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찬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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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경제대국이 되면서 중국 지식사회에 번지는 중화주의에 대한 우려 ▲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조경란 지음 | 글항아리 | 336쪽 | 1만8000원 중국 지식계의 신좌파는 덩샤오핑의 발전 노선을 비판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신좌파는 1990년대만 해도 중국 발전모델에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중국의 성장을 긍정하고 심지어 찬양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의 G2 등극을 자신들의 염원이 실현된 것인 양 공공연히 자랑한다. 왕후이 칭화대 교수가 대표적인 신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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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여로·아씨·새엄마’는 드라마일 뿐 아니라 국가에 동원된 이데올로기 ▲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 역사와 경계…고선희 외 | 컬처룩 | 408쪽 | 3만5000원 한국에서 TV 드라마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는 1960~1970년대이다. 1970년 TBC에서 방영한 <아씨>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형 멜로드라마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뒤이어 전파를 탄 <여로>(KBS), <새엄마>(MBC)는 드라마 시대를 꽃피웠다. 이 드라마들은 “신파도 이쯤 되면 예술”이라는 곱잖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냈다. 드라마에 ‘퇴폐·저질’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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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불황 때 자살의 증가는 경제적 원인보다 긴축정책이 더 큰 원인 ▲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데이비드 스터클러, 산제이 바수 지음·안세민 옮김 | 까치 | 314쪽 | 2만원 경제 불황이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통념이다. 우리는 불황기에 우울증, 전염성 질환, 자살 등이 증가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라는 게 책의 논지다.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불황 그 자체가 아니라 불황이 촉발한 정부의 긴축 정책이라는 것이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저자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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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청소년 20%가 스마트폰 중독… 한 달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다 ▲ 디지털 다이어트…대니얼 시버그 지음·고영삼 우진하 옮김 | 교보문고 | 264쪽 | 1만4000원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에 집중하다 아찔한 순간을 맞이한 적이 있거나 밥 먹을 때 자주 식탁 위에 스마트폰을 꺼내놓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스마트폰에 중독됐을 확률이 높다. 한국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금단증세를 겪는다. 스마트폰, 인터넷, 전자게임기,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시간은 놀랄 만큼 급증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디지털 비만에 빠진 것으로 비유한다. 책은 디지털 비만에서 벗어나 적절한 디지털 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른바 디지털 다이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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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온도계 발명 같은 과학지식의 발전은 역사와 철학이 맞물려 있는 것 ▲ 온도계의 철학…장하석 지음·오철우 옮김 | 동아시아 | 544쪽 | 2만7000원 온도계라는 것은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1600년대 초부터 사용됐다. 하지만 18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온도계는 제각각이었고 부정확했다. 과학자들은 하나의 규준으로 삼을 진정한 온도계가 필요했다. 책은 온도계, 더 엄밀히 말해 온도 측정법의 역사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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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역사와 현장 속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라 ▲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엘리자베스 존슨 지음, 박총·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348쪽 | 1만6500원 책은 약자, 가난한 자 그리고 고통받는 자에게 시선을 두면서 하나님을 성찰한 신학적 탐구이다. 여성 신학자인 저자는 현대 유신론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현대 유신론은 이성주의에 경도되고 신을 인격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근원은 자연과학이 득세하고 세속화하면서 기독교가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한 데 있다. 기독교는 방어적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명료한 관념으로 객관화하려 애썼다. 이런 태도는 결국 기독교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에 집착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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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복잡함은 사회 비용을 늘릴 뿐, 성공하려면 단순함을 추구하라 ▲ 심플…앨런 시겔·아이린 에츠콘 지음, 박종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40쪽 | 1만3000원 2011년 인터넷 은행 ING다이렉트가 대형 금융사에 인수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의 일이다. 