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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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찬밥’ 부처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가 시작한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27일까지 28개 부·처·청·위원회에서 이뤄졌고, 내주 금융위원회가 마침표를 찍는다. 유관 조직을 2~5개씩 묶고 전문가도 참여한 윤석열식 업무보고에선 세 그룹이 읽힌다. ‘실세’ 부처, 물 들어와 노 젓는 부처, ‘찬밥’ 부처이다.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의 공동 업무보고에서 빠진 통일부는 27일 윤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북한이 험담하며 거부한 ‘담대한 구상’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미사일·무인기 대치 후 “1000배 응징” “전쟁 불사”를 외치는 대통령 앞에서 분단국의 통일·대화 업무는 밀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는 외교안보 부처인데도 형식·내용 모두 ‘외톨이’가 된 업무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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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공안 본색’ 대통령과 동강 난 설 설이 코앞이다. 3년 만에 거리 두기 없고 ‘탈(脫)마스크’도 가까워져 설렌다. 정초부터는 기부한 출향인에게 지역 특산품을 주는 ‘고향사랑기부제’도 새로 자리 잡았다. 정지용의 ‘향수’나 이은상의 ‘가고파’ 노랫말처럼, 나고 자란 언덕배기·바다·골목을 잊을 이는 없다. 살다 쌓인 말과 그리움과 시름을 안고 저마다 고향·가족·친지를 찾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그 설 공기를 무겁게 하고 낯가리게 하는 대화가 생겼다. 정치다. 세태 조사도 흥미롭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41%는 밥과 술을 먹기 싫고, 44%는 본인·자녀의 결혼도 불편하다고 했다. 지역·남녀·세대·계층보다 지지정당 차이가 가장 큰 ‘분열의 씨앗’이 됐다. 이 숫자를 내놓은 조선일보엔 병 주고 약 주냐고, 언론부터 각성하잔 말이 차오른다. 끼리끼리 모인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키우는 게 있다. 확증편향이다. 설도 예외 없다. 유유상종하고 내놓는 여야의 설 여론은 올해도 평행선을 달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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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오존층 회복 지구를 곧잘 사람의 몸으로 비유한다. 더워진 지구의 기후재난(홍수·가뭄·폭염·혹한·태풍·산불)을 늙어가는 인체(혈관·오장육부·이목구비·뼈·치아) 질환으로 설명하면 쉽다. 둘 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빈발하고, 되돌리기 쉽잖은 퇴행성인 까닭이다. 그 반전이 지구 성층권에서 일어났다는 희소식이 10일 세계를 흥분시켰다. 세계기상기구(WMO)·유엔환경계획(UNEP)·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2040년까지 대부분의 지구 오존층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거라는 공동 보고서 ‘오존층 감소에 대한 과학적 평가: 2022’를 내놓았다. 심각하게 훼손된 극지방 오존층도 북극은 2045년까지, 남극은 2066년까지 복원될 걸로 봤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는 냉장고·에어컨 냉매나 스프레이·발포제 등에서 나오는 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1989년 프레온가스를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지 33년 만에 세계 각국에서 이 가스 발생량을 99%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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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인간 펠레 벌써 45년 전이다. 1977년 미국에서 ‘축구 황제’ 펠레의 은퇴 경기가 열렸다. 그는 전반전은 마지막 몸담은 뉴욕 코스모스팀, 후반전은 15살에 입단해 18년간 뛴 브라질 산투스팀 옷을 입었다. 축구계 최고 상인 발롱도르도 유럽 선수만 주던 때였다. MZ세대는 낯설 흑백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 있는 삼바축구의 영웅, 펠레가 30일 암투병 끝에 영면했다. 향년 82세. 삶은 숫자로 남았다. 1958년(스웨덴)·1962년(칠레)·1970년(멕시코)에 월드컵 우승컵을 세 번 품은 유일한 선수이고, 월드컵 최연소 득점 기록(만 17세)도 갖고 있다. 생애 1281골을 넣고, 92번 해트트릭을 했다. 펠레는 100m를 10초대에 뛰고 제자리에서 120㎝를 점프한다. 두세 명 쉽게 제치는 기술, 강력한 롱슛과 가위차기, 헛다리짚기, 173㎝ 단신 공격수의 고공 헤더, 창조적 패스…. 그는 2200평 축구장을 예술무대로 승화시킨 천재였다. 무하마드 알리(복싱)와 마이클 조던(농구)을 넘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9년 올림픽에 출전한 적 없는 그를 ‘20세기 최고 스포츠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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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자유’, 누구를 위해 외칩니까 추워도, 서쪽 하늘은 붉다. 