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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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괴물 AI칩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시장의 90%를 장악한 인공지능(AI) 칩 세계의 지배자다. 사반세기 전 엔비디아가 내놓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빠른 데이터 처리로 생성형 AI에 필수적이 되면서다. 엔비디아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새 AI 칩을 공개했다. 이름은 ‘블랙웰’이다. 2080억개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전작 호퍼(800억개)보다 연산속도가 2.5배 빨라졌다.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시스템을 구성하면, AI 학습·추론에 최대 30배 성능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새 칩을 들어보이며 “모든 산업에서 AI의 가능성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괴물 AI칩’이란 탄성이 나왔고, 블룸버그는 “다음 세대 AI의 열쇠”라고 전했다. ‘인간 같은’ 기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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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이령길 개방 우이령길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한강·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 끝자락에 위치한 4.46㎞ 고갯길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을 나누며 드물게 자연 생태계가 제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양주·파주 주민들이 서울(우이동)을 오가던 작은 지름길이었다가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폭 4~6m 작전도로로 넓혀졌다. 우이령길이 주목받은 건 1968년 1·21사태 때 ‘김신조 루트’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이후 우이령길은 2009년 7월10일 인원을 제한한 생태탐방로로 부분 개방될 때까지 41년간 출입이 통제된 금단의 땅이었다. 인간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 숨쉬었다. 우이령길은 자연 환경의 보전과 활용 가치가 부딪치는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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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민주당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앞길이 캄캄하다. 공천 갈등은 4·10 총선을 코앞에 두고 ‘파동’이 되었다. 공천 파동을 겪은 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없다. 윤석열 정권 실정에 진저리 치는 시민들 눈엔 절망적 낙담이 그득하다. ‘공천만큼 짧은 시간에 갈등이 최고조로 분출하는 공간은 없다’고 한다. 미리 대비하고 정교한 방책을 마련하는 건 불문가지다. 그게 리더십이다. 방향타는 ‘비전과 명분’이고, 수단은 ‘소통과 설득’이다. 하지만 친이재명계나 지도부 모습은 리더십 진공 상태로까지 보인다. 폭주도 이런 폭주가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걱정했지만, 현실은 이 대표 자체가 ‘리스크’인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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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학문의 ‘쓸모’를 증명하라고?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책의 종수는 대략 8만종이다. ‘1억 인구’의 이웃 일본도 8만종 정도이니, 꽤 큰 숫자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 중 고개를 끄덕일 만한 국내 저자의 것을 꼽으라면 쉽지 않다. 매주 언론사에 전달되는 200~300권 중에서 국내 저자의 의미 있는 책은 참 드물게 만난다. 지난 한 해 4~5종 정도나 될까. 그나마 노작이라 할 것들은 고전 번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판에서까지 ‘애국심’을 발휘할 것은 아니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학계(연구)가 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진행이 된다. 그러다 보니 논문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 그걸 연구소가 모아 단행본을 내는 식이다. 지난 20년 이렇게 해왔는데 차분하게 연구할 시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지난가을부터 만난 몇몇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걱정한 게 있었다. IMF 환란 이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전모를 제대로 규명한 책 한 권이 없다는 앞의 경제학자의 탄식처럼 학문 현실에 대한 걱정이었다. 또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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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치가 부패한다는 것은 도연명은 일찍이 벼슬자리를 들락날락했다. 관직에 나섰다 도망치기를 전부 다섯 차례. 전원시인의 표상답지 않은 과거였다. 애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중국 위·진 시대 험한 벼슬길과는 너무도 맞지 않는 마음 약한 ‘초식남’이었다. 미관말직이지만 마지막 관직을 박차고 나가며 쓴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틀렸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불안과 공포를 훌훌 털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홀가분함과 달뜬 마음이 가득하다. 벼슬길과는 이토록 맞지 않으면서 왜 그리 미련을 못 버렸을까. 그라고 명성에 대한 야심이 없었을까만 실상은 더 짠하다. “내 집이 가난해 농사만으로는 자급하기 부족했기”(‘귀거래사’ 서문) 때문이었다. 먹고사는 일 앞에선 벼슬길의 공포도 왜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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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나리’에 환호하는 만큼 어릴 적 시골 할머니집 바로 앞엔 논인지, 밭인지 모를 조그만 땅이 있었다. 한 5~6평 남짓 됐으려나. 밭처럼 보였지만 물이 그득했고, 퍼런 풀들이 빽빽이 덮고 있었다. 