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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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의 ‘영웅’·최정원의 ‘시카고’…장수 뮤지컬의 비결은? 관객 기호는 급변한다. 지난해 구름 관객을 모았던 공연이 올해 고전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20년 안팎으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의 비결은 무엇일까.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00년 된 2009년 10월 26일 초연했다. 현재 15주년 기념으로 10번째 시즌이 공연하고 있다. 지난해 9번째 시즌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안중근은 재판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15가지 이유를 드는데, 그 첫 번째가 “한국의 민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다. <명성황후>를 만든 윤호진 예술감독은 그 후속편 격으로 <영웅>을 제작해 전작보다 세련되고 균형감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웅>은 안중근이 독립군과 러시아 연해주에서 손가락을 잘라 독립운동을 결의하는 데서 시작해 이토를 사살하고 재판을 받아 사형당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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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6개월 ‘해외투어’ 대장정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이 6개월의 해외투어 일정에 돌입했다. 클래식 공연계에 따르면 최근 3주간의 국내 리사이틀을 마친 임윤찬은 오는 28일 싱가포르 에스플라나드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을 위해 출국한다. 싱가포르 공연을 시작으로 임윤찬은 연말까지 스위스, 영국, 스페인, 미국, 폴란드 등을 돌며 해외 공연을 이어간다. 7월에 4차례 열리는 스위스 공연은 이미 티켓이 거의 매진된 상태이다. 이어 11월 미국에서 한 달간 10차례 공연을 한다. 특히 11월28일과 30일, 12월1일과 2일 등 4차례 공연에는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이 연주에서 임윤찬은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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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모네와 카미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클로드 모네(1840~1926)는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인상주의라는 말 자체가 모네의 1874년작 ‘인상, 해돋이’에서 유래했다. 애초 인상주의란 모네의 그림을 비판하며 사용된 용어였으나, 이후 르누아르, 드가, 세잔 등 일련의 화풍을 묶는 긍정적인 의미로 활용됐다. 모네는 장수했지만 그의 뮤즈 카미유는 그렇지 못했다. 카미유는 32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후 모네는 재혼했으나 평생의 뮤즈는 오직 카미유였다. 1875년 선보인 ‘양산을 쓴 여인’ 모델이 카미유였고, 이 모티브는 카미유 사후에도 모네의 그림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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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으로 꽉 찬 전쟁터···아버지 시신 안고 걷고 또 걸었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일생일대의 섹스’를 하고 있던 새벽 3시, 윌프리드는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연락한 지 오래돼 존재가 희미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다. 윌프리드는 아들의 도리로 아버지의 시신을 묻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서울시극단이 초연 중인 연극 <연안지대>는 내전을 피해 레바논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연안지대>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첫 번째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 <화염>은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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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초 여성 악장 이지윤 “오케스트라는 전체 회의, 리사이틀은 대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2)이 독주회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이지윤은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일리야 라시콥스키의 피아노 반주로 바그너, 슈만, 슈트라우스, 브람스의 곡을 연주한다. 이지윤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 프로그램 작곡가들은 독일에 살면서 제일 많이 다뤄보고 연주해본 작곡가들”이라며 “예술의전당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걸고 하는 독주회기 때문에 제일 편하게 느끼는 작곡가의 작품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지윤은 450년 역사의 명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최초 동양인, 최초 여성이자, 최연소 종신 악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 다양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개인 실력을 입증한 연주자이기도 하다. 2018~2019 시즌 베를린 피에르 불레즈홀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열었고,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협연자로 연주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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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듀서 제작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제77회 ‘토니상 의상 디자인상’ 수상 신춘수씨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제77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의상 디자인상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 센터에서 열린 제77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린다 조는 의상 디자인상을 받았다. 조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1920년대 뉴욕의 화려한 삶을 재현한 의상으로 주목받았다. 한국계인 조는 2014년에도 <젠틀맨스 가이드>로 토니상을 받았다. 조는 이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갖춘 다양한 장인들이 있다”며 “관객이 매일 밤 보는 무대의상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린다 조는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1920년대 의상을 세련되고 멋지게 재현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순식간에 개츠비의 세계로 빠져들어 몰입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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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자연과 순환한 ‘노마드’의 역사 한때 ‘노마드’는 낭만적인 뉘앙스의 유행어였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영혼을 일컫는 말이었다. 작가 앤서니 새틴은 노마드의 역사를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본다. 초기 인도유럽어 어휘 ‘노모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단어는 “방랑하는 유목민의 일원” “방목지를 찾아다니는 사람” 등을 뜻했다. 새틴은 모두가 유목민이었던 1만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뒤, 스스로 ‘홈리스’가 아닌 ‘집 없는’(houseless) 사람으로 여기는 현대인의 삶까지 살펴본다. 