낙조와 상념이 포개진다. 해를 넘는 일이 줄지어서일 게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대통령 사과와 문책이 그렇다. 이재명·문재인 청와대·김건희 수사가 그렇고, 영수회담이 그렇고, 화물차 안전운임제·노란봉투·건보 국고지원·차별금지·공영방송 지배구조 입법이 그렇다. 어느 12월이 다를까마는, 답 없는 번뇌와 울화로 가는 해를 놓지 못하는 이가 저리 많다. 허허로운 세밑, 윤석열 대통령의 눈빛은 다르다.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 지난 13일 대통령은 모골이 오싹해지는 말을 했다. 뉴욕의 ‘이××’ 발언 보도를 ‘거짓 선동’으로, 안전운임제를 요구한 물류파업을 ‘협박’으로, 예산·세금 전쟁하는 야당을 ‘협치 불가’ 세력으로 겨눈 듯하다. 그 말대로면, 언론사·노동자·야당이 제거하려는 ‘자유’는 곧 ‘대통령’이다. 정치입문 화두로 삼은 자유가 1년 만에 피아를 가르는 정권의 철갑 방패로 둔갑했다. 그뿐 아니다.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던 그의 취임사로는 야권만 총공격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설명할 수 없다. 법치 탈을 쓴 인치다. “쉽잖을 민생보다 이재명 잡고 역사전쟁부터 하라”는 보수논객 글을 따른 것일까. 화물연대 무대화 진압 후 보수 쪽 지지율이 좀 올라서일까. 윤석열의 자유는 세 방향의 광풍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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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관저정치 밤에, 휴일에 대통령이 누굴 만나는가. 정가의 영원한 관심사다. 관저에서 세상 얘길 나누는 이가 대통령 복심도 가장 잘 읽고 움직일 거라 보는 것이다. 박철언(노태우)·김현철(김영삼)·박지원(김대중)·유시민(노무현)·이재오(이명박), 민간인 최순실(박근혜)과 정권 초의 김경수(문재인)도 그런 위치였다. 왕의 남자와 숨은 실세로 불린 이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회동 뉴스가 이어진다. 지난달 7일 입주한 용산 관저 첫 손님은 사우디 왕세자(17일)라 했고, 공개된 첫 만찬은 여당 지도부(25일)였다. 그러나 세간엔 지도부보다 사흘 앞서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과 한 비공개 만찬이 더 회자된다. ‘집들이’ 표현과 ‘부부 회동’ 형식부터 남다른 거리를 느끼게 했다. 30일엔 친윤 당권주자 김기현의 3시간 독대와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심야회동이 있었고, 이달엔 한·미 군 수뇌부와 종교계 원로 초대도 이어졌다. 그 후 여당엔 ‘2~3월 전대’, ‘MZ세대·수도권 대표론’, ‘당권주자 면접설’이 움텄다. 다들 진원지는 관저 회동으로 본다. 당권주자인 나경원은 6일 “특별한 분들만 가는 것 같다. 갔다 와야지 낙점된다고”라고 했다. 개인적인 희망과 당혹감이 섞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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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대통령이 참 좀스럽다 몹시 끔찍할 때 무참(無慘)하고, 더없이 부끄러울 때 무참(無慚)하다. 6개월 넘긴 ‘윤석열 시대’가 그렇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4주째 사과의 덫에 갇혀 있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는데도, 국민은 제대로 다시 하란다. 158명이 억울하게 죽은 참사에 책임 물은 장관 하나 없어서일 게다. 대통령의 사과는 납득할 문책 뒤에 누가 뭘 어떻게 왜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어찌보면, 타이밍과 진정성은 이미 놓쳤다. 점입가경이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 검사 영화 <더 킹> 속 대사같이…. 참사를 추궁한 대통령실 국감에서 김은혜 수석이 쓴 “웃기고 있네”가 세상을 뒤집었다. 그 분노는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를 못 타게 한 일로 커지고, 문책론 중심에 선 행안부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는 대통령 말로 불똥 튀고, 출근길 도어스테핑까지 중단하는 사태로 번졌다. 동영상 첨부된 140여 언론사의 비속어 보도를 왜 MBC만 문제 삼고, 그 화풀이를 “헌법수호”라고 궤변하는가. 상처받은 국민보다 장관을 위로한 대통령 말도 방향이 틀렸다. 어느 것도 민주적 지도자의 품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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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안중근의 소나무관(棺) 안중근 의사 유해가 하얼빈산 소나무관에 안치됐다고 보도한 중국 신문을 26일 국가보훈처가 공개했다. 중국 선양에서 발간된 1910년 3월30일자 ‘성경시보’는 안 의사 동생인 안정근 지사에게 뤼순감옥 관리자가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하얼빈의 소나무로 만든 관에 유해를 안치하고, 조선 풍속에 따라 관 위에 흰 천을 씌운 영구(靈柩)를 감옥 내 교회당에 둔 후 우덕순 등 3명의 죄수들에게 조선 예법에 따라 두 번 절하게 하여 고별식을 치르도록 허락했다”고 보도했다. 