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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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궐련(卷煙) 정부가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올해 초 담뱃값을 인상했다. 그런데 잠시 떨어지는 듯하던 담배 판매량이 최근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담뱃값만 올라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담배를 ‘궐련(卷煙)’이라고 한다. 그런데 궐련의 한자가 좀 이상하다. ‘卷煙’을 한자음대로 읽으면 ‘권연’이 된다. 하지만 한자는 ‘卷煙’으로 쓰고 전혀 다른 음인 ‘궐련’으로 읽는다. 왜 그런 것일까. ‘궐련’은 ‘권연’에서 변한 말이다. 즉 ‘궐련’의 원말이 ‘권연’이다. 사람들이 ‘권연’보다는 ‘궐련’으로 발음하는 게 편해 ‘궐련’으로 읽으면서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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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외풍과 웃풍 춥다, 추워! 이제 겨울이다. 아파트가 오래돼서인지 문틈으로 겨울바람이 세차게 들어온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뒤늦게 ‘외풍’ 막는다고 문틈에 문풍지 붙이고, ‘웃풍’ 없앤다며 창문에 ‘뽁뽁이’ 바르고 난리를 떨었다. 그래도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외풍’ ‘웃풍’ ‘우풍’. 이들은 뜻이 서로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말이다. ‘외풍(外風)’은 한자말 그대로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말한다. 그래서 ‘외풍을 막기 위해 문틈 사이에 문풍지를 꼼꼼히 붙였다’처럼 쓰는 단어이다. 특히 ‘외풍’ 중에서도 좁은 틈으로 세차게 불어 드는 바람을 ‘황소바람’이라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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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깜’도 안된다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진 “깜도 안된다”란 말이 한때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는 한 후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깜이 안된다”란 발언으로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깜’, 무슨 뜻인가. 문맥상으로 ‘깜’이란 단어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깜’은 이야깃거리나 자격을 의미한다. ‘깜’은 많이 쓰이지만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자격을 갖춘 사람 또는 대상이 되는 도구나 사물을 뜻하는 우리말은 ‘감’이다. 신랑감, 장군감, 놀림감, 안줏감에서 보듯 ‘감’은 주로 명사 뒤에 붙어 접미사처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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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말이 헛나오다 “말이 헛나오는 바람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이 ‘말을 잘못하여 실수를 저지르다’는 의미로 ‘말이 헛나오다’란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헛나오다’란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나가다’란 뜻인 ‘헛나가다’가 ‘말이 헛나가다’라는 예문과 함께 표제어로 올라 있다. 사전에 따르면 ‘말이 헛나가다’가 보다 적확한 표현인 셈이다. 그러면 ‘헛나오다’는 틀린 말일까. ‘헛’은 일부 명사나 동사 앞에 붙어 새 단어를 만드는 접두사다. 명사 앞에 붙은 ‘헛’은 명사에 ‘이유나 보람 없는’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준다. 따라서 ‘헛이름’은 실속 없는 헛된 명성을 뜻하고, ‘헛고생’은 보람 없이 하는 고생을 가리킨다. 또 ‘헛바람’은 쓸데없이 부는 바람을, ‘헛웃음’은 마음에 없이 지어서 웃는 웃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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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오지랖과 오지라퍼 요즘 <코미디빅리그>의 새 코너 ‘오지라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지라퍼’는 이국주씨와 이상준씨의 남다른 입심 대결이 돋보이는 개그 코너의 제목이다. ‘오지라퍼’는 2007년 무렵 ‘오지랖’에 영어권에서 사람을 뜻하는 접사 ‘er’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일컫는다.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하지만 ‘오지랖’을 일상생활 속에서 앞자락이란 의미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지랖’은 ‘오지랖이 넓다’라는 관용구로 주로 쓰인다. ‘오지랖’은 남의 작은 어려운 일에도 마음이 아파 도와주려고 무던히 애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좋은 뜻으로 쓸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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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말빨? 말발! “죽을 각오로 말발을 세우는 자는 아무리 소수라 해도 두려운 법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발’을 찾으면 나오는 관용구다. ‘말발을 세우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발’은 말의 기세나 힘을 의미한다. ‘말’ 뒤의 ‘발’은 ‘기세’ 또는 ‘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끗발’ ‘물발’ ‘안주발’ ‘술발’ ‘오줌발’ 등이 그런 의미로 쓰인 것이다. 사람들이 ‘당당한 기세’란 뜻으로 많이 쓰는 ‘끝발’ 혹은 ‘끝빨’은 ‘끗발’이 바른말이다. 화투 같은 노름 따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가 ‘끗’이고 좋은 끗수가 잇따라 나오는 기세를 일컬어 ‘끗발’이라고 한다. 접미사 ‘발’은 ‘약발’ ‘사진발’ ‘조명발’ ‘화장발’ 따위에서 보듯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효과’의 뜻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말발’ ‘조명발’ ‘화장발’ 등을 ‘말빨’ ‘조명빨’ ‘화장빨’ 등으로 잘못 쓰는 이들이 많다. 접미사 ‘발’의 실제 발음이 ‘빨’이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비록 소리는 ‘말빨’ ‘화장빨’로 나더라도 글말로는 ‘말발’ ‘화장발’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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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쪼는 맛’ 요즘 텔레비전에서 ‘먹방(먹는 방송)’이나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가끔 본다. 