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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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람 樂書一覽 말끝마다 “어…음…”사실 필요한 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아’나 ‘어’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언어학에서는 말이 멈춘 틈을 채운다는 의미로 이런 표현들을 ‘공백 채움말(filled pause)’이라고 부른다. 말을 할 때 ‘아’나 ‘어’ 같은 말을 남발하면 어눌해 보이기 쉽다. 하지만 미국 네바다대학교 언어학 교수 발레리 프리들랜드에 따르면 공백 채움말은 의사소통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조금 지체될지 모른다는 경고음”을 보냄으로써 상대방이 대화를 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공백 채움말이 있으면 상대방의 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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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태에 ‘헌법’ 관련서 판매 급증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헌법과 민주주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관련 도서들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헌법 관련서 판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월 동기 대비 219% 증가했고, 올해 1월에는 전월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올해 1월의 경우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79% 증가했지만,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무려 13배(1285.4%)나 증가했다. 헌법 관련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헌법학자 이효원 교수가 헌법 조문을 해설한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현대지성)로, 지난해 12월 전월 동기 대비 판매가 323.5% 증가했다. 2위는 헌법 조문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한 <헌법 필사>(더휴먼)로, 올해 1월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36.0%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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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과거에도 지금도 ‘어쩔 수 없는’ 명령은 없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 사태에 가담한 군 장성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명령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예컨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군인은 이게 지금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이지 않나. 그러면 본인들은 그 명령을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정보사 대령 2명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를 위한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면서 “명령이 있으면 군인은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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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나뭇잎 하나로도 우주로 연결되는 거예요 산책을 즐기는 실험물리학자 고재현은 ‘산책길에서 코스모스(우주)와 연결됨을 느끼는 순간이 있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봄에 특히 그렇죠”라면서 위와 같이 답한다. 봄철에 땅을 뚫고 올라온 새싹의 연한 녹색에서 수십만 년의 시간을 넘어 지구로 날아온 빛의 존재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주적 연결에 대한 감각은 과학의 지식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경이롭고 시적인 통찰일 것이다. 책은 저자가 국내 과학자 8명과 인터뷰한 기록이다. 그는 ‘과포자’가 양산되는 것은 우리 교육이 “과학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본질적인 질문과 감수성”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과학을 하는 마음”을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의 서재에 <수레바퀴 아래서>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본집이 꽂혀 있다는 것도 신선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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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6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위는···한강 ‘소년이 온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전문가 106인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15일 작가, 번역가,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과 관련된 106인을 대상으로 2000년대에 출간된 책 중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 <소년이 온다>가 19명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은 10명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인류학자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와 미국 젠더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은 각 8명의 지지를 얻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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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진주만, 히로시마, 9·11···미국의 ‘전쟁 문화’가 만들어낸 보복의 부메랑 2001년 9월11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납치한 항공기 두 대가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했다. 워싱턴에서는 펜타곤이 공격받았다. 사상 초유의 테러공격에 대해 미국인들은 반사적으로 ‘진주만’을 떠올렸다. 1941년 12월7일 일본 해군 소속 함재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 중이던 미 태평양 함대 함정들을 기습 공격해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 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9월11일은) 오욕 속에 길이 남을 날”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진주만이 공격받았을 때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일기에 “오늘 21세기의 진주만이 벌어졌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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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람 樂書一覽 상주에서 느낀 행복이란…여성 15명의 ‘정착 실험’ ‘상주함께걷는여성들’은 인구 9만여명인 소도시 경북 상주에서 사는 여성들의 모임이다. 직업도 고향도 다르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달리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 이웃과 어우러지며 함께 걸어가는 삶을 소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촌촌여전>은 이 모임에 참가하는 여성 15명이 상주에 정착한 이유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보람을 밝힌 책이다. 소도시에서의 삶이 갖는 장점은 뭘까. 상주에는 노숙인도 없고 반지하방도 없다. 삶이 각박하지 않은 것이다. 변영진씨는 상주에 대해 “‘인심’이라는 인간의 마음이 마모되지 않은 곳”이라며 “새롭고 잘난 문화나 사람들과의 접촉이 적고, 이로 인한 욕망의 가파름이 덜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환경은 사람의 성품과 정서를 형성하는 것이어서 나 또한 이곳에 살면서 훨씬 편안해진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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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엔 영리하지만 일은 치열하게 외면…‘가짜 노동’ 걷어내야 무기력증 풀린다” “겉으로는 공익을 위한 체계를 자처하면서도 대다수의 관료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영리하게 움직이며, 정작 본질적인 일은 그만큼 치열하게 외면하는 기형적인 세계가 바로 공직사회다.” 노한동 전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38)은 최근 출간된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사이드웨이)에서 한국 관료사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노 전 서기관은 2023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직후 사직했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최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안정적인 공직자 생활을 그만둔 이유와 관련해 위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부당한 일을 해야 했다거나 괴팍한 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렸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극적인 사건은 없었다. 사직은 해를 거듭할수록 공직사회의 문제점들이 시야에 점점 더 선명하게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닥친 결과에 가깝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쓴 에피소드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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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요리책 국내 출간한 에드워드 리 “내가 성장하는 만큼 내 요리도 달라지길” “최고의 음식이란 보기에 아름답고 맛도 유일무이하지만, 그와 동시에 셰프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흑백 요리사> 준우승 이후 본업인 요리 이외에 광고와 예능까지 넘나들며 바쁘게 활동 중인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53)의 첫 저서 <스모크&피클스>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책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어준 한국 음식에 대한 추억과 미국 남부에서 요리사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가던 젊은 시절의 자화상이 130가지 레시피와 함께 실렸다. 요리 솜씨 못지 않게 뛰어난 그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3년에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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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19세기 영국서 제작된 세계 수로도 전시···동해를 ‘한국만’으로 표기 동북아역사재단은 1817년 영국 지도 제작회사인 존 톰슨사(John Thompson Jr.&Co)가 만든 ‘세계 수로도’를 독도체험관에서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세계 주요 항로를 표시한 이 지도는 존 톰슨사에서 출간한 ‘신 일반 지도첩’(A New general atlas)에 실렸다. 지도를 보면, 조선의 국호를 ‘코리아’(Corea), 동해 수역은 ‘한국만’(Gulf of Corea)으로 표기했다. 대한해협은 ‘한국해협’(Str. of Corea)으로 기재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런 표기는 동해 수역을 한국의 바다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도에는 동해를 지나가는 선이 그려져 있다. 재단에 따르면 이는 프랑스 탐험가 라페루즈(1741∼1788)가 항해했던 궤적을 나타낸 것이다. 프랑스 해군 장교이자 탐험가인 라페루즈는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명령으로 1785∼1788년 세계 일주를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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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 이형열 명예보유자 별세 조선 왕조 중요 의례인 국가무형유산 ‘종묘제례’ 전승에 기여한 이형열 명예보유자가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종묘제례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올리는 제사다. 조선 왕실의 제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행사로, 종묘대제(宗廟大祭)라고도 한다. 웅장함과 엄숙함이 돋보이는 국가적 의례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고인은 평생 종묘제례 전승과 보급을 위해 헌신해왔다. 1937년생인 그는 젊은 시절 서울로 상경해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활동하며 고(故) 이재범(1928∼1987) 보유자를 도와 종묘제례에 참여했다. 이후 1974년부터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전례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전례이사,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중앙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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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윤상현의 궤변 “공수처 체포영장은 사법체계 붕괴”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 붕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등 일련의 과정으로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단히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전날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당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