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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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정권이 존립할 수 없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가스전을 발표했을 때 엄청난(?) 내용보다 그 발표에 대한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에 더 놀랐다. 아마도 지지율 상승과 국면 전환을 기대, 대통령이 직접 ‘동해 석유가스’ 국정브리핑을 했을 터이다. ‘매장량 최대 140억배럴’, ‘2200조원 가치’라는 어마한 장밋빛 발표는 잠시 주식시장을 격동시켰을 뿐 지지율에는 외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동해 석유가스전 발표’가 대통령 직무수행의, 긍정이 아닌 부정 평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수행한 미국 업체의 석연찮은 정체, 호주 에너지 대기업이 ‘장래성이 없다’고 철수한 사실 등이 드러나 대통령 발표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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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부끄러움을 모르면 못할 짓이 없다’ 지난 주말 용산 대통령실의 ‘일개 비서관’ 인사에 두 번 놀랐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에 박근혜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었던 정호성(당시 부속실 비서관)이 기용된 기괴한 모양에 경악했고, 그가 맡은 업무가 국민 공감과 국민 소통이라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검사 윤석열’이 구속 수사해 엄벌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을, ‘대통령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실 참모로 불러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이 “지독한 자기부정”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러니 ‘탄핵 과정 예습용’이란 조롱이 반향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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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문다 22대 총선 뒤풀이가 요란한 가운데 무감하게 잊히는 정당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본령인 정의당이다. 지난주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이름 없는 ‘기타 정당’으로 분류될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집권’을 꿈꾼 게 엊그제인데,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총선 일주일 전 117명의 지식인들이 녹색정의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없는 한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녹색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터이다. 그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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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돌이켜보면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만큼 정권심판 민심을 표징하는 것도 없다.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조기 종식’ 구호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 만큼 심판 민심은 매서웠다. 여당이 108석으로, 간신히 탄핵 저지선을 지켰지만 내용상으론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임’에 가깝다. 내각제 같으면 총리가 물러나고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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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정치사에 남을 기막힌 반전이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혁신당) 현상’까지, 가로놓인 시간은 4년여다. 그새 2020년 21대 총선이 있었고, 2022년 대선을 치렀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 더불어민주당은 그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 심판의 씨를 뿌린 덕(?)에 그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조국 사태’의 주인공은 사법처리가 진행되어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식의 시선에선 ‘조국의 정치’는 끝나 보였다. 그간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민주당은 이재명당으로 재편을 가속해왔다.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까지 내세워 비명에 이어 친문 세력까지 배제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사실상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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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재명 대표, ‘이기는 길’로 가고는 있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준위성정당’을 채택하면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기대했다. ‘이기는 길’인지는 몰라도 ‘멋지게’는 턱없다. 이 대표의 긴급 회견이 난감한 수사로 가득한 것은 대선 공약을 뒤집는, 명분 없는 위성정당을 설명하기가 그만큼 구차했기 때문일 터이다. 위성정당을 작정한 순간 준연동형을 선택하는 건, 용이한 일이다. 병립형과 비교해 의석 손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통합’비례정당 등의 명분은 견강부회일 뿐이다.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범진보진영의 플랫폼 정당’ 등을 내걸고 위성정당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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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욕망의 정치, 윤 대통령의 ‘싸구려 포퓰리즘’ 서울 노원구의 28년 된 아파트에 사는 자영업자 구보씨는 요즘 희망에 부풀어 있다. 대통령이 직접 파격적인 재건축 완화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구보씨에게 재건축은 계층 상승의 유일한 사다리다. 구보씨는 쏟아지는 자영업자 대책이 좀 기껍다. 재난지원금 상환도 면제됐고, 은행 대출이자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전기료도 감면받고, 세금 납부기한도 연장됐다. 조만간 신용사면도 해준다고 한다. 다 총선 때문이겠지만, ‘내 코가 석 자’인 마당에 흔들리는 마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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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전쟁 같은 양당 정치, 신당이 허물길 검투사 정치,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다운 레토릭이다. “상대 정치 세력을 악의 상징, 빌런을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 정치”, 거대 양당의 전쟁 같은 정치의 본질을 꿰뚫은 면이 있다. 검투사 정치에서는 오로지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검법만 존재한다. 거기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기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가 설 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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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재명 방탄의 ‘개미지옥’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은 가결 같은 부결로 끝났다. 지도부가 장담한 “압도적 부결”과는 딴판이다. 늘 단일대오와 침묵의 소용돌이에 익숙해진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가히 충격적인 결과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도 161표의 반대표가 나왔다. 민주당 의석만도 169석인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심지어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많았다. 민주당이 자부하는 단일대오가 무너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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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너무도 강박적인 ‘윤석열당’ 만들기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대리 통치’의 방편인 윤핵관들 중 보수정치의 미래로 운위할 만한 인물은 일도 없다.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연고나 ‘충심’을 빼고는 달리 정치적 자산이랄 게 없다. 맹목적 추종과 절대 옹위로 무장한 윤핵관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당권’을 만들기 위해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 당심도, 민심도 잡지 못하는 ‘친윤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명분과 절차도 팽개친 채 온갖 편법과 린치를 동원해 경선지형을 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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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수상한 ‘개혁 장사’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는 허망했다. 9분가량 낭독한 1971자(字)짜리 신년사는 노동개혁을 빼고는 껍데기뿐이었다. 경제위기 타개의 요체로 수출과 미래전략기술을 제시하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대한 거친 구상을 밝힌 게 전부다. “1년에 한 번 하는 노변정담 느낌”(대통령실 관계자), 턱없다. 노조를 기득권으로 공격하고, ‘노사 법치주의’를 앞세운 윤석열표 노동개혁의 본색을 확인한 게 그나마 알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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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방탄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권력은 세다. 국회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대표라서만이 아니다. 대선 낙선자로선 역대 최다 득표를 했다. 명분 약한 당대표 경선에 나서 77.77%의 경이로운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은 ‘친명계’가 완전히 장악했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이 큰 강성 팬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실로 야당 대표로서 넘사벽의 지배력을 구축했다. 과거 양김(김영삼·김대중)도 야당 총재 시절 이만한 권력을 누린 적이 없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야당에는 견제와 대안 역할을 하는 비주류가 건재했다. 지금 민주당에는 비주류라 할 세력이 없다. 이 대표는 야권의 언터처블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