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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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국회의원 후보 ○○○ 국회의원 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인터넷상에는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알리는 홍보용 ‘국회의원 후보’ 사이트가 넘쳐난다. 한데 누구는 ‘○○○ 국회의원 후보’로, 누구는 ‘국회의원 후보 ○○○’으로 자신을 홍보한다. 어떤 후보는 이름을, 어떤 후보는 직함을 앞에 내세웠다. 무슨 차이일까?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표준언어예절>에 따르면 자신을 상대방에게 소개하면서 이름을 앞에 두고 직함을 뒤에 붙이는 것은 전통 언어예절에 어긋난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는 직함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게 예의다. 이름 뒤에 직함을 붙이면 상대방에게 자신을 높이는 게 된다. 따라서 ‘○○○ 국회의원 후보’보다는 ‘국회의원 후보 ○○○’처럼 자신을 소개해야 우리 언어예절에 맞는다. -
알고 쓰는 말글 ‘맞다’와 ‘맞는다’ “그는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근거하면 이 문장의 ‘맞다’는 말법에 어긋난, 잘못된 말이다. 이 문장에서 ‘맞다’는 ‘맞는다’로 써야 적절한 표현이 된다. ‘맞다’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이기 때문이다. 동사와 형용사는 같은 용언이지만 그 쓰임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 그중 하나가 형용사는 기본형(으뜸꼴)을 쓸 수 있지만 동사는 기본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 중에서도 역시 봄꽃이 최고로 아름답다’는 자연스럽지만 ‘그는 정말 우리말을 열심히 공부하다’는 어색한 것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쌔고 쌨다 “집에 장난감이 쌔고 쌔비렸는데, 또….” 글쓴이가 어릴 적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어머니가 자주 하던 말이다. ‘쌔고 쌔비렸다’는 경상도 지역에서 쓰는 방언이다. 주로 무엇이 ‘흔하고 많이 있다’란 의미로 쓰인다. ‘쌔고 쌔비렸다’의 표준어는 ‘쌔고 쌨다’이다. ‘쌔고 쌨다’는 동사 ‘쌔다’에서 나온 표현이다. ‘쌔다’는 ‘쌓이다’의 준말이다. ‘쌓이다’에서 ‘ㅎ’이 탈락하여 ‘싸이다’가 된 뒤 다시 ‘쌔다’로 줄어든 것이다. ‘쌔고 쌨다’는 ‘쌓이고 쌓였다’의 준말인 셈이다. 해서 ‘아직 눈이 쌓여 있다’나 ‘아직 눈이 쌔어 있다’는 같은 뜻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우려먹다 “같은 이야기를 한동안 우려먹었기 때문에 이제는 좀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겠어.” 이처럼 ‘우려먹다’는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골 등 음식 따위를 푹 고아서 국물을 만들어낼 때’도 ‘우려먹다’란 말을 쓴다. ‘우려먹다’는 동사 ‘우리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우리다’는 주로 ‘어떤 물건을 액체에 담가 맛이나 빛깔 따위의 성질이 액체 속으로 빠져나오게 한다’란 의미로 쓰인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우려내다’도 ‘우리다’에서 나왔다. 한데 ‘우려먹다’와 ‘우려내다’를 ‘울궈먹다’ ‘울궈내다’로 쓰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울궈먹다’와 ‘울궈내다’는 국어사전에 없다. 표준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성과금?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사용자에게 받는 보수를 ‘임금’이라고 한다. 여기엔 급료, 봉급, 상여금 따위가 있다. 최근 신문·방송에서 ‘공무원 성과급제 폐지’ 논란과 관련해 자주 접하는 ‘성과급’도 임금에 포함된다. ‘성과급’은 작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성과급’ 못지않게 ‘성과금’이란 말도 많이 쓰인다. 신문·방송도 어떤 곳에서는 ‘성과급’, 어떤 곳에서는 ‘성과금’이라고 한다. 성과급과 성과금은 뜻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 써도 되는 말일까. 국어사전엔 성과급만 올라 있다. 성과금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
