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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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정부의 뒷걸음질, 출구 찾을까 의·정 갈등이 중대 기로를 지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하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총선 이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4월 19일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증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연 2000명에서 많게는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두 달만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갈등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일보 후퇴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사 단체는 줄곧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해 왔다. 연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산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총선 이후, 사회적 협의를 해보자는 정부와 야당의 제안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를 요구하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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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정부의 뒷걸음질, 출구 찾을까 [주간경향] 의·정 갈등이 중대 기로를 지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하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총선 이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4월 19일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증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연 2000명에서 많게는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두 달만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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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10년 싸운 세월호 가족에게 빚졌다”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이후, 세월호는 하나의 사회운동이었다. 시민들은 아침에 집을 나선 가족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종전까지 빠르게 ‘수습’해야 할 일이던 ‘재난’은, 사회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진상을 규명하고 애도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이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참사 이전까지 평범한 이웃이었던 희생자·생존자의 가족들이다. 그들은 단식과 삭발, 삼보일배와 100일을 넘는 농성도 마다하지 않고 사회의 맨 앞줄에서 ‘안전사회건설’을 촉구해왔다. 이들은 “지겹다”, “뭘 밝혀냈냐”고 말하는 사람들의 몫까지 대신해 싸웠다. “내가 먼저 당했으니 당신들은 당하지 말라”(책 <520번의 금요일> 중 준영 엄마 임영애씨의 말)는 마음이었다. 이들이 앞장서 싸우는 대신 국가에 재난의 수습을 일임했다면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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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세월호 가족에게 빚졌다” [경향신문]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이후, 세월호는 하나의 사회운동이었다. 시민들은 아침에 집을 나선 가족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종전까지 빠르게 ‘수습’해야 할 일이던 ‘재난’은, 사회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진상을 규명하고 애도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이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참사 이전까지 평범한 이웃이었던 희생자·생존자의 가족들이다. 그들은 단식과 삭발, 삼보일배와 100일을 넘는 농성도 마다하지 않고 사회의 맨 앞줄에서 ‘안전사회건설’을 촉구해왔다. 이들은 “지겹다”, “뭘 밝혀냈냐”고 말하는 사람들의 몫까지 대신해 싸웠다. “내가 먼저 당했으니 당신들은 당하지 말라”(책 <520번의 금요일> 중 준영 엄마 임영애씨의 말)는 마음이었다. 이들이 앞장서 싸우는 대신 국가에 재난의 수습을 일임했다면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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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괴 배후로 ‘회장 정조준’…SPC에 무슨 일이 한국 제빵업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빵 재벌’ SPC의 허영인 회장이 지난 4월 4일 노조를 파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노조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려 했으며, 허 회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SPC의 개입은 조직적이었다. 관리자들을 통해 제빵기사들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조합원들은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했다. 또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최대한 활용해 탈퇴를 유도하고 이를 노조 간의 기싸움, 노노갈등처럼 꾸몄다. 노동자의 자유로운 단체 결성과 활동을 보장한 헌법을 따르지 않고, 회사가 노조의 일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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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괴 몸통은 회장님?…SPC에 무슨 일이 [주간경향] 한국 제빵업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빵 재벌’ SPC의 허영인 회장이 지난 4월 4일 노조를 파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노조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려 했으며, 허 회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SPC의 개입은 조직적이었다. 관리자들을 통해 제빵기사들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조합원들은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했다. 또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최대한 활용해 탈퇴를 유도하고 이를 노조 간의 기싸움, 노노갈등처럼 꾸몄다. 노동자의 자유로운 단체 결성과 활동을 보장한 헌법을 따르지 않고, 회사가 노조의 일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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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울산 너마저, 짙어지는 그늘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양승훈 지음·부키·1만9800원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대 생산기지, 울산.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라는 ‘3대 산업’을 축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과 총소득 모두에서 전국 1위를 달려왔다. 