고객들은 훌륭한 친구를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뉴욕타임스에 e메일을 보냈다. 기사로 다룰 만큼 많은 양의 e메일이 쏟아졌는데 대부분 근심 어린 전망과 인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었다. 주주도 아니면서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이 팔린다는 소식에 이처럼 반응하기란 드문 일이다. 왜 그랬을까. ING다이렉트는 고객만족도 98%를 기록하며 빠른 시간에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한 기업이었다. 그 비결은 금융서비스를 단순화한 데 있었다. 전문가도 해독하기 어려운 가입 약관을 간명하게 만들었고, 서비스 이용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명쾌하고 단순한 서비스가 성공의 열쇠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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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현대문명의 이기, 지리적 문맹을 낳다 ▲ 맵헤드…켄 제닝스 지음·류한원 옮김 | 글항아리 | 422쪽 | 1만8000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섬 ‘마이다’가 세계 지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 이때 마이다는 아일랜드 옆에 위치했다. 마이다는 이후 다른 지도에서 점차 육지에서 밀려나더니 1906년 북대서양까지 올라갔다가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집트와 수단 국경 사이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사막 지대 ‘비르타윌’이란 곳도 있다. 마이다와 비르타윌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지도와 지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지식이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지리와 지도마니아(맵헤드)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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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인터넷 공유지 수탈하는 ‘기생체’ 기업들 ▲동물혼맛떼오 파스퀴넬리 지음·서창현 옮김 | 갈무리 | 444쪽 | 2만5000원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창조경제’라는 것도 따져보면 자본주의의 변신술 가운데 하나다. 신성장 동력이니, 과학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이니 하며 차별적 수사를 동원해도 자본주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시대 변화에 맞춰 빠르고 치밀하게 변신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변화무쌍한 변신술을 읽어내고 가면을 벗기는 데는 고전적 마르크시즘만으로는 버겁다. 새로운 분석틀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탈리아 소장 학자 파스퀴넬리가 쓴 은 작금의 자본주의에 대한 독특한 해부 칼이다. 창조경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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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스탈린 이후 ‘일상화된 공포’… 인민, 침묵하다 ▲ 속삭이는 사회 1·2…올랜도 파이지스 지음·김남섭 옮김 | 교양인 | 각 560·604쪽 | 각 2만3000원 안토니나 골로비나는 여덟 살 되던 1931년 시베리아로 추방됐다. 부모가 ‘쿨라크(부유한 농민)’라는 게 이유였다. 재산은 몰수당했고 가족은 찢겨져 노동수용소에 유배됐다. 3년 후 수용소를 나왔지만 ‘인민의 적’이라는 꼬리표가 그녀를 따라다녔다. 성장기에 주위의 비판과 학대에 시달렸다. 그래서 그녀는 커가면서 자신의 ‘불온한 과거’를 숨기려 했다. 결혼해서도 남편에게 가족사에 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남편도 가족사에 대해 언급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남편의 과거를 알게 되는데, 그도 쿨라크 출신으로 수용소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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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공장 아닌 수도원·군대가 기계의 시대 열었다 ▲ 기술과 문명…루이스 멈퍼드 지음·문종만 옮김 | 책세상 | 682쪽 | 3만2000원 기계가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온 전환점은 언제일까. 우리는 와트의 증기 기관이나 산업혁명을 떠올린다. 대다수 학자들도 기계시대는 18세기 중반에 열렸다고 말한다. <기술과 문명>은 이에 대한 반박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지난 3000년 동안 기계가 인류 기술유산의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했고, 10세기부터 기계 문명이 완만히 발전해 왔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인 기계의 탄생지가 근대 영국의 공장이 아니라 중세 수도원, 군대, 회계 사무소였다고 말한다. 수도원은 수도사에게 엄격한 규율을 강요했다. 일과는 시간표에 따라 철저히 관리됐다. 필요가 발명을 낳듯 시간관리의 필요성은 정밀한 시계를 탄생시켰다. 시계는 수도원을 넘어 도시로 파급됐고 노동자와 상인의 삶을 뒤바꿨다. 시계의 탄생과 발달은 기계가 삶을 변화시킨 대표적 사례다. 저자에 따르면 산업시대를 있게 한 동력은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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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멈출 수 없는 ‘유행 사냥꾼’을 만드는 사회 ▲ 유행의 시대…지그문트 바우만 지음·윤태준 옮김 | 오월의봄 | 175쪽 | 1만3000원 근대의 문화는 계몽적 성격이 강했다. 지배계급과 지식 엘리트는 민중을 기르는 일, 즉 계몽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밭을 경작하듯 민중을 기르는 일(cultivating)이 문화의 본분이었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민중에게 규범을 주입해 사회질서를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