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최신기사
-
김민아 칼럼 판사님들,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 동의하나요? 인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 돌담병원에 외상센터장 대행으로 강동주(유연석)가 부임한다. 강동주는 중증외상 환자만 외상센터에서 맡고 나머지는 응급실로 보낸다는 원칙을 세운다. 어느 날, 응급실에 흉부외과(CS)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들어온다. CS 전문의 차은재(이성경)는 센터장 지시를 어기고 응급실로 달려간다. 강동주는 차은재에게 외상센터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분노한 의료진이 ‘강동주 보이콧’에 돌입한다. 뜻밖의 인물이 보이콧에 반대한다. 차은재의 연인인 외과 전문의 서우진(안효섭)이다. “집단으로 사람 하나 왕따 하자는 거잖아.” 그에겐 ‘내부고발자’란 이유로 보이콧의 타깃이 된 과거가 있다.
-
김민아 칼럼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저출생 해법이라고? 기어코 하겠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사업’ 계획을 상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 비자) 대상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시 1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제도를 운영 중인 홍콩은 한국과 함께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을 다투고 있다. 싱가포르도 대표적 저출생 국가다. 백보 양보해 미미하게라도 효과가 있다 치자.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고용허가제에 의한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지만, 돈만 주면 다른 문제는 눈감아도 되나.
-
김민아 칼럼 윤석열 정부 1년, 문제는 대통령이다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밝은 표정이었다. 이례적으로 전용기 내 기자석을 찾아 ‘깜짝 인사’를 했다. 김건희 여사는 취재진과 ‘셀카’도 찍었다. 미국의 환대에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가지도자가 우방국에서 적절한 예우를 받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현실을 망각해선 곤란하다. 돌아온 윤 대통령 앞엔 취임 1주년(10일) 성적표가 기다린다. 점수는 박하다. 1년간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봤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
김민아 칼럼 ‘설명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 ‘미국 도청’도 뭉갤 텐가 블랙핑크를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뚜두뚜두’ 뮤직비디오가 기록한 20억뷰, ‘킬 디스 러브’의 17억뷰에 기여했다. 최근 팬으로서 의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경질했는데, 블랙핑크·레이디가가 미국 합동공연 문제가 경질 배경으로 거론돼서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질 바이든 미 대통령 부인이 제안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행사 보고가 수차례 누락됐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비슷한 보도가 이어지며 기정사실화하자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의 방미 행사 일정에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한 줄짜리 공지를 냈다. 당초 추진됐다가 무산된 건지, 아예 추진되지 않은 건지, 무산됐다면 왜 무산된 건지 설명이 없다. 결론적으로, 공연이 김성한 전 실장 경질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길이 없다. 시민은 외교안보 사령탑이자 대통령의 50년 지기(知己)가 하루아침에 잘린 까닭을 여전히 모른다.
-
김민아 칼럼 ‘검사 윤석열’의 짜장면, 그리고 69시간 노동 2000년대 초 대검찰청에 출입할 때다. 중앙수사부에서 대형 사건 수사에 돌입하면서 기자들도 자정 무렵까지 야근을 했다. 난방은 일과시간 이후 꺼졌다. 밤마다 온몸을 오므린 채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수사가 끝난 뒤 남은 건 딱딱하게 굳은 어깨였다. 휴대전화를 들어올리기 어려워, 고개를 전화기 쪽으로 기울여 통화하는 지경이 됐다. ‘주 69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안을 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주 6일, 하루 11~12시간 일했다. 주당 66~72시간이다.
-
김민아 칼럼 ‘정순신 파동’이 보여준 ‘검찰공화국’의 미래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연세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더 자유롭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함께 실천할 때 혁신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미래”라며 “산업현장의 노사법치 확립 등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은 여러분의 꿈과 도전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
김민아 칼럼 안철수마저 찍어내겠다는 ‘윤석열 정치’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게 되었다. 충격의 ‘수인한도(受忍限度)’가 높아졌다고 할까. 하지만 엊그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 중인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적”이라 표현했다는 뉴스를 접하곤 오만했음을 깨달았다. 아직 멀었다. ‘통큰’ 윤 대통령을 이해하기엔 내 간덩이가 너무 작다.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최근 안 후보의 ‘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특정 후보와 연대한다는 주장은 극히 비상식적이며,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 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안 후보가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을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
김민아 칼럼 ‘더 글로리’에 비친 ‘언터처블 이상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고’란 용어를 사용한 걸 두고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장관은 “특별한 의식 없이 발언한 것”이라고 했다.
-
김민아 칼럼 ‘이태원 참사’ 두 아버지는 두 시간 내내 울었다 최정주씨(53)는 20년 넘게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일해왔다. 평범하지만 행복했다. 딸 최유진씨(2000년생)는 큰 기쁨이었다. 당차고, 똑똑하고, 자기 길을 알아서 가는 아이였다. 아빠를 따라 음악을 시작한 것도 내심 반가웠다. 유진씨는 제주도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뉴욕대 ‘퍼포먼스 스터디스’ 과정에 들어갔다. 공연예술의 모든 것을 배우는 학과다. 입학하고 얼마 안 돼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서울에 머물며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한계를 느꼈다. 휴학하고 작·편곡을 공부했다. 이태원역 인근에 원룸 겸 작업실도 얻었다. 지난 8월엔 자작곡을 노래해 음원을 냈다. 제목은 <Love me right>. ‘날 제대로 사랑해보라’는 뜻이다.
-
김민아 칼럼 윤석열의 ‘압색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한남동 관저로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저녁 6시50분 시작된 자리는 3시간20분간 이어졌다. 그러나 풀(pool·대표)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고, 대통령실에서 촬영한 ‘전속’ 사진을 배포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만찬 도중 ‘사진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찬을 하고도 사진 한 장 보도되지 않은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일 터다.
-
김민아 칼럼 윤석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 조문하고, 조문하고, 조문하고, 조문하고, 조문하고, 조문했다. 추모법회, 추모예배, 추모미사에 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후 1주일 동안 한 일이다. 대통령은 조문객에 머물 수 없다. 흰 국화를 바치고, 법회와 예배에서 손 모으는 일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를 반복하는 건 정치도 통치도 아니다. 시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국정책임자로서의 진솔한 사과다.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민은 대통령의 ‘마음’이 아니라 ‘책임’이 궁금하다. 김호·정재승의 <쿨하게 사과하라>에 따르면, 좋은 사과는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감표명(“안타깝다”), 책임 인정(“제가 실수를 저질렀다”), 원인 설명(“이런 문제점이 발견됐다”), 배상·해결책 제시(“이렇게 대가를 치르겠다”)이다. 윤 대통령의 사과에는 첫 번째만 있을 뿐, 나머지가 없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진 회의에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참사는 이미 일어났다. 시민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는 게 우선이다. 윤 대통령은 교묘한 언술로 피해갔다.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만 자기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쯤 되면 <책임회피의 기술> 같은 책을 펴내도 될 수준이다.
-
김민아 칼럼 이재명, 노무현의 ‘여가부 지키기’ 잊었나 “지금 우리가 막아내야 하는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 후퇴입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저지해야 합니다. 당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지난 15일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타깃은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도 화살을 비켜가진 못했다. 정부가 지난 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한 뒤, 민주당 대응이 미지근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