그런데 이 도시에 쇠락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울산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주도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기술 혁신을 담당할 연구소는 천안 이북의 수도권으로 떠났다. 고임금의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저임금의 하청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분절은 골이 깊다. ‘가방끈’의 길이와 무관하게 성실하고 근면하다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던 ‘노동 계급 중산층’ 신화도 무너지고 있다. 그 신화는 산업 가부장인 아버지들의 일자리는 지켰지만, 역설적으로 청년과 여성이 들어갈 일자리를 위축시켰다. 울산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국의 산업도시, 한국 제조업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거제조선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2019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내놓았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가 5년 만에 내놓은 책은 거제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 대한민국으로 논의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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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부도수표 같은 희망, 그래도 필요합니다 “새만금 사업을 시작할 때가 50대 때였는데, 우리 시방 나이가 팔십이 돼가지고. 새만금 사업하는 하청업체에 사람이 없다고 일하러 갔는데, 예순아홉 살 먹었을 때여. ‘이 나이 먹고 일하고 싶냐’고 얼마나 면박을 주는가, 고담부터 지원도 안 했어.” 새만금 사업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1991년 사업을 시작해 3년 만에 완성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로 33년째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 절반 좀 넘게 했다니 갈 길도 멉니다. 낙후된 전북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김제시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처럼 지역민들에게는 대단한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새만금 지역인 군산·김제시, 부안군의 인구는 모두 줄었고,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에서 전북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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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드래곤볼 하나면 모두가 즐거웠지” “제가 <드래곤볼> 최신호를 가져가면 공책에 순번을 적었어요. ‘이번 시간은 너, 다음 시간은 너.’ 담배 피우는 무서운 친구들도, 공부만 하던 친구들도 드래곤볼 하나로 즐겁게 지냈어요.”(<드래곤볼> 관련 수집가 ‘테일러’) 만화 <드래곤볼>은 하나의 현상이었다. 1990년대 한국의 소년들은 쉬는 시간마다 교실 한쪽에 삼삼오오 모여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에 별책부록으로 실리는 <드래곤볼>을 돌려봤다.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보던 대본소 만화 시대의 문을 닫았고, 만화책을 사서 보는 단행본 만화 시대를 열었다. 만화책에 이은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비디오 대여점을 거쳐 지상파 방송으로도 송출됐다. 힘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려서 동료가 시간을 벌어줄 때만 쓸 수 있는 궁극의 기술 ‘원기옥’은 ‘목표를 위해 인내한다’는 밈(모방·변조되며 널리 쓰이는 인터넷 유행어)으로 지금까지도 쓰인다. 바깥세상의 하루를 1년처럼 쓸 수 있는 ‘정신과 시간의 방’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시간이 안 간다’는 의미로 활용되는 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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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일진도 범생이도 드래곤볼로 하나 되었죠” [주간 경향] “제가 <드래곤볼> 최신호를 가져가면 공책에 순번을 적었어요. ‘이번 시간은 너, 다음 시간은 너.’ 담배 피우는 무서운 친구들도, 공부만 하던 친구들도 드래곤볼 하나로 즐겁게 지냈어요.”(<드래곤볼> 관련 수집가 ‘테일러’) 만화 <드래곤볼>은 하나의 현상이었다. 1990년대 한국의 소년들은 쉬는 시간마다 교실 한쪽에 삼삼오오 모여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에 별책부록으로 실리는 <드래곤볼>을 돌려봤다.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보던 대본소 만화 시대의 문을 닫았고, 만화책을 사서 보는 단행본 만화 시대를 열었다. 만화책에 이은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비디오 대여점을 거쳐 지상파 방송으로도 송출됐다. 힘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려서 동료가 시간을 벌어줄 때만 쓸 수 있는 궁극의 기술 ‘원기옥’은 ‘목표를 위해 인내한다’는 밈(모방·변조되며 널리 쓰이는 인터넷 유행어)으로 지금까지도 쓰인다. 바깥세상의 하루를 1년처럼 쓸 수 있는 ‘정신과 시간의 방’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시간이 안 간다’는 의미로 활용되는 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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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김제, 새만금 사업 놓고 ‘서글픈’ 역사전쟁 “막말로 이건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도 내가 사는 데 득 될 거야 없지만, 일본땅이라고 하면 기분이 솔찬히(‘상당히’를 뜻하는 전북지역 방언) 나쁘지 않냐고.” 지난 3월 5일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나고 자란 30대 노모씨는 새만금 신항만 등의 관할권을 두고 벌어지는 김제시와 군산시 사이의 갈등을 독도에 빗대어 말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인 것이 당연하듯, 새만금 신항만도 군산의 관할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김제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투다. “이런 경우가 진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놈들이나 똑같은 거지. 독도도 (일본에) 뺏길 수가 없는 게 오래전부터 우리 땅이잖아요. 여기(새만금 신항만 인근)도 옛날에 구역 확정이 (김제시로) 확실히 됐는데 그대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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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 관할권? 큰 틀로 보면 아무것도 아녀”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의 새만금 영토전쟁에 소환된 이들이 있다. 새만금 사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지만, 그 이후 오랫동안 잊혔던 어민들이다. 김제시는 새만금 신항만을 가져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끊어진 바닷길”을 꼽는다. 해수를 막는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고 매립이 진행되면서, 만경강과 동진강의 담수와 서해의 해수가 만나던 김제 앞바다 황금어장은 급격히 망가졌다.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기 전 7곳이던 어항(어선이 드나드는 항구)은 모두 문을 닫았고, 300척에 달하던 배는 이제 17척만 남아 방조제 밖에서 작업하고 있다. 군산시는 질세라 군산의 어업권 상실 피해가 김제보다 4~5배는 컸다고 주장한다. 군산은 바닷길이 모두 막히진 않았지만, 만경강을 끼고 김제 어민들과 어장을 공유하던 군산시 옥서면·옥구읍 일대의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