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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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평생 여당 할 것 같은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론’은 괜한 허장성세가 아니다. 뼈아픈 좌절을 거름삼아 절치부심 다져온 소신이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10년 만에 정권을 뺏긴 후 우리가 만든 정책과 노선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정권을 뺏기면 절대 안 되겠구나 각오를 다졌다.” 그럴 만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임 정부의 정책과 노선은 죄다 뒤집히고 초토화됐다. 오죽하면 임기 내내 펄럭거린 깃발이 ‘ABR’(Anything but Roh·노무현과 반대라면 무조건 괜찮다)이었다. 대체로 집권세력의 이념과 가치가 투영된 ‘개혁’ 정책은 반대 정부에서 1순위로 청산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설득과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 제도적으로 추진된 ‘개혁’이어야 반대 정부라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독선으로 밀어붙인 개혁은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때 오히려 반동의 도구로 이용되기 십상이다. 정권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교육개혁’이 한 번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이유다. 역사에서 반복되는 개혁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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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지역주의 관뚜껑을 덮어라 심지어 소 잡는 칼이냐, 닭 잡는 칼이냐를 두고 다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싸움이 날로 치졸해지고 있다. 능력 배틀이라면 국무총리·당대표(이낙연)와 경기지사(이재명)로서 거둔 성취를 놓고 견줘야 한다. ‘누가 더 큰 칼을 찼었느냐’를 대거리할 일이 아니다. 집권여당의 경선에서 노선과 비전 경쟁은 간데없다. 미래 담론이 실종된 자리에 과거 파헤치기와 저열한 인신공격만 가득하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까지 끌어들여 적통과 서얼을 가리는 시대착오적 족보 논쟁을 벌이더니, 급기야 수천년 전 ‘백제’를 지역주의로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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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윤석열의 우파본색 예상보다 강경 보수본색을 드러낸,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격문을 방불케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사표가 환기시킨 장면이 있다. 2019년 7월8일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성향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이 ‘코드 인사’를 집중 문제 삼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어에 나섰다.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하고, 주적은 북한이고, 국가보안법도 필요하고. 실질적으로 평가하면 보수 쪽에 가까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는 오히려 먼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웃음으로 대신하려는 윤석열 후보자에게 백 의원은 한 번 더 묻는다. “본인의 성향이 민주당과 일치하거나 문 대통령과 일치하는 건 아니죠?” 윤석열의 대답은 간명했다. “그렇습니다.” 윤석열은 애초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와 친연성이 없는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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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변화하지 않으면 훅 간다, ‘이준석 효과’ 솔직히 “한때 스쳐가는 바람”일 줄 알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연공서열이 두꺼운 보수정당 당대표 경선에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30대 ‘0선’이다. 당내 선거의 필수 자원인 조직, 계파, 지역, 자금 어느 하나 변변하지 못하다. 여의도 문법과 정면으로 반하는 정치인 자격 시험, ‘정치적 올바름’ 폐기를 출마선언문에 못 박았다. ‘싸가지’ 없는 말투와 태도는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엄연한 보수정당 당원들과 상극이다. 경력도, 선거 밑천도, 정책도 빈약하고 허술한 1985년생 이준석 후보는 한 달 만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주인공이 되었다. “동네 뒷산만 다녔다”(주호영 후보)고 조롱받던 ‘벼락 정치인’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할 판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걸 꼰대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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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인사청문회를 탓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검증 실패가 아니다”라며 무안주기식 인사청문회를 탓하는 순간, 어쩌면 결말은 정해졌다. ‘국민 눈높이’를 앞세우던 여당 지도부가 먼저 물러섰다. 의원총회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회에 3명의 ‘논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임명 수순에 들어간 꼴이다. 그나마 재송부 시한을 나흘로 주고 뜸을 들이는 건 일방독주에 대한 여론 악화가 부담스럽기 때문일 터이다. 다분히 구색 갖추기 느낌이 강하지만, ‘재송부 시한’ 동안 인사 역주행을 스톱시킬 일말의 기회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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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민주당이 호명한 ‘샤이 진보’의 고백 ‘생태탕 선거’가 끝났으니 고백해도 되겠다. 호남 태생이고 586인 서울 시민 구보씨는 처음으로 ‘민주당’을 찍지 않았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도 주저없이 1번을 찍었던 구보씨다. 정부·여당이 마냥 미더웠던 건 아니다. 그때도 이미 부동산 정책은 실망스러웠고, 스멀거리는 위선과 오만의 행태는 볼썽사나웠다. ‘조국 사태’의 포연도 자욱했다. 그러함에도 1번을 거리낌 없이 선택한 건 ‘태극기 세력’과 손잡고 심판론만을 외치는 꼴통 보수당을 대안으로 찍을 수는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다. 5·18망언은 확인사살이었다. 구보씨는 ‘최악’을 응징하기 위해 주저없이 1번을 찍었다. 민주당의 180석 압승에는 팬데믹 위기 상황이 작용했지만, 형편없는 야당 ‘복’도 한몫을 했다. 야당의 반대와 발목잡기를 핑계 삼지 못할 절대의석(180석)을 확보했으니, 구보씨는 이제 잘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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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윤석열 현상’의 음영 ‘정치인 윤석열’을 놓고 여론은 매우 분열적·대립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에 대해 ‘적절’ 48.0%, ‘부적절’ 46.3%로 팽팽히 갈렸다(5일 리얼미터 조사). 