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최신기사
-
김민아 칼럼 ‘김건희 여사 무혐의’는 공직윤리 사망선고다 10여년 전 미국 정부 초청으로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다. 중견 언론인 10여명이 함께했다. 귀국길, 공항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뒤 대부분 면세점으로 향했다. 남성 기자들은 아내나 딸에게 줄 가방이나 지갑을 골랐다. 한 여성 기자가 그들의 쇼핑을 ‘코칭’해주고 있었다. 본인 것은 안 사느냐고 물었다. “남편 때문에 해외에서 아무 것도 안 산 지 오래됐어요.” 이 기자의 남편은 중앙부처 고위공직자였다. “본인 월급으로 사는 건데 어때서요?” 웃으며 답했다. “외국에서 뭘 샀다는 기록 자체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
김민아 칼럼 신유빈·여서정·이원호…올림픽의 젊은 ‘구루’들 몸으로 하는 운동에 영 소질이 없다. 눈으로 보는 운동엔 열광한다. 파리 올림픽이 개막한 이후 밤 새우는 일이 잦은 이유다. 이번 올림픽은 기대 이상이라 더욱 즐겁다. 메달 숫자만 기대 이상이 아니다. 선수들의 말과 삶은 더 그렇다. 신유빈(20)은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 히나(일본)에게 졌다. 6게임 중 3게임에서 듀스가 벌어질 만큼 접전이었다. 경기 후 울음을 터뜨릴 법도 한데 아니었다. 밝은 표정으로 승자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공동취재구역에서도 담담했다. “하야타를 오랫동안 봐왔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간절하게 경기했다. 나도 더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축하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게 현재 나의 최선이고 실력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고도 했다.
-
김민아 칼럼 김건희 여사, 선을 넘으셨습니다 스포일러는 있었다. 대선 직전인 2022년 1월 공개된 7시간45분가량의 <서울의 소리> 녹취록이다. 김건희 여사는 말했다.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서울의 소리)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남편’도 ‘우리’도 아니고 ‘내가’ 정권을 잡을 거라고 했다. 이번엔 취임 후다. 최재영 목사에게서 ‘디올 백’을 건네받던 날(2022년 9월) 발언이다. “막상 대통령이 되면 좌나 우나 그런 거보다는 진짜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게끔 되어 있어요. 이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요.” ‘이 자리’에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넣어보면 어색하다. ‘대통령 자리’를 넣어야 어울린다.
-
김민아 칼럼 윤 대통령,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에서 이렇게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의 마음은 안녕하신가, 하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에게서 들었다는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발언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직후 윤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이 나눴다는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본다. 김 전 의장 회고록 및 박홍근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 전 의장에게서 듣고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
김민아 칼럼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여성의 몸, 그리고 저출산’이라는 칼럼을 썼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선택을 압박하거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양성평등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안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당시 합계출산율(2009년)은 1.15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5년 사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서다. 여성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듣지 않으면서, 책임만 여성에게 미뤄서다.
-
김민아 칼럼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2월 ‘여성의 몸, 그리고 저출산’이라는 칼럼을 썼다. 당시 두 대학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생식(生殖)건강 증진대회’와 ‘행복한 출산, 부강한 미래’란 행사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선택을 압박하거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썼다. 여성권한척도가 높은 양성평등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안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당시 합계출산율(2009년)은 1.15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 같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5년 사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서다. 여성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듣지 않으면서, 책임만 여성에게 미뤄서다.
-
김민아 칼럼 이재명 대표, ‘저출생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이는 여성이 낳습니다. 여성만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저출생 담론에는 여성이 없습니다. 남성, 특히 권력을 가진 남성들끼리 주거니받거니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즉각 찬성했습니다. 고무된 윤 대통령은 13일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두 달 전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린 이후, 여가부 폐지에 집착해왔습니다.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장관직을 비워뒀습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승리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겁니다. 결과는 달랐습니다. 민심을 받아들인다면, 이제라도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는 게 순리입니다.
-
김민아 칼럼 김건희 여사의 화려한 부활 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룸’ 메뉴에 가면 ‘사진뉴스’ 항목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사진은 지난해 12월 12일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 방문’이 마지막이다. 넉 달 넘게 두문불출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총선 사전투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따로, 비공개로 했다. 4·10 총선에 미칠 ‘김건희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대통령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총선이 끝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김 여사는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곳곳에서 존재감이 드러난다. 지난 17일 새벽 TV조선과 YTN이 잇따라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 설을 쏘아올렸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공직 인사를 두고 애드벌룬을 띄우다가 여론 봐가며 접는 일이야 흔하다.
-
김민아의 훅hook 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의 완패 4·10 총선 결과는 이른바 ‘검사 정치’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서 어떠한 중간 단계도 거치지 않고 정치로 직행했다. 그들이 빚어낸 컬래버레이션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검사’와 ‘정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1. 검사의 삶은 이분법 그 자체다. 검사의 세계는 검사와 피의자,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린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다. 당연히 회색 공간은 없다. 피의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간주되므로, 검사는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
-
김민아 칼럼 51분간의 ‘윤석열 원맨쇼’가 알려준 것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은 세 번째 담화였다. 관심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변화 여부에 쏠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요구해온 터다. 윤 대통령은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선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지만, 방점은 ‘2000명 고수’ 쪽에 찍혔다고 봐야 한다.
-
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 위원장, ‘런종섭’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런종섭’이 유턴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온 이종섭 주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21일 귀국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이 대사는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체류기간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수차례에 걸쳐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렸다”며 재차 부인했다. 사의 표명 의사를 묻자 답을 피했다.
-
김민아 칼럼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됩니까” 윤 대통령님! 사람이 죽었다. 타인을 구하려다 죽었다.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군인이었다. 청년이었다. 아들이었다. 온 나라가 슬퍼했다. 분노했다.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수사를 제대로 하자고 주장한 장교(박정훈 대령)는 항명 혐의로 징계받고 법정에 섰다.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출국금지된 전 국방부 장관(이종섭)은 기후 좋고 경치 좋은 선진국으로 떠났다. 주재국 대사가 되어. 넷플릭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다. 불행하게도 현실이다. 엊그제 호주로 출국한 이 전 장관은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믿을 사람은 없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귀국하지 않을 것이다. 2027년 5월 정권이 바뀔 경우, 여권 무효화 처분을 받고 국제 미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