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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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닥달? 닦달! “‘닦달’ 좀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게.” 말로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글로 적을 때는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말이 있다. ‘닦달’이 딱 그런 말이다. ‘닦달’에서 ‘닦’의 받침이 ‘ㄱ’인지 ‘ㄲ’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까딱하다가는 ‘닥달’로 쓰기 십상이다. ‘닦달’은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내다’란 뜻이다. 따라서 ‘닦달’에서 나온 말인 ‘몸닦달’은 몸을 튼튼하게 단련하기 위해 견디기 어려운 것을 참아가며 받는 훈련을 일컫는다. ‘몸닦달’은 곧 ‘극기 훈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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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헹가래 경기에서 이겼을 때 선수들이 감독을 번쩍 던져 올렸다 받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의 몸을 번쩍 들어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을 뜻하는 말은 ‘헹가래’이다. ‘행가래’ ‘행가레’ ‘헹가레’는 모두 틀린 말이다. ‘헹가래’는 기쁘거나 좋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 한다. ‘헹가래’가 외래어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헹가래’는 순우리말이다. ‘헹가래’는 여러 명이 힘을 합해 ‘가래’란 농기구를 사용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기구인 ‘가래’는 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힘을 보태야 한다. 이 때문에 작업 전 가래질을 하는 사람들끼리 손이 맞나 맞춰보곤 했는데, 이를 ‘헹가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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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외곬과 외골수 ‘곬’은 한쪽으로 트여 나가는 방향이나 길을 일컫는다. 일상생활에서 이 ‘곬’이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접두사 ‘외’와 결합해 ‘외곬’ 형태로 쓰인다. ‘외’는 ‘혼자인’ ‘하나인’ 또는 ‘한쪽에 치우친’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외곬, 외골수, 외고집, 외길 등이 ‘외’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외곬’은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을 말한다. ‘외통’과 같은 뜻이다. ‘외곬’은 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이때는 “그는 너무 외곬으로 고지식하기만 하다”에서 보듯 주로 ‘외곬으로’의 형태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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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배꼽과 눈곱 배에 있는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배꼽’으로 쓴다. 눈에 끼는 눈곱은 ‘눈꼽’으로 발음하고 ‘눈곱’으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난다. 소리는 같은데 하나는 ‘배꼽’, 다른 하나는 ‘눈곱’으로 달리 적는다. 왜 그런 걸까? 이는 우리말 된소리 적기 규정 때문이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에 생긴 자리인 ‘배꼽’은 둘로 나눌 수 없는 한 단어이다. 한글맞춤법은 이처럼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나는 된소리는 어원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배꼽’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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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턱과 무턱 ‘그건 턱도 없는 일이다’ 할 때의 ‘턱’은 마땅히 그리하여야 할 까닭이나 이치를 일컫는다. ‘그럴 턱이 있나’처럼 ‘있다’와 어울려 반어적 의미로도 쓰이지만 ‘턱’은 주로 ‘없다’와 짝을 이루어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턱없는 거짓말’ ‘턱없는 소리’에 쓰인 ‘턱없다’도 ‘이치에 닿지 아니하거나, 그럴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 ‘턱없다’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달리 쓰이기도 한다. ‘택도 없다’가 그것이다. 이는 ‘턱도 없다’가 사실과 다르게 전해져 잘못 쓰이는 것이다. ‘턱도 없다’는 ‘턱없다’에서 나왔다. ‘턱없다’에 강조의 보조사 ‘도’가 붙어 ‘턱도 없다’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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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아재와 아줌마 ‘아재 개그’가 유행이다.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하던 썰렁 개그, ‘부장님 개그’가 ‘아재 개그’란 이름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상에선 ‘아재 개그’뿐만 아니라 ‘아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아재 구별법’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재 개그’와 함께 우리말 ‘아재’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아재’의 쓰임새는 참 다양하다. ‘아재’는 ‘부모와 항렬이 같은 남자’를 이른다. ‘아재비’ ‘아저씨’와 한뜻이다. ‘아재’는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말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결혼한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은 ‘작은아버지’다. 