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찬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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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고려는 단일민족 아닌 다민족 사회… 중국·발해·여진 등 귀화인 8%, 역사에 기록된 고위직도 10명 ▲ 고려사의 재발견…박종기 지음 | 휴머니스트 | 432쪽 | 2만3000원 한국사 교육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가 단일민족론이다. 적어도 제도권 교육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 거주자의 역사가 하나의 혈통과 문화로 면면하다는 사관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과연 순수한 문화라는 게 가능할까. 민족이란 게 상상의 공동체라는 분석도 있듯 수천년 단일 민족의 역사란 것도 책 속에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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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종말, 이주, 영혼의 무덤, 친구, 잠, 암흑… 죽음이란 무엇인가? ▲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구인회 지음 | 한길사 | 321쪽 | 1만8000원 죽음을 둘러싼 사유에 관한 한 몽테뉴만큼 많이 언급되는 철학자는 드물다. 젊은 시절 몽테뉴는 유달리 죽음에 대한 사유에 집착했다. 집착이 너무 지나쳐 불안으로 이어졌다. 죽음은 두렵고 나쁜 일로 인식됐다. 그러던 중 그는 낙마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깨어난다. 낙마 사고는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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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정치인들은 어떻게 기업을 갈취해 자기 주머니를 채울까 ▲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피터 스와이저 지음·이숙현 옮김 | 글항아리 | 283쪽 | 1만5000원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범죄에서 뇌물과 갈취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로 답할 수 있겠지만 돈 거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당사자가 어느 쪽인가로 구분할 수도 있다. 뇌물은 주는 쪽이 거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반면, 갈취는 받는 쪽에 주도권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인과 정치인 사이에 벌어지는 돈 거래는 어떤 경우일까. 우리는 통상 뇌물이라고 답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갈취에 해당한다. 당하는 쪽은 뇌물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갈취’가 원제인 이 책은 미국 정치인들이 기업과 같은 이익집단을 상대로 어떻게 돈을 뜯어내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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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몸이 아니라 생각이 장애였다” ▲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해릴린 루소 지음·허형은 옮김 |책세상 | 371쪽 | 1만5000원 저자는 미국에서 꽤 알려진 장애인 인권 여성운동가이자 심리치료사 겸 화가다.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를 앓은 그는 타인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뒤틀린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초로에 접어든 나이지만 장애를 완전히 넘어서진 못했다고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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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전사 곧 남자다움”… 국가, 죽음을 신화·국유화하다 ▲ 전사자 숭배…조지 모스 지음·오윤성 옮김 | 문학동네 | 311쪽 |2만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행위를 가리켜 ‘산화(散花)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산화라는 말에서 숭고한 희생을 발굴하고 대중적 언어로 정착시킨 장본인은 제국 일본이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때 전장에서 스러진 병사들을 기리고, 입대를 독려하면서 이 말을 즐겨 사용했다. 일본 국민은 산화라는 말에서 벚꽃이 분분히 흩날리는 광경을 연상했다. 처연하고 숭고한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전사는 숭고한 행위로 승격됐고, 종국에는 신화가 되어 숭배됐다. 가미카제 특공대의 돌진은 산화의 최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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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지정학 요충지 한반도서 대륙·해양세력이 펼치는 동아시아 제국의 ‘열국지’ ▲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김시덕 지음 | 메디치 | 383쪽 | 1만6000원 한반도는 언제나 지정학적 요충지였나. 책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한반도는 통념과 달리 오랫동안 유라시아 동부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요충지로 떠오른 계기는 임진왜란이다. 중국 영향권에 있던 한반도에 일본이라는 해양세력이 부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해양세력의 부상과 대륙세력의 맞대응으로 동아시아 역사는 요동쳤다. 