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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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기억 속의 안철수’가 달라질까 기습이었다. 안철수가 세밑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단일후보”로 나서겠다고 했다. 선공을 당한 103석 제1야당은 우왕좌왕했다. 1987년 ‘1노3김’ 대선부터 단일화는 말 꺼낸 쪽이 주도권을 선점했다. 모를 리 없는 정치공력 50년의 김종인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단일후보? 누가 인정했어?” 그러곤 국민의힘에 들어올지 물었다. 안철수는 입당·합당엔 고개 젓고, “이 정권에 분노한 서울시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또한 복잡한 말이다. 여론조사를 모든 시민에게 할지 보수야당 지지자만 할지, 적합도·경쟁력 중에 뭘 물을지 수싸움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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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법치 vs 윤석열의 정치 잔물결과 큰 물결을 파란(波瀾)이라 한다. 구불구불 꺾인 일엔 곡절(曲折)이 서린다. 현대사에서 이렇게 길고 독한 싸움은 흔치 않았다. 꼬박 1년을 달린 ‘추·윤 대전’이 윤석열의 판정승, 추미애의 KO패로 일단락됐다. 파란과 곡절 끝에 직무정지·징계를 놓고 세밑에 충돌한 두 사람이 연승·연패로 갈린 것이다. 그 열흘 사이 대통령은 검찰총장 첫 징계에 “송구한 맘”을, 사법부 판결 후 “사과 말씀”을 국민에게 전하고 검찰권 행사의 절제를 지시했다. 윤석열의 ‘판정승’엔 송사에서 이기고 국정 최고책임자와 척진, 결코 순탄치 않을 앞길이 절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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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정권의 운명을 가를 ‘대통령의 12월’ 180석 공룡여당이 출현한 4·15 총선이 일곱달 전이다. 대통령이 71% 지지율로 4년차 국정을 열고, 수도권 압승을 ‘주류 교체’로 보는 눈도 많던 때였다. 민심은 변화무쌍하고 매섭다. 세 계절도 채 지나지 않은 12월 초입, 대통령 지지율 40%가 무너졌다(한국갤럽 39%, 리얼미터 37.4%). 이솝우화 속 토끼·거북이처럼, 한참 앞서가던 거여(巨與) 지지율이 제1야당에 덜미 잡힌 조사도 나왔다. 갑자기 야당이 빨라져서도 아니다. 집권세력이 제 발로 돌부리에 걸려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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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름 불러달라는 사람들 대통령 연설에 이따금 등장하는 게 있다. 한 사람씩 이어가는 호명(呼名)이다. 말하는 사람은 비장해지다 이내 목젖이 젖고, 듣는 사람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호명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다. 지난 6일 소방의날 기념식에선 인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20명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속엔 지난해 10월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 영결식에서 직접 호명했던 소방관 5명도 들어 있었다. 취임 첫해엔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5·18 민주열사 4명(박관현·표정두·조성만·박래전)을 호명했고,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 6명(동풍신·윤희순·곽낙원·남지현·박차정·정정화)을 소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이름을 불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사고 33일 만에 사과 연설을 하며 10명의 의인을 호명했다.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업적을 예우하는 데 이 이상 안성맞춤인 것도 없다. -
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시간, 추미애의 시간은 끝났다 취임 닷새 만이었다. 지난 1월8일, 추미애 법무장관의 첫 인사는 빠르고 직선이었다. 대검의 윤석열 사단을 바로 겨누고 해체시켰다. 조국 수사로, 검찰개혁 착점이 달라 다섯 달째 앙앙불락해온 집권당과 서초동의 대치가 ‘추·윤 대전’으로 리셋된 날이다. 집요하고 팽팽했다. 어느덧 만추, 두 사람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사이가 됐다. 추 장관은 7월 검·언 유착 사건에서, 10월 라임펀드·가족 의혹 사건에서 연거푸 윤 총장의 손발을 묶는 수사지휘 카드를 던졌다. 대검 감찰부엔 ‘기승전-윤석열’로 귀착될 감찰 지시를 쏟아냈다. 걸리면 징계하고, 끝을 보겠다는 ‘닥공’이었다. 윤 총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라고 받아쳤고, 10월 국감에선 “수사지휘는 위법하고,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두 사람의 눈빛과 언성에선 “살을 베이더라도 상대의 뼈를 치겠다”는 검객의 결기가 비친다. 멈추라는 총리 경고도 귓등으로 흘리는 모질고 긴 반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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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핼러윈 쌍공포 “어서 와. 코로나 핼러윈은 처음이지?” 서울시가 27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4개의 포스터는 한눈에도 섬뜩하다. 호박귀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속에서 웃고 있고, 캐스퍼 유령과 마귀는 흑색 띠를 두른 영정 액자에 넣었다. 그 밑엔 핼러윈을 즐기다가 ‘진짜 무서운 축제’나 ‘진짜 유령’이 될 수 있다는 글이 달렸다. ‘나는 네가 10월31일에 할 일을 알고 있다’는 패러디도 보인다. 혹여 31일 ‘불토의 핼러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 경각심을 한껏 높인 포스터들이다. -
