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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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의 ‘황금빛 투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 사랑’은 유별나다. 백악관 집무실은 컵받침부터 벽난로 선반, 벽면까지 황금으로 번쩍인다. 백악관은 “(미국의) 황금시대를 위한 황금 집무실”이라고 했다. 그의 뉴욕 자택이나 마러라고 별장도 온통 황금빛이어서 잡지 화보에 단골로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황금빛 페인트는 진짜 황금을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금색 장식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황금은 단순히 고풍스런 색깔 취향이 아니라, 진짜와 가짜가 분명한 ‘권위’ 그 자체다. 스스로를 왕처럼 느끼고, 권력과 지배를 과시하는 ‘브랜드’일 것이다. 예로부터 황금은 ‘권력의 색’이다. 당나라 이래 중국에서도 황금빛 곤룡포는 황제들만 입을 수 있었다. -
여적 과방위원장의 군색한 ‘양자역학 해명’ “정치인은 사적 동기를 공적 목적으로 포장해 자신의 존재를 공익으로 최대한 합리화할 줄 아는 이들이다.”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의 이 질타보다 정치인의 거짓을 ‘팩폭’한 말은 많지 않다. 때로 정치인의 허언은 거짓임을 증명할 수도, 참임을 입증할 수도 없다. ‘모호한 거짓’의 경계에 머물도록 하는 게 정치인 언어의 궁극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리 보면 정치인은 “진실을 말하되 비스듬히 말하라”(에밀리 디킨슨)는 조언을 비틀어 ‘거짓을 비스듬히 말’할 줄 아는 이들이다. -
여적 무궁화대훈장 대한민국의 56종 훈장(勳章) 중 최고훈장은 ‘무궁화대훈장’이다.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원수 및 배우자 또는 나라 발전과 안전보장에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원수 및 배우자’(상훈법 10조)에게만 주어진다. 공적을 따진 것이라기보다 상징적 ‘영예’에 방점이 찍힌다. 그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은 훈장이기도 하다. 대표적 논란이 12·12 군사반란 우두머리인 전두환·노태우였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두 사람의 20개 훈장 서훈을 취소하면서도 무궁화대훈장은 그냥 뒀다. 취소할 경우 대통령 재임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한 2023년 이들의 무궁화대훈장 박탈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김광호 칼럼 정청래 민주당의 ‘유능’한 길 개혁의 길은 험하고 위태하다. 개혁 깃발이 올라가면 한 사회는 모세의 지팡이에 홍해가 열리듯 두 쪽으로 갈라진다. 개혁 대상들은 급하면 칼날이라도 움켜쥐며 저항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퇴계 이황이 조광조의 죽음을 보며 “현자들이 위태로울 때 경계하지 않고 너무 앞으로만 나아갔다”고 탄식했을까. 개혁하려면 늘 ‘작은 생선 굽듯(若烹小鮮)’ 사려 깊게 ‘반동’을 염려해야 한다. -
여적 자연이 된 제인 구달 ‘당신이 하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자연으로 돌아간 제인 구달의 91년 삶을 지배한 열정은 세 가지였다. 동물·자연에 대한 ‘사랑’, 더 나은 인간 세상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나로부터의 ‘행동’, 즉 실천이었다. 그에게 희망은 뭔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제인구달연구소는 그의 별세를 알리며 “동물행동학자로서 그녀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자연 보호와 복원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였다”고 했다. -
여적 멈춰 세운 ‘윤석열표 댐’ ‘홍수 피해 경감과 안정적 용수 공급,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한강의 기적 시작점이 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소양강댐 준공기념탑 한쪽에 새겨진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 선정 취지의 한 대목이다. 소양강댐은 2023년 함께 토목문화유산 1호로 지정된 경부고속도로와 더불어 박정희 시대 토건 개발과 성장의 상징이었다. 반면 수많은 이주민·전답 수몰과 환경 파괴를 가져온 ‘개발독재’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당시 얼마 안 되는 보상금을 손에 쥐고 도시로 간 이주민들은 대부분 빈민계층으로 전락했다. -
여적 맹수와 더피 사이의 AI 길들일 것인가, 길들 것인가. 인공지능(AI)을 대하는 인류의 시선은 ‘디스토피아이거나, 유토피아이거나’의 상반된 길에서 서성인다. 때로 ‘중간은 없다’는 두려움과 함께 낯선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하면서 국제사회가 힘 모아 AI의 ‘책임 있는 이용 원칙’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는 AI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 말을 인용한 뒤 “새끼 호랑이는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아직 가능성의 원석 상태인 지금이 인류가 함께 움직여야 할 때라는 의미다. -
여적 커크 추도식과 표현의 자유 미국 보수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21일(현지시간) 추도식은 ‘복음주의 부흥회’를 방불케 했다. 생전 커크가 꿈꾼 ‘정교일치’ 신정국가가 잠시 현현한 듯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등 정부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예배로 시작된 추도식 내내 10만 군중은 손을 높이 들고 눈을 감은 채 찬송가를 떼창했다. 뉴욕타임스 종교담당 기자는 “정부와 복음주의 예배가 하나로 엮인 이렇게 웅장한 행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
여적 극우 연대 미국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후 극우들의 ‘국제 연대’가 표면화하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같은 극우 정치인은 “신앙과 자유의 진정한 수호자”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런 현상을 “(트럼프식) 포퓰리즘의 국제적 수렴”이라고 했다. 커크는 피살 닷새 전인 5~6일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
김광호 칼럼 의문 지우지 못하는 ‘조국 정치’ 조국혁신당의 ‘성비위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강미정 전 대변인의 ‘2차 가해’ 폭로와 탈당이 당의 곪은 자리를 선연하게 드러냈다. 급기야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등 지도부가 7일 총사퇴했다. 사면·복권으로 만개할 줄 알았던 조국 전 대표의 ‘정치 항로’도 위기를 맞았다. “조 원장한테서도 여태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는 강 전 대변인의 마지막 탄식에 조 전 대표는 “당원이 아니었다”고 했다. 논란에서 비켜서려는 것일 테지만, ‘내로남불’의 주홍글씨만 다시 불러왔다. ‘조국혁신당’이 당명인 이상 그 해명은 비겁함이나 무책임일 수밖에 없다. -
여적 가자 ‘제노사이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수년간 금기어로 삼았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단어를 “더는 피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봉쇄·공격으로 기근 상태로까지 들어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제노사이드로 지칭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생각할 때, 인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자처해온 우리 정체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며 참담해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경험한 이스라엘인들에게 제노사이드는 ‘원혼의 기억’이 서린 아픈 말이다. 그로스만의 토로는 이스라엘의 타락을 지적한 양심의 비명이었다. -
여적 교육의 사법화 내년 3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은 수업 중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 지금도 상당수 학교가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시행 중이지만, 아예 국회가 ‘법’으로 대못을 박았다. 이제 소위 ‘몰폰’(몰래 스마트폰 하기)이나, 스마트폰 수거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학생들의 저항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교실을 파고든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와 학습권·교권 침해를 엄중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법으로까지 할 일인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