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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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에게 이상적인 제주서 새 학문 공동체에 보탬” “그동안 모래주머니를 달고 사는 느낌이었는데 비로소 자유로운 학문의 길에 들어설 수 있게 됐어요. 자유로운 학자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내년 2월 19년 간 몸담았던 전남대 철학과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김상봉 교수는 지난달 말 거처를 광주광역시에서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으로 옮겼다. 퇴직까지 아직 몇 달이 남았지만 이번 학기는 강의를 하지 않는 연구학기여서 사실상 교수 생활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제주 자택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이제 비로소 비본래적인 일에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며 “서울에서 ‘거리의 철학자’로 살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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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재야생화의 길 …화석연료 의존 늘리는 한국 안타깝다” “가뭄과 홍수 등 기후위기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국이 낡은 기술에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사회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 9일 신작 <플래닛 아쿠아>의 전 세계 동시 출간을 맞아 한국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발전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무료”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정부는 동해에서 새 석유·가스전 시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냉각수 부족으로 원전 이용이 축소·중단되는 추세인데도 해외 원전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기후대응을 위해 댐 14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리프킨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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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한국인 기원은 ‘기후 난민’? 자신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은 인간의 근본적 욕망에 가깝다. <한국인의 기원>은 ‘한국인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기후’라는 프리즘을 통해 탐구한다. 전작인 <기후의 힘>에서 기후가 문명의 성쇠에 미친 영향을 살폈던 저자는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한반도에 사는 이들의 조상은 기후 난민이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저자가 이 같은 주장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4부로 나눠 설명한 뒤, 마지막 5부에선 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한국인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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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킬 때 윤리적 주체가 된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는 제2차 대전 당시 포로가 된 영국 군인들이 일본군의 철도 건설에 동원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당시 건설 현장에서는 조선인 포로감시원 1000명이 일했다. 일본군이 조선과 대만에서 민간인을 동원해 감시를 맡겼기 때문이다. 조선인 감시원들은 일본군의 지시를 받고 포로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 이들의 잘못이 일본군과 동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피해자일 뿐인가. 1942년 포로감시원으로 일했던 이학래라는 사람은 전후 기소돼 교수형을 선고받았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평생 싸웠지만 자신의 잘못도 부인하지 않았다.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가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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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양대산맥을 다룬 대작 혼자서 번역한 뚝심의 학자 최근 세 권으로 출간된 <양명평전>(역사비평사)은 도합 2868쪽에 이르는 육중한 무게감이 인상적인 저작이다. 상권 944쪽, 중권 916쪽, 하권이 1008쪽이다. 역사비평사는 2015년에도 상·하권 도합 2400쪽 분량의 <주자평전>을 내놓은 바 있다. <주자평전>과 <양명평전>은 유학의 양대산맥인 주자와 양명의 생애와 사상을 치밀하게 파헤친 전기물로, 저자인 수징난(束景南) 중국 저장대 명예교수(1945~2024)가 집필하는 데만 각기 10년씩, 도합 20년이 걸린 대작이다. 여러 명의 번역자들이 몇 년 동안 매달려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두 책의 한국어 번역을 번역가 김태완(60)은 혼자 해냈다.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경연, 왕의 공부> 등으로 알려진 저술가이기도 한 그는 5년 동안 번역한 <주자평전>으로 “일생일대의 작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2015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율곡 이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광주광역시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의 철학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현재는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특별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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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개인의 편린들이 모여 보편적 역사가 된다 “1935년 5월21일에 태어났어. 충청남도 아산군 영인면 신운리 210번지에서. (중략) 양반 가문이었지. 옛날에 양반 가문은 고깔 같은 거 이렇게 쓰고, 긴 담뱃대 가지고 깨끗이 입고 그렇게 생활을 했잖아. 할아버지가 그런 양반이었어. 부유하니까 남들이 많이 인정을 했고, 또 남을 도울 줄도 알고 하니까 남들이 우러러 보고 마을에서 인식이 아주 좋았어.” 2016년 7월13일, 학부 사학과 2학년 이동해는 휴대폰 녹음기를 켜고 외할아버지 허홍무와 마주앉았다. “이름 모를 누군가도 역사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미시사, 경험한 것 자체도 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구술사” 개념을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녹취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벅찼다. 주관적 경험담을 당대의 보편적인 역사적 맥락 안에 위치시키는 건 더욱 난망한 일이었다. 대학원에서 사료를 찾고 분석하는 방법을 충분히 익힌 뒤에야 작업을 재개할 자신감이 생겼다. 호적부, 국민학교 생활기록부, 군이력카드 등 각종 서류를 찾아내고 관련 문헌들을 파고들었다. 1990년대생 손자가 1930년대생 외할아버지의 삶과 그 삶을 요동치게 만든 현대사의 커다란 흐름을 복원한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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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람 樂書一覽 논픽션의 관점에서 픽션인 SF 재해석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의 저자들은 인류학자들이다.