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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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윤·한의 결정적 순간 여권은 지금 ‘갈등의 지옥도’ 속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난데없이 던져진 ‘김건희 여사 문자’가 파노라마처럼 드러낸 풍경이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에게 역정을 내고, 그의 부인이 ‘문자 사과’를 하고, 대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권력은 체면을 잃고 권력답지 않으며 국정 협력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배반’의 아우성에 파탄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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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미일 동맹’과 ‘한일 동맹’ 동맹은 구속력 있는 조약·협정 등을 통해 군사적 협력을 하는 국가 간 관계를 의미한다. 안보 및 경제적 이해가 일치하고 오랜 협력과 신뢰의 기반 위에서야 가능하다. 영토분쟁이 있거나, 과거의 일로 국민들 사이에 적대감이 내재한다면 동맹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 때아닌 ‘동맹’ 논란이 국회를 잠시 멈춰 세웠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정부질문 도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은 독도에 영토적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동맹한다는 것이냐”고 비난한 게 발단이다. ‘정신 나간’ 표현에 여당은 격앙했고, 안 그래도 화약 냄새 가득한 22대 국회는 첫 대정부질문부터 파행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한·미·일 동맹에서 미는 쏙 빼고 한·일 동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한·미·일 동맹’ 표현에 대해선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피해갔다. 한·일 사이 ‘동맹’은 이처럼 금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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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스마일 골퍼’ 양희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뛰는 양희영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그의 하얀색 모자엔 ‘스마일’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통상 메인 후원사 로고가 있는 자리지만, 그게 없는 탓에 지난해 스스로 새겨넣었다. 그래서 ‘스마일 골퍼’로 통한다. 문양대로 17년 프로 생활 동안 편안한 날보다 힘든 때가 더 많았지만, 그는 늘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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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배구여제 김연경 김연경이 성인 여자배구 무대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고3인 17세 때였다. 2005년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단숨에 대표팀 왼쪽 주포로 전체 득점 3위에 올랐다. 192㎝ 역대 최장신 스파이커의 출현이었다. 그해 겨울 흥국생명에서 국내 프로리그에 데뷔한 그는 전년도 꼴찌이던 팀을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MVP·신인상 등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다. 충격적인 등장이었다. 시작부터 그는 ‘제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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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의 ‘개인폰’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할 때다. 미국은 중국을 겨누며 ‘도청과의 전쟁’으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밀한 대화는 휴대전화를 끄라고 했다가, 아예 배터리 분리까지 지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골칫거리는 보안전문가 권고를 무시하고 일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트윗을 날려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해 10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이폰 중 보안장치 없는 개인 아이폰이 중국에 도청됐다고 보도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가 도청을 우려해 비화(秘話)폰을 쓴다는 야당 공격에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 중이라고 공개했다가 ‘보안의식 결여’라는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의 통신수단은 이처럼 극도로 민감한 기밀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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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리골드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 21일 헌법재판소 앞에는 노란색 종이꽃들이 피었다. 아시아권 첫 기후소송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열린 날이다. 변론에 앞서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인 12세 한제아양과 기후활동가들은 재판정 밖에서 손수 접은 종이꽃을 손에 들었다. 이들은 “개인 역량만으론 해결될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안전한 삶을 바라며 헌재 앞에 섰다”면서 헌재의 정의로운 결단을 촉구했다. 마리골드 종이꽃은 세상의 무관심에도 기후와 지구를 지켜내려는 염원을 담았다. 꽃말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처럼, 기후행복은 인류의 존재를 건 희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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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밀사의 커밍아웃 국내 정치든, 국제 정치든 출구 없이 꽉 막혔을 때 종종 ‘밀사(密使)’가 등장한다. 미·중관계 정상화를 끌어낸 헨리 키신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1971년 비밀 방중이 대표적이다. 밀명을 이어주는 밀사의 조건은 역설적으로 신뢰다. 어떤 이야기든 솔직하게 꺼내놓으려면 비밀에 부쳐진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키신저와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의 비밀회담 핵심 내용이 온전히 공개된 것은 2002년 미 국가안보문서보관소가 회담 문서들에 대한 비밀을 해제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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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총선 참패 여당이 뻔뻔할 수 있는 이유 보름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를 잊고 원점으로 돌아가기엔 너무도 충분했다. 덩달아 여의도 정치도 총선 이전의 팍팍한 대결로 회귀했다. 너도나도 ‘총선 민심’을 말하지만 언제 총선의 충격이 있었느냐 싶은 풍경이다. 보수언론조차 과거엔 ‘혁신 쇼라도 하더니’라며 질책하고, “만년 2등의 체질화”라고 탄식도 쏟아내지만 소용이 없다. 집권여당의 기이한 이 평온은 총선의 최대 미스터리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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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동훈의 ‘정치 11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11일 사퇴했다. 지난해 12월21일 그 자리를 지명받고 112일 만이다.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이라 했지만, 현실은 짧은 ‘여의도 정치’의 막내림이다. “총선에 이기든 지든 4월10일 이후 인생이 좀 꼬이지 않겠나”라던 허세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됐다. 고군분투부터 독선까지, 그를 보는 당내와 보수의 시선은 착잡하다.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 ‘한동훈 정치는 왜 실패했을까’와 ‘정치적 미래는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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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공룡정당’의 위기 한국은 공룡 연구의 보고다. 공룡 발자국 화석의 규모·다양성·보존 상태가 다 좋아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공룡은 6500만년 전까지 2억년 동안 지구의 주인이었다. 소행성 충돌 후 기후 재앙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 매머드와 달리 유전자가 전해지지 않아 복원도 불가능하다. 화석으로만 연구할 수 있어 ‘존재 절멸’의 대명사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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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괴물 AI칩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시장의 90%를 장악한 인공지능(AI) 칩 세계의 지배자다. 사반세기 전 엔비디아가 내놓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빠른 데이터 처리로 생성형 AI에 필수적이 되면서다. 엔비디아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새 AI 칩을 공개했다. 이름은 ‘블랙웰’이다. 2080억개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전작 호퍼(800억개)보다 연산속도가 2.5배 빨라졌다.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시스템을 구성하면, AI 학습·추론에 최대 30배 성능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새 칩을 들어보이며 “모든 산업에서 AI의 가능성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괴물 AI칩’이란 탄성이 나왔고, 블룸버그는 “다음 세대 AI의 열쇠”라고 전했다. ‘인간 같은’ 기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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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이령길 개방 우이령길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한강·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 끝자락에 위치한 4.46㎞ 고갯길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을 나누며 드물게 자연 생태계가 제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양주·파주 주민들이 서울(우이동)을 오가던 작은 지름길이었다가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폭 4~6m 작전도로로 넓혀졌다. 우이령길이 주목받은 건 1968년 1·21사태 때 ‘김신조 루트’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이후 우이령길은 2009년 7월10일 인원을 제한한 생태탐방로로 부분 개방될 때까지 41년간 출입이 통제된 금단의 땅이었다. 인간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 숨쉬었다. 우이령길은 자연 환경의 보전과 활용 가치가 부딪치는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