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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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쉽니다. 작가 휴가로 2월 15일 ~ 2월 26일 장도리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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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20년 회고 (5(끝)) 만화 속 현실, 20년 전과 비슷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100m 달리기로 하루 일과를 마치곤 했다. 신문사에서 마감시간에 쫓겨 만화 원고를 들고 책상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는 스캐너실로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종이원고를 들고 뛸 필요 없이 액정 태블릿으로 그려진 원고를 사내 전산망을 통해 달리기보다 빠른 빛의 속도로 보낼 수 있는 편리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도 예전처럼 드물게 오는 편지나 전화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가 인터넷에 게재된 직후부터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달리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소감을 빠르게 접할 수 있어 작가와 독자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이 빠르게 진보하는 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그려지는 만화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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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20년 회고 (4) 권력의 비상식에 대한 비판 오랜 세월 한국 사회에서는 ‘만화’라는 장르가 허무맹랑하고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매도되었고 아직까지도 그러한 인식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을 상대로 그려진 교육용 만화를 ‘학습만화’라고 하고, 인문사회적 내용을 담은 만화를 ‘교양만화’라고 불러 굳이 ‘만화’와 구별 지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에 만화를 그리는 필자에게 만화가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을 미안해하면서 ‘시사만화가’ 또는 ‘만평가’라고 고쳐 부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유럽에서 인쇄문화가 발전하면서 태동한 만화는 애초에 권력 또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대중들에게 그림으로 인쇄해 알리기 위한 방식으로 시작한 것이다. 당시의 권력자들은 그들이 유지하고 싶은 세계관에서 벗어난 만화들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치부하였다. 2차대전 후 일본에서 등장한 만화 은 당시의 보수적 시각으로 봤을 땐 로봇이 날아다니는 등의 허황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최첨단 로봇기술을 가능하게 한 상상력을 담은 급진적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만화는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내용을 많이 담아 왔지만 주류 엘리트층은 만화를 불온한 것 또는 아이들이나 보는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바라보았고 그러한 시각을 대중에게도 퍼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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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20년 회고 (3) 정치권력 대신 자본권력 시대로 5공 시절, 정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자주 다루던 4컷 만화 ‘두꺼비’에는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느긋한 풍경이 그려지는데, 이 만화 때문에 담당 만화가가 연행되고 연재가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대통령의 특정 신체 부위가 연상되는 둥그런 해가 저물어가는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와 같은 혹독한 시대를 벗어나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신문만화에 대통령의 얼굴이 자유롭게 등장하는 등 점차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성역들이 허물어지게 됐다. 장도리가 연재되던 초창기만 해도 ‘재벌’이란 단어 대신 ‘대기업’을 적어넣어야 했고, ‘좌파’라는 단어는 지금의 ‘종북’과 같은 마타도어로 인식돼 쉽게 사용할 수 없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봄기운에 눈 녹듯 여러 표현의 제약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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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20년 회고 (2) 드라마틱한 진보적 사회변화 장도리는 기승전결을 갖춘 가장 짧은 형태인 4컷으로 이루어져 신문을 통해 하루에 한편씩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만화다. 한국의 신문독자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공통 관심사를 다루다 보니 주로 정치,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다. 매일 연재되는 만화이지만 장편 스토리 만화와 달리 그 내용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20년의 세월 동안 그려진 장도리를 돌아보니 하루하루의 짧은 만화들이 서로 맥락을 갖고 연결돼 큰 스토리를 이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가 아닌 역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한국 사회의 변천상이 만화 속에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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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 20년 회고 (1) 4컷만화의 주인공은 ‘우리 이웃’ 경향신문에 4컷 만화 장도리를 연재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됐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하루하루를 만화로 표현하고 기록하며 독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는 기쁨이 있었고,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건을 접하면서도 부족한 실력과 내공 탓에 컷 안에 깊이 있게 담아내지 못함을 한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20년 세월이 강물처럼 굽이쳐 흐르는 동안 5명의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의 수많은 인물들이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장도리 연재가 시작된 해인 1995년엔 5·18특별법이 제정돼 전직 대통령이 반란수괴죄로 구속됐던 바와 같이 군사독재정권 시대 인물들의 몰락과 함께 민주화 세대 정치인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승승장구하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추락이 있었던 시기엔 안철수씨와 같은 벤처기업인이 조명을 받으며 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