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 이들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의 인류학 저술과 김초엽의 SF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말한다. 인류학 연구가 철저한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논픽션의 세계라면, SF는 과학적 사실의 한계 위에서 상상력을 꽃피우는 픽션의 세계다. 그런데 무슨 공통점이 있다는 걸까. 저자들의 설명은 이렇다. “SF 작가 김초엽은 SF의 매력 중 하나가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보도록 하는 것이며, 초점을 변두리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에 매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학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학은 낯선 타 문화를 익숙하게 만들고, 익숙한 자문화를 낯설게 만드는 관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20세기 인류학의 거장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유럽인들과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만남을 인류와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만남에 비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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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금일’ 논란 되는 시대···‘어휘력 키워주는 책’이 뜬다 문해력과 어휘력을 강조하는 책들의 출간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집중력을 앗아간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하면서 읽기 능력 향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서점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문해력’ ‘어휘력’을 키워드로 하는 책의 출간은 최근 4년 사이 4배가량 늘어났다. 2020년 관련 도서의 출간 종수는 36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49종으로 늘었고, 올해의 경우 1~7월 사이에만 146종이 출간됐다. 판매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폭을 보면, 2022년 11.6%, 2022년 26.7%를 기록했고, 올해 1~7월에는 80.6% 늘어났다. 8월 들어서도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내 아이를 위한 어휘력 수업> 등 관련 도서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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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을 뒷받침한 극단···푸틴과 트럼프의 배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지도자가 조언을 구하는 인물이 위험한 사상에 빠진 사람이라면 그 세계는 안전할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 지도자의 정신적 스승이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 없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또 어떨까.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 설정이 아니다. 이는 이미 세계가 한 차례 경험했고, 일부 지역에선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이다. 한 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렸던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71), 다른 한 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뇌’로 불리는 러시아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62)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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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극단을 뒷받침한 극단, 그 뒤틀린 뿌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지도자가 조언을 구하는 인물이 위험한 사상에 빠진 사람이라면 그 세계는 안전할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 지도자의 정신적 스승이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 없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또 어떨까.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 설정이 아니다. 이는 이미 세계가 한 차례 경험했고, 일부 지역에선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이다. 한 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렸던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71), 다른 한 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뇌’로 불리는 러시아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62)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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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역사적 기반 위에서 계속되는…평등을 위한 투쟁 “내가 평등을 향한 흐름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을 절대 우쭐대자는 의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내 의도는 오히려 그 반대다. 단단한 역사적 기반 위에서 평등을 향한 투쟁을 계속하자고 말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등을 향한 움직임이 실제로 일어났던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평등을 지속적인 현실로 만들어 준 무수한 투쟁과 집단행동,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사법 시스템, 사회·조세·교육·선거 제도 등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평등의 역사>(그러나) <21세기 자본>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18세기 이후 평등이 꾸준히 확대됐다고 지적한다. 2020년의 세계는 1900년보다, 1900년의 세계는 1780년보다는 평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등의 규모는 제한적이다. 피케티는 실질적 평등을 위해 “젠더 차별, 사회적 차별, 종족-인종 차별을 철폐할 수 있는 지표와 절차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평등을 향한 길은 “적극적인 시민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마지막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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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6만부·18쇄···금융기업이 만든 책이 잘 나가는 이유는? 출판사가 아닌 금융기업이 출간한 책이 출간 3개월 만에 18쇄를 찍었다. 콘텐츠만 있으면 책을 낼 수 있는 출판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1일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에 따르면 토스가 지난 5월27일 출간한 <더 머니북(THE MONEY BOOK)>은 현재까지 18쇄, 6만부를 찍었다. 초판 1000~2000부를 소화하기 힘든 시장 상황에서 돋보이는 숫자다. 책은 지난 6월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고 지난 7월에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8월 들어서도 첫째주와 둘째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