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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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의 완패 4·10 총선 결과는 이른바 ‘검사 정치’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서 어떠한 중간 단계도 거치지 않고 정치로 직행했다. 그들이 빚어낸 컬래버레이션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검사’와 ‘정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1. 검사의 삶은 이분법 그 자체다. 검사의 세계는 검사와 피의자,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린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다. 당연히 회색 공간은 없다. 피의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간주되므로, 검사는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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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51분간의 ‘윤석열 원맨쇼’가 알려준 것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은 세 번째 담화였다. 관심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변화 여부에 쏠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요구해온 터다. 윤 대통령은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선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지만, 방점은 ‘2000명 고수’ 쪽에 찍혔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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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 위원장, ‘런종섭’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런종섭’이 유턴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온 이종섭 주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21일 귀국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이 대사는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체류기간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수차례에 걸쳐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렸다”며 재차 부인했다. 사의 표명 의사를 묻자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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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됩니까” 윤 대통령님! 사람이 죽었다. 타인을 구하려다 죽었다.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군인이었다. 청년이었다. 아들이었다. 온 나라가 슬퍼했다. 분노했다.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수사를 제대로 하자고 주장한 장교(박정훈 대령)는 항명 혐의로 징계받고 법정에 섰다.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출국금지된 전 국방부 장관(이종섭)은 기후 좋고 경치 좋은 선진국으로 떠났다. 주재국 대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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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출산율 0.6명대, 멸종이냐 성평등이냐 “한숨도 못 잤는데 단숨에 피로가 풀리는 아이러니.” “너 땜에 못 살다가 너 땜에 사는 아이러니.” “아...이러니 아이를 키우나 봅니다.” 2월 14일 공개된 저출생 관련 공익광고 ‘아이러니, 아...이러니’ 편의 내레이션이다. 광고 초반에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겪는 애환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웃는 장면으로 끝난다. 메시지는 공허하고 접근법은 진부하다. 영상은 공익광고협의회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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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이재명 대표가 맞닥뜨린 ‘진실의 순간’ 야당은 영어로 오퍼지션 파티(opposition party), 즉 반대하는 당이다. 한국에도 과반 의석을 점한 오퍼지션 파티,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다만 오퍼지션(반대) 기능은 취약하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4%였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2% 아래 성장률 기록이 세 번 있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이다. 2023년엔 대형 악재가 없었다. 오로지 정부 책임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집요하게 따지는 걸 본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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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한동훈의 승리? ‘김건희’는요? 지난 26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4월 총선 및 도의원 보선에 나설 예비후보들을 모아놓고 ‘준법선거·클린선거 선언식’을 열었다. 예비후보들은 클린선거 선언 이후 각자 소신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논란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사회자가 “그런 질문은 기자회견 이후 개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7명의 예비후보들은 답하지 않았다(<뉴스제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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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들겠다고? ① “제가 국회에서 여러 답변을 할 때 국회 좌석들 보셨습니까. 대부분 비어있었죠. (국회의원은) 250명이면 충분합니다.” ② “(전략공천이) 아닙니다. 우리 공천 시스템은 어제 발표드린 내용입니다.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쳐야 합니다.” 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동훈)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①부터 본다. 한동훈은 지난 16일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이 지금 국회가 하는 일에 비해 의원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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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김건희 방탄’에 한몸 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이태원 참사 이후 진솔한 사과와 책임 규명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며 쓴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 그때 판단은 이랬다. “윤 대통령의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일’ 자체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틀렸다. 윤 대통령에겐 목표가 있었다. 아내를 보호하는 일이다. 1993년 문민정부 수립 이후 어떤 대통령도 감히 생각 못한 ‘가족 수사 거부’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한 보수언론 논객의 글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무렵 김건희 여사가 입당을 권유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우리가 입당하면 저를 보호해 주실 수 있나요?”(1월1일 중앙일보 최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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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석열 김홍일 한동훈, ‘검사 삼형제’ 정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이로써 ‘검사 삼형제 정권’이 완성됐다. 3형제의 맏형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둘째는 윤석열 대통령, 막내는 한 전 장관이다. 검찰 재직 시절 윤 대통령은 네 살 위 김 후보자를 ‘형’으로, 한 전 장관은 열세 살 위 윤 대통령을 ‘석열이 형’으로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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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훅hook 문제는 ‘김건희’가 아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논객들이 연일 ‘김건희’를 외치고 있다. 경쟁적이다. 수위도 높다. ‘사가(私家)’로 가서 근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시대 왕후나 세자빈이 폐서인되면 궁에서 내쫓겨 가던 곳이 사가다. 금기어였던 V1(VIP1·대통령)·V2(VIP2·퍼스트레이디)도 거론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겨냥해 ‘왜 직언하지 않느냐’며 비판하는 글도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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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서울의 봄, 김오랑이 끝내 이기길 바란다 영화 <서울의 봄>은 실패기다. 반란군은 권력욕으로 이글이글한데 진압군은 시종일관 무기력하다. 전두광 보안사령관(황정민·현실의 전두환)은 떼거리를 몰고다니는데,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정우성·현실의 장태완)은 혼자 전화통만 붙들고 있다. ‘스포일러’인 한국 현대사를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 해도 결말을 짐작할 만하다. 영화를 본 관객 465만명(3일 현재)이 단죄하지 못한 역사에 분노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