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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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어느 코끼리의 죽음 조선시대에 코끼리가 있었다. 실록에 나오는 얘기다. 일본에서 건너온 코끼리가 엄청난 식성으로 식량을 축내다 사람을 해치는 사고까지 쳐서 귀양갔다는 사연이다. 태종 11년(1411년), 일본이 조선에 선물한 코끼리 한 마리가 한양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괴물 같은 형상에 모두 놀랐다. 명색이 왕실 선물인지라 군용 말을 키우는 관청에서 돌보게 했는데, 이 짐승이 날마다 18~20시간 동안 콩 네댓말씩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골치를 앓았다고 한다. 그러다 이듬해 코끼리가 인명사고를 낸다. “전직 관리 이우가 코끼리 모습이 추하다 비웃고 침을 뱉었는데 코끼리가 노하여 밟아 죽였다”고 태종실록에 나온다. 태종은 이 코끼리를 전라도 외딴섬 장도로 유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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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클린스만 스트레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거취를 두고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역대 최강’으로 불린 한국 팀을 맡고도 아시안컵 대회에서 졸전 끝에 4강에 그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얘기다.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연예인에 정치인들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격과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또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그를 향해 “집에 가라”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고, 그의 경질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분노와 비난, 경질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비단 경기에 지고 우승을 못해서가 아니다. 그의 전술 능력 부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에 재확인됐을 뿐이다. 문제는 팀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타개책을 하나도 세우지 못한 것이다. 혼자만 모르는 듯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 회피로 일관한 건 더 큰 문제였다. 무능에다 무대책·무책임을 보탠 지도자인 것이다. 이러니 선수들에게 맡겨 놓고 구경만 하는 ‘해줘 축구’ ‘방관 축구’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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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손흥민의 ‘캡틴 리더십’ 기적은 세 번 연속 일어나지 않았다. 참담한 완패였다. 한국 축구가 7일 요르단에 0-2로 패해 아시안컵 4강에서 떨어졌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3골쯤 더 내줬을 판이었다. 유효슈팅 ‘0개’ 기록이 말하듯 변변한 득점 기회를 단 한 번도 만들지 못했으니 밤잠 설치며 경기를 지켜본 축구 팬들이 분통을 터뜨릴 만했다. 허탈한 마음인데도 팬들은 주장 손흥민의 소감을 기다렸다. 그의 간절했던 노력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 나온 그는 큰 한숨을 내쉰 뒤 “팀을 위해 희생해준 동료들이 고맙다. 많은 응원 해주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대했던 모습을 못 보여드려 국민 여러분에게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귀에 박히는 말을 보탰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 나를 질책하기 바란다. 동료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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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좀비 축구 “한국 축구는 90분부터 시작합니다~.”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한국-호주전이 열린 지난 3일 새벽, 전광판 시계 96분(후반 추가시간 6분)에 주장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자 중계 캐스터가 외친 말이다. 황희찬의 벼락같은 페널티킥 골로 1-1 동점. 조규성이 99분에 동점골을 터뜨린 사흘 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기사회생한 한국은 연장전 14분(104분) 손흥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이렇게 막판 벼랑 끝에서 뒤집기로 또 살아난 한국 축구를 두고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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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겨울의 딸기 도둑 딸기를 사랑한 스파이. 그가 없었다면, 본업에만 충실했다면 지금 즐겨 먹는 딸기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1712년, 프랑스 육군 중령 아메데 프랑수아 프레지에가 칠레 해안가 숲에서 불철주야로 야생 딸기를 찾아 관찰하고 채집했다. 식물학자 행세를 한 그의 정체는 루이 14세가 보낸 스파이였다. 스페인 식민지 칠레의 군사 정보를 정탐하는 게 임무였다. 수첩에 빼곡히 적은 딸기 관련 기록은 군사 암호로 된 현지 정보였다. 그런데 매일 딸기를 보며 지낸 그는 본업 외에 딸기 연구에도 빠져버렸다. 2년 뒤 귀국해 딸기 책을 내고, 칠레에서 가져온 딸기 종자를 프랑스에 심어보기도 했으나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1700년대 말 육종학자들이 이 칠레 종자와 미국 종을 결합시켜 만든 새 품종이 지금 먹는 재배용 딸기의 원조라고 한다. 1800년대부터 이 딸기가 세계에 퍼졌고 한국에는 1900년대 초에 들어왔다. 산딸기·멍석딸기·뱀딸기 같은 야생 딸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재배용 딸기가 등장한 건 불과 200여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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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도루묵 살리기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이 피란길에서 어부가 올린 생선을 맛있게 먹고 감복했다. 생선 이름을 물었더니 ‘묵’이라고 했다. 선조는 “맛에 비해 이름이 보잘것없다”며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훗날 궁궐로 돌아온 선조가 은어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았다. 하지만 춥고 배고팠던 그때의 그 맛이 아니었다. 실망한 선조 왈,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생선 이름으로는 어색한 도루묵의 유래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다. 