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찬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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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공간 읽기 ▲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오영욱 지음 | 페이퍼스토리 | 320쪽 | 1만6500원 ‘오기사’로 잘 알려진 30대 중반 건축가인 저자는 삶의 흔적이 담겨있는 건축물을 좋아한다. 가령 선유도공원의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 하나다. 이것은 과거 정수장 시설물로 얼핏 폐허처럼 보이지만 선유도공원 설계자는 이를 일부러 살려뒀다. 새것을 만들면서 과거의 흔적을 보존한 것이다. 그는 잠실이나 개포동의 주공아파트 재개발 방식이 못내 아쉽다. 재개발 때 지역 고유의 형상과 건물 배치를 살려두길 바란다. 왜냐하면 주공아파트 단지에는 그속에 살았을 사람들의 추억과 삶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 1970~80년대 격동의 시절을 대변하는 주공아파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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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사기열전’의 그들과 닮은 우리 역사 속 인물들과의 만남 남자의 인생…원재훈 지음 | 학고재 | 231쪽 | 1만5000원 난쟁이 가수 우전이 진시황제의 연회에 초대됐다. 마침 그날은 비가 내렸다. 우전은 하릴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호위병들이 안쓰러웠다. 그는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키가 작지만 연회장에서 편히 쉬고 있고, 너희들은 나보다도 키가 큰데 가련하게 빗속에 서 있으니 키가 큰 게 다 무슨 소용이냐.” 이 말을 들은 시황제는 웃으며 호위병을 반으로 나눠 교대로 쉬게 해주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속 ‘골계열전’에 나오는 인물의 이야기다. ‘골계열전’에는 우전처럼 재치와 입담을 지닌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수수께끼로 왕을 사로잡은 순우곤, 풍자에 능한 음악가 우맹 등도 골계열전 속 인물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도 우전, 순우곤, 우맹과 같은 인물이 있다고 한다. 바로 ‘3대 구라’라 불리는 백기완, 방동규, 황석영이 그들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구라’들에게서 촌철살인으로 강자를 움직이는 약자의 힘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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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달라이 라마의 행복 처방 ‘앎과 접촉’ ▲ 당신은 행복한가달라이 라마·하워드 커틀러 지음 | 문학의숲 | 455쪽 | 1만5000원 10년여 전에 나온 (김영사)이라는 책이 있다. 표지의 티베트 소년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이 책은 꽤 긴 기간 동안 인기를 끌었고 출판계의 행복론 열풍에 단단히 한몫했다. 는 속편 격이다. 도 달라이 라마 특유의 불교적이고 명상적인 행복론, 즉 ‘마음 수행’이 핵심 메시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속편은 주로 테러, 전쟁, 종교 갈등 같은 고질적 사회문제 속에서 행복의 길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9·11 테러의 영향이 크다. 책은 티베트 고승과 미국 심리학자의 토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대화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포성이 요란할 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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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서구 미술품 거래 시장의 사기 활극 실화 미술품 위조 사건…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 소담출판사 | 414쪽 | 1만5000원 “명화 모조품을 그려드립니다.” 가난한 파트타임 미술 교사 존 마이어트는 신문에 이 같은 내용의 광고를 냈다. 마이어트는 미술 거장들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재주를 지녔다. 완전한 모작이 아니더라도 유명한 화가가 그렸을 법한 그림을 감쪽같이 그려냈다. 이런 마이어트에게 어느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물리학자라고 소개한 존 드류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마티스와 브라크의 그림 등을 주문했다. 드류는 마이어트의 재능을 알아봤고 자신의 계획에 서서히 끌어들였다. 마이어트는 달변에다 귀족적인 풍모를 지닌 드류에게 빠져들었다. 드류가 세운 계획은 유명한 화가의 모작을 만들어 내다파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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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오에 겐자부로 ‘작가 인생 50년’ 스스로를 돌아보다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오에 겐자부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444쪽 | 1만3000원 23세에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지식인으로 50여년 동안 주목받아 오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77). 50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는 작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오에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어떤 작품이 될까 하는 예측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한 장 한 장 계속해서 써나가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소설이든 메모 형식이든 하루도 펜을 잡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그에게 생활 자체였다. 그는 여성이나 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50대가 돼서야 가능했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작품의 여성 묘사는 관념적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수차례 자신을 ‘늦게 익은 작가’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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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카프카, 그의 삶의 실존이자 환상이었던 ‘글쓰기’ ▲카프카 평전 이주동 지음 | 소나무 | 872쪽 | 3만5000원 “그는 거의 말이 없었고, 그의 외모는 결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막스 브로트라는 프라하의 한 대학생이 문학 강연 모임에서 만난 프란츠 카프카에 대해 쓴 첫 인상기이다. 두 사람은 이내 가까워졌다. 브로트는 이후 카프카의 곁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남는다. 카프카는 불안에 시달리고 고독을 좋아한 비관주의자였다. 반면 브로트는 문학과 음악 등에 다재다능하며 사교적인 낙관주의자였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천재성을 사랑했고 카프카는 브로트의 재기발랄함을 좋아했다. 브로트는 카프카에게 문학적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그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도록 이끌었다. 