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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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정녕 이동관뿐인가 2015년 8월27일자 경향신문 1면엔 ‘하나고, 남학생 늘리려 입시 조작’이 단독 톱기사로 실렸다. 사회면 톱 제목엔 ‘하나고, MB정부 청와대 고위인사 아들 교내 폭력 은폐’가 달렸다. 서울시의회 하나고 행정사무조사에 참석한 이 학교 교사 전경원씨 증언과 인터뷰를 담은 것이다. 학폭 사건엔 피해자가 4~5명이란 진술서, 교사 2명이 학폭위 안 열리는 걸 문제 삼은 교직원회의, 이사장이 이 실세의 전화 받은 걸 실토한 게 적시됐다. 며칠 후, 언론계 선배 전화가 왔다. “여기 밥자리에 통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 있어 바꿔줄게.” 이 기사 데스크(부장)를 보던 때였다. “이동관입니다.” 사실관계와 입장을 되묻는 말이 사무적이고 딱딱했는지, 통화는 짧게 끝났다. “4년 전 일”이고, “학교에서 공식 대응할 거”라던 말이 기억난다. 이동관을 옥죄는 학폭 사건은 8년 전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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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민주당, 부수고 내치고 비워라 진보·보수 가릴 것 없다. 논객의 화두가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4월에 ‘전대 돈봉투’를 민주당이 서둘러 사과할 때까지만도, 신문 칼럼·방송 토론의 주과녁은 대통령이었다. 내세울 것 없고, 공약 파기·갈라치기·굴욕외교로 얼룩진 1년의 난타였다. 그 채찍과 진언도 잠시, 5월의 동네북은 ‘김남국 사태’로 바뀌었다. 목도한 대로다. 초선 김남국은 제 꾀에 무너졌다. 횡설수설로 거액의 코인 거래와 이해충돌 논란을 빚더니, 급기야 이태원 참사를 보고받던 법사위에서 뒤로 빠져 코인을 사고판 충격파를 던졌다. 돈독(毒) 올랐나 묻기 앞서 실격이다. 그러곤 도피성 탈당을 해버렸다. 자료 제출하고 징계·매각 권고를 따른다던 말은 유야무야됐고, 그 입만 쳐다보며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미적거린 당은 ‘닭 쫓던 개’가 됐다. 사태의 8할은 김남국과 당이 키웠고, 세간의 인내심도 거기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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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1년, 막 던지다 길 잃었다 ‘정권 심판 대 거야 심판.’ 지난 10일자 조간신문 1면에 꽤 많이 등장한 제목이다. 내년 4·10 총선의 여야 맞구호이고, 오늘의 국회를 압축한 여덟 글자다. 때마침, 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같이 32%를 찍었다. 한 주 전 36%로 솟은 민주당이 다시 빠졌다. 여권이 외교·막말로 죽 쑤는 중에 거야엔 돈봉투 불씨가 지펴졌다. 여론의 진폭은 수도권·중도층에서 크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도 한 달째 27~31%에 갇혀 있는 여권에는 빨간불, 제1야당엔 노란불이 켜진 걸 게다. 시소 타는 민심은 어느 쪽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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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두환 손자의 ‘폭로’ 2002년이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에게 인사를 간 정치인을 따라 연희동을 찾았다. 밖에서 보이지 않고 접근도 어려운 집은 성채 같았다. “저 잔디마당에 비자금 금고를 묻어놨단 얘기가 있습니다.” 한 기자의 질문에 거실에서 담소하던 전씨는 “이봐 기자양반. 내려가서 파보쇼. 뭐 나오면 다 가져”라고 호기롭게 웃었다. “전 재산 29만원”이라는 문제의 법정 발언은 이듬해에 나왔다. 그렇게 비밀 많은 연희동 저택의 정적이 15일 한 손자의 폭로로 깨졌다. 차남 전재용씨 아들인 우원씨는 소셜미디어에 “전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나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라고 직격했다. 전씨 일가의호화생활을 보여주는 글과 사진·동영상도 쏟아냈다. 이순자씨로 지칭한 여성은 연희동 집에 구비한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채를 휘둘렀고, 전씨 딸 효선씨 자녀의 “초호화 결혼식” 사진도 소개했다. 아버지 재용씨는 “미국 시민권자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법 감시망을 벗어나려고 전도사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했고, 작은아버지 재만씨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천문학적 돈이 드는 와이너리와 재용씨가 쓰는 출처 모를 돈은 “검은돈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 제3자는 알 수 없는 연희동 집과 전씨 가족의 속살을 까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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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1년, 정순신만 괴물입니까 2022년 3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회견에서 집권 각오를 내놨다. “오직 국민 뜻에 따르겠다.”