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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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 보름달과 슈퍼문 추석 연휴가 끝났다. 아내는 명절 준비로 많이 힘들었겠지만, 글쓴이는 모처럼 가족·친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이번 추석엔 휘영청 밝게 떠 있는 ‘보름달’도 봤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신문·방송들이 ‘보름달’을 ‘슈퍼문’이라 부르며 너무 요란을 떠는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신문·방송 탓인지 너 나 할 것 없이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한다. 이번 보름달이 여느 보름달과 다름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어느 때보다 크고 밝은 보름달’ 등으로 설명하면 될 텐데. 굳이 어려운 외래어를 써야 하는지…. -
알고 쓰는 말글 ‘향이네’를 아세요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독특하고 재미나는 사이트가 생겼다. 향이집(가족), ‘향이네’다. ‘향이네’의 ‘네’는 ‘집, 가족’을 의미한다. 이 접미사 ‘네’는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우선 ‘네’는 명사 뒤에 붙어 ‘같은 처지의 사람’이란 뜻을 더하는 말이다. ‘우리네, 남정네, 아낙네, 동갑네’가 그런 사례이다. 또한 ‘향이네’에서 보듯 ‘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사람이 속한 무리’나 ‘어떤 집안 또는 가족’임을 나타낸다. ‘철수네, 김 서방네, 아저씨네’가 그렇게 쓰인 것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옥에 티’와 ‘옥의 티’ ‘옥에 티’일까, ‘옥의 티’일까?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 하여도 작은 흠이 있다’란 뜻으로 쓰이는 속담은 ‘옥에 티’다. 그런데 말법대로라면 ‘옥의 티’가 맞는 말이다. 앞 명사가 ‘의’ 뒤에 있는 명사를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구조여서다. ‘하늘의 별 따기’ ‘그림의 떡’에서 쓰인 ‘의’가 그렇다. ‘옥에 티’는 ‘옥에 티가 있다’란 관용적 표현에서 서술어 ‘있다’가 생략된 것이다. ‘만에 하나’나 ‘열에 아홉’도 ‘만 개 가운데에 하나’ ‘열 개 중에 아홉’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관용적으로 ‘에’를 쓴다. 단순히 옥 속에 있는 티를 가리킬 땐 ‘옥의 티’로 쓰면 된다. -
알고 쓰는 말글 벌초와 땅벌 ‘윙~윙~.’ 여기저기서 예초기 소리가 들린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산길마다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 게 눈에 띈다. 사는 게 아무리 바빠도 조상님 산소를 벌초하는 것을 빠트릴 순 없다. 예부터 민간에서는 처서(8월23일)에서 백로(9월8일) 사이가 벌초의 적기라 해 이때 벌초를 했다. 벌초(伐草)는 무덤의 풀을 베어서 깨끗이 한다는 뜻이다. 한데 벌초의 벌(伐)이 ‘칠 벌’자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조상을 모신 봉분을 깎는데 ‘칠 벌’자를 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금초(禁草)를 쓰기도 한다. ‘금초’는 잔디가 자라지 못하도록 풀을 베어 잘 보살핀다는 뜻이다. -
알고 쓰는 말글 싸가지를 위한 변명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이다. 언제부터인가 특정 지역의 방언에 지나지 않는 ‘싸가지’가 지역에 상관없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싸가지’는 ‘싹’에 접미사 ‘아지’가 붙은 꼴이다. ‘강아지, 망아지, 바가지’에서 보듯 ‘아지’는 ‘작은 것, 어린 것’을 가리킨다. 따라지(보잘것없는 사람), 모가지 등처럼 작은 것을 가리키되 비하하는 의미를 덧붙이기도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괴뢰와 꼭두각시 북한이 남북 고위급접촉을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하루 만에 다시 ‘괴뢰도당’으로 바꾸었지만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부른 것은 이명박 정부 이래 처음이다. 오래전엔 대한민국도 북한을 ‘북한 괴뢰(북괴)’라고 불렀다. 그땐 남북한이 서로를 ‘괴뢰 정부’라고 비난하던 시절이었다. 괴뢰(傀儡). 한자말이라 참 어렵다. 쉬운 말로 하면 ‘꼭두각시’다. ‘괴뢰’의 한자가 꼭두각시(허수아비) 괴(傀)와 꼭두각시 뢰(儡)다. ‘꼭두각시’의 ‘꼭두’는 한자말 곽독(郭禿)에서 나왔다. 곽독은 기괴한 가면이나 탈을 씌운 인형을 말한다. ‘곽독’이 우리나라에서 ‘곡독’ ‘곡도’로 받아들여졌고 이것이 ‘꼭두’로 변했다. 여기에 ‘각시’가 덧붙여지면서 ‘색시 인형’을 뜻하는 ‘꼭두각시’가 되었다. -
