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문화와 글쓰기 관련 기사를 씁니다. 시와 노래, 세상의 모든 연애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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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11월 시인 황지우는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11월의 나무)고 노래한다. 11월은 봄부터 가을까지 단숨에 달려온 시간을 돌아보다가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한숨짓게 만든다. 잎사귀를 다 떨구고 잔가지만 휑한 나무처럼 생이 난감해진다. 이런 계절에 배경음악처럼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그룹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우리네 ‘생의 가려움’을 달래준다. -
노래와 세상 너를 위해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나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임재범의 대표곡 중 하나인 ‘너를 위해’는 노래 좀 하는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자주 열창했던 노래다. 묵직한 중저음과 다소 시니컬한 노랫말이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
노래와 세상 기억의 습작 영화 <건축학 개론>(2012)에서 음대생 서연(수지)은 건축학과에 다니는 승민(이제훈)에게 CD 한 장을 내민다. 언젠가 내 집을 짓게 되면 설계를 맡아 달라면서 그룹 전람회의 데뷔앨범(1994)을 계약금으로 건넸다.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
노래와 세상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때로는 지독한 외로움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는 눈부신 가을 햇살만큼이나 뭉클한 노래다. 하마터면 가요사에서 지워질 뻔한 곡으로 임희숙(사진)이 1984년 발표했다. 마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축약한 듯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
노래와 세상 그대 있음에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하늘의 품으로 떠난 시인 김남조(사진)가 쓰고,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인 ‘그대 있음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가곡이다. 1964년 새해에 한국일보사가 의뢰하여 만든 노래로 김청자, 백남옥, 조수미 등 많은 소프라노가 불러서 유명해졌다.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이자 촉망받는 여성 시인이었던 김남조와 이화여대 음대에 재직 중이던 여성 작곡가가 손잡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김순애는 1938년 이화여전 재학시절에 창작곡 ‘네잎클로버’를 발표,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을 쓴 여성 작곡가로 기록된다. -
노래와 세상 더 자두의 ‘김밥’ 한국산 냉동 김밥이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뉴스다. 또 뉴욕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김밥 소개 영상도 화제다. 새 학기를 맞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인 2세 여학생이 귀엽고 깜찍한 표정으로 점심 도시락으로 싸 온 김밥을 소개하는 영상이 수십만 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에게 김밥은 너무 흔해서 평가절하된 음식이다. 한때는 소풍 가는 날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였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한국인들에게는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다. 단무지·당근·시금치가 들어간 야채김밥부터, 뱃사람들이 파도와 싸우며 먹던 충무김밥, 혼밥으로 때우는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던 삼각김밥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고명에 따라 김치 김밥, 참치 김밥, 쇠고기 김밥, 치즈 김밥 등으로 다변화했다. -
노래와 세상 김윤아 여당 대표가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으로 지목한 김윤아(사진)는 오랫동안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노래를 만들고 불러온 가수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그는 ‘샤이닝’에서 세상이 점점 더 개인을 외롭고, 괴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2006년 자우림(紫雨林)의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자우림은 곧 김윤아라고 할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진만·이선규와 더불어 26년째 3인조 혼성밴드로 활동 중이다. -
노래와 세상 따로 또 같이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따로 또 같이’(사진)는 가을에 최적화된 그룹이었다. 가을을 닮은 노랫말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보컬, 어쿠스틱한 연주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모자랄 게 없었다. 그 중심엔 이주원(작고)이 있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YWCA 청개구리에서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투 코리언스, 이용복, 이수만 등을 만나 음악 활동을 했다. 초창기엔 양희은에게 ‘한 사람’ ‘내 님의 사랑은’ ‘들길 따라서’ ‘네 꿈을 펼쳐라’를 만들어 주면서 작곡자로 활약했다. 1977년 강인원과 전인권이 그를 찾아왔다. 뒤늦게 합류한 나동민을 포함해서 결성한 그룹이 ‘따로 또 같이’였다. 그룹과 솔로 활동을 병행한다고 해서 지은 그룹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각자의 삶이 있지만, 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
노래와 세상 들고양이들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던 그 사람/ 혼자 남으니 쓸쓸하네요/ 내 마음 허전하네요.” ‘마음 약해서’(정두수 작사·김영광 작곡), ‘십오야’ 등 히트곡으로 유명한 혼성그룹 ‘와일드 캣츠’의 리드싱어 임종임(예명 임종님·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활동 당시 쇼트커트로 자른 머리에 나팔바지를 입고, 현란한 춤과 노래로 무대를 누볐던 그는 한 마리 ‘들고양이’ 같았다. 1979년 발표한 음반 <더 와일드 캣츠>의 수록곡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듬해부터는 솔로 가수로 독립해 활동했다. 1981년 보니 엠의 ‘바하마 마마’를 번안한 ‘말하나 마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 노래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하나마나 송’으로 각색돼 주제가처럼 불렸다. -
노래와 세상 다시 광야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대학가에서는 노래패들이 활약하면서 민중가요를 양산했다. 동아리 성격의 노래패들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양한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서울대의 ‘메아리’, 연세대의 ‘울림터’, 고려대의 ‘노래얼’, 성균관대의 ‘소리사랑’ 등이 대표적이다. 그 흐름 속에서 문승현과 대현 형제는 큰 역할을 했다. ‘메아리’ 출신의 형 승현은 ‘그날이 오면’ ‘오월의 노래’ ‘사계’ 등을 만들었다. 또 1980년대 연합 노래모임 ‘새벽’을 주도했고, 노래운동의 중심이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초창기 리더 역할을 했다. ‘소리사랑’ 출신인 동생 대현은 ‘광야에서’를 만들었다. 1984년, 스물두 살 때였다. -
노래와 세상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 영화 <밀수>(사진)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가수 장기하가 맡은 영화음악은 그 당시의 히트곡들로 채워졌다. 최헌의 ‘앵두’, 펄시스터즈의 ‘님아’,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비롯해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옛날 감성이 충만한 노래가 등장한다. ‘옛날에는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했다’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납량용 액션물에 가깝다. 영화가 끝난 뒤 내용보다는 노래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는 좀처럼 영화관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
노래와 세상 쿨 혼성그룹 쿨은 여름에 강하다. 1990년대 중반 쿨재즈풍의 음악을 표방하면서 데뷔한 이들은 매년 여름이면 소환되는 히트곡을 여럿 남겼다. ‘애상’ ‘해변의 여인’ ‘운명’ ‘해석 남녀’ 등은 전주만 들어도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스테디셀러다. 특히 “야, 여름이다”로 시작되는 ‘해변의 여인’은 올여름에도 인기를 누렸다. 쿨은 애당초 김성수, 이재훈, 유채영, 최준명으로 구성된 4인조로 출발했다. 그 뒤에 유채영과 최준명이 빠지고 유리가 들어오면서 3인조 혼성그룹으로 활동했다. 한때 개그맨 윤정수가 객원멤버로 활약하면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코요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1990년대는 혼성그룹 전성기였다. 잼, 룰라, 영턱스클럽, UP, 샵(S#ARP), 스페이스A 등 많은 그룹이 댄스 음악계를 주도했다. 쿨은 1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통산 600여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웠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