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문화와 글쓰기 관련 기사를 씁니다. 시와 노래, 세상의 모든 연애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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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세렝게티처럼 조용필이 스무 장째 정규앨범(사진)을 냈다. 조용필은 기자간담회에서 “내 나이 70 넘어서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작업의 무게감을 안다. 그때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떠오른다. 조용필은 표범 그 자체다. 이 노래는 김희갑과 양인자 부부의 작품이다. 두 사람을 이어준 게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은 노래 작업을 위해 만났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읽고 먼저 일어나곤 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노랫말은 양인자가 미리 써놓은 신춘문예 당선 소감이었다. 양인자는 부산에서 유명한 문학소녀였다.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을 때 신춘문예 정도는 너끈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은사였던 소설가 김동리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제자를 안타까워했다. 양인자는 방송작가 김수현과 월간 ‘여학생’ 기자를 같이했던 인연으로 방송작가가 된다. -
노래와 세상 섬집 아기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한때 국민 자장가였던 ‘섬집 아기’는 가슴 저릿한 동요다. 1946년 발간된 한인현의 동시집 <민들레>에 수록된 동시로, 이흥렬이 곡을 붙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읜 한인현이 고향 원산의 명사십리해수욕장을 떠올리면서 쓴 동시다. 가만가만 부르다 보면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은 아기와 그 아기가 걱정되어 굴 바구니를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의 애틋함이 가슴을 헤집는다. ‘모닥불’ ‘목마와 숙녀’ ‘방랑자’의 가수 박인희도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불렀으며 이선희, 체리필터 등도 리메이크하면서 국민 자장가의 면모를 이어왔다. -
노래와 세상 철학동화 어른들도 읽는 철학동화가 인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만든 노래가 덩달아 히트하기도 했다. 배철수가 이끄는 활주로의 노래 ‘이 빠진 동그라미’도 그중 하나다.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버린 조각 찾아/ 떼굴떼굴 길 떠나네/ 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 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옆에서 잠깐 쉬고/ 에야디야 굴러가네.” -
노래와 세상 싱어송라이터 한강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줄 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 되게 해줄 게/ 눈물도 얼어붙는/ 12월의 사랑 노래….”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만들고 부른 노래 ‘12월 이야기’는 그의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부록으로 발표했다. 반주도 없이 생목소리로 가만가만 부르는데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까지 전달된다. 10곡의 노래를 차분하게 듣다 보면 따스한 진심이 느껴진다. 연극 <12월 이야기>를 보고 만든 노래라고 했다. -
노래와 세상 아이유의 가을 아이유(사진)처럼 가을 감성을 잘 담아내는 가수가 있을까. 그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신곡 ‘바이 썸머(Bye Summer)’를 부르던 날 거짓말처럼 가을이 왔다. 아이유에게 가을은 새벽부터 밤까지 온통 그의 시간이다. 특히 그가 직접 고른 리메이크 곡들은 가을이면 꼭 찾아듣고 싶은 노래가 됐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을 아침 알싸한 공기와 청명한 하늘이 느껴진다. -
노래와 세상 박인희와 이해인 이해인 수녀와 박인희는 풍문여중 시절 단짝이었다. 박인희의 생일날 이해인이 소월 시집을 선물하자 사진관에 가서 기념촬영을 하던 문학소녀들이었다. 박인희의 산문집 <우리 둘이는>에는 이해인 수녀와 나눈 손편지가 여러 편 담겨 있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 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
노래와 세상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프로야구가 폭염을 뚫고 천만관중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진원(사진)이 만든 1인 밴드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떠올랐다. 원래 LG트윈스의 열성 팬이었던 그가 만든 응원가 제목이었지만 마무리 투수 이상훈이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되자 데뷔앨범에 넣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만든 홈메이드 데뷔앨범 ‘Infield Fly’는 지금도 사랑받는 명반이다. -
노래와 세상 열애 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노래가 있다. 윤시내(사진)의 ‘열애’도 그런 노래다.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의 그림자에 쌓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열애’ 일부 -
노래와 세상 이적과 김동률 이적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동률이 초대 손님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에 팬들이 크게 흥분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97년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로 만난 사이다. ‘전람회’를 해체한 김동률과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패닉’의 이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앨범(사진)을 발표했다. 이적은 ‘달팽이’ ‘왼손잡이’ 등의 노래로, 김동률은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등의 노래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거머쥔 후였기에 대중음악계의 기대는 매우 컸다. -
노래와 세상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어/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 잎새 끝에 매달린 햇살 간지런 바람에 흩어져/ 뽀얀 우유빛 숲속은 꿈꾸는 듯 아련했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우리들은 호숫가에 앉았지/ 나무처럼 싱그런 그날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산울림’의 김창완이 이 노래를 쓸 때 ‘꼭 그렇진 않았지만’을 일부러 맨 앞에 배치했다,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의 앞에는 ‘아마’를 넣었다. 거칠 것 없는 청춘이 만든 데뷔앨범(1977년·사진)은 단숨에 문제적 앨범이 됐다. 한쪽에서는 “저게 무슨 노래냐?”고 했고, 한편에서는 “대단한 파격”이라면서 환호했다. -
노래와 세상 독립군가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면서 항일 무장투쟁을 하던 독립군의 사기를 북돋우던 군가들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191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독립군가’는 지금 들어도 피가 끓는다. 2005년 ‘광복 60년 독립군가 다시 부르기’ 앨범에 록그룹 크라잉넛이 불러 수록되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노래다.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가자.” -
노래와 세상 잡초 장마가 끝나면 잡초의 세상이 온다. 한여름엔 잡초와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그 어떤 것도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따라갈 수 없다. 은퇴 전 마지막 콘서트 투어 중인 나훈아(사진)는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가수가 된 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 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