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최신기사
-
알고 쓰는 말글 과메기 겨울철 술안주로 과메기만 한 게 없다. 꽁치를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서 차게 말린 과메기는 본디 청어로 만들었다. 그런데 청어가 귀해지면서 꽁치가 청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지금에 이르렀다. 한데 최근 사라졌던 원조 ‘청어 과메기’의 생산량이 늘고 있다고 하니 미식가들이나 주당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과메기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과메기는 한자말 관목(貫目·건청어)에서 왔다고 한다. ‘목’의 포항지역 방언이 ‘메기’다. 포항지역에서 ‘관목’을 관메기로 부르다가, ‘ㄴ’이 소실되면서 과메기가 되었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관목에 ‘이’가 붙어 ‘관목이’가 되고 다시 ‘과목이’ ‘과뫼기’를 거쳐 과메기로 굳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
알고 쓰는 말글 대인배를 위한 변명 요즘 소인배(小人輩)의 상대어로 대인배(大人輩)를 쓰는 걸 종종 본다. 그런데 대인배란 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적확하게 말하면 ‘배(輩)’에 대한 거부감이겠다. 소인배, 폭력배, 불량배, 간신배처럼 ‘배’는 부정적인 말에 주로 붙여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배, 후배, 동년배, 연배에는 부정적인 어감을 찾을 수 없다. 여기에 인재가 계속하여 나온다는 의미를 지닌 배출(輩出)까지 고려하면 ‘배’에 부정적인 뜻만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배’는 무리를 이룬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일 뿐이다. ‘배’가 붙어 좋은 뜻이 나쁜 뜻으로 변한 것도 아니다. -
알고 쓰는 말글 궐련(卷煙) 정부가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올해 초 담뱃값을 인상했다. 그런데 잠시 떨어지는 듯하던 담배 판매량이 최근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담뱃값만 올라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담배를 ‘궐련(卷煙)’이라고 한다. 그런데 궐련의 한자가 좀 이상하다. ‘卷煙’을 한자음대로 읽으면 ‘권연’이 된다. 하지만 한자는 ‘卷煙’으로 쓰고 전혀 다른 음인 ‘궐련’으로 읽는다. 왜 그런 것일까. ‘궐련’은 ‘권연’에서 변한 말이다. 즉 ‘궐련’의 원말이 ‘권연’이다. 사람들이 ‘권연’보다는 ‘궐련’으로 발음하는 게 편해 ‘궐련’으로 읽으면서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외풍과 웃풍 춥다, 추워! 이제 겨울이다. 아파트가 오래돼서인지 문틈으로 겨울바람이 세차게 들어온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뒤늦게 ‘외풍’ 막는다고 문틈에 문풍지 붙이고, ‘웃풍’ 없앤다며 창문에 ‘뽁뽁이’ 바르고 난리를 떨었다. 그래도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외풍’ ‘웃풍’ ‘우풍’. 이들은 뜻이 서로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말이다. ‘외풍(外風)’은 한자말 그대로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말한다. 그래서 ‘외풍을 막기 위해 문틈 사이에 문풍지를 꼼꼼히 붙였다’처럼 쓰는 단어이다. 특히 ‘외풍’ 중에서도 좁은 틈으로 세차게 불어 드는 바람을 ‘황소바람’이라고 일컫는다. -
알고 쓰는 말글 ‘깜’도 안된다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진 “깜도 안된다”란 말이 한때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는 한 후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깜이 안된다”란 발언으로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깜’, 무슨 뜻인가. 문맥상으로 ‘깜’이란 단어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깜’은 이야깃거리나 자격을 의미한다. ‘깜’은 많이 쓰이지만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자격을 갖춘 사람 또는 대상이 되는 도구나 사물을 뜻하는 우리말은 ‘감’이다. 신랑감, 장군감, 놀림감, 안줏감에서 보듯 ‘감’은 주로 명사 뒤에 붙어 접미사처럼 쓰인다. -
알고 쓰는 말글 말이 헛나오다 “말이 헛나오는 바람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이 ‘말을 잘못하여 실수를 저지르다’는 의미로 ‘말이 헛나오다’란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헛나오다’란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나가다’란 뜻인 ‘헛나가다’가 ‘말이 헛나가다’라는 예문과 함께 표제어로 올라 있다. 사전에 따르면 ‘말이 헛나가다’가 보다 적확한 표현인 셈이다. 그러면 ‘헛나오다’는 틀린 말일까. -