브로트가 없었다면 카프카란 존재도 빛을 보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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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이방인의 하노이, 토박이의 하노이 ▲스토리텔링 하노이…김남일 외 지음 | 아시아 | 204쪽 | 1만3000원 베트남 수도 하노이 가이드북이다. 하지만 흔하디흔한 안내서 종류는 아니다. 책은 도시의 관광지가 아닌 도시의 뿌리, 기억, 상처 등을 이야기한다. 하노이를 이야기하는 시선은 두 가지이다. 이방인의 시선과 토박이의 시선. 베트남을 여러 차례 여행한 소설가 김남일에게 하노이는 앙드레 말로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인 말로는 젊은 시절 베트남에서 유물을 도굴하다 붙잡혔다. 그는 1923년 시엠레아프의 밀림에서 1t이 넘는 압사라 여신상을 몰래 반출하려 했다. 김남일은 하노이의 거리와 건물에서 프랑스의 식민 지배, 베트남전 같은 아픈 역사를 본다. 그에게 하노이의 인상은 ‘저항의 아지트’이자 역사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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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현대 소설들에서 ‘종교적 인간’ 읽어내기 ▲우리 시대의 신화유요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318쪽 | 1만5000원 종교학자가 쓴 소설 비평이다. 등장인물의 종교적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종교적 인간’이다. 인간은 모두 종교적이라는 뜻의 이 말은 죽음, 허무, 절망 같은 한계 상황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한계를 겪고 그것에 좌절하거나 극복하려는 모습은 우리들의 범속한 일상이라는 의미다. 책은 만화 와 14편의 국내외 현대소설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한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맥 매카시의 는 한계 그 자체에 대한 서사이다. 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땅을 떠도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매일매일은 절망”일 수밖에 없다. 허무와 황량한 삶. 주인공은 죽음도 삶도 아닌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저자는 이 소설이 일상화된 절망과 그 너머로 보일 듯 말 듯한 희망을 좇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는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삶을 구성하는 방식과 동일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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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소설가 아닌 지성인 최인훈 들여다보기 ▲바다의 편지…최인훈 지음 | 삼인 | 592쪽 | 2만5000원 소설 의 작가 최인훈은 2004년 문학평론가 김명인과의 대담에서 이데올로기를 “커다란 생명 흐름 속 한 가닥 지류”라고 했다. 그리고 ‘역사의 종언’이라는 표현은 오류라며 ‘역사적 혼미’라는 용어로 대체한다. 또 최인훈은 1970년대 말 쓴 글에서 복지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한국 진보주의자들의 사회적 성찰을 촉구한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봐도 울림이 있다. 최인훈의 역사적 인식은 깊고 독창적이다. “여기는 환상의 상해임시정부가 보내드리는 주석의 소리입니다”로 끝맺는 소설 ‘주석의 소리’도 최인훈의 역사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논평 형식의 독특한 이 작품은 어느 역사책 못지않게 서구 근대사를 제대로 꿰뚫고 있다. 이 책은 소설가가 아닌 지성인 최인훈의 면모를 보여주는 글 묶음이다. 최인훈의 문명, 세계, 역사에 대한 인식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이 책을 엮은 오인영 고려대 교수는 최인훈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만 보지 않는다. 오 교수는 최인훈을 “한국 문화의 지평을 넓힌 지성인이자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사상가”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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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그 많던 ‘알파걸’은 왜 ‘알파레이디’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 알파레이디 리더십…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 지음 | 들녘 | 292쪽 | 1만2000원 반장·부반장은 여학생들이 많이 하는데 기업체 사장·부사장은 왜 남자가 많고, 초등학교 교사는 비교가 안될 만큼 여성이 많다는데 왜 여자 교장은 적을까. 그 많던 ‘알파걸’은 왜 ‘알파레이디’로 성장하지 못한 걸까. 이 책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여성들의 ‘태도’. 그렇다면 어떤 태도를 지녀야 알파레이디로 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모색의 결과물이 책에 담겼다. 책은 자타공인 한국 사회 알파레이디 10명의 강연록이다. 경험에서 우러난 그들의 조언은 허심탄회하고 육성처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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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몸 곳곳서 뻗어 나가는 시적 몽상 ▲밀어김경주 지음 | 문학동네 | 384쪽 | 1만5000원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몽상’이다. 몽상의 대상은 몸이다. 엄밀히 말하면 신체 각 부위다. 30대 중반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지은이는 독특한 문체로 몸에 대한 몽상을 펼쳐놓는다. 지은이의 눈에 쇄골은 바로크의 빗장뼈다. 바로크 시대 건축물의 곡선미가 쇄골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우디와 르 코르뷔지에 곡선에서 쇄골을 연상한다. 가슴골은 분화구의 이미지이고 꽃으로 치자면 저녁이면 피는 분꽃이란다. 또 인중은 한 사람의 내력을 웅변하는 ‘웅숭깊은 부동산’ 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몽상한다. 이 같은 꿈꾸기는 우리 몸 군데군데를 더듬으며 무수히 뻗어간다. 달팽이관, 엄지, 갈비뼈, 손금, 항문, 속눈썹 등 그 항목만 40여개이다. 거기에는 그림자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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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마음의 고향이자 상처의 기원인 가족 ▲홈메릴린 로빈슨 지음·유향란 옮김 | 랜덤하우스 | 507쪽 | 1만6000원 1950년대 중반 미국 아이오와주의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늙고 병들어 죽음을 앞둔 목사가 홀로 사는 집에 8남매 중 두 남매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귀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0년 만에 돌아온 아들 잭과 십수년 만에 돌아온 막내딸 글로리는 저마다 사랑의 실패가 가져다준 아픈 상처를 품고 있다. 그들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짐을 부려놓듯 지친 심신을 고향 집에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간다. 은 이렇게 삶에 지친 영혼에게 고향, 집,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