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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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존엄 잃은 마무리, 누가 노인을 대변할 것인가 디디에 에리봉(73)은 원래 미셸 푸코 평전으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다. 지금은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더 유명한 작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프랑스 북부 공업도시 랭스를 떠나 파리의 지식인 사회에 자리를 잡은 에리봉이 ‘노동계급 출신 게이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성적·계급적 정체성을 예리하게 해부한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2009년 출간 후 연극으로도 만들어졌을 만큼 프랑스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어판(2023)에도 호평이 쏟아지며 에리봉의 이름을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각인시켰는데,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그가 2017년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뒤 쓴 책이다. -
금요일의 문장 보수 러시아인들, ‘어게인 1991’만은 안 된다 생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식적인 법이지만 이것이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누구든 마음대로 재갈을 물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 시절의 완전한 독재와 1990년대 생지옥 같은 자유를 경험한 러시아 국민은 작금의 이 상황을 최고의 상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러시아 어르신들은 정부가 언론을 박살내든 정치인을 탄압하든 한 가지만 생각한다. ‘어게인 1991’은 절대 안 된다고 말이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틈새책방러시아인들은 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할까. 러시아에서 태어나 201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는 보수적인 러시아인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1990년 소련 붕괴 이후의 혼란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공산주의 소련 붕괴 후 몰려온 자본주의의 쓰나미 속에서 러시아는 탈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정전과 단수 사태가 빈발했다. 이때의 경험으로부터 러시아 기성세대의 마음속에 ‘자유=무질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푸틴 집권 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평균 7%대로 뛰고 빈곤율은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전쟁 비용은 급증하고 있고 그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성장의 단맛으로 불만을 눌러온 푸틴의 강권 통치는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 -
말러, 쿠렌치스, 아르헤리치···2026년 주목할 클래식 공연 클래식 음악 팬들은 1년치 공연 관람 계획을 세우느라 연초부터 분주해진다. 올해 주목할 만한 공연들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말러 2026년은 유독 말러 교항곡이 풍년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야프 판즈베던 음악감독 지휘로 3월에 6번, 11월에 4번을 연주한다. KBS교향악단은 정명훈 음악감독 지휘로 3월에 5번, 10월에 4번을 연주하고, 5월에는 객원 지휘자 요엘 레비와 함께 6번을 연주한다. 흥미롭게도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맞대결하는 구도가 됐다. -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돌아온 정명훈 “음악가들 사랑해주고 도와주겠다” “KBS교향악단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가들(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사랑해주고 키워주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72)은 지난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명훈은 KBS교향악단 창단 70주년인 내년 1월부터 3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오케스트라의 예술 운영을 총괄하고 중장기 예술 전략을 수립하는 등 악단의 예술적 비전을 이끌 예정이다. 정명훈은 앞서 1998년 제5대 상임지휘자를 맡았으나 내부 불화로 4개월 만에 사임했다. -
기지촌의 어머니, 고객이던 아버지···'양공주'의 후손, 침묵당한 목소리를 기록하다 “여자가 말할 수 있는 기억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 여자는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완전히 뜬금없는 걸 기억할 때도 있지.”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젠더연구 등을 가르치는 한국계 미국인 그레이스 M. 조는 스물세 살이던 1998년 한국계 미국인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양공주’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나의 어머니가 한때 기지촌에서 일했고, 기지촌 클럽을 드나들 수 있는 미군 상선 선원이던 나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고객이었다는 비밀을 알고 몇년이 흐른 뒤였고, 나는 아직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중이었다.” -
책과 삶 계엄의 소용돌이 넘어 현실로부터 반성적 거리두기…한 발 앞으로 살아갈 힘 얻다 “지적인 삶은 벽의 움푹 파인 공간과 같아서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눈앞의 논쟁에서 잠시나마 한 발짝 물러나 시야를 넓히고, 자신이 상속받은 보편 인류의 유산을 기억해낼 수 있다.” 미국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고전을 가르치는 제나 히츠는 <찬란하고 무용한 공부>에서 배움의 쓸모를 이렇게 정의한다. 지난해 불법계엄이 일으킨 정치적·법적 소용돌이가 1년 내내 지속됐던 올해 독서인들이 새겨볼 만한 말이다. 독서는 그 자체로는 무용하지만 현실과의 반성적 거리를 확보해줌으로써 읽는 사람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경향신문은 1년간 ‘책과삶’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책 중 10권을 ‘2025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작은 매듭이 되길 기대한다. -
마에스트로 정명훈, KBS교향악단 이끈다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정명훈(72·사진)이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KBS교향악단은 23일 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정명훈은 2026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의 예술 운영을 총괄하고 중장기 예술 전략을 수립한다. KBS교향악단은 “신중한 검토를 통해 양측이 향후의 예술 운영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악단의 70년 역사와 다가오는 한국 교향악단 100년 역사를 이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명훈,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정명훈(72)이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KBS교향악단은 23일 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정명훈은 2026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의 예술 운영을 총괄하고 중장기 예술 전략을 수립한다. KBS교향악단은 “신중한 검토를 통해 양측이 향후의 예술 운영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악단의 70년 역사와 다가오는 한국 교향악단 100년 역사를 이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음악은 종이에 찍힌 음표 이상의 것” 키릴 게르스타인(46)은 클래식 공연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2023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4위를 차지했다. 조성진이 그의 뒤를 이어 5위였다. 게르스타인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지난 5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고, 지난 11월에는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내한 공연에서도 협연자로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책과 삶 인류 살아남게 한 부족주의…‘확장 리셋’하라 옥스퍼드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하비 화이트하우스가 쓴 <인간 본성의 역습>은 인간 본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유사 이래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는 담대한 시도다. 40년간의 현장 연구와 데이터 축적·분석 작업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첫 대중서다. 인류는 오랜 생물학적·문화적 진화 과정에서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라는 세 가지 본성(저자의 표현으로는 ‘편향’)을 물려받았다. -
금요일의 문장 지지자들은 범죄자 학살 공약을 걱정하지 않았다 “돈돈은 ‘도살자’ ‘징벌자’로 불리는 사람의 대권 야망을 지지하는 것이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원칙과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는 법을 잘 지켰다. 세금을 냈다. 마약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범죄자와 마약 중독자를 학살하겠다는 두테르테의 공약을 걱정하지 않았다. 두테르테의 말을 농담으로 여겨서가 아니었다. 살해될 사람들이 자신의 안녕에 딱히 필요 없는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이 사회에서 사라진다면 국가 자원이 허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죽는다면 공익에 보탬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 바다출판사 -
책과 삶 과대 포장된 인공지능 ‘현주소’를 직시하라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에는 뱀에서 추출한 기름을 만병통치약으로 포장해 사기를 치는 장사꾼이 많았다. 이들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욕망과 의학에 대한 무지를 악용해 이익을 취했다. 뱀기름을 산 사람들은 아까운 돈을 날리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가짜 뱀기름에 포함된 유독성분 탓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AI 버블이 온다>를 쓴 프린스턴 대학교 정보기술정책센터 소장 아르빈드 나라야난과 연구원 사야시 카푸르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의 능력과 위협을 과장하는 연구자, 기업, 미디어야말로 21세기의 뱀기름 장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