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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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이 공멸을 면하는 길 12월 3일 밤 10시30분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울렸다. “비상계엄 선포?” 미국에 있는 가족이 보낸 메시지였다. 짜증이 났다.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싶었다. 뉴스전문채널로 돌렸다. 실제 상황이었다. 여행용 보스턴백을 꺼냈다. 옷가지와 보조배터리 등을 담았다. 패딩을 입고 회사로 달렸다. 보스턴백을 여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는 밈(meme)이 넘쳐났다. 시민을 총으로 위협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일은 당연하고, 쉬워 보였다. 순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여당이 본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위헌”이라 선언했던 한동훈 대표도 오락가락했다.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5일 최고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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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한동훈 ‘당원게시판’ 대처, 왜 ‘김건희’가 떠오르나 “정녕 태평성대인가/ 위에서 한나라가 벌컥 들이치고/ 동에선 낙랑이 비켜 들어오니/ 내 나라 신세 가련하다/ 이 어찌 태평성대란 말인가!” 인기 드라마 <정년이> 속 국극 ‘자명고’에 등장하는 고구려 왕자 호동(정은채 연기)의 대사다.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이 대사가 딱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하고, 미국의 새 정부는 거액 청구서를 내밀 태세고, 경제 지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데, 국민의힘만 ‘정녕 태평성대’ 같다. 집권 여당의 최대 이슈가 ‘누가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했는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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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 정신승리는 이제 그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또 꼬리를 내렸다. 이런 표현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대안을 찾아보려 했으나, 더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한 대표는 늘 그랬다. 당장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을 들이받을 듯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순간뿐이다. 올해 초 윤·한 갈등이 고조됐을 때,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한 대표는 ‘폴더 인사’를 했다. 지난달엔 대통령 독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더니, 정작 멍석이 깔리자 교장 선생님 앞에서 야단맞는 고3 반장 같은 표정으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배석한 정진석 비서실장은 학생주임 같았다). 그것이 한동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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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10%대 추락한 윤석열, 그리고 8년 전 오늘 2016년 10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앉았다. 취임 이후 최저치, 17%였다(한국갤럽). 경향신문은 기록했다. “국정이 사실상 붕괴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이 무너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 19%였다(한국갤럽). 문화일보가 공개한 별도 조사에선 17%로 나왔다.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명태균씨의 폭로는 ‘트리거’일 뿐이다. 시민은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어떻게 2년 반을 보냈는지 똑똑히 보았다. 윤 대통령은 무능·무지·무위·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유일하게 근면성과 성실성을 입증한 분야는 ‘아내 보호’였다. 검찰·경찰·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거의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아내를 옹위했다. “김건희 보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인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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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노벨문학상’ 한강이 되살려낸 존엄의 언어 나흘이 지났습니다. ‘한강 신드롬’입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해 ‘오픈 런’이 벌어지고,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에 인파가 몰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작가 이름과 대표작 제목으로 도배됩니다. 반가운 일이지만, 저는 보이는 현상 말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한강이 부순 장벽, 장벽의 잔해 속에서 새로 정돈되는 가치, 그리고 위로받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한강은 최근 한국 문학계에서 국제적 문학상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한강’과 ‘노벨문학상’을 연결해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대다수가 ‘남성·서구·백인’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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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김건희 여사 무혐의’는 공직윤리 사망선고다 10여년 전 미국 정부 초청으로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다. 중견 언론인 10여명이 함께했다. 귀국길, 공항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뒤 대부분 면세점으로 향했다. 남성 기자들은 아내나 딸에게 줄 가방이나 지갑을 골랐다. 한 여성 기자가 그들의 쇼핑을 ‘코칭’해주고 있었다. 본인 것은 안 사느냐고 물었다. “남편 때문에 해외에서 아무 것도 안 산 지 오래됐어요.” 이 기자의 남편은 중앙부처 고위공직자였다. “본인 월급으로 사는 건데 어때서요?” 웃으며 답했다. “외국에서 뭘 샀다는 기록 자체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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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신유빈·여서정·이원호…올림픽의 젊은 ‘구루’들 몸으로 하는 운동에 영 소질이 없다. 눈으로 보는 운동엔 열광한다. 파리 올림픽이 개막한 이후 밤 새우는 일이 잦은 이유다. 이번 올림픽은 기대 이상이라 더욱 즐겁다. 메달 숫자만 기대 이상이 아니다. 선수들의 말과 삶은 더 그렇다. 신유빈(20)은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 히나(일본)에게 졌다. 6게임 중 3게임에서 듀스가 벌어질 만큼 접전이었다. 경기 후 울음을 터뜨릴 법도 한데 아니었다. 밝은 표정으로 승자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공동취재구역에서도 담담했다. “하야타를 오랫동안 봐왔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간절하게 경기했다. 나도 더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축하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게 현재 나의 최선이고 실력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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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김건희 여사, 선을 넘으셨습니다 스포일러는 있었다. 대선 직전인 2022년 1월 공개된 7시간45분가량의 <서울의 소리> 녹취록이다. 김건희 여사는 말했다.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서울의 소리)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남편’도 ‘우리’도 아니고 ‘내가’ 정권을 잡을 거라고 했다. 이번엔 취임 후다. 최재영 목사에게서 ‘디올 백’을 건네받던 날(2022년 9월) 발언이다. “막상 대통령이 되면 좌나 우나 그런 거보다는 진짜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게끔 되어 있어요. 이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요.” ‘이 자리’에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넣어보면 어색하다. ‘대통령 자리’를 넣어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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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 대통령,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에서 이렇게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의 마음은 안녕하신가, 하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에게서 들었다는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발언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직후 윤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이 나눴다는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본다. 김 전 의장 회고록 및 박홍근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 전 의장에게서 듣고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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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여성의 몸, 그리고 저출산’이라는 칼럼을 썼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선택을 압박하거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양성평등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안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당시 합계출산율(2009년)은 1.15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5년 사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서다. 여성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듣지 않으면서, 책임만 여성에게 미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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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2월 ‘여성의 몸, 그리고 저출산’이라는 칼럼을 썼다. 당시 두 대학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생식(生殖)건강 증진대회’와 ‘행복한 출산, 부강한 미래’란 행사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선택을 압박하거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썼다. 여성권한척도가 높은 양성평등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안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당시 합계출산율(2009년)은 1.15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 같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5년 사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서다. 여성이 결혼·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듣지 않으면서, 책임만 여성에게 미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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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이재명 대표, ‘저출생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이는 여성이 낳습니다. 여성만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저출생 담론에는 여성이 없습니다. 남성, 특히 권력을 가진 남성들끼리 주거니받거니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즉각 찬성했습니다. 고무된 윤 대통령은 13일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두 달 전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린 이후, 여가부 폐지에 집착해왔습니다.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장관직을 비워뒀습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승리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겁니다. 결과는 달랐습니다. 민심을 받아들인다면, 이제라도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는 게 순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