 명예직이다. 정명훈은 이후 연 2차례 정도 KBS교향악단을 지휘해왔다. 정명훈이 음악감독에 취임하면 연주곡과 협연자 선정, 단원 선발 등 KBS교향악단의 전반적인 예술적 운영에 관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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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본캐는 지루한 교수, 부캐는 매력적인 킬러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히트맨>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냉혹한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를 기대하셨나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킬러’는 사람을 ‘거의’ 죽이지 않으니까요. 개리 존슨(글렌 파웰)은 미국 한 대학의 심리학·철학 교수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지만, 학생들은 존슨 교수의 니체 강의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학생들이 존슨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흥미를 느낄지도 모르겠군요. 존슨은 아르바이트로 경찰 잠복근무도 돕습니다. 처음엔 보조적 역할이었으나, 잠복근무하는 경찰이 정직당한 사이 현장에 나가게 되죠. 존슨은 ‘론’이라는 살인청부업자 행세를 해서 의뢰인을 만나 증거를 채집한 후 그 의뢰인을 체포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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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영유아 관객 위한 공연 열린다 시각장애 영유아 관객과 보호자를 위한 공연이 열린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영유아를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으로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 참여한다고 27일 밝혔다. 창작그룹 노니가 선보이는 트라이아웃 공연 <빙빙빙>은 7월 27, 28일 모두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시각장애인 가족과 비시각장애인 가족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하는 공연이다. 영유아가 지닌 ‘낯가림’이란 반응을 중심으로 한다. 바람과 사운드를 느끼고 만지는 유희적 경험을 제공한다. 30여 분 시간 동안 극장에서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48개월 이하 시각장애인 영유아, 36개월 이하 비시각장애인 영유아가 참여할 수 있다. 보호자가 시각장애인인 가족도 영유아 자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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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우회도로 의지로서의 기쁨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에는 전편에 없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전편에서 어린이였던 라일리의 감정 본부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만 있었는데 속편에서 청소년이 된 라일리의 감정 본부에는 불안, 당황, 따분, 부럽, 추억이 불쑥 출현한다. 따분은 소파에 누워 세상사를 냉소한다. 부럽은 큰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선망한다. 무엇보다 2편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감정은 불안이다. 통상 ‘불안’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뉘앙스와 달리, <인사이드 아웃2>의 불안은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불안은 미래의 부정적인 결과를 모두 그린 뒤 이에 대비하게 한다. 고등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떡하나,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실력을 발휘 못해 팀에 뽑히지 않으면 어떡하나…. 라일리의 불안은 또래 청소년이 쉽게 가질 법한 것들이다. 이 영화에서 불안은 얼핏 빌런처럼 보이지만, 창작진은 불안도 폭주하지 않고 적당한 발언권을 가진다면 한 사람의 자아 형성에 필요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취직 시험에 대한 불안이 없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테고, 건강에 대한 불안이 없다면 건강검진을 소홀히 할 것이다. 우리는 기쁨과 슬픔과 불안과 따분이 두루 섞인 자아를 형성해 간다. 시기나 타고난 성향 같은 것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