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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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최상목, 국민의힘 대선 후보 꿈꾸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사법시험을 목표로 진학했지만, 박세일 교수(작고·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권유로 진로를 행정고시로 틀었다고 한다. 박 교수 지론은 이랬다. “사시 패스한 사람은 사건이 벌어진 다음 뒤처리하는 일을 한다. 지금 한국에는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다. 후진국에서 막 벗어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게 선진국을 물려줄 것이냐 하는 과제가 여러분 어깨에 달려 있다”(2023년 1월 14일 <신동아>). ‘법을 잘 아는 경제관료’ 최상목.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법을 안 지키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결정했다. 18일이 흘렀다. 최 대행은 여전히 임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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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박세현, 직을 걸고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관철하라 ※8일 오전 11시19분 송고한 기사를, 8일 오후 4시 상황을 기준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대통령 윤석열의 구속 취소 신청을 받아들였다.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돼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7일 내 ‘즉시항고’ 하지 않으면 윤석열은 자유의 몸이 된다. 열쇠는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검장)이 쥐고 있다. 심 총장 등 대검찰청 수뇌부는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하라는 지침을 특수본에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수본에선 상급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며 반발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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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헌법재판소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보여줄 때 오늘(25일)이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이 11차로 마무리된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12월 14일) 이후 73일, 비상계엄 선포(12월 3일) 이후 84일 만이다. 윤석열이 직접 최후 진술에 나설 거라고 한다. 사과를 하든, 하야를 선언하든 관심없다. 윤석열의 ‘말’은 무의미하다. 텅 비어 있다. 국회가 무장 계엄군에 침탈당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윤석열은 그럼에도 잡아뗐다.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지난 4일 5차 변론). “경비와 질서 유지를 하러 간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들한테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었다”(지난 11일 7차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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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다시, 김건희···이 모두가 우연인가 김건희. 12·3 내란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이름이 되살아났다. 비상계엄 선포 전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내란 발생 직전 대통령 배우자가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과 연락한 것은 누가 봐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조태용은 지난 13일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계엄 전날인 12월 2일 대통령 영부인으로부터 문자를 두 통 받고 그 다음날 답장을 보냈느냐”고 묻자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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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헌재 흔드는 국민의힘, 조기 대선도 거부할 텐가 국민의힘의 불운은 끝나지 않는다. 대통령 윤석열이 구속 기소돼서만이 아니다. 당을 이끄는 지도부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사 출신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들의 뇌구조는 정치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상명하복, 무죄 아니면 유죄, 나 말고는 다 거짓말쟁이…. 평상시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지금 같은 위기엔 다르다. 정치적 상상력도, 유연한 협상력도 없는 이들이 헌법재판소 공격에만 집중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검사 출신 보수정당 정치인들이 평생 해온 일이 색깔론과 갈라치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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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법꾸라지’ 윤석열의 연전연패 대통령 윤석열은 사법시험을 아홉 번 만에 붙었다. 말이 9수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된 후에도 그는 특유의 집요함을 과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의 모든 단계마다, 모든 절차를 문제삼거나 거부하고, 가능한 이의신청을 모두 내고 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대표적 사례만 짚어보자. 헌재 탄핵심판 서류 수취 거부, 공수처 출석요구 3차례 거부, 서울서부지법 체포영장 이의신청, 체포영장 집행 거부,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 탄핵심판 변론기일 이의 신청 및 변경 신청,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날인 거부, 서울중앙지법 체포적부심 청구…. 탄핵심판과 수사를 피하기 위해, 30여년간 법률가로서 쌓아온 법지식과 법기술을 온통 ‘투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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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왕을 꿈꿨던 윤석열씨, 당신은 이길 수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윤석열씨. 일단 체포를 면하신 것 같습니다. 6일 자정이 오기만 기다리며 자축의 폭탄주를 준비하고 계셨나요? ‘인의 장막’으로도 모자라 군용 철조망까지 설치한 걸 보면 적잖이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데 ‘격노’하셨나요. 시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라고 명령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가 사법 체계까지 정면으로 모독하는 이가 대통령으로 불릴 자격이 있습니까. 주권자에게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주권자를 존중해야 합니다. 당신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에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는데, 당신에게선 그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일’ 자체, 혹은 ‘아내 보호’가 아닐까 어렴풋이 추측해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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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윤석열을 체포하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석열)은 29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26일 윤석열에게 보낸 3차 출석요구서는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4차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윤석열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미 “탄핵심판이 (수사보다) 우선”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자기 입맛에 따라 수사와 탄핵심판 중 골라 잡겠다는 내란사범의 후안무치에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측은 “아직까지 대통령 신분”이라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은 탄핵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져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그러나 박근혜 사례는 윤석열에게 적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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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석열 탄핵 이후’ 응원봉보다 사람을, 마음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갔다. 롱패딩과 양털부츠, 마스크와 핫팩으로 중무장했다. 소용없었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을 바랐다. 투개표가 빨리 끝나기 또한 바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달랐다. 여성이 다수인 청년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집중력과 인내심이 놀라웠다. 탄핵 정국 속 1030세대의 ‘응원봉’이 주목받고 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로 대표되는 집회 속 K팝도 화제다. 한국 시민은 지난 2주 사이 ‘다만세’를 두 차례 겪었다. 12월 3일 내란 사태로 다시 만난 세계는, 45년 전 독재자가 지배하던 폭력의 세계였다. 윤석열은 그 세계를 부활시키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12월 14일 탄핵안 가결로 다시 만난 세계는 민주주의와 평화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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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이 공멸을 면하는 길 12월 3일 밤 10시30분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울렸다. “비상계엄 선포?” 미국에 있는 가족이 보낸 메시지였다. 짜증이 났다.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싶었다. 뉴스전문채널로 돌렸다. 실제 상황이었다. 여행용 보스턴백을 꺼냈다. 옷가지와 보조배터리 등을 담았다. 패딩을 입고 회사로 달렸다. 보스턴백을 여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는 밈(meme)이 넘쳐났다. 시민을 총으로 위협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일은 당연하고, 쉬워 보였다. 순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여당이 본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위헌”이라 선언했던 한동훈 대표도 오락가락했다.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5일 최고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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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한동훈 ‘당원게시판’ 대처, 왜 ‘김건희’가 떠오르나 “정녕 태평성대인가/ 위에서 한나라가 벌컥 들이치고/ 동에선 낙랑이 비켜 들어오니/ 내 나라 신세 가련하다/ 이 어찌 태평성대란 말인가!” 인기 드라마 <정년이> 속 국극 ‘자명고’에 등장하는 고구려 왕자 호동(정은채 연기)의 대사다.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이 대사가 딱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하고, 미국의 새 정부는 거액 청구서를 내밀 태세고, 경제 지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데, 국민의힘만 ‘정녕 태평성대’ 같다. 집권 여당의 최대 이슈가 ‘누가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했는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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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 정신승리는 이제 그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또 꼬리를 내렸다. 이런 표현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대안을 찾아보려 했으나, 더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한 대표는 늘 그랬다. 당장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을 들이받을 듯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순간뿐이다. 올해 초 윤·한 갈등이 고조됐을 때,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한 대표는 ‘폴더 인사’를 했다. 지난달엔 대통령 독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더니, 정작 멍석이 깔리자 교장 선생님 앞에서 야단맞는 고3 반장 같은 표정으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배석한 정진석 비서실장은 학생주임 같았다). 그것이 한동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