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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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하룻강아지 당랑거철(螳螂拒轍). <장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말이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힘은 생각하지 않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무모하게 덤벼드는 행동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른다. 당랑거철에 해당하는 우리말 속담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이다. 주로 철모르고 함부로 덤빌 때 비유적으로 쓴다. 한데 ‘하룻강아지’를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루밖에 안된 눈도 못 뜬 강아지가 호랑이에게 대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
알고 쓰는 말글 연배와 터울 한국 사람은 서양 사람에 비해 나이에 민감하다. 한국에서는 나이로 서열을 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와 관련된 말을 할 때는 조심스럽다. 상대를 깍듯하게 대접한다고 한 말이 맞먹자는 의미가 될 수도 있어서다. 나이와 관련해 주의해 써야 할 말이 ‘연배’다. 선배나 연장자의 뜻으로 알고 쓰는 사람이 많다. ‘연배’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연배’를 ‘일정한 정도에 도달한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
알고 쓰는 말글 ‘미끌거리는’ 미꾸라지 ‘미끌거리는 비누’ ‘미끌거리는 미꾸라지’ ‘미끌거리는 다시마’…. ‘미끌거리다’는 ‘몹시 미끄럽다’ ‘흠이나 거친 데가 없이 부드럽다’란 뜻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쓰는 말이다. 한데 ‘미끌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라 ‘북한어’다. 해서 국어사전은 ‘미끌거리다’ 대신 ‘미끈거리다’로 쓰라고 한다. 사람들은 ‘몹시 미끄럽다’는 뜻으로 ‘미끈거리다’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미끈’을 ‘미끈하게 생긴 청년’ ‘미끈한 다리’처럼 ‘생김새가 멀쑥하고 훤칠하다’란 의미로 더 많이 쓴다. 게다가 대부분 ‘미끌거리는 다시마’ ‘미끈한 다리’ 따위에서 보듯 ‘미끌거리다’와 ‘미끈하다’는 쓸 자리를 구분해 말한다. -
알고 쓰는 말글 퉁치다? “우리 이걸로 퉁치자?” 이때 ‘퉁치다’는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라는 의미다. 흔히 상대방과 주고받을 것이 있을 때 그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물건 등을 주고받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뜻으로 ‘퉁치다’를 쓴다. ‘퉁치다’는 ‘대신하다’ 혹은 ‘맞바꾸다’는 뜻 등으로 두루 쓰인다. 하지만 ‘퉁치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로 비표준어다. ‘퉁치다’는 속어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퉁치다’를 쓰는 것을 자제해야겠지만 막역하거나 친한 사이에 쓸 수 있는 말로 사전에 올라도 괜찮을 듯하다. -
알고 쓰는 말글 까칠하네? ‘까칠하다’는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란 뜻이다. 따라서 “오늘따라 얼굴이 까칠하다”처럼 얼굴이 야윈 모습을 표현할 때 쓴다. 본래 ‘까칠하다’는 사람의 성격과는 상관없는 말이다. 그런데 ‘까칠하다’의 의미가 변한 것인지, 그 쓰임이 넓어진 것인지 요즘은 ‘까다롭다’ ‘예민하다’ ‘신경질적이다’ 등의 뜻으로도 쓴다. 그리하여 “그 사람, 성격 참 까칠하네!” “까칠하게 굴 거야?”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또한 ‘까칠하다’는 ‘말투’와 짝을 이루어 ‘말투가 까칠하다’라는 표현도 한다. 즉 말이나 행동이 조금 거친 면이 있어 그 사람을 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까칠하다’가 두루 사용되는 것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앰한나이, 애먼 나이 외국인과 달리 한국인의 나이 셈법은 좀 독특하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된다. 그래서 같은 해 1월1일 태어난 사람과 12월31일 태어난 사람의 나이가 같다. 그런데 12월31일생과 다음해 1월1일 태어난 사람은 날수로는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나이로는 한 살 차이다. ‘세는나이’가 달라서다. 태어난 해를 1년으로 쳐서 함께 헤아리는 나이를 ‘세는나이’라고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티미한’ 사람? ‘요우커’ 표기가 ‘유커’로 바뀌었다. ‘유커’가 현지음과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쉬운 우리말 ‘중국인 관광객’을 사용하면 외래어 표기법 따위에 신경 안 써도 될 텐데. 외래어에 밀려 국어사전 구석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재미난 우리말이 많다. ‘모도리’가 그렇다. 보통 외적으로 차갑게 보이거나 예리한 판단력을 지닌 사람을 보고 ‘샤프하다’고 말한다. ‘샤프한 사람’ 대신 쓸 수 있는 순우리말이 ‘모도리’다. 허수한 데가 없이 야무지거나 실속이 있는 사람을 일컬어 ‘모도리’라고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껴맞추다? 꿰맞추다 서로 맞지 아니한 것을 적당히 갖다 맞추다는 의미로 ‘껴맞추다’를 많이 쓴다. ‘끼워맞추다’를 쓰는 사람도 있다. ‘껴맞추다’나 ‘끼워맞추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서로 맞지 아니한 것을 적당히 갖다 맞추다’는 뜻을 지닌 말은 ‘꿰맞추다’이다. ‘자신의 주장에 알리바이를 꿰맞추느라’처럼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몰고 가는 상황 등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
알고 쓰는 말글 평양 감사? 뜻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발음에 이끌려 습관적으로 쓰는 한자말이 많다. 그래서인지 한자말 중엔 잘못 쓰는 말이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게 ‘평양 감사’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당사자의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시킬 수 없다는 뜻으로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말을 쓴다. 한데 평양엔 감사가 없었다. 감사는 지금의 도지사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평양은 ‘도’가 아니라 ‘도호부’였고 이곳의 책임자는 ‘도호부사’였다. ‘평양 감사’의 바른말은 ‘평안 감사’다. 평양과 그 주변을 아울러 이르는 땅이 평안도이고 이곳의 책임자가 ‘평안 감사’였다. -
알고 쓰는 말글 간보다? “지금 사람 간보는 거예요?” 글쓴이 글에 잠시 올라 있다 사라진 댓글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후배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넌지시 속을 떠본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제안한 얘기에 망설이면서 캐묻거나 상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저울질하는 경우에도 종종 쓰는 말이란다. -
알고 쓰는 말글 맛집과 오돌뼈 집 주변에 ‘맛집’이 몇 군데 있다. 가족과 함께 가끔 들러 식사를 하기도 하고, 늦은 밤 집에서 전화로 밤참을 시켜 먹기도 한다. 식당 차림표에 ‘오돌뼈’가 있다. 씹을 때 ‘오돌오돌한’ 느낌을 준다 해서 ‘오돌뼈’라고 많이들 부른다. ‘작고 여린 뼈처럼 깨물기에 조금 단단하다’란 의미를 지닌 말이 ‘오돌오돌’이니 소나 돼지의 여린 뼈를 일컫는 뜻으로 ‘오돌뼈’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오돌뼈’는 바른말이 아니다. -
알고 쓰는 말글 마실과 마을 “또 마실 나가나?”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갈 때면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마실’은 들을수록 정겨운 우리말이다. 쓰면 쓸수록 글맛·말맛도 제대로 난다. 그런데 국어사전들은 모두 ‘마실 나간다’ 대신 ‘마을 나간다’를 쓰라고 한다. ‘마실’은 마을의 방언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마실’ 대신 ‘마을’을 쓰기에는 영 마뜩지 않다. 서울이 고향인 후배도 ‘마실이나 가야겠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마실’은 특정 지역에서만 쓰는 말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즐겨 쓰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마실’을 사투리로 묶어놓기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