책은 그 격랑의 동아시아사를 종횡무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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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송파 세 모녀·쌍용차 해고자 자살, 군 의문사… ‘사회적 죽음’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 13가지 죽음…이준일 지음 | 지식프레임 | 372쪽 | 1만5000원 개인의 죽음은 한 집안의 애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인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 죽음은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일이 됐다. 사후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족은 사망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망자의 유언을 놓고 법원은 효력 여부를 판단한다. 경찰은 검시를 하고, 국가기관은 억울한 죽음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제 개인의 죽음을 말할 때 국가라는 존재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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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혼혈의 강’ 다뉴브에 비친 중부유럽 ▲ 다뉴브…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550쪽 | 3만원 수백 년 전 아메데오라는 역사학자가 다뉴브 강의 발원지를 찾아나섰다. 그는 독일 남서쪽 삼림지대에 있는 브레크 강을 거슬러 오르다 실개천이 끝나는 곳에서 낡은 집 한 채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튀어나온 홈통 혹은 관 같은 게 보였는데, 관은 장작 창고 근처를 지나면서 좀 더 아래에 있는 연못 쪽으로 물을 콸콸 쏟아냈다. 수원지인 비탈 아래로 내려가는 물은 산에 있는 이 홈통에서 나온 것이다.” 아메데오는 이후 다뉴브 강의 발원지가 ‘홈통’이라는 기이한 가설을 내놓는다. 사실 2800㎞를 흘러 흑해에 닿는 다뉴브 강의 발원지 가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일 도나우에싱겐 마을은 다뉴브 강 발원지의 원조를 주장하며 물웅덩이 하나를 관광명소로 꾸며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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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스타와 성공 뒤에 숨겨진 ‘조력자’,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 ▲ 인비저블…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60쪽 | 1만6000원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음향 테크니션, 향수 ‘이스케이프’ ‘휴고 보스’를 만든 조향사, 뉴욕타임스의 팩트 체커(사실 검증 전문가), 유엔의 동시통역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답은 ‘훌륭한 조력자’이다. 이들은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명성, 인정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책은 이들을 가리켜 ‘인비저블’이라 부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높은 성취도를 올리는 사람이 이 범주에 드는데 이들의 특성과 가치를 이 책은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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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앙드레 말로가 기록한 드골의 마지막 육성 ▲ 참나무를 쓰러뜨리다…앙드레 말로 지음·심상필 옮김 | 은행나무 | 234쪽 | 1만2000원 1969년 12월 어느 날, 앙드레 말로는 샤를 드골의 집을 방문한다. 드골이 권좌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두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프랑스를 재건하고, 1960년대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으로서 ‘강한 프랑스’를 구축한 정치적 동지였다. 하지만 이들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바야흐로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68혁명’의 기운이 가라앉지 않은 때였다. 두 노정객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회한을 나누고 인생과 프랑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책은 이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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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다문화 공존의 걸림돌은 ‘서로 다른 자아’의 갈등 ▲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헤이즐 로즈 마커스·엘레나 코너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464쪽 | 1만9000원 미국의 한 한국인 대학원생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공항을 오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후 그 답례품으로 두 가지 색 볼펜을 내밀었다. 오렌지색 4개와 녹색 1개, 모두 5개 볼펜을 제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유럽계 미국인은 녹색 볼펜을 많이 선택했고 아시아계 미국인은 오렌지색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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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세계의 돈’ 로마 동전의 유통 과정서 마주친 로마인의 생활 ▲ 고대 로마 제국 15,000킬로미터를 가다…알베르토 안젤라 지음·김정하 옮김 | 까치 | 540쪽 | 2만원 동서고금 따질 것 없는 불변의 사실. ‘돈은 돌고 돈다.’ 제국시대 로마의 동전도 황궁에서부터 황제의 권력이 미치는 곳까지 돌고 돌았다. 런던, 파리, 스페인 끝자락, 루마니아 삼림지대, 메소포타미아 평원, 이집트와 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까지 로마의 동전은 널리 유통됐다. 책은 동전의 여행 경로를 따라 2~3세기 로마 제국 사람들의 삶을 재현한다. 이 시간 여행의 안내자는 세스테르티우스라는 둥근 청동 화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