유목민은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정착민은 유목민과 대립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정착민의 기록에 의존해 과거를 재구성한 이후의 사람들이 유목민을 곧 ‘야만인’이라 여긴 이유다. 1만2000년 전 유적인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에 관한 최신 연구는 유목민이 대규모 조직력과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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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으로 ‘죽음’ 보여주는 연극 본 적 있나···장애라는 렌즈로 본 예술 예술은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보는 데서 시작한다. 최근 주목받는 장애예술은 장애라는 렌즈로 예술의 낡은 관습을 혁파하는 시도다. 13~16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맥베스>는 한국에 한국어와 한국수어라는 두 가지 공용어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다수의 한국인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고, 이를 한국수어로 옮겨 보여주는 데 익숙하다. <맥베스>는 이 관행을 뒤집는다. 농인 배우 6명이 수어로 대사를 하면, 소리꾼 4명이 번역해 청인에게 들려준다. <맥베스> 제작진은 원작의 주요 독백을 선별해 16개 장면으로 새로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대대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집안, 공간 배경은 장례식장으로 바꿨다. 셰익스피어 작품 특유의 시적인 운율과 리듬감을 수어와 몸짓으로 표현한다. 극의 주요 키워드인 ‘죽음’을 나타내는 수어를 반복해 보여준다. 각색하고 연출한 김미란은 “비장애인이 수어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잔인한 언어를 수어로 펼쳐내면 어떤 감각을 받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배우 6명 중 박지영 등 5명이 여성이다. 드래그퀸 퍼포머로 활동하는 남성 농인 배우 우지양이 무당 역을 맡았다. 대본은 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각색본, 농인 배우를 위한 수어 번역본, 소리꾼의 작창본 등 세 종류다. 배우가 수어로 연기하면, 소리꾼은 이를 그대로 들려주거나 요약한다. 소리꾼이 ‘변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수어, 한국어, 소리꾼의 소리가 각자 영역을 존중하며 어울린다. 음악, 음향 등 청각 신호는 배우에게 LED 바와 같은 시각적 신호로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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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음악가들 성장하는 축제의 장 될 것” 2024 평창대관령음악제가 7월24일~8월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등지에서 열린다. 양성원 예술감독은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단순히 연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와 문화예술의 앞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며 “몇년 후 이번 음악제가 생각나고, 이곳에서 만난 젊은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주제는 ‘루트비히!’다.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그와 동시대에 살았다면 이름을 부를 만큼 친근하게 가치를 나눴을 법한 음악가들의 작품을 선정했다. 베토벤의 독자적인 음악세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교향곡 3번 ‘영웅’, 인류의 문화유산이라 할 만한 교향곡 9번 ‘합창’, 피아노 협주곡의 정점인 5번 ‘황제’, 오페라 ‘피델리오’의 콘서트 버전을 들을 수 있다.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폴 레이는 베토벤의 주요 작품을 재즈로 편곡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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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연기 잘하는 거 다 아니까···뽐내려 하지 않아” 지난 4일 연극 <벚꽃동산> 첫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 전, 전도연은 속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긴장과 두려움이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평소 같으면 집에 편히 누워 넷플릭스 볼 시간인데 내가 왜 스스로 발등을 찍었나….”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해야 할 것’을 했다. 동료들은 내내 “걱정하지 마.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벚꽃동산>은 폐막일인 7월7일까지 90% 이상의 좌석 판매율을 보이며 화제의 연극으로 떠올랐다.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전도연이 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전도연은 “무대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적응 중이다. 긴장이 있지만 조금씩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체호프의 원작을 2024년 한국으로 옮겼다. 전도연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미국에 갔다가 5년 만에 귀국한 송도영을 연기한다. 송도영은 선대가 일군 부를 대책 없이 탕진하고 연애와 술에 중독돼 있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첫 공연의 긴장이 무색하게, 전도연은 금세 자신감을 되찾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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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찟한 흥분 휩쓴 객석… 메소드 배우 같았던 임윤찬 지난 4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6월 시작하는 전국 투어 연주곡을 쇼팽 ‘에튀드’에서 멘델스존 ‘무언가’, 차이콥스키 ‘사계’,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으로 변경한다고 알렸을 때 의아함이 앞섰다. 임윤찬은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데카에서 쇼팽 ‘에튀드’를 갓 발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임윤찬의 쇼팽을 실연으로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 그가 무대에서 연주한 적이 없는 ‘전람회의 그림’을 들려준다는 낯섦이 뒤섞였다.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임윤찬 전국 투어가 시작을 알렸다. 표를 구한 행운을 누린 2000여 석 만원 객석엔 흥분이 감돌았다. 그간 오케스트라 협연 등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온 임윤찬의 독주회는 1년 6개월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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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비서구=야만? 서구 권력의 폭력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박물관 연구원 수바드라 다스가 지은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의 원제는 ‘Uncivilised’, 즉 ‘문명화되지 않은’이다. 이는 서구 권력이 자신들의 틀로 비서구를 ‘야만’으로 규정해왔음을 폭로하는 말이다. 저자는 ‘아는 것이 힘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민중에게 권력을’ ‘예술을 위한 예술’ 등 익숙한 표현에 어떤 가치가 담겼는지, 이 말들이 은폐하는 현실은 무엇인지 살핀다. 통상 ‘과학’은 “합리적이고 문명화된 사회의 보루이자 강건한 요새”이며 “관찰, 이성, 진리를 바탕으로 지은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19세기의 우생학, 20세기의 나치즘도 ‘과학’을 알리바이로 해 탄생했다. 서양인들은 비서양인들이 과학적인 사고를 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문명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