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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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 아닌 박근혜 리더십의 승리이자 야권의 실패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론이 정권교체 여론을 눌렀다. 이명박 정부 실정에 대한 분노의 크기보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북한 로켓 발사 성공, 일본 우익 정권 출범 등 심상찮은 동북아 정세를 향한 우려가 컸던 것이다. 전례없는 세대전쟁에서도 박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50대 이상의 절박감이 더 높았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민생 중심의 새 정치를 요청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 당선자로선 선거 과정에서 화두가 된 국민 대통합과 화합 정치 등 새로운 리더십이 숙제로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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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흘린 한표, ‘역사’가 됐다 사람들은 한 표를 위해 ‘피’를 흘렸고, 그 한 표들이 모여 ‘역사’가 됐다. 미국 흑인들은 남북전쟁에서 피를 흘리고 난 후인 1870년에야 투표권이 주어졌다. 그나마 남부 일부에선 백인 의회가 다시 원점으로 돌리면서 흑인 참정권은 100년 가까이 지난 1965년 앨라배마주에서 흑인 투표권을 주장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하는 ‘피의 일요일’을 겪고서야 온전히 확립됐다. 영국 노동자들은 1815년 노동계급의 저항 상징인 ‘피털루 학살’을 겪은 뒤 “평등한 대표권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피 흘리는 투쟁을 60년 넘게 이어갔다. 그 대가로 얻은 1·2·3차에 걸친 선거법 개혁을 통해 보통선거권을 쟁취해 갔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19일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된 것도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박정희 유신독재 체제와 전두환 군사정권을 거치는 15년 동안 민주화 희생자들이 흘린 가슴 아픈 피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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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의도성’ 초점 땐 문, ‘증거 미발견’ 부각 땐 박 유리 경찰의 국가정보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 수사가 18대 대선 마지막을 크게 흔들고 있다. 경찰이 ‘불법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석연찮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야가 더욱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당장은 어느 쪽으로 순풍과 역풍이 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사건이 부동층과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여야의 격한 공방전은 공식 선거운동 종료 때(18일 자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전날 발표한 수사 결과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엇갈린 파장을 부르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먼저 제기한 의혹임을 감안하면 ‘증거 미발견’이란 내용 자체는 주도권을 여당으로 넘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공수의 입장이 뒤바뀐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이 17일 일제히 “무고한 여성과 국가기관까지 끌어들여 대선판을 흔들겠다는 문재인 캠프의 기획된 의도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심재철 최고위원) 등 ‘문재인 캠프의 실패한 선거공작’이라고 공세에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민주당=네거티브당’이란 프레임을 강화해 막판 승기를 잡는 계기로 삼겠다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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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 TV토론, SNS로 소통되며 ‘후끈’ TV토론과 댓글, 찬조연설과 동영상 리트윗 등 ‘퓨전(융합) 미디어 선거’가 18대 대선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TV 등 기존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즉각적인 ‘반응성’이 결합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통적 선거전에서는 TV토론과 찬조연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았다.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강화 효과만 있을 뿐 판에 변화를 줄 만큼의 파괴력은 없다.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과도한 제약으로 TV토론과 찬조연설은 ‘따분한 것’으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치열하게 격돌한 지난 4일과 10일 1·2차 TV토론의 지상파 방송 3사 시청률은 각각 36.2%, 37.9%를 기록했다. 12일 민주당 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의 TV 찬조연설은 누리꾼들의 폭발적 반응으로 드물게 찬조연설 재방송 기록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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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과 SNS가 만나면…18대 대선 新 풍속도 TV토론과 댓글, 찬조 연설과 동영상 리트윗…. 18대 대선에서 ‘퓨전(융합) 미디어 선거’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규모 전파성과 실시간 속보성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씨앗으로까지 평가받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불러온 효과다. TV 등 기존 미디어만이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 콘텐츠에 SNS의 즉각적인 ‘반응성’이 결합하면서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실상 전통적 선거전 문법에서 TV토론과 찬조 연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강화 효과만 있을뿐 그 자체로 판의 변화를 줄 만큼의 파괴력은 없고, 공정성에만 초점을 맞춘 과도한 제약으로 TV토론과 찬조연설을 ‘따분한’ 것으로 치부되던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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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막판 ‘의혹 사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대선마다 불거진 막판 ‘의혹 사건’의 판 뒤집기 역사는 되풀이될까.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측을 위해 불법 댓글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을 고발하면서 여야 모두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당혹감이, 민주통합당에선 기대감이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동상이몽이다. 새누리당은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의 ‘역풍’을,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강원지사 재·보선 때 강릉 불법 콜센터 적발 사건의 ‘순풍’을 바라고 있다. 강릉 불법 콜센터 사건은 선거를 5일 앞두고 불거졌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측이 한 펜션에서 전화 홍보원을 20여명 고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당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도 이번과 닮았다. 