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문화와 글쓰기 관련 기사를 씁니다. 시와 노래, 세상의 모든 연애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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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왕평 작사가이자 연극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쓴 작가, 배우로도 활동했던 왕평(1908~1940, 본명 이응호)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인이자 노래연구가인 이동순은 최근 발간된 <나는 왕평이다>(일송북)에서 짧고 굵게 살다간 그의 삶을 추적하고 있다. ‘황성옛터’의 작사가로 유명한 왕평은 서른두 살의 나이에 연극 <남매> 공연 도중에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떴다. 그는 100편이 넘는 노래를 작사했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출연까지 한 ‘재주꾼’이었다. -
노래와 세상 두리번거린다 김민기가 길을 떠났다. 생전에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저 길뿐이라고… 죽기 전에라도 다시 만날 길, 죽은 후에라도 다시 만날 길’(‘길’ 노랫말 일부)이라던 그 길로 총총 떠났다. 그의 죽음을 접하면서 그 노래가 떠올랐다. “헐벗은 내 몸이/ 뒤안에서 떠는 것은/ 사랑과 미움과 배움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무너진 내 몸이 눌리어/ 우는 것은/ 눈물과 땀과 싸움의 참이/ 너로부터 가리어/ 알지 못한 탓이나….” -‘두리번거린다’ 일부. -
노래와 세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물 한 그릇 떠놓고 올린 결혼식. 친구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면서 무명 시절을 견뎠다. 그러나 돌아온 건 지독한 가난이었다. 10여년간 13번이나 집을 옮겼다.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이 허드렛일을 하면서 남편을 뒷바라지했다.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심정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부산지역 방송국에서 일하는 작사가 김양화 PD에게 아내를 위한 노랫말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아내(송애경)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곡을 썼다. -
노래와 세상 한백희 뉴진스에게 민희진이 있다면 김완선에게는 한백희(본명 한영란·1949~2006·사진)가 있었다. 김완선의 이모이자 제작자였던 한백희는 국내 1세대 여성 매니저로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김완선에게 수익금을 분배해주지 않는 등 흠결도 많지만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탁월했다. 원래 한백희는 미8군에서 활동하던 가수였다. 1970년대 초반 ‘그대 떠나고’ ‘생각이 나면’ 등이 수록된 데뷔앨범을 냈지만 가수로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한백희의 할아버지 한성준은 ‘한국무용의 대부’와 같은 인물이다. 그 할아버지를 사사한 손녀 한영숙도 무형문화재인 승무, 학춤 전수자로 유명했다. 한백희는 한성준의 손녀, 김완선은 외증손녀인 셈이다. -
노래와 세상 소나기 비가 내리고 그치는 시간이 반복된다. 여기저기서 배경음악처럼 비에 관한 노래들이 쏟아진다. 올해 장마철은 이클립스의 노래 ‘소나기’가 대세다.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tvN)에서 택배 일을 하는 주인공 류선재(변우석)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고 있을 때 교복 입은 임솔(김혜윤)이 뛰어와 노란 우산을 씌워준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그것처럼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 영상 등을 배경으로 흘러나왔던 노래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
노래와 세상 푸른 산호초 뉴진스가 일본의 도쿄돔을 뒤흔들었다. 이들은 지난 26~27일 팬미팅 공연에서 9만명의 관객을 열광시키면서 일본 상륙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날 뉴진스 멤버 하니가 1980년대 마쓰다 세이코(사진)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불렀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가벼운 경련을 느꼈다. 하니는 마쓰다 세이코가 시계를 돌려서 무대에 올라온 듯 헤어스타일과 의상, 제스처와 창법까지 재현했다. 이 영악한 신예그룹은 10대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어보겠다는 야심을 펼쳐 보인 것이다. -
노래와 세상 청년 김창완 국내 최대의 록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서서 청춘들을 열광케 하는 가수가 있다. 특유의 엉뚱함으로 토크쇼나 드라마에 나와서 화제를 불러오는 칠순의 배우가 있다. 아직도 끊임없이 쓰고 부르면서 여전한 현역임을 과시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청년’ 김창완(사진)이다. 그를 청년으로 부르는 이유는 여전히 뜨거운 피가 식지 않고 끓어 넘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무대에서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를 열창하며 수만명의 청춘들과 호흡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는 청춘들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았고, 청춘들은 헤드뱅잉으로 호응했다. -
노래와 세상 땡벌 본인도 티켓을 구하기 힘들다는 나훈아의 은퇴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후배가수 심수봉이 나훈아를 짝사랑했다고 고백했다. 대학가요제에서 불렀던 ‘그때 그 사람’ 속의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던’ 주인공이 나훈아였다. 그동안 호텔 바에서 노래하던 심수봉을 본 나훈아가 데뷔를 권유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짝사랑은 처음 밝힌 사실이다. -
노래와 세상 월남전과 유행가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 60주년을 맞았다. 1964년 파병이 시작되어 총 34만명의 군인들이 전쟁터로 떠났다. 그중에서 5000여명의 청춘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베트남보다 월남(越南)으로 불리던 시절, 부산항은 떠나고 돌아오는 군인과 가족들로 늘 부쩍거렸다.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으로 우리 군대가 용병(傭兵)으로 참전한 전쟁이었지만 당시엔 정보가 막혀 있었다. 전쟁 당사자였던 미국에서는 밥 딜런 등 젊은 포크가수들이 반전가요를 불렀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건전가요풍의 유행가가 대부분이었다. 비둘기부대, 청룡부대, 맹호부대, 십자성부대, 백마부대 등 병과에 따라 파병 부대의 이름도 다양했다. -
노래와 세상 귀신 잡는 해병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후 해병대가 자주 뉴스에 오르내린다. 특히 ‘빨간 명찰’과 ‘팔각모 사나이’로 상징되는 해병전우회의 목소리가 드높다. 해병전우회는 고대 동문회, 호남향우회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조직으로 거론된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 해병대에서 불렸던 군가와 사가(私歌)들이 우리 사회에 구전돼 왔다. 한 시절엔 막걸리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사내들이 젓가락을 두드리며 부르기도 한 노래다. 그러다보니 해병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은 해병대 군가 몇곡쯤은 쉽게 부를 수 있었다. -
노래와 세상 신경림과 노래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는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신경림 시 ‘눈 온 아침’ 시인 신경림은 노래를 사랑했다. 그의 시는 한 편의 노래였다. 많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나는 시’를 발표해온 싱어송라이터 신재창이 부른 ‘눈 온 아침’은 담백하면서도 정겹다. 살아생전 신경림 시인은 신재창이 마련한 ‘시, 노래를 품다’ 행사에 초대돼 시와 노래에 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
노래와 세상 김윤아 자우림과 김윤아는 자웅동체다. 서로 다른 음악들이 혼재하지만,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함께해왔다. 새로 내놓은 김윤아의 앨범 <관능소설>(사진)은 여러 가지로 듣는 이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아니,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그가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봄날은 간다)라고 노래했을 때 가슴 한쪽이 저려왔던 기억과는 또 다른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