윤석열의 대선 출마를 두고는 ‘찬성’ 45%, ‘반대’ 42%로 나뉘었다(11일 케이스탯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 윤석열이 대선에 출마하면 국민의힘으로 나오든 제3지대로 나오든 ‘찍겠다’(45.2%, 45.3%)와 ‘찍지 않겠다’(47.1%, 46.1%)로 첨예했다(11일 리얼미터 조사).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뾰족하게 두 쪽 난 여론이다. 민감한 정치 현안 여론조사에서 응답이 반반(半半)으로 쪼개지는 건 드문 일이다. 기본적으로 무당파가 20% 안팎인 상황에서 ‘모름/무응답’이 상당 비율 존재하기 마련이다. 윤석열 변수는 중간과 회색이 설 땅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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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그때 그사람들의 ‘삽질’ 경쟁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진성은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는 “나만 뉴페이스”라고 자부했다. 실제 박원순 시장을 탄생시킨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조연 인물들이 여야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등판했다. 여야의 유력 후보(더불어민주당 박영선·우상호,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가 죄다 10년 전 선거에 등장했던 ‘그때 그 사람들’이다. 달라진 건 열 살이 더해진 나이뿐이다. 한국 정치의 지체를, 세대교체와 충원의 실패를 이토록 강렬히 증거하는 선거 대진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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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낙연 사면론’이 십리도 못 간 까닭 이쯤이면 ‘말한’ 사람이 정말 뻘쭘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신년 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사면 논란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의 사면을 신년 벽두에 꺼낸 정치인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사면=국민통합’의 논리를 공박한 꼴이다. 예상보다 세게 ‘이낙연 사면론’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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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백신 전쟁’에서 뒤처지면 “절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돌연 출마를 선언했다. 뜻밖에도(?) 결심을 바꾼 이유를 “정부의 백신 구매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했다. ‘바보야, 문제는 백신이야.’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 이어 유럽연합 27개국이 주말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30여개 나라가 연내에 백신을 접종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백신 없이 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궁지다. 정부의 책임을 추궁할 수밖에 없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안팎으로 쏟아지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거친 확산세에 철옹성 같던 방역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K방역은 모든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감염 의심자를 대상으로 ‘신속 검사-역학 추적-격리 치료’를 한 틀로 해 이뤄지는 방역 시스템이다. 지금처럼 확진자가 급증하고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지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국내 확진자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해 내년 봄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에 이를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거리 두기는 봉쇄 수준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봉쇄의 터널을 건너가려면,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돼)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인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K방역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을 때, 충분한 백신을 확보해 코로나를 종식시킬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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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공항정치’의 요술 집단 학습기회 한때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불린 무안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세우는 건 애초 무모한 짓이다.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는 무안공항 못잖게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받는 새만금국제공항이다. 정상대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면 탈락할 사업이다. 정부가 지난해 시·도별로 ‘예타 면제’ 특혜 사업을 선정할 당시 전북도가 ‘사업비는 최대, 경제성은 최악’인 새만금공항을 신청한 건 예견된 일이다. 더욱이 새만금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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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차라리 윤석열을 잘라라 분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연속된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행사, 여당 의원들의 파상 공세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다. ‘정무 감각이 없다’던 윤 총장은 대검 국감에서 능란하게 ‘정치’를 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소환해 사퇴 압박을 일축한 대목에서 도드라진다. 윤 총장은 청와대가 정당성을 부여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 ‘부당’의 딱지를 붙였다. 그러면서 거취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와 쐐기를 박았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다.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했다.” 현직 대통령의 비공식 메시지를 TV로 생중계되는 국감 현장에서 공개해 사퇴론을 되받아친 셈이다. 이렇게도 돌려 말했다. “거취 문제는 아직 임명권자의 말씀이 없다. 압력이 있더라도 할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임명권자의 ‘말씀’이 없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