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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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치매 100만명 지난 1월 대법원은 7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80대 남성에 대해 징역 3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그 자신도 약을 먹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2020년 7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째 홀로 돌보며 지내다 벌어진 비극이었다. 지난해 1월엔 대구에서 50대 남성이 치매 앓는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오다 숨지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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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재규 재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재판이 사형 집행 45년 만에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19일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의 가혹 행위가 인정되는 만큼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봤다. 당시 불투명한 수사·재판에 대한 ‘사법적 교정’일 테지만, 오래도록 정치적 금기였던 사건에 대해 아주 무거운 ‘역사의 법정’도 함께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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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국민의힘의 세 가지 착각 12·3 비상계엄의 그 밤 이후 국민의힘은 다 ‘계획’이 있었다. 애초 목표는 대통령 윤석열이 아니었다. 그를 지킬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아무리 제정신 아니라도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결딴낸 권력자가 온전할 거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키면 안 되는 사람이다. 미친 짓 한 거다. 탄핵 기각을 믿는 의원은 10%도 안 된다”(중진 의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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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불안한 보안관’의 시대 서부영화 기원은 19세기 미국의 ‘10센트 소설(dime novel)’이다. 25센트짜리 고급 잡지 대신 저질 종이에 찍는 10센트짜리 펄프 매거진에 주로 실려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라고도 한다. 무법천지인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우는 영웅담이 주된 구조인데, 보안관은 그 대표 격으로 고립되고 위험에 처한 마을의 평화를 지킨다. 서부영화를 좀 봤다면 영화 <하이눈>에서 홀로 악당들을 처치하고 떠나는 게리 쿠퍼나 전설이 된 실존 인물 와이어트 어프의 이름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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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수연합’과 촛불정신 12·3 비상계엄과 내란의 겨울 이후 세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대통령 윤석열의 공동체 파괴에 한마음으로 나섰지만, 광장을 밝힌 응원봉만큼 ‘새봄’의 꿈은 형형색색일 터다. 옥중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윤석열 이후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치 연합’ 화두를 쏘아올렸다. 그는 지난 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수구·보수 진영은 권력 유지·연장을 위해 총집결하고 있다”며 ‘새로운 다수연합’을 제안했다. “자산·주거·건강 불평등 등이 국민의 최고 고통”이라 진단하고, 연합정치를 길잡이로 불평등·양극화·차별 없는 사회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전 대표 인터뷰를 공유한 뒤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SNS에서 탄핵에 찬성한 정치인·국민이 함께하는 “국민연대”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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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골목 성명’과 ‘관저 성명’ “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1995년 12월2일 전두환), “수사기관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2025년 1월15일 윤석열). 두 ‘내란 수괴’ 혐의자의 마지막 항변은 30년 시차에도 빼닮았다. 15일 공수처·경찰의 체포에 직면해 윤석열이 공개한 2분48초짜리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은 그보다 먼저 내란 수괴로 단죄받은 독재자의 ‘골목 성명’을 떠올리게 했다. 거짓·궤변·망상으로 점철된 윤석열의 영상은 ‘관저 성명’으로 적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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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LA 산불 걱정한 윤석열 권력자의 ‘허세’는 동서고금에 드문 일이 아니다. 선대부터 누적된 극심한 재정난에도 미국 독립을 지원해 경제를 파탄 낸 루이 16세의 허세는 대흉작에 굶주리던 인민들 봉기로 끝을 맞게 된다. 마지막 말은 “국민들이여 나는 무고하게 죽는다”였지만, 그의 죽음은 나라와 국민 사정은 물론 자신의 처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아둔함 때문이었다. 권력자의 허세는 민심과 동떨어져가는 불온한 신호지만, 권력에 취한 권력자는 기사가 된 돈키호테처럼 그 신호를 모르거나,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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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보수의 적(敵)들 대통령 윤석열의 몰락은 ‘보수의 멸족’이 될 것인가. 윤석열의 민주공화국 파괴 망동 이후 보수가 겪는 처절한 혼란은 모두 이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당초 ‘계륵’과도 같았던 좌충우돌 권력자는 보수의 발목을 꽉 잡아채는 모래수렁이 된 것 같다. 지난해 11월7일 ‘명태균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의 대국민 사과 담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임기’에 관한 것이었다. 담화문을 마지못한 듯 읽어가던 그는 유독 한 대목에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저는 2027년 5월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습니다.” 그러고 한 달도 안 돼 자폭적 비상계엄이라니, 임기를 지킬 수단은 이 분열증적 도박을 말하는 것이었나. 야당의 국정 방해를 핑계 댔지만, 자신과 부인의 ‘비리 방탄’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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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강의 ‘언어’와 계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연결한다.” 한강 작가가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연회 연설에서 밝힌 소감이다. ‘사유하는 존재’ 인간은 언어로 표현되고 기록된다. “생각이 자라나는 영혼의 피”(비트켄슈타인)인 언어는 기록으로 남아 시공을 초월해 인간을 잇는다. 연결된 언어는 인간을 각성시키고, 그 힘 앞에서 어떤 거짓도 무력하다. 인간은 ‘말’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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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문시장의 ‘윤석열 지우기’ 보수의 중심 대구에서도 서문시장은 성지로 통한다. 상인만 2만명인 이 거대 시장은 보수 정치인들이 철만 되면 힘 받으려, 기 받으려 ‘순례’하듯 찾는 곳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직후인 1987년 서문시장을 찾아 “보통 사람 노태우”를 외쳤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세 차례 대선 후보 시절이나 정치적 곤경에 처할 때마다 방문했다. 전 대통령 박근혜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던 2004년,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직이 위태롭던 2016년 서문시장을 찾았다. 2016년 방문 땐 “미안하다”고 했지만, 차가운 민심에 10분 만에 돌아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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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화석상 1위’ 대한민국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핏빛 노을을 배경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인물을 담고 있다. 비명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 착각이 들 만큼 생생하다. “해 질 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서서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뭉크가 붙인 제목은 ‘자연의 절규’였다. 1893년 작품임을 생각하면 그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역대급 폭염·홍수가 되풀이되고 식량·식수난에 ‘기후플레이션’까지 삶을 옥죄는 현재를 살아내는 인류는 뭉크의 이 ‘절규’가 실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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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낙동강 ‘녹조 독소’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짙은 녹색으로 뒤덮인다. 빛 하나 들어갈 틈 없는 녹색의 강을 보노라면 무더위만큼이나 숨이 턱 막힌다. 낙동강 녹조(綠潮)가 물 밖으로 나와 대기에 머물며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독소의 인체유입 연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등의 연구 결과 22명의 주민 중 11명에게서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들은 재채기·후각이상과 눈·피부 가려움증,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의 한 전문가는 공기 중 녹조에 장기 노출될 경우 치매·파킨슨병 등을 유발할 수 있어 “ ‘조용한 살인자’로 불러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