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찬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
어제의 오늘 1532년 잉카제국 마지막 왕 생포 국제 금값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금펀드가 인기를 끌고 ‘역시 믿을 건 금밖에 없다’는 말이 세간에 회자된다. 금이 귀하게 대접받지 않은 때가 없었겠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다. 전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정부는 미국이다. 미 정부의 금 보유량은 전 세계 정부 보유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금 보유량을 부의 척도로 볼 수 있다면 16~17세기 가장 부유했던 정부는 스페인일 것이다. 스페인은 16세기 이후 남미 곳곳을 식민지화하면서 막대한 양의 금을 가져다가 국고를 채웠다. 황금의 땅, 즉 엘도라도는 당시 스페인이 가장 집착한 신조어였다.
-
어제의 오늘 2004년 로저 클레멘스 생애 7번째 사이영상 수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사에는 나이를 초월하는 선수가 적잖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다. 2004년 11월9일 42세의 클레멘스는 그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생애 통산 7번째 수상이었다. 클레멘스는 사이영상 역사상 최고령·최다 수상자라는 기록도 함께 새겼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또 다른 노익장의 대명사 랜디 존슨이 5번 받은 경력이 있지만 그의 나이와 최근 성적을 감안할 때 클레멘스의 기록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어제의 오늘 184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무장봉기 1839년 10월 영국의 인도 총독 오클랜드는 아프가니스탄의 내정에 간섭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카불에 군대를 주둔시킨 뒤 호시탐탐 아프간을 넘보던 영국이 본색을 드러낸 순간이다. 영국은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고, 반발하는 아프간 부족 세력을 본격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했다. 아프간 사람들의 불평과 반감은 1841년 가을 극에 달했다. 그해 10월 아프간 부족 지도자와 시민들은 카불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168년 전 오늘, 억압받던 아프간 사람들은 침입자 영국에 맞서 무장봉기했다. 모하메드 아크바르가 이끄는 저항군은 영국 고위 관리와 장교들을 살해했다. 카불의 영국군 주둔지는 순식간에 포위됐다.
-
책과 삶 세련된 문명인을 위한 필수과목 ‘예술’ 예술, 서구를 만들다이순예 | 인물과사상사 서구의 근대와 예술. 책은 이 둘의 긴장·소통 관계를 다룬 미학 에세이다. 근대란 무엇인가. 근대는 시민이 사회의 주체로 우뚝 선 시기다. 근대의 예술은 시민사회의 예술이라 할 만하다. 왕이나 귀족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이 대중화된 것이다. 근대의 인간, 즉 시민이 예술을 만났을 때 어떤 현상들이 표출되었을까. 이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책의 근간을 이룬다.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말해주듯 예술은 태고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예술은 재발견된다. 서구인이 발견한 것은 ‘쾌락’과 ‘계몽’ 두 카테고리로 압축된다.
-
책과 삶 그대, 어떤 사랑을 꿈꾸는가 사랑, 그 위대한 악법크리스토퍼 필립스 | 예담 크세니아(Xenia). 이방인이나 손님에게 보내는 사랑의 한 유형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자 멕시코 접경에서 불법이민자를 돕는 미국인 주부가 말하는 ‘식탁에 수저 한 벌 더 놓는 마음’이다. 하이데거가 인간 실존의 기본상태라고 규정한 배려심도 크세니아와 상통한다.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으로 새해 벽두부터 포성이 멎지 않는 가자지구. 이스라엘의 포격 뒤엔 이방인에 대한 증오의 눈이 있다. 동정심과 배려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다. 지금 평화를 원하는 세계인들이 이스라엘에 바라는 것은 크세니아일 것이다.
-
책과 삶 사상과 정치가 몰고 온 ‘환경재앙’ 20세기 환경의 역사J R 맥닐 | 에코리브르 20세기 지구가 겪은 환경 변화. 낯익은 주제이지만 그 요리법이 색다른 책이다. 환경역사학자인 저자는 산업화, 인구 증가, 국제정치 등 20세기의 굵직굵직한 현상을 거치며 환경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분석한다. 환경 변화를 통해 지구 역사와 인류 역사 상호관계를 기록했다. 책은 한 지역의 환경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 분석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해 나가는 기법을 구사한다. 가령 독일 루르 지방의 환경 변화는 20세기 선진국 공업도시의 명운을 적절하게 예시한다. 라인강변의 조그만 농촌지역 루르는 엄청난 석탄을 바탕으로 20세기가 열리자마자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중공업지역으로 탈바꿈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루르의 용광로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대한 대가는 전대미문의 대기오염이었다. 하늘에 분진과 석탄재가 걷힐 줄 몰랐다. 2차 세계대전과 패전후 산업 재건의 필요성은 대기오염을 부채질했다. 독일 정부는 1960년대에 와서야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정부의 처방은 ‘수백m 높이의 굴뚝’이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옅게 희석시켜 높은 하늘에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널리 퍼져나간 분출물은 산성비의 원인이 됐다. 80년대 이후 독일은 오염을 줄이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루르 지방의 사례는 미국, 일본, 영국의 공업도시가 공동으로 경험한 역사다. 60년대까지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다 그 심각성을 절감하고 이후 30여년간 지속적으로 펼친 오염 개선 과정이 유사하다는 것.
