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최신기사
-
편집국에서 공론 그 이후 정치는 철학일 수 있지만, 그 행위는 과학이어야 한다. 철학은 영감을 주지만, 과학은 해법을 추구한다. 국가 정책은 이성과 냉철한 현실 판단 위에 설 수밖에 없다. ‘실사구시’에 기반하지 않은 정치 행위는 주장의 옮김일 뿐이다. 몽상으로 끝난 박근혜 정부의 ‘북한 붕괴론’처럼 말이다. 철학과 과학의 조응은 다양한 이해관계에 포위된 정치가 가치 있게 생존하고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
편집국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빠진 것은 인사(人事)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상징적인 ‘창(窓)’이다. 직접 현장을 찾는 소통도 있지만, 그 정권의 성격과 국민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인사는 더욱 중요한 소통 장치일 수 있다. 이처럼 인사는 국정철학이 표출되는 첫 통로다. 실상 민주화된 정부에서 대통령의 가장 근본적인 권한은 인사권과 예산권이다. 인사로 비전을 펼쳐보이고, 예산으로 구체적 실행을 뒷받침한다.
-
편집국에서 증세는 용기다 세금은 용기입니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도, 세금을 더 내달라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 증세안이 논란 끝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상을 ‘핀셋’처럼 특정한 증세안입니다. ‘슈퍼리치 증세’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예상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포괄적 증세’ 요구와 ‘세금폭탄’ 논쟁까지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불만족’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
편집국에서 “보수는 구리다” 문재인 정부 이후 정치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상은 보수다.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보수의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지난겨울의 영향 때문이다. 그들은 농익은 고름들을 모두 짜내고 ‘보수의 새살’을 돋게 할 수 있을까. 탄핵 대선이 지나고 두 달, 보수정치의 현주소는 ‘지리멸렬’과 ‘경쟁’ 두 단어로 집약된다. ‘합계 127석’의 두 보수정당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전전하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현실은 탄핵의 겨울만큼이나 암울하다.
-
편집국에서 대통령 문재인의 ‘진짜 운명’ 한국 현대사에 기억될 19대 대선의 정신은 아마도 ‘민주주의’일 것이다. 대선 드라마의 출발부터 막을 내릴 때까지 관통한 질문과 대답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제헌 선거, 4·19혁명, 87년 민주화 항쟁, 그리고 2017년 촛불 혁명까지. 이들 한국 민주주의의 결정적 ‘네 장면’처럼 민주주의는 매번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격동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은 ‘교과서’에서였다.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실체가 아니었으며, 삶에서 지난한 표정으로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뇌의 한 부분에 저장된 개념으로만 존재했다.
-
편집국에서 TK의 선택 대선의 계절이 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누가 될 것 같냐”는 것이다. 조금 점잖은 양반들은 “시대정신은 뭔가”라고 묻곤 한다. 2015년엔 ‘통합’을, 올 초엔 지도자의 ‘이해하는 능력’을 이야기했다. 모두 갈라지고 지친 우리 정치와 민심의 모습 때문이었다. 정치는 책임이고 성찰이다. 책임 없는 권력과 정치는 국가 3요소인 국토를 사려 깊게 다루지도, 국민을 두려워할 일도 없다. 책임의 의무는 정치인만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을 이룬 표심들이 더욱 그 자장 속에 있다. 국정농단이 만든 전례 없는 대선을 생각하면 지금 시대정신은 ‘책임’이 아닐까 싶다.
-
편집국에서 탄핵 이후, 누가 ‘그’인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문이 명문(名文)인 것은 그 속에 국가와 권력의 도리(道理)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만큼이나 당연한 것이지만 실감하지 못했고, 헌정사에서 한 번도 이런 방식으로 그 존재를 증거하지 못했던 민주국가의 원칙을 역사에 새겼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
편집국에서 안희정, 15년 전 노무현이 되려면 운명은 때로 얄궂다. 지금 미래권력 앞에서 마주 선 문재인·안희정은 모두 한 사람의 동지였고, 친구였다. “정치, 하지 말라”던 회한을 생각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는 또 다른 예감이었나 싶다. 세상은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바래지던 신화를 다시 불러내고 싶었나 보다. 사람들은 늘 다윗을 사랑한다. 세상이 소용돌이 속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번 골리앗으로 찍히면 손해보는 것도 있다.
-
편집국에서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오쩌둥의 가장 유명한 언명 중 하나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일 것이다. 혁명의 시대 20세기는 그렇게 권력을 만들었다. 야망가의 혁명이든, 민중의 혁명이든 20세기 권력은 피의 냄새와 함께 떠오른다. 지난겨울 한국사회의 혁명은 따뜻했다. 그 광장엔 피와 야만의 흔적은 없었다. 지난 4년 총구 권력의 위압에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마음들의 축복이었다.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다수를 만든다”고 했지만, 그 광장에선 서로 이어진 다수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용기를 불러냈다.
-
2017 대선의 꿈 ④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체제를 바꿔야”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8일 “제왕적 대통령제 특권 속에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박근혜에게만 있는 일인가. 실세, 문고리 없는 역대 정권이 있었느냐”며 “광장 민심은 대통령제 특권을 폐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갖고 “지금은 시민혁명의 시기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 혁명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체제 변화는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개헌 당위성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
2017 대선의 꿈 ②이재명 성남시장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때…거친 야전형 장수가 이끌어야”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53)은 3일 “남들은 다 성장, 성장 하는데, 그거야말로 포퓰리즘”이라며 “경제적 기회와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해야 하고, 경쟁질서의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경향신문 접견실에서 가진 대권주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주 방위군을 시켜 노조 파업을 지원한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노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침을 열며 국민에게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어이없음이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화’도 나지 않는다. ‘너무 황당한 현실’에는 한순간 집단적 ‘멘붕’에 빠지는 현상과도 같다. ‘정치는 배신, 경제는 등신, 연설은 순실접신, 국민들은 실신.’ 라임 돋는 이 구절은 지난 25일 부산의 한 지하철역에 나붙은 어느 젊은이의 ‘벽서(壁書·전제군주체제에서 민간에 통용되던 글, 대자보)’ 한 부분이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를 언론을 통해 접하는 국민들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그 젊은이는 말미에 “나라꼴이 무지‘개’ 같아서 감탄중”이라고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