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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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안중근의 소나무관(棺) 안중근 의사 유해가 하얼빈산 소나무관에 안치됐다고 보도한 중국 신문을 26일 국가보훈처가 공개했다. 중국 선양에서 발간된 1910년 3월30일자 ‘성경시보’는 안 의사 동생인 안정근 지사에게 뤼순감옥 관리자가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하얼빈의 소나무로 만든 관에 유해를 안치하고, 조선 풍속에 따라 관 위에 흰 천을 씌운 영구(靈柩)를 감옥 내 교회당에 둔 후 우덕순 등 3명의 죄수들에게 조선 예법에 따라 두 번 절하게 하여 고별식을 치르도록 허락했다”고 보도했다. 유해 발굴의 새 단서로 소나무관이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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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윤 대통령은 ‘성군의 꿈’ 접었나 2022년 3월10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모두 하나가 되자”고 했다.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선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 했고, 6일 뒤 국회 추경 시정연설에서는 “국정운영 중심은 의회”라며 거야와의 많은 대화를 약속했다. 모두 식언이 됐지만, 대통령이 ‘희망의 나라’와 ‘협치’를 입에 달고 산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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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당협 쇼핑 ‘공천 학살’이란 말이 정가에 나돈 것은 2000년부터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계파 보스(김윤환·이기택·신상우)와 현역의원 43명을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새 피 수혈로 치장된 3김(金) 시대를 지나 이 총재가 빼든 거물급 낙천은 숫자와 충격파가 커 학살로 칭한 것이다. 또 한 번의 대권 도전을 위한 이 총재의 당권 강화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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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세종대왕 울리는 ‘막말’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한 폭언이다. 정의당과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을 이어온 김 이사장을 ‘이 둥지 저 둥지 옮겨다니는 뻐꾸기’로 빗대며 악담을 퍼부은 것이다.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도, 권 의원은 ‘나였다면 혀 깨물겠다’는 것이고 “선택적 환청”이라며 버티고 있다. 국감 첫날인 4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5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의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 6일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서해 피격 공무원의 근무지 이탈을 “뻘짓거리”로 비유한 것도 국감장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케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이 국감을 할퀴고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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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국민을 이기려는 대통령 9월22일로 다시 돌아간다.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동영상은 혼자 본 것도 1000명, 1만명이 들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게 뒤틀렸다. 대통령이 아니라니까. 애당초 욕설만 인정한 대통령실은 그조차 가타부타 확답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욕한 게 미국 의회도 한국 야당도 아니란다. 그럼, 뭐란 말도 없다. 대통령의 영연방 순방이 파장을 맞은 뉴욕에서 대한민국도 쪼개졌다. 들리는 대로, 믿는 대로, 다수의 ‘바이든’과 ‘날리면’과 ‘말리믄’과 ‘발리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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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2인1조 세상엔 둘이 협업하는 일이 많다. 영화 <투캅스>에 그려진 경찰의 순찰·출동·매복은 둘이 한조이고, 군대 초소도 2인1조로 교대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일도 쉬워지고, 의지되며 안전하고, 예기치 않은 사고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도둑도 훔치는 이 망보는 이가 따로 있다. 탁구·배드민턴·볼링·당구·피겨·봅슬레이·요트같이 스포츠에도 복식이 꽤 많고, 근래엔 ‘페어 바둑’이나 ‘페어 다이빙’도 생겼다. 3인조가 원칙인 쓰레기 청소차(운전사·청소원 2명)도 있지만, 협업의 십중팔구는 사수·조수나 두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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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기억하기 쉬운 숫자다. 77.77%.