결국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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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잇단 의혹 제기에 새누리 “흑색 선전” 맞대응 새누리당이 13일 대선 막판에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자행되고 있다며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민주통합당의 잇단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규정하면서 그간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대선 판도가 박빙으로 바뀌고 막판 의혹 공방전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공세는 박근혜 후보가 전면에 나서 지휘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 의정부 유세에서 “제가 무슨 굿판을 벌였다고 흑색선전을 하고, 아이패드로 커닝을 했다고 네거티브를 하고 급기야는 애꿎은 국정원 여직원을 볼모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문재인 후보가 혹여 정권을 잡으면 댓글 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12일 대구·울산 등지 유세에선 아이패드 커닝 논란의 원인이 된 자신의 가방을 꺼내 보이며 “문 후보는 흑색정치할 시간에 새 정책 하나라도 더 내놓으라”고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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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기론 커지면 박, 무능론에 쏠리면 문에 유리할 듯 북한이 18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했다. 당초 북한이 대선을 전후한 10~22일 사이 발사를 예고할 때부터 지적된 ‘북풍’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통상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안보심리를 자극하면서 보수·우파에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정보분석 무능과 실패가 도드라지면서 북풍 방향도 가늠키 어렵게 됐다. 여론이 ‘안보 위기론’으로 가느냐, ‘안보 무능론’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박빙 선거전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보심리로 표출될 공산이 크다. “국제관계는 당분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제재를 탈피하려는 방향으로 더 큰 도발을 할 수 있다”(신범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는 것이다. 긴장심리가 커지면 표심도 보수적으로 흐를 수 있다. 정부·여당이 이번 발사를 로켓이 아닌 미사일로 못 박고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와 1718호의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과 위협”(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그 맥락에서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천안함 침몰 경우처럼 ‘색깔론’ 등 과도하게 긴장심리를 부추기면 역으로 ‘평화론 부각’ 표심이 분출되는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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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이 TV토론 ‘정치·안보’ 공방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첫 TV토론을 열고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주제로 격론을 벌였다. 새누리당 박 후보는 토론에서 “이번 대선은 우리나라가 준비된 미래로 가느냐 실패한 과거로 돌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민 마음을 모으는 통합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너무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정치가 빚어낸 비극”이라며 “서로 싸우지 않고 정치보복하지 않는 상생의 정치, 품격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 후보는 “민주정부의 부족함을 넘어서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면서 “지난 5년간 참극을 만든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절대 허용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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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이후 다섯번의 대선서 충청서 이긴 후보 모두 당선 대통령 선거에서 대전·충남·북의 충청권은 ‘표심의 풍향계’로 통한다. 영호남으로 갈린 대선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데다, 전통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막판까지 좀체 속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지역 이해관계에 충실한 투표 성향 때문이다. 흔히 ‘인덱스 선거구’ ‘바로미터 선거구’로 부르는 이유다. 충청의 표심은 늘 전국 표심의 축소판이었다. 1987년 13대 대선부터 지금까지 충청 맹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출마한 13대를 제외하곤, 충청에서 이긴 후보가 모두 최종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 13대 대선의 경우도 결국 충청에서 앞선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를 따돌렸다. 14대 대선의 경우 충청권에서 9.1%포인트 앞섰던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민주당 김대중 후보를 8.2%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여론조사 기법상 ‘최적 대표구’처럼 전국 표심과 거의 동일하게 표심이 반영된 것이다. 15대 대선에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충청권에서만 40만8000표 차로 2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선 것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 후보와의 최종 전국 득표 차는 39만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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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회의는 ‘안철수’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난다 “사람들이 안철수 전 후보 사퇴로 붕 떠 있기 때문에 선거 끝날 때까지 여기를 공략해야 한다.” “정치쇄신특위 안대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치쇄신) 공약을 매일매일 발표하자.” 26일 새누리당의 고위 관계자부터 선대위, 공보단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내부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요즘 새누리당 회의는 한마디로 ‘안철수’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난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충격받은 안 전 후보 지지층 공략을 대선전의 열쇠로 본 것이다. 한 공보위원은 회의에서 “안 전 후보가 자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것은 역량이 없고 무책임하다는 이야기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후보를 개인적 문제로 공격하는 것은 (이제)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퇴하고 사흘, 나흘 지났는데 안 전 후보 지지자를 ‘안철수’라는 사람에게서 떼어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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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선서 국민 신뢰 못 받으면 은퇴” 문 “안철수 새정치 힘으로 정권교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8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박빙의 여야 ‘양자대결’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두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7일부터 22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 등록에 즈음한 입장 발표’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 여정을 마감하려고 한다”면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했다. 박 후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모든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면서 “오늘로 15년 동안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눠왔던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