알고 쓰는 말글 오지랖과 오지라퍼 요즘 <코미디빅리그>의 새 코너 ‘오지라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지라퍼’는 이국주씨와 이상준씨의 남다른 입심 대결이 돋보이는 개그 코너의 제목이다. ‘오지라퍼’는 2007년 무렵 ‘오지랖’에 영어권에서 사람을 뜻하는 접사 ‘er’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일컫는다.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하지만 ‘오지랖’을 일상생활 속에서 앞자락이란 의미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지랖’은 ‘오지랖이 넓다’라는 관용구로 주로 쓰인다. ‘오지랖’은 남의 작은 어려운 일에도 마음이 아파 도와주려고 무던히 애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좋은 뜻으로 쓸 수 있을 듯하다. -
알고 쓰는 말글 말빨? 말발! “죽을 각오로 말발을 세우는 자는 아무리 소수라 해도 두려운 법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발’을 찾으면 나오는 관용구다. ‘말발을 세우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발’은 말의 기세나 힘을 의미한다. ‘말’ 뒤의 ‘발’은 ‘기세’ 또는 ‘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끗발’ ‘물발’ ‘안주발’ ‘술발’ ‘오줌발’ 등이 그런 의미로 쓰인 것이다. 사람들이 ‘당당한 기세’란 뜻으로 많이 쓰는 ‘끝발’ 혹은 ‘끝빨’은 ‘끗발’이 바른말이다. 화투 같은 노름 따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가 ‘끗’이고 좋은 끗수가 잇따라 나오는 기세를 일컬어 ‘끗발’이라고 한다. 접미사 ‘발’은 ‘약발’ ‘사진발’ ‘조명발’ ‘화장발’ 따위에서 보듯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효과’의 뜻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말발’ ‘조명발’ ‘화장발’ 등을 ‘말빨’ ‘조명빨’ ‘화장빨’ 등으로 잘못 쓰는 이들이 많다. 접미사 ‘발’의 실제 발음이 ‘빨’이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비록 소리는 ‘말빨’ ‘화장빨’로 나더라도 글말로는 ‘말발’ ‘화장발’로 써야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쪼는 맛’ 요즘 텔레비전에서 ‘먹방(먹는 방송)’이나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가끔 본다. 그중에서도 케이블 채널인 코미디 TV의 <맛있는 녀석들>을 재미나게 보는 편이다. 당사자에겐 참기 힘든 벌칙이겠지만, ‘쪼는 맛’이라는 복불복 게임에 걸려 남들이 먹는 것을 구경만 해야 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너무 모진 생각인가. -
알고 쓰는 말글 꿀밤과 딱밤의 차이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딱밤’을 때리고, 맞는 장면을 가끔 본다. 그 장면을 보다보면 어릴 적 ‘수업시간에 장난치다’, ‘운동장에서 여학생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다’ 선생님에게 걸려 ‘땡꼬’를 맞던 일이 생각난다. ‘땡꼬’는 ‘꿀밤’의 영남 사투리다. 지역에 따라 ‘땅콩’ ‘딱콩’ ‘땡콩’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방언이다. ‘꿀밤’과 ‘딱밤’의 차이는 뭘까? 누구는 주먹으로 때리느냐, 손가락으로 때리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그럴듯하지만 아니다. ‘꿀밤’은 국어사전에 있는 말로 표준어 대접을 받지만, ‘딱밤’은 사전에 없는 말이란 것이다. 국립국어원 ‘묻고답하기’ 코너에도 ‘딱밤’의 표준어로 ‘꿀밤’이나 ‘알밤’을 제시하고 있다. -
기타뉴스 ‘옥에 티’일까 ‘옥의 티’일까? 경향신문 교열부 김선경 기자가 연재하는 ‘알고 쓰는 말글’에서 골라 전해드립니다. ■‘옥에 티’와 ‘옥의 티’ ‘옥에 티’일까, ‘옥의 티’일까?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 하여도 작은 흠이 있다’란 뜻으로 쓰이는 속담은 ‘옥에 티’다. 그런데 말법대로라면 ‘옥의 티’가 맞는 말이다. 앞 명사가 ‘의’ 뒤에 있는 명사를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구조여서다. ‘하늘의 별 따기’ ‘그림의 떡’에서 쓰인 ‘의’가 그렇다. -
알고 쓰는 말글 창간 69주년 10월6일은 경향신문 창간기념일이다. 지난 6일 경향신문은 ‘창간 69주년’을 맞아 사옥에서 ‘어떤 치우침이나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른 균형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을 하며 조촐한 자축연을 열었다. 우리는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해’를 헤아린다. 그런데 해를 세는 말 가운데 ‘주년(週年)’과 ‘주기(週忌)’의 쓰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사전의 뜻풀이만으로는 그 쓰임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주기’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할아버지 20주기’ ‘안중근 의사 순국 105주기’와 같이 쓸 수 있다. 반면 ‘주년’은 1년 단위로 돌아오는 해를 세는 말이다. ‘경향신문 창간 69주년’ ‘결혼 20주년’과 같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