유해 발굴의 새 단서로 소나무관이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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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 대통령은 ‘성군의 꿈’ 접었나 2022년 3월10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모두 하나가 되자”고 했다.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선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 했고, 6일 뒤 국회 추경 시정연설에서는 “국정운영 중심은 의회”라며 거야와의 많은 대화를 약속했다. 모두 식언이 됐지만, 대통령이 ‘희망의 나라’와 ‘협치’를 입에 달고 산 봄이었다. 10월25일, 윤 대통령이 예산 시정연설을 하러 다시 찾은 가을 국회는 싸움터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장 밖에서, 정의당은 안에서 “이×× 사과하라”고 팻말을 들었다. 여당만 박수치는 휑한 연설에 이목이 쏠릴 리 만무했다. 파국이었다. ‘대장동 특검’은 국회에 넘기더라도,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욕설엔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에게 사과했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은 “사과할 일 하지 않았다”고 버텼다. 용산으로 돌아가는 길, 5월과 10월의 대통령은 너무 멀고 다르게 백미러에 비쳤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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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당협 쇼핑 ‘공천 학살’이란 말이 정가에 나돈 것은 2000년부터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계파 보스(김윤환·이기택·신상우)와 현역의원 43명을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새 피 수혈로 치장된 3김(金) 시대를 지나 이 총재가 빼든 거물급 낙천은 숫자와 충격파가 커 학살로 칭한 것이다. 또 한 번의 대권 도전을 위한 이 총재의 당권 강화 포석이었다. 그로부터 보수정당의 총선은 공천 몸살이 컸다. 2008년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김무성·서청원·홍사덕) 낙천, 2016년 친박계의 비박계(유승민·이재오) 낙천, 2020년 친황교안계의 잠룡(홍준표·김태호) 낙천 파장이 이어졌다. 2008년 박근혜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저항했고, 2016년엔 이한구의 ‘진박 감별’과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이 뉴스를 쏟아냈다. 민주당 쪽에선 2016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친노친문계 이해찬·노영민 공천을 배제했고, 2008년엔 박지원·김홍업·이용희를 낙천시킨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래도 공천 홍역은 친이·친박·친황으로 주류가 바뀐 보수 쪽에서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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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세종대왕 울리는 ‘막말’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한 폭언이다. 정의당과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을 이어온 김 이사장을 ‘이 둥지 저 둥지 옮겨다니는 뻐꾸기’로 빗대며 악담을 퍼부은 것이다.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도, 권 의원은 ‘나였다면 혀 깨물겠다’는 것이고 “선택적 환청”이라며 버티고 있다. 국감 첫날인 4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5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의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 6일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서해 피격 공무원의 근무지 이탈을 “뻘짓거리”로 비유한 것도 국감장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케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이 국감을 할퀴고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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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국민을 이기려는 대통령 9월22일로 다시 돌아간다.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동영상은 혼자 본 것도 1000명, 1만명이 들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게 뒤틀렸다. 대통령이 아니라니까. 애당초 욕설만 인정한 대통령실은 그조차 가타부타 확답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욕한 게 미국 의회도 한국 야당도 아니란다. 그럼, 뭐란 말도 없다. 대통령의 영연방 순방이 파장을 맞은 뉴욕에서 대한민국도 쪼개졌다. 들리는 대로, 믿는 대로, 다수의 ‘바이든’과 ‘날리면’과 ‘말리믄’과 ‘발리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