일상생활에선 잘 모르는 사람을 ‘아재’로 부를 때도 많다. 이때 ‘아재’는 나이 든 남자를 편하게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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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개구진 아이 장난이 심한 아이를 가리켜 ‘개구쟁이’라고 한다. ‘개구쟁이’가 하는 행동을 두고 ‘개구지다’란 표현을 쓴다. ‘개구지다’는 참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개구지다’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왜 이 재미난 낱말이 사전에 없는 걸까? ‘개구지다’는 ‘짓궂다’의 사투리 취급을 받는다. ‘개구지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개궂다’도 ‘짓궂다’의 방언이다. 우리말에서 ‘지다’는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성질이 있음. 또는 그런 모양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따라서 ‘개구지다’가 단어로 인정을 받으려면 명사 ‘개구’가 있어야 한다. 한데 ‘개구지다’의 어근 ‘개구’가 문장에서 단독으로 쓰이는 사례가 없다. 해서 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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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으르고 어른다 으르고 달랜다. 문장이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어르고 달랜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느낄 법도 하다. 한데 아니다. 둘 다 바른말이다. ‘어르다’와 ‘으르다’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말이다. ‘어르다’와 ‘으르다’는 소리가 비슷하다보니 헷갈리게 쓰는 사람이 많다. ‘얼르다’나 ‘을르다’로 아는 사람도 있다. ‘어르다’는 ‘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를 뜻한다.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란 의미도 있다. 하여 ‘잠을 재우려고 아기를 어르고 달랬다’ 따위로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어르다’는 상대를 그럴듯한 말로 만족시켜 꼬신다는 의미다. ‘어르다’는 어르고, 어르니, 얼러 등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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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귀 잡수시다 “한번 잡솨 봐. 다음날 아침에 반찬이 달라져. 애들은 가라.” 그 옛날 장날이면 찾아오는 ‘떠돌이 뱀장수’가 있었다. 뱀장수의 현란한 말과 차력 쇼에 정신이 팔려 늦도록 장터에서 놀다가 집에서 혼이 나곤 했다. 이젠 다 옛말이 되었지만. ‘잡솨 봐’는 ‘잡숴 봐’가 바른말이다. ‘먹다’의 높임말이 ‘잡수다’이고, ‘잡수다’의 존대어는 ‘잡수시다’이다. 우리말은 높임말이 발달해 있다. 한데 공손이 지나쳐 잘못 쓰는 높임말도 많다. ‘귀먹다’를 높여서 말한답시고 ‘귀 잡수시다’라고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귀 잡수시다’는 ‘귀를 음식으로 먹는다’란 뜻이다. 이땐 ‘먹다’에 ‘으시’를 넣어 ‘귀먹으시다’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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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십상과 숙맥 보통 그렇게 되기가 쉽다는 뜻으로 ‘쉽상’이 널리 쓰인다. 주로 ‘무엇하기 쉽상이다’ 꼴로 많이 쓴다. 순우리말일 것 같은 ‘쉽상’은 정작 사전에 없다. ‘쉽상’은 한자말 ‘십상’이 바른말이다. 사람들이 한자말인지도 모르고 우리말 ‘쉽다’에서 온 것으로 생각해 ‘쉽상’으로 쓰는 듯하다. ‘십상’은 십상팔구(十常八九)의 준말이다. ‘열에 여덟, 아홉으로 거의 예외가 없음’을 이른다. 요즘은 십중팔구(十中八九)란 말을 더 많이 쓴다. 한데 ‘십중팔구’는 ‘십상팔구’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제강점기 이전 문헌에서는 ‘십중팔구’란 표현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십상’이란 말은 지금도 자주 쓰지만 ‘십중’의 쓰임새는 없다. 하여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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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푸닥거리 옛날 군대에서 선임들이 후임들의 군기를 잡을 때면 으레 “푸닥거리 한번 하자”고 했다. 그러면 후임들은 바로 표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행동이 재빨라졌다. 최근 아들을 군에 보낸 선배 말에 따르면 요즘은 예전과 달라 일부러 군기 잡는다고 푸닥거리하는 일은 거의 없단다. ‘푸닥거리’는 무당이 하는 굿에서 유래된 말이다. 무당이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부정이나 살 따위를 푸는 것을 가리켜 ‘푸닥거리’라고 한다. ‘푸닥거리’를 ‘푸다꺼리’ ‘푸닥꺼리’로 잘못 아는 이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푸닥거리’는 한글맞춤법 규정에서 조금 벗어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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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볼 장 보다 ‘볼 장 보다’는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다’란 의미다. 일상생활에선 부사 ‘다’가 붙은 ‘볼 장 다 보다’꼴이 더 많이 쓰인다. ‘일 때문에 잠은 다 잤네’에서 보듯 ‘다’는 실현할 수 없게 된 앞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반어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볼 장 다 보다’는 ‘일이 더 손댈 것도 없이 틀어지다’란 뜻을 담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상황일 때 쓴다. 그런데 ‘볼 장’을 ‘볼 짱’ 또는 ‘볼짱’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볼 장’의 발음이 ‘볼 짱’이기 때문일 터다. 우리말에 ‘볼짱’이나 ‘짱’이란 명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