알고 쓰는 말글 ‘맞잡이’와 ‘라이벌’ “현장에서는 하루가 여삼추다.” 대통령이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바로바로 처리하라고 주무부서를 질타하며 한 말이다. ‘하루가 여삼추’는 하루가 3년과 같다는 의미로, 짧은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짐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하루가 열흘 맞잡이’ ‘일각이 삼추 같다’라고도 한다. 이들은 모두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지닌 우리 속담이다. 그런데 ‘맞잡이’란 단어가 좀 낯설다. ‘맞잡이’는 ‘서로 비슷한 셈이나, 무게, 부피’ 또는 ‘서로 힘이 비슷한 사람’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맞잡이’의 ‘맞’은 ‘맞담배’ ‘맞적수’ ‘맞바둑’ 따위에서 보듯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마주 보면서 하는’이나 ‘서로 엇비슷한’의 의미를 더한다. -
알고 쓰는 말글 휘뚜루마뚜루 우연히 재미나는 휴대폰 벨소리를 들었다. 제목이 ‘휘뚜루마뚜루’다. ‘휘뚜루마뚜루’는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후뚜루마뚜루’나 ‘휫두루맞두루’라고도 하는데 ‘휘뚜루마뚜루’만 표준어다. ‘휘뚜루’만 써서 ‘닥치는 대로 대충대충’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
알고 쓰는 말글 ‘역대’에 ‘역대급’은 없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상에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돌더니 최근엔 방송·신문 기자들도 아무 생각 없이 유행어처럼 따라 하고 있다. ‘역대급 미모’ ‘역대급 공연’ ‘역대급 선수’ ‘역대급 가뭄’…. 거의 모든 말 앞에 ‘역대급’이란 신조어가 수식어처럼 붙는다. ‘역대급’을 ‘최고’나 ‘최악’ 정도의 뜻으로 알고 쓰는 듯하다. -
알고 쓰는 말글 칠색 팔색과 질색팔색 ‘몹시 싫어하거나 꺼리며 놀람’이란 의미로 쓸 수 있는 표현이 ‘질색하다’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질색팔색’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질색팔색’이란 단어가 없다. 다만 ‘칠색(七色) 팔색 하다’가 관용구로 올라 있다. 이는 얼굴색이 7가지로 변할 만큼 매우 질색을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인지 ‘질색팔색’은 틀린 말 내지는 재미 삼아 만든 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질색팔색’은 우리말 조어법에 맞지 않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질색팔색’은 ‘질색’에 ‘팔색’이 붙은 단어로 볼 수 있다. 이때 ‘팔색’은 국어사전에 없지만 운율을 맞추기 위해 이용된 것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 -
알고 쓰는 말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한 지역에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제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기림일’이란 용어가 마뜩잖다. 기억에서 사라진 ‘위안부 기림비’까지 되살아나 영 언짢다. ‘기림일’은 기리다의 명사형 ‘기림’에 날을 뜻하는 ‘일’을 붙여 만든 말이다. ‘기리다’는 ‘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 따위를 칭찬하고 기억하다’란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위안부 할머니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일제가 저지른 만행은 규탄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기리는 날을 만들다니 그 무슨 당찮은 소린가. -
알고 쓰는 말글 ‘여지껏’은 왜 표준어가 될 수 없을까 한 선배가 ‘여지껏(여직껏)’이 틀린 말이고 왜 그런지 이유까지 설명할 줄 알면 우리말 실력이 상위 1% 내에 드는 사람이란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지껏(여직껏)’을 표준어로 아는 사람이 많다. ‘여지껏(여직껏)’은 ‘여태껏’을 잘못 쓴 말이다. ‘이제껏’이나 ‘입때껏’도 ‘여태껏’과 같은 의미다. 그런데 ‘여지껏’과 ‘여직껏’은 왜 틀린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