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이재명의 압승으로 끝났다. 승부 추가 일찍 기운 전대는 6주간 ‘열성 팬덤’과 ‘당헌 개정’ 설전만 톺아졌다. 그 과정이 지난했다고 정당사에 찍힌 최고 득표율을 도외시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의 선택은 “이재명이 해보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엔 세 갈래의 주류가 있다. 친노친문, 호남, 운동권이다. 그 족보가 없는 이가 당의 핸들을 잡았다. 변방에서 소리 높이고 싸우던 ‘기병 이재명’이 여의도의 가장 큰 ‘성주 이재명’이 된 것이다. 대선 지고 다섯달 만이다. 그로부터 일어날 169석 거야의 요동이 작을 리 없다. 지도부 와해로 제 코가 석자인 국민의힘 포문도 저리 오래 닫혀 있을 리는 없다. 당대표 이재명이 준비한 말은 셋이다. 보약도 독배도 될 수 있는 승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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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따뜻하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풀어내는 법 얘기는 낮고 소외된 곳을 향한다. 장애인부터 보호수 팽나무, 성소수자, 놀이를 잊은 아이들까지…. 세상에서 소중하고 잊혀진 게 뭔지 묻고, 함께 사는 길을 찾는 법정은 그래서 공익적이다. 극 중에는 어느새 기다리는 동물이 생겼다. 고래마니아인 우 변호사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등장하는 고래다. 주인공의 환한 표정과 고래의 시원한 점프가 카타르시스를 주는 반전에는 중독성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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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나라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8%까지 폭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7월 첫주 데드크로스(긍정 37%-부정 49%)가 일어나고, 악어 입처럼 격차가 벌어지더니, 3주 만에 30% 벽도 무너졌다. 남녀·지역·직종을 가릴 것 없고, 2040은 십중팔구가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 첫 휴가 기사는 “뭐 한 일이 있다고…”란 악플로 덮였다. 워싱턴의 안보전문지(내셔널인터레스트)엔 “인기 없는 윤 대통령이 너무 빨리 미국의 짐(liability)이 됐다”는 글이 실렸고, 뉴욕의 경제전문지(블룸버그)는 물가·코로나가 아니라 경찰과 싸우고 있는 한국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 물음표를 달았다. 취임 80일 만에 동네북 된 채 대통령 부부는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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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건희 여사의 진수식 커팅 새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進水)식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안전 항해를 기원하는 상징물·징크스가 많고, 그 유별난 의식은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다. 샴페인병을 선체에 부딪쳐 깨는 것은 중세 북유럽 바이킹족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포도주를 따르던 데서 유래됐다. ‘갓마더(대모)’라 불린 여성이 금도끼로 진수줄을 자르는 전통은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시작했다. 탯줄을 자르듯 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례였다. 영어에서 배를 대명사로 받을 때 ‘She(그녀)’로 칭한다. 한국에서도 배의 진수줄은 여성이 자른다. 대통령 부인으로는 1974년 육영수 여사가 대형 유조선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고, 여성 대통령은 2013년 김좌진함(잠수함)을 진수시킨 박근혜씨가 유일하다. 적·백·청 리본을 달아 비둘기를 날리는 미국이나 은도끼로 줄을 자르는 일본과 달리, 한국 배의 진수는 영국풍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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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옥쇄(玉碎)파업 파업에 ‘옥쇄(玉碎)’란 말이 곧잘 붙는다. 그러면 사생결단 기운이 더해진다. 이 말은 중국 남북조시대 역사서 <북제서>에 나온 ‘대장부 영가옥쇄 하능와전(大丈夫 寧可玉碎 何能瓦全)’에서 비롯됐다. 장부가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질지언정 하찮은 기와가 돼 목숨을 부지하랴는 글귀다. 쇄자를 걸어잠근다는 ‘쇄(鎖)자’로 잘못 아는 이도 본다. 글자 그대로의 옥쇄는 대의를 위해 한 몸을 던지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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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친윤 브러더스’ 형과 아우는 2촌(寸)의 혈족관계다. 부부(무촌)·부자(1촌) 다음으로 가까운 거리다. 그 형제의 색깔은 여럿이다. KBS 사극 의 형제는 서로 죽고 죽인 핏빛이다. 조선 명종을 수렴청정한 문정왕후의 남동생 윤원로·윤원형의 운명도 비슷하다. 끝에는 권력을 독차지하려 다툰 형제였다. 그러나 세상엔 피를 나누지 않은 끈끈한 형제도 많다.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삼국지·수호지 의형제들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