여적 여러 빛깔의 ‘고문’ 정당 당헌이나 기업·협회·사회단체·법인의 정관에 ‘위촉할 수 있다’고 둔 자리가 있다. ‘꼭’은 아니고 십중팔구는 둘 수 있다고 열어놓은 직책, 고문(顧問)이다. 국어사전에는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자문에 응해 의견을 제시하고 조언하는 직책이나 사람’이라고 쓰여 있다. 상임·비상임으로 갈리고, 명예직도 있고, 조직에 따라서는 변호사·회계사·노무사 같은 전문직 앞에 ‘고문’을 붙이기도 한다. 때로 동창회·종친회나 작은 골목 모임에도 고문이 있다. 예우하거나 관행이거나 필요해서 모실 사람에게 주는 특전과 명함이다. -
여적 V자 회복, K자 회복 경기나 일자리 동향은 보통 알파벳으로 표현된다. 하강했다 바닥치고 상승할 때 V자, U자, W자가 등장한다. V자형은 침체도 회복도 빠를 때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경제성장률이 -5.1%로 곤두박질쳤다가 다음해 10.7% 반등한 한국이 그랬다. U자형은 한번 떨어진 경기가 저점에서 2~3년간 장기침체하다 회복될 때를 가리킨다. ‘더블딥’이라 부르는 W자형은 재정·금리 정책으로 경기가 일시 회복되다 꺾이고 실물경제나 소비·투자는 한참 뒤 살아날 때 나타난다. 역사적으로는 오일 쇼크로 폭등한 물가를 20%대 고금리로 잡았으나, 그 여파로 제조업은 회복이 늦었던 1980년대 초 미국의 상황이 꼽힌다. L자형은 1990년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회복세 없이 침체가 길어질 때 쓴다. -
이기수 칼럼 이제 ‘전태일’이 남았다 50년 전 오늘이다. 1970년 10월6일, 노동청장에게 ‘평화시장 근로개선 진정서’가 도착했다. 설문지 126장이 첨부됐다. 그 속엔 먼지 날리는 2평 작업장에 15명씩 몰아넣고, 폐결핵·신경통·위장병을 달고 살며, 각혈하는 16세 소녀에게 피로해소제 주사를 놔 밤새 특근시키는 무법천지가 담겼다. 다음날 경향신문 사회면 머리기사로 ‘골방서 하루 16시간 노동’이 나왔다. 10대 노동자 3만명이 혹사당하는 청계천 일대 피복공장 실상이 처음 알려진 날이다. 발칵 뒤집혔다. 하나 그뿐이었다. 정부는 국정감사 중에만 몸을 낮췄고, 한 달 내 문제 해결을 약속한 업주들은 11월7일까지 답이 없었다. 엿새 뒤 평화시장에서 22세 재단사 전태일이 몸에 불을 댕겼다. 가슴에 근로기준법 책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살아 있으면 72세가 됐을 전태일 앞에 사람들은 두 말을 붙인다. 청년과 불꽃. 100년 전 18세로 생을 마친 유관순을 지금도 누나라 부르고, 태극기를 떠올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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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오늘도 5만명이 추석을 앓고 있습니다” “다 타도 그 사진은 있었으면 싶어.” 그제 통화하면서, 이금섬 할머니(94)는 서울 아파트에 큰불이 났다고 했습니다. 손녀와 함께 살다 다리가 아파 지방의 아들 집에 잠깐 와 있던 차였습니다. 온갖 게 타고 물로 범벅됐다는 말에 할머니는 아들 사진부터 걱정됐다고 합니다. 2018년 8월 금강산호텔에서 67년 만에 만난 아들 리상철씨(당시 71세)가 주고 간 것입니다. 옷장 속에 깊이 넣어놓고, 보고플 때마다 꺼내봤답니다. “경황이 없어서인지 손녀딸이 사진은 이렇다저렇다 말이 없네.” 어제 통화에서도, 할머니는 기다리다 목이 빠질 참이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1·4후퇴 때 함경남도 갑산에서 흥남부두로 피란가던 길에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 네살 아기가 할아버지로 나타난 거지.” 눈물 그렁그렁한 채 뺨을 비비던 모자의 금강산 상봉 사진은 그날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주름진 아들 얼굴만 생생하고, 나눈 얘긴 기억이 안 나.” 한숨이 들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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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스승 ‘사’자의 일탈 전문직·기술직 뒤에 가장 많이 붙는 ‘사’자는 한자로 4개(士·師·事·使)가 있다. 선비 사(士)는 직업을 존중하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학위(학사·박사), 기술직(운전사·조종사·항해사·속기사·촬영사), 면허전문직(변호사·변리사·법무사·공인중개사·검안사·감정사), 보통 특정 분야 뒤에 붙는 상담사·지도사, 힘이 센 역사나 군사, 학예사·악사·바둑기사에도 사(士)자가 붙는다. -
이기수 칼럼 이재명의 기병전 vs 이낙연의 진지전 여울목에서 냇물은 떨리고 빨라진다. 5년마다 리셋되는 대선도 그런 길목이 있다. 대세론이 깨질 때다. 4년간 ‘제왕적 총재’로 군림한 이회창 대세론이 노무현 바람에 꺾인 2002년 3월, 공고하던 박근혜 대세론이 안철수 바람에 흔들린 2011년 10월이 그랬다. 수해와 코로나19가 할퀸 2020년 8월에도 변곡점이 찍혔다. 14개월째 이어진 이낙연 대세론을 이재명이 엎었다.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2002년 이회창은 두번째 무너졌고, 10년 뒤 박근혜는 결승선에서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