선조가 도루묵 주산지인 동해안 쪽으로 피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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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 ‘자유의 마을’로도 불리는 대성동 마을은 비무장지대(DMZ)에 남아 있는 유일한 남측 마을이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당시 남북이 비무장지대 안에 마을을 하나씩 두기로 한 합의에 따라 조성됐다. 북한에 만들어진 기정동 ‘평화의 마을’과 800m 거리에 맞닿아 있다. 1970~1980년대 냉전시대엔 남북이 태극기·인공기 게양대를 더 높이겠다고 경쟁해 관심을 모았다. 마을 왼쪽으로 400m만 가면 군사분계선이 나오는 접경지라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지만, ‘장단콩’ 재배로 유명한 행정구역은 경기 파주시 장단면 조산리다. 현재 50여가구, 주민 140여명이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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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한가요 지난 연말, 세계 저명 학술지 ‘네이처’가 2023년 과학계를 빛낸 인물로 과학자 10명과 더불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뽑았다. 2011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인물’을 발표한 네이처가 인간이 아닌 존재를 명단에 포함한 것은 처음이다. 네이처는 챗GPT가 과학 발전과 진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챗GPT를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국내외 언론 다수가 챗GPT 열풍을 연말 10대 뉴스로 꼽았다. 2023년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해였다. 2022년 11월에 나온 챗GPT는 1년 만에 대세가 됐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산업·금융·법률·의료 등 전 분야에 손쉽게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급속히 확산하며 인공지능 시대를 성큼 앞당겼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16억달러(약 2조976억원)를 돌파하며 전년의 57배에 달했다고 하니 폭발적인 확산세를 짐작할 만하다. 흔히 산업혁명과 인터넷, 알파고 등장에 비견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두고 헨리 키신저가 “인쇄술 이후 최대 지적 혁명”이라고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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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AI의 ‘뉴스 무임승차’ 2023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된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지 1년 만에 1억8000만명의 유료 이용자를 확보하며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켰고, 구글은 대항마로 바드와 제미나이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기술이 나오고 발전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에 없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창작 도구로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챗GPT의 등장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렀다. 챗GPT는 단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넘어 소설·논문 작성에 코딩과 작사·작곡까지 다양한 창작을 펼치는 인공지능 기술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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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톱스타 이선균’의 죽음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유명 배우 이선균씨(48)가 지난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해온 이씨는 집에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톱스타급 연예인이 범죄 연루 의혹에 시달리다 사망한 이 사건을 두고 경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풍설과 사생활까지 선정적으로 확대·재생산하고 퍼뜨린 일부 언론·유튜버 행태도 비극을 초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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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인조 트리’ 대 ‘생나무 트리’ 1521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숲길을 산책하다 눈 쌓인 전나무가 달빛 아래 환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이 전나무와 같다.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위에 아름다운 빛을 밝히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루터는 이 장면을 간직하고자 전나무 한 그루를 집에 가져와 눈 대신 솜으로, 달빛 대신 촛불로 장식했다. 그 후 1419년 프라이부르크에서 처음 등장한 걸로 기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독일을 넘어 유럽 각국으로 퍼졌다고 한다. 이 트리는 전쟁통에도 빛을 밝혔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24일,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이 대치 중인 프랑스 북부 전선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참호 속에서 나지막이 캐럴을 읊조리던 양측은 어느새 ‘크리스마스 휴전’에 합의했고, 트리를 함께 세운 뒤 모여 앉아 가족사진을 돌려보며 고향 얘기를 나눴다. 축구도 함께했다. 독일이 3-2로 이겼지만 마지막 골은 오프사이드였다. 영국군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진 이 실화는 2005년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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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문화재 낙서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두오모’(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는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이자 세계문화유산이다. 전 세계 관광객 발길이 넘쳐나는 명소이다보니 낙서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성당을 주 배경으로 삼은 일본 소설·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가 2000년대 초 히트한 뒤로는 일본인·한국인 낙서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2008년엔 일본 대학생 6명이 성당 대리석벽에 이름과 학교명을 유성펜으로 남겼다가 적발돼 국제 망신을 사고 눈물로 사죄한 일이 있었다. “한국 ○○○ 왔다감” “10년 뒤 다시 올 거야” 같은 한글 낙서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