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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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해리스 부통령과 성평등 정치지도자의 일정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어디에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는 그 지도자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29일 8시간 동안 한국에 머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일정은 세 가지였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 한국 여성 리더들과의 간담회, 비무장지대(DMZ) 방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뒤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로 이동해 ‘신기원을 연 여성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배우 윤여정, 피겨 스타 김연아, 네이버 대표 최수연, KBS <뉴스 9> 앵커 이소정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여성으로서 부딪혔던 장벽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개인적 경험을 전하며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한 현재의 성취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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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석열 정권, 미국은 겁내고 국민은 겁주나 순방에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 일성은 뜻밖이었다. 윤 대통령은 26일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전 세계의 두세 개 초강대국을 제외하고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자국 능력만으로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면서 한 말이다.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도 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 말을 종합하면 비속어 논란은 사실과 다르고, 한·미 동맹을 훼손하며, 관련 보도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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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응답하라, 김건희 한국갤럽이 지난 2일 공개한 9월 첫 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7%였다. 전주(8월 4주)와 같았지만,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에는 변화가 있었다. 8월 1~4주 조사에서 모두 1%에 머물렀던 ‘김건희 여사 행보’가 3%로 오른 것이다. 시민이 김 여사에 대해 뜨악한 지점은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코바나컨텐츠 관련 업체가 관저 공사 계약을 따낸 문제, 누군가에겐 김 여사가 고가 장신구를 지인에게 빌린 일, 누군가에겐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취임식에 초청된 사안일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 누군가에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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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인 허대만의 부고 “또 털고 일어나야지요.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북·강서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태 전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단 그는 지역주의 극복을 주창하며 서울을 떠나 부산 선거에 뛰어들었다. 벽은 높았다. 부산에서의 세 번째 도전은 세 번째 패배로 끝났다. 앞서 1992년 14대 총선(부산 동구), 1995년 지방선거(부산시장)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밭(지역구도)을 탓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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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실제 상황’ 물난리, 윤석열 정부는 없었다 꼭 1주일이 지났다. 8월8일 저녁. 대통령은 물에 잠긴 서울을 보며 집으로 향했다. 신림동에선 40대 발달장애인 언니와 그 동생, 동생의 10대 딸이 반지하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상도동의 반지하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졌다. 60대 공무원은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다 감전사했다. 50대 누나와 40대 남동생은 맨홀에 빨려들어가 참변을 당했다. 중국인 노동자는 컨테이너에서 잠자다 산사태로 매몰돼 사망했다. 대통령은 9일 아침까지 고층 아파트에서 나오지 않았다. 수도권 물난리라는 ‘실제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난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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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우영우’ 마음으로 읽는 ‘윤석열 법치’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앞의 정체성보다 뒤의 정체성에 주목하며 드라마를 본다. 우영우는 치매 남편과 다투다 살인미수 혐의를 받게 된 여성 의뢰인에게 ‘마음’을 묻는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상죄,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입니다.” 의뢰인이 답한다. “영감 저러는 꼴을 보면 그냥 확 죽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우영우는 다르게 본다. “저라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잘 때 그 사람 눈이 부실까봐 커튼을 쳐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영우는 피해자 병실에 갔다가 남편이 깰세라 커튼을 치는 의뢰인 모습을 눈에 담아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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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 대통령의 ‘데드 크로스’, 왜? 남편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운동화를 신었다. 아내는 검은색 상의에 흰색 바지, 흰색 스니커즈 차림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공원을 산책하는 부부는 즐거워 보인다. 대통령실이 지난 3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 정상회의 방문 사진이다. 귀국 이틀 후 ‘B컷(비하인드 컷)’ 여러 장을 공개한 대통령실의 정무감각에 뜨악했다. ‘시밀러 룩’을 차려입고 환하게 웃는 대통령 부부가, 폭염과 고물가 속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은 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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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판옵티콘’ 검사들의 세계지도는 축척에 따라 그려지지 않는다. 그들의 수도,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이 자리 잡은 ‘서초동’과의 거리에 따라 그려진다. 기준점을 한 곳 추가하면, 법무부가 위치한 경기 과천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달라졌다. 새롭고 강력한 기준점이 정해졌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이다. 윤 대통령의 검찰 출신 중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문제는 예상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점이다. 법무부 장차관은 지면 사정상 넘어가자. 대통령실 총무·인사·공직기강 라인에다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까지. 숫자보다 더 큰 문제는 개개인의 도덕성·전문성, 그리고 윤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이다. ① 도덕성.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성비위로 징계성 처분을 받았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② 전문성. 경제·금융수사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다음날 기자들 질문에 “시간을 달라”는 답만 되풀이했다. ③ 사적 인연.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 장모의 변호인,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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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민주당, ‘박지현 찬가’ 생생한데… “괴롭긴 하지만 제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하 박지현)이 지난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 내 성비위 사건들을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강성 지지층 비판이 이어지는 데 대한 답이다. 박지현은 “제게 ‘내부총질 그만하라’는 문자폭탄이 쏟아진다”면서도 “당에 접수된 성범죄들은 모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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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법무장관 겸 민정수석’ 한동훈 권력의 작동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최고권력자와 가까울수록 강해지고 멀수록 약해진다. 특정인에게 집중될수록 강해지고, 여러 사람에게 분산될수록 약해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하 한동훈)를 두고 ‘소통령’ 우려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동훈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하 윤석열)의 끈끈한 인연은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석열이 형’ ‘동훈이’로 부른다. 지난해 말 윤석열이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서초동에선 ‘한동훈이 옷 벗고 캠프에 합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고권력자와의 거리 측면에서만 봐도 ‘역대 최강 법무장관’이 예상되는데, 차기 정부 시스템 측면에서도 한동훈은 날개를 달았다. 윤석열은 대선 공약대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와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민정수석 휘하의 법무비서관은 대통령 법률자문을 맡는 법률비서관으로 바뀌어 대통령실에 남는다. 법률비서관으로 유력한 주진우 전 부장검사 역시 ‘윤석열 사단’이다. 한동훈은 인사검증과 법률자문 업무를 사실상 통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헌정사상 최초의 ‘법무장관 겸 민정수석’ 출현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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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프레이밍 사회학·심리학·경제학·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개념 ‘프레이밍(framing)’은 ‘틀짓기’로 번역된다. 분야별로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를 설명하는 유명한 비유가 있다. 물이 절반쯤 들어있는 컵을 보며 A는 ‘절반이나 남았네’, B는 ‘절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는 경우다. 같은 양의 물을 보고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현상을 해석하는 기반이 되는 인식 틀(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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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 윤석열 정부, 기어코 ‘여성’을 지우겠다는 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하 윤석열)이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명했다. 내정된 김현숙 전 의원은 주로 출생률 제고 관련 정책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다. 윤석열은 지난 10일 인선을 발표하며 “선거 과정에서 영유아 보육과 초등돌봄 등 사각지대 없는 수요 맞춤형 육아지원정책을 포함한 가족정책을 설계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구대책과 가족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숙도 소감문에서 “인구, 가족, 아동 문제를 챙기며 젠더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풀어나갈 수 있는 부처의 역할을 정립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