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권모
칼럼니스트
최신기사
-
양권모 칼럼 ‘백신 전쟁’에서 뒤처지면 “절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돌연 출마를 선언했다. 뜻밖에도(?) 결심을 바꾼 이유를 “정부의 백신 구매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했다. ‘바보야, 문제는 백신이야.’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 이어 유럽연합 27개국이 주말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30여개 나라가 연내에 백신을 접종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백신 없이 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궁지다. 정부의 책임을 추궁할 수밖에 없다.
-
양권모 칼럼 ‘공항정치’의 요술 집단 학습기회 한때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불린 무안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세우는 건 애초 무모한 짓이다.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는 무안공항 못잖게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받는 새만금국제공항이다. 정상대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면 탈락할 사업이다. 정부가 지난해 시·도별로 ‘예타 면제’ 특혜 사업을 선정할 당시 전북도가 ‘사업비는 최대, 경제성은 최악’인 새만금공항을 신청한 건 예견된 일이다. 더욱이 새만금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
양권모 칼럼 차라리 윤석열을 잘라라 분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연속된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행사, 여당 의원들의 파상 공세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다. ‘정무 감각이 없다’던 윤 총장은 대검 국감에서 능란하게 ‘정치’를 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소환해 사퇴 압박을 일축한 대목에서 도드라진다. 윤 총장은 청와대가 정당성을 부여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 ‘부당’의 딱지를 붙였다. 그러면서 거취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와 쐐기를 박았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다.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했다.” 현직 대통령의 비공식 메시지를 TV로 생중계되는 국감 현장에서 공개해 사퇴론을 되받아친 셈이다. 이렇게도 돌려 말했다. “거취 문제는 아직 임명권자의 말씀이 없다. 압력이 있더라도 할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임명권자의 ‘말씀’이 없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
양권모 칼럼 ‘태도 보수’와 ‘싸가지 없는 진보’ 소위 ‘태도 보수’의 저작권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있다. 대선 패배의 암울이 짙게 드리우던 2012년 12월31일 당시 이낙연 의원은 ‘제3세대 민주당을 준비해야 합니다’라는 개인 성명을 발표한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태도 보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태도 보수’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을까.” ‘태도 보수’로 변주되었지만, ‘싸가지 없는 진보’를 대선 패인으로 꼽은 것이다.
-
양권모 칼럼 국민의힘, 먼저 극우 세력과 결별하라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꾼다. 강경 보수의 색채를 들어내려 이념색 없는 당명을 택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당명에서 ‘당’도 빠졌다. 탈이념과 실용 정당으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통합당이 새 당명에 그 지향을 반영하려 한 결과일 터이다. 격세지감이다. 엊그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회의실 배경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기치를 당당히(?) 내세울 만큼 통합당은 유연해졌다, 유연해지려 하고 있다.
-
양권모 칼럼 서울은 여전히 만원이다 아무리 땅을 넓히고 주택 공급을 늘려도 서울은 만원(滿員)일 수밖에 없다. 사람 나면 서울로 가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시절부터 ‘서울은 만원’이다. “서울은 넓다. 아홉(현재 스물다섯) 개의 구에 가, 동이 대충 잡아서 380개(현재 522개)나 된다. 굉장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넓은 서울도 370만명(현재 972만명)이 살아 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늘어서지만 연년이 자꾸 모자란다.”(1966년 이호철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
-
양권모 칼럼 이러면 부동산이 정권을 잡는다 그때의 기시감이 엄습한다. 참여정부 시절 2004년을 기점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국정 동력이 급속히 소진한 때다. 민생의 핵심인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정권은 순식간에 위기에 빠진다. 당시 여당이 2007년 대선에서 500만표 차이의 참패를 당한 데는 분명 ‘부동산 실패’도 자리하고 있다. 급기야 여권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트라우마’가 소환되고, 사과에 인색한 여당 대표가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작금의 부동산 민심이 사납다.
-
양권모 칼럼 국가보안법은 살아 있다 국가보안법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 그걸 확인시키는 기록이다. 그는 정당 행사에서 민중가요를 제창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지난 5월14일 유죄가 확정되었다. 2012년 옛 통합진보당 행사인 출마자 결의대회에서 ‘혁명동지가’를 제창한 게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혁명동지가 제창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며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제 삼은 ‘혁명동지가’는 가수 백자가 1991년 만든 민중가요로 그간 진보 행사에서 수없이 불렸던 노래다. 수도권 유일의 진보정당 3선 기초의원인 안소희 파주시의원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중형에 처해졌고, 시의원직을 잃었다. 시인 김수영이 “김일성 만세”를 인정할 수 있어야 언론자유의 출발이 이뤄진다고 갈파한 때가 60년 전이다. 아직도 만주의 무장독립투쟁을 형상화한 민중가요를 제창했다고 보안사범이 되고 시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세상이다.
-
양권모 칼럼 정의당은 거리로 돌아가야 한다 벌써부터, 정의당이 보이지 않는다. 의석 분포가 질적으로 달라진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깃털처럼 가볍다. 진보정당의 공간은 2004년 원내 진출 이후 가장 협소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독자적으로 패스트트랙이 가능한 절대 의석을 확보했고, 미래통합당은 야당 지위를 독점했다. 두 당의 의석을 더하면 전체 의석의 94%로 역대 최대치다. 20대 국회에서는 6석의 정의당이 법안 심의와 협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성과를 낼 수도 있었지만, 21대 국회의 6석짜리 정의당에는 그럴 여지가 ‘전혀’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양권모 칼럼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를 안 하면” 마침내, 어느새, 21대 총선 투표날이다. 코로나19가 드리운 잿빛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지독한 ‘깜깜이’ 선거였다. 3대 총선(1954년)부터 투표에 참여해온 구보씨는 여태 이렇게 조용한(?) 선거는 처음 봤다고 토로한다. 지역구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아파트 단지에 살지만, 선거기간 후보를 본 것은 딱 두 차례였다. 그것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조차 읽을 수 없다. 점퍼 색깔로서야 어느 당 후보인지를 구분할 따름이다. 다시 출마한 현역 의원은 그나마 어떤 인물인지 가늠하지만, 새로 나온 신인은 도통 알 도리가 없다. 누구를, 왜 공천했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선택해야 할 판이다. 선거일이 닥쳤지만, 구보씨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무력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적잖다.
-
양권모 칼럼 ‘위성정당’은 빼고 선거제 개혁을 향한 기나긴 도정을 돌이켜보면 너무도 허망한 결말이다. 천신만고 끝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 목표는 무너지고 증발했다.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의 ‘도둑질’을 노린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전용 위성정당 때문이다. 기득권 거대 정당에 불리한 선거제 개혁을 꼼수와 변칙의 ‘위성정당’ 협공으로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더티한 승리’ 혹은 ‘원칙 없는 패배’만을 택한 나쁜 정치다.
-
양권모 칼럼 야당 복 vs 여당 복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했을 때마다 나온 반성문의 8할은 “오만과 독선”에 대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 출범 해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 정도를 빼고는 이변이 아닌 경우가 없었다. 여론조사에도 잡히지 않던 표심이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막상 뚜껑을 여는 순간 판을 뒤집어엎은 결과다. 이변의 연속에서도 검증된 철칙이 있다. ‘선거는 오만한 쪽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