-
책과 삶 ‘개념 상실’ 역사관 외치는 뉴라이트 ▲뉴라이트 비판…김기협 | 돌베개 교육과학기술부가 밀어붙이는 근·현대사 교과서 개편의 진앙지는 뉴라이트 역사학계다. 역사 비평가인 저자가 진단한 뉴라이트의 한국 근·현대사는 한마디로 자본주의화의 역사다. 자본주의화가 곧 역사적 진화이며 문명화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벗기고 벗겨내면 자본주의화라는 핵심만 남는다. 또 이명박 정부의 레토릭 ‘선진화’도 따져보면 ‘자본주의화 이론의 새로운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런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비뚤어진 독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
책과 삶 외채 세련된 수탈체계 탐욕의 시대…장 지글러 | 갈라파고스 식량전쟁…라즈 파텔 | 영림카디널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기아 인구는 10억명을 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아까지 보태면 대략 20억명에 이른다. 기아 인구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늘었고, 가까운 미래에도 그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아만큼 빈부 양극화를 드러내주는 문제는 없다. 양극화는 구호, 지원 같은 인류애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양극화는 세계화의 흐름에 구조적으로 고착된 ‘수탈 시스템’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과 는 굶주리는 남반구 국가의 실상을 통해 양극화를 고발한다.
-
책과 삶 갈등과 유대의 갈림길, 민족정체성 대중문화와 일상, 그리고 민족정체성팀 에덴서 | 이후 바비 롭슨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을 그만둔 뒤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아인트호벤을 맡았다. 롭슨은 지휘봉을 쥐자마자 아인트호벤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아인트호벤 팬들은 롭슨을 싫어했다. 언론은 롭슨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롭슨이 우아한 네덜란드식 ‘토털 사커’ 대신 투박한 잉글랜드 스타일을 도입해 경기 스타일을 바꿔놓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롭슨의 경우는 축구에서 민족적 색채 혹은 민족적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되는지를 보여준다.
-
책과 삶 권력·정치에 영혼을 판 과학자들 히틀러의 과학자들…존 콘웰 | 크리에디트 그들은 기득권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로 몸을 떨었을지 모른다. 또 그들은 인정을 받고 부와 권력을 쟁취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부는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히틀러 제3제국 아래서 많은 독일 과학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타협의 길을 선택했다. 전쟁에 동조한 과학자의 전형은 프리츠 하버이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독일문화와 군국주의는 하나라는 신념을 지닌 화학자였다. 대량 살상용 독가스가 그의 손에 의해 개발됐다. 이 독가스는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군을 향해 처음 뿌려졌다. 그가 ‘고차원적 형태의 살인’이라 부른 가스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가 개발한 ‘자이클론 B’는 이후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유태인을 향해 분사됐다. 애당초 그에게 ‘과학의 가치 중립성’ 같은 도덕률은 무의미했다.
-
책과 삶 문화대혁명의 또 다른 피해자노동자 홍위병 문화대혁명, 또 다른 기억천이난 | 그린비 문화대혁명(이하 문혁)의 광풍은 중국 청년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17살이 되기도 전에 문혁을 맞닥뜨린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후난성 국영 촬영회사 노동자로 있던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문혁의 전위에 서게 된다. 그는 회사의 노동자들과 함께 상강풍뢰(湘江風雷)라는 조반(造反) 운동 조직을 만들어 무리를 이끌었다. 조반이란 전복과 혁명의 동의어이다. 조반 운동은 관료와 보수세력으로 분류되는 보황파를 처단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조반파는 홍위병의 노동자 버전이다. 책은 한 조반파 노동자의 문혁 10년 회고록이다.
-
책과 삶 사진속 경성, 낯선 식민지 삶으로 초대 경성, 사진에 박히다이경민 | 산책자 1924년 9월24일 경성에 콩알만한 우박이 쏟아졌다. 당시 한 신문은 가정집 장독 두껑 못지않게 사진관의 피해가 무척 컸다고 전한다. 사진관의 유리 지붕들이 속절없이 깨져버린 것이다. 인공 조명이 일반화되지 않은 20년대 사진관은 햇빛을 들이기 위해 지붕을 유리로 만들었다. 당연히 우박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1910년 이전 사진관 신문광고 끝부분에 주인인 남자의 이름과 함께 여성의 이름이 병기돼 있거나 ‘우리 사진관에는 여성 사진사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여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개화기라 해도 남녀유별이 공고하던 때여서 여성은 남자 사진사 앞에 서기를 무척 꺼렸다. 대신 여성이 촬영을 한다면 거리낌없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