알고 쓰는 말글 때려맞추다? “영어사전에 있는 발음기호대로 때려맞추다 보니 발음이 이상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이처럼 대충 헤아려서 어림짐작하다는 뜻으로 ‘때려맞추다’를 많이 쓴다. ‘때려맞추다’ 대신 ‘때려맞히다’로 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국어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지 않다. ‘때려 맞추다’ 따위로 띄어 써도 의미상 바른 표현이 아니다. ‘때려’는 ‘맞추다’와 서로 짝을 이루지 못한다. ‘때리다’의 활용형인 ‘때려’에는 ‘대충’이란 의미가 없다. ‘때리다’가 ‘때려’ 꼴로 쓰일 때는 ‘함부로 마구 ~하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때려 마시다’처럼 써야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땜빵’ 출연자 ‘에우다’라는 순우리말이 있다. ‘다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다’란 의미다. ‘에우다’와 비슷한 뜻을 지닌 말이 ‘때우다’이다.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대신하다’란 뜻이다. ‘ㅐ’와 ‘ㅔ’ 소리가 서로 비슷해서인지 ‘때우다’를 ‘떼우다’로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떼우다’는 사전에 없는 말로 비표준어다. ‘때우다’처럼 무엇인가를 대신한다는 의미로 ‘땜빵’이란 말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인다. 인터넷상에서 ‘땜빵 수업’ ‘땜빵 출연자’ 같은 글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땜빵’은 ‘빈자리를 대신하는 사람’을 뜻한다. -
알고 쓰는 말글 완전(?) 좋아 요즘 ‘완전’이란 말을 쓰는 사람이 많다. 아주 좋은 것을 보면 ‘완전 좋다’고 말한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정말 맛있어’라고 하기보다는 ‘완전 맛있어’라고 한다. 거의 모든 말 앞에 ‘완전’을 덧붙인다. 그러고 보면 ‘아주, 정말, 매우’ 자리를 ‘완전’이 꿰찬 듯하다. ‘완전’은 명사로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완전’은 동사나 형용사를 꾸미는 말로 사용할 수 없다. 하여 ‘완전 좋다’ ‘완전 사랑해’처럼 쓸 수 없다. 반드시 ‘완전 개방’ ‘완전 타결’처럼 ‘명사+명사’꼴로만 써야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어이없다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란 의미를 지닌 우리말은 ‘어이없다’이다. 그런데 오래전 한 조사에 따르면 이 ‘어이없다’가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말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적는다는 것이다. ‘어의’보단 ‘어이’로 발음하는 게 편하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그 이유를 ‘의’의 발음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표준발음법’ 제5항은 단어 첫음절 외의 ‘의’는 ‘의’로 발음함이 원칙이나 ‘이’로 발음함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의’는 ‘주의’로 발음함이 원칙이지만 ‘주이’로 발음해도 된다는 말이다. 해서 평소 ‘주의’로 쓰고 ‘주이’로 발음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어이없다’도 무의식중에 ‘어의없다’로 적는 듯하다. -
알고 쓰는 말글 물갈이 “국민은 정치권에 대해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를 원하고 있다.” 요즘 뉴스에 ‘물갈이’ ‘판갈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지난해 말엔 ‘표지갈이’ 교수가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갈이’는 낡거나 못 쓰게 된 부분을 떼어 내고 새것으로 바꾸어 대는 것을 말한다. 즉 ‘표지갈이’는 내용은 그대로인데 표지만 갈아 딴 책인 것처럼 출판한다는 뜻이다. -
알고 쓰는 말글 붉으락푸르락 너무 화가 나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을 감추기 힘들 때가 있다. 이때 ‘울그락불그락’이나 ‘불그락푸르락’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는 ‘붉으락푸르락’을 잘못 쓴 것이다. ‘붉으락푸르락’은 몹시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얼굴빛이 붉게 또는 푸르게 변하는 모양을 일컫는다. ‘울그락불그락’은 사전에 없는 말이고, ‘불그락푸르락’은 ‘붉으락푸르락’을 발음대로 적은 것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어줍은 실력 또 한 해가 시나브로 저물어간다. 12월31일, 오늘이 지나가면 2016년, 또 다른 해가 시작된다. ‘어줍은’ 우리말 실력으로 ‘알고 쓰는 말글’을 시작한 이후 벌써 다섯 번째 해를 맞는다. 글쓰기를 통해 글쓴이의 ‘어쭙잖은’ 우리말 실력을 제대로 알게 된 4년이다. ‘어줍다’는 ‘말이나 행동이 익숙지 않아 서툴고 어설프다’란 의미다. ‘어쭙잖다’도 비슷한 뜻으로 쓸 수 있다. 따라서 ‘어줍은 실력’이나 ‘어쭙잖은 실력’은 한뜻이다. 그런데 ‘아주 서툴고 어설프다’란 뜻을 지닌 말을 ‘어쭙잖다’가 아니라 ‘어줍잖다’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어줍잖다’는 ‘어쭙잖다’와는 뜻이 사뭇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