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은 따로 없을 거다.”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 없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지켰는가. 아니거나 아직이다. 돌이켜보면, 지켜진 문답도 있다. “(대장동 수사?)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하는 게 맞지 않겠나.” 2023년 3월10일, 대통령 국정지지율(한국갤럽)은 1주 새 2%포인트 내린 34%를 찍었다. 피해자가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3자 변제안’과 MZ세대도 반대한 ‘주69시간 노동제’의 후폭풍이다. 주69시간제는 대통령의 보완 지시가 떨어졌지만, 대선 때 “120시간이라도…” 했던 건 그였다. 대한민국 정치는 주 단위로 호흡한다고 한다. 여론조사 때문일 게다. 하나, 대통령의 갤럽 숫자는 9개월째 23~37% 벽에 갇혀 있다. 여론지표상 소수정부다. 수도권·중도층·2050이 비토하는 그 무엇, 적폐와 의구심과 울화가 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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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민중의 노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분노한 자들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적·백·청의 프랑스 국기를 들고 바리케이드 위에 선 민중의 합창으로 끝난다. 영화는 빵 한 조각을 훔쳐 19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의 쫓고 쫓기는 운명을 그리며 19세기 파리 뒷골목의 ‘비참한 사람들’(Les Miserables)을 수없이 담아낸다. 프랑스대혁명 후에도 궁핍하고 홀대받던 이들은 ‘다신 노예로 살지 않겠다… 내일이 오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리라’고 분노의 노래를 마친다. 영화 피날레의 백미로 손꼽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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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건폭과 깡패 정치는 말로 열고 닫는다. 화살과 방패가 되고, 심금을 울리고, 천냥 빚을 갚기도 한다. 그중에도 대통령의 말은 무게와 힘과 파장이 다르다. 관저에서 나와서 들어갈 때까지 모든 언행이 기록되는 공인이다. 그 대통령과 야당 리더의 험한 말이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건폭(建暴)’의 근절과 단속을 지시했다. 건설현장의 채용비리·갈취·폭력 행위를 조폭(조직폭력)과 학폭(학교폭력), 주폭(酒暴)에 빗댄 것이다. 대통령이 만든 신조어는 바로 검경의 ‘건폭수사단’으로 이어졌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건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건폭’을 꺼낸 국무회의에서 “옛날 직업 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각”이나 “사이즈”가 잡힌다거나, “버르장머리” “골로 간다” “조리돌림” 식의 비속어 사용이 많다. 26년 검사 생활 중 피의자를 몰아세우며 몸에 밴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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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단폭격과 V2로 온 천지가 난리다 마음 심(心). 갑골문의 이 한자는 심장의 형상을 본떴다. 옛사람들은 감정은 머리가 아닌 심장에서 나오는 걸로 알았다 한다. 생각·감정·의지와 중심도 뜻하는 한자는 그렇게 발원됐다. 언제부턴가 그 심자에 대통령·권력자의 성이 붙으면 나라를 휘젓는 큰 힘이 됐다. 박통·전통이 귀에 익은 유신·5공을 지나 1987년 직선 대통령이 등장한 후일 게다. 제왕적 총재로 산 노심과 세 김심이 있었고, 당권·대권이 분리된 또 한번의 노심과 이심·박심·문심 뒤로 이제 윤심이 입에 오른다. “윤단폭격이잖아.” “융단(絨緞)이 아니고 윤단?” “그렇지, 윤석열의 윤단(尹團).” 그제 교수 친구 말에 동석자 넷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알고 있었다. “당무 개입하지 않겠다” “윤핵관은 실체 없다”는 대통령 말은 식언이 된 것을…. 윤핵관이 전당대회에서 완장 찬 건 석 달 전 대통령 관저에서 여당 지도부보다 먼저 부부 만찬을 한 뒤인 것도…. 이준석 쳐내고 유승민·나경원 주저앉히고 안철수를 “적”이라 한 윤심은 김기현이고, 그럴수록 김기현은 ‘푸들’ 이미지만 커진다는 것도…. 윤석열을 찍었던 이 있고 국민의힘 당원은 없는 자리, 여당 전대를 보는 역외자 눈은 매섭고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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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주애의 호칭 상승 누군가의 권력·서열은 최고권력자와의 거리에서 드러난다. 