어른들은 “거머리 천지”라며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게 ‘미나리꽝’으로 불린다는 건 한참 나중에야 알았다. ‘미나리’는 내 기억 속에서도 참 토속적인 기억에 속한다. 이 촌스러운 이름이 미국 아카데미 영화 역사에 남게 됐다. 6개 부문 수상 후보가 되면서 이번 아카데미 화제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 드라마틱한 반전에 국내는 꽤나 흥분한 듯하다. 미국인들로선 뜻도 몰랐을 제목의 영화가 세계 영화산업의 정점과도 같은 무대를 향해 전진하는 모습에 경탄과 호기심 어린 눈길이 쏟아진다. 1년여 전 영화 <기생충>의 경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올 4월도 ‘아카데미의 봄’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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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번 설도 괜찮았습니다 지난가을 추석만 해도 달랐다. 처음 맞닥뜨린 ‘코로나 명절’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번만 뭐…’ 하는 생각들이었다. 다음 설을 기약하며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태 연속 낯선 명절 풍경에 어리둥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쯤이나…’ 하는 막막함마저 생긴다. 미니멀라이프가 소소한 유행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왜소해졌다. ‘5인’이란 장벽 앞에서 대가족의 명절 전통은 공동화됐다. 가족들은 오히려 나뉘었다. 부모는 자녀들을 두고 자신의 부모를 찾았고,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손주들의 부재를 또 아쉬워만 했다. 음복하고 나눌 가족이 준 만큼 명절 음식의 풍성함도 이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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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간’보다 강한 것은…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건 해가 바뀔 무렵이다. 한 해의 끝에 몰려 인사를 해야 할 이들에게 서둘러 문자나 톡을 보내고 있노라면, 참 많은 이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하루하루를 헤쳐가고 있구나 느낀다. 평소 잘 보지는 못해도 늘 관계 속에 있던 이들, 크건 작건 도움을 줬던 이들, 마음속에 언덕으로 있는 이들. 나중엔 힘들어 살짝 요령을 부릴 마음이 들 만큼 적지 않은 수의 ‘그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을 보면서 “헛살지는 않았구나”, 그렇게 스스로를 더 위안하기도 한다. 밀린 숙제 하듯 한 해 인사를 했음을 고백하고 나니 민망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진심만은 그 속에 제대로 있다. 변명하자면 그저 조금 게을렀을 뿐이다. 아무리 짧아도 모두에게 하나하나 눈을 맞추듯 인사를 담으려 했다. 이상한 포즈의 사진에 글귀를 적은 연하장 돌리듯 하지는 않았다. 문구를 만들어 놓고 계속 ‘복붙’하지도 않는다. 짧더라도 마음속 그의 이야기를 꼭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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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글’이 더 귀해졌으면 싶다 해마다 이맘때면 신문사 문화부는 낯선 전화벨 소리로 화들짝 깨곤 한다. 신춘문예 마감철이면 쏟아지는 걱정과 간절함을 담은 전화들 때문이다. 위세가 줄었다고 해도 해마다 1000편이 넘는 시·소설들이 신문사 문을 두드린다. 신춘문예를 통해 ‘글’은 표현을 넘어 어떤 통과의 문으로 기능한다. 수화기 너머 떠듬떠듬 건너오는 목소리들을 듣다보면 놀라움과 함께 ‘짠’한 마음이 들곤 한다. 글을 다룬 지 스물다섯 해를 꼬박 채워간다. 그럼에도 아직 글을 한 줄이라도 쓸라치면 체기라도 든 듯 가슴부터 답답하다. 무수한 작가들의 넋두리를 보며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도대체 글을 쓰는 건 왜 그렇게 힘겹고 어려울까. 그리고 ‘글의 힘’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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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상의 한 칸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립고 설레는 것들이 있다. 깊은 밤 불을 끄고 찾아든 이불 속 따스함이 그렇다. 허리에서부터 전해진 그 포근함은 온몸을 조용히 적신다. 하루의 고단함과 우울도 그때면 사르르 녹아내린다. 해가 더할수록 이 계절이 되면 감각은 예민해지고 사소한 것들의 행복이 깊어진다.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 날이면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일망정 ‘지상의 한 칸’이 그립다. 추위와 서러움은 문학과 오랜 끈으로 맺어져 있지만, 백석의 시만큼 마음에 스미는 경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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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퇴임후 정치할 것인가”는 의원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총장 퇴임이후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의원들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윤 총장은 이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대권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된다고 하자 “지금은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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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내 아들에게도 보여주지 말라” 태풍이 지나간 인왕산 숲속은 어수선했다. 바람은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나뭇잎들 사이로 여전히 수런거리고, 길을 막은 낮은 덩굴들은 걸음에 차일 때마다 흔들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뭇가지들과 잎, 잔모래들이 널브러진 이 쓸쓸한 길이 왜 이리도 다정할까. 마치 ‘세한도(歲寒圖)’처럼.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유배지 제주에서 그린 ‘세한도’는 아둔한 내 눈에도 유독 와닿는다. 그 쓸쓸함이 참 깊다. ‘절절한 기개’까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림을 볼 때면 ‘아 저런 것이 고결한 고독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