그중에서도 케이블 채널인 코미디 TV의 <맛있는 녀석들>을 재미나게 보는 편이다. 당사자에겐 참기 힘든 벌칙이겠지만, ‘쪼는 맛’이라는 복불복 게임에 걸려 남들이 먹는 것을 구경만 해야 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너무 모진 생각인가. 아무튼 ‘쪼는 맛’은 어떤 맛일까? 화투 두 장을 포개어 놓고 있다가 뒷장이 붙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이며 패를 보는 행위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쪼다’에는 카드나 도박과 관련된 뜻이 전혀 없다. ‘쪼다’는 ‘닭이 모이를 쪼고 있다’에서처럼 알 수 있듯 ‘뾰족한 끝으로 쳐서 찍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혹은 좀 어리석어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이나 그런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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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꿀밤과 딱밤의 차이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딱밤’을 때리고, 맞는 장면을 가끔 본다. 그 장면을 보다보면 어릴 적 ‘수업시간에 장난치다’, ‘운동장에서 여학생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다’ 선생님에게 걸려 ‘땡꼬’를 맞던 일이 생각난다. ‘땡꼬’는 ‘꿀밤’의 영남 사투리다. 지역에 따라 ‘땅콩’ ‘딱콩’ ‘땡콩’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방언이다. ‘꿀밤’과 ‘딱밤’의 차이는 뭘까? 누구는 주먹으로 때리느냐, 손가락으로 때리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그럴듯하지만 아니다. ‘꿀밤’은 국어사전에 있는 말로 표준어 대접을 받지만, ‘딱밤’은 사전에 없는 말이란 것이다. 국립국어원 ‘묻고답하기’ 코너에도 ‘딱밤’의 표준어로 ‘꿀밤’이나 ‘알밤’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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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뉴스 ‘옥에 티’일까 ‘옥의 티’일까? 경향신문 교열부 김선경 기자가 연재하는 ‘알고 쓰는 말글’에서 골라 전해드립니다. ■‘옥에 티’와 ‘옥의 티’ ‘옥에 티’일까, ‘옥의 티’일까?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 하여도 작은 흠이 있다’란 뜻으로 쓰이는 속담은 ‘옥에 티’다. 그런데 말법대로라면 ‘옥의 티’가 맞는 말이다. 앞 명사가 ‘의’ 뒤에 있는 명사를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구조여서다. ‘하늘의 별 따기’ ‘그림의 떡’에서 쓰인 ‘의’가 그렇다. ‘옥에 티’는 ‘옥에 티가 있다’란 관용적 표현에서 서술어 ‘있다’가 생략된 것이다. ‘만에 하나’나 ‘열에 아홉’도 ‘만 개 가운데에 하나’ ‘열 개 중에 아홉’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관용적으로 ‘에’를 쓴다. 단순히 옥 속에 있는 티를 가리킬 땐 ‘옥의 티’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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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창간 69주년 10월6일은 경향신문 창간기념일이다. 지난 6일 경향신문은 ‘창간 69주년’을 맞아 사옥에서 ‘어떤 치우침이나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른 균형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을 하며 조촐한 자축연을 열었다. 우리는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해’를 헤아린다. 그런데 해를 세는 말 가운데 ‘주년(週年)’과 ‘주기(週忌)’의 쓰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사전의 뜻풀이만으로는 그 쓰임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할아버지 20주기’ ‘안중근 의사 순국 105주기’와 같이 쓸 수 있다. 반면 ‘주년’은 1년 단위로 돌아오는 해를 세는 말이다. ‘경향신문 창간 69주년’ ‘결혼 20주년’과 같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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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보름달과 슈퍼문 추석 연휴가 끝났다. 아내는 명절 준비로 많이 힘들었겠지만, 글쓴이는 모처럼 가족·친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이번 추석엔 휘영청 밝게 떠 있는 ‘보름달’도 봤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신문·방송들이 ‘보름달’을 ‘슈퍼문’이라 부르며 너무 요란을 떠는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신문·방송 탓인지 너 나 할 것 없이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한다. 이번 보름달이 여느 보름달과 다름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어느 때보다 크고 밝은 보름달’ 등으로 설명하면 될 텐데. 굳이 어려운 외래어를 써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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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향이네’를 아세요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독특하고 재미나는 사이트가 생겼다. 향이집(가족), ‘향이네’다. ‘향이네’의 ‘네’는 ‘집, 가족’을 의미한다. 이 접미사 ‘네’는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우선 ‘네’는 명사 뒤에 붙어 ‘같은 처지의 사람’이란 뜻을 더하는 말이다. ‘우리네, 남정네, 아낙네, 동갑네’가 그런 사례이다. 또한 ‘향이네’에서 보듯 ‘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사람이 속한 무리’나 ‘어떤 집안 또는 가족’임을 나타낸다. ‘철수네, 김 서방네, 아저씨네’가 그렇게 쓰인 것이다. ‘너네 둘이 어디 가니?’처럼 ‘너’에 ‘네’가 붙은 ‘너네’도 입말로 널리 쓰인다. 그런데 어떤 이는 ‘네’는 사람을 직접 가리키는 인칭대명사에 붙여 복수를 만드는 말이 아닐뿐더러 의미도 모호한 면이 있어 너네는 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너네’는 ‘너희’로 써야 한단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이네, 그네, 저네’가 대명사 ‘이, 그, 저’에 ‘네’가 붙어 굳어진 낱말로 사전에 있으므로 ‘너네’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과 ‘연세현대 한국어사전’에도 ‘너네’가 ‘우리네’와 함께 올라 있다. 우리말법에 어긋나는 말이 아니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