동서고금의 철칙이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선 더 도드라진다. 북한·중국의 열병식 주석단이나 당대회 좌석, 관영매체 호명 순서, 군부대 방문 동행자가 바뀌면 뉴스가 만들어진다. 그 정치적 함의를 읽는 것이다. 북한 권력지도에선 호칭 변화도 주목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대 세습 후계자로 뜬 것도 2009년 ‘청년대장 김정은’이란 말이 전해지면서다. 청년대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만 썼던 칭호다. 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2010년 9월 조선노동당 3차 당대회에서 공개되기 전 일이다. 2011년 아버지 사후 국방위 제1위원장·노동당 제1비서로 시작된 그의 직책은 현재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무력최고사령관이다. 관영매체는 통상 ‘경애하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2021년 집권 10주기엔 ‘위대한 수령’도 등장했다. ‘장군님’으로 불린 아버지도 생전에 못 쓰고, 김일성 주석만 쓰던 말이다. 권력 장악 후 우상화를 시도하는 징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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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찬밥’ 부처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가 시작한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27일까지 28개 부·처·청·위원회에서 이뤄졌고, 내주 금융위원회가 마침표를 찍는다. 유관 조직을 2~5개씩 묶고 전문가도 참여한 윤석열식 업무보고에선 세 그룹이 읽힌다. ‘실세’ 부처, 물 들어와 노 젓는 부처, ‘찬밥’ 부처이다.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의 공동 업무보고에서 빠진 통일부는 27일 윤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북한이 험담하며 거부한 ‘담대한 구상’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미사일·무인기 대치 후 “1000배 응징” “전쟁 불사”를 외치는 대통령 앞에서 분단국의 통일·대화 업무는 밀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는 외교안보 부처인데도 형식·내용 모두 ‘외톨이’가 된 업무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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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공안 본색’ 대통령과 동강 난 설 설이 코앞이다. 3년 만에 거리 두기 없고 ‘탈(脫)마스크’도 가까워져 설렌다. 정초부터는 기부한 출향인에게 지역 특산품을 주는 ‘고향사랑기부제’도 새로 자리 잡았다. 정지용의 ‘향수’나 이은상의 ‘가고파’ 노랫말처럼, 나고 자란 언덕배기·바다·골목을 잊을 이는 없다. 살다 쌓인 말과 그리움과 시름을 안고 저마다 고향·가족·친지를 찾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그 설 공기를 무겁게 하고 낯가리게 하는 대화가 생겼다. 정치다. 세태 조사도 흥미롭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41%는 밥과 술을 먹기 싫고, 44%는 본인·자녀의 결혼도 불편하다고 했다. 지역·남녀·세대·계층보다 지지정당 차이가 가장 큰 ‘분열의 씨앗’이 됐다. 이 숫자를 내놓은 조선일보엔 병 주고 약 주냐고, 언론부터 각성하잔 말이 차오른다. 끼리끼리 모인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키우는 게 있다. 확증편향이다. 설도 예외 없다. 유유상종하고 내놓는 여야의 설 여론은 올해도 평행선을 달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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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오존층 회복 지구를 곧잘 사람의 몸으로 비유한다. 더워진 지구의 기후재난(홍수·가뭄·폭염·혹한·태풍·산불)을 늙어가는 인체(혈관·오장육부·이목구비·뼈·치아) 질환으로 설명하면 쉽다. 둘 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빈발하고, 되돌리기 쉽잖은 퇴행성인 까닭이다. 그 반전이 지구 성층권에서 일어났다는 희소식이 10일 세계를 흥분시켰다. 세계기상기구(WMO)·유엔환경계획(UNEP)·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2040년까지 대부분의 지구 오존층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거라는 공동 보고서 ‘오존층 감소에 대한 과학적 평가: 2022’를 내놓았다. 심각하게 훼손된 극지방 오존층도 북극은 2045년까지, 남극은 2066년까지 복원될 걸로 봤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는 냉장고·에어컨 냉매나 스프레이·발포제 등에서 나오는 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1989년 프레온가스를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지 33년 만에 세계 각국에서 이 가스 발생량을 99%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