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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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정치’ ‘경제’는 힘이 세다. 그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정치권력은 드물다. ‘경제 민심’은 불씨만 대면 화르르 타버리는 바싹 마른 장작처럼 성마르다. 집권 2년차를 지나는 문재인 정부도 ‘시련’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고공 지지율을 앞세워 거칠 것 없던 정부는 경제 성적표 앞에서 초라해보일 정도로 왜소하다. 정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깊은 위기다. 지금 위기의 미묘함은 정치적 논쟁 대상으로서 ‘지지층 정치’의 문제가 그 가운데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다. 수개월째 내리막이던 고용의 산술적 수치는 두달 연속 ‘재난’에 가깝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 공약이고 진보진영 의제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쟁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양상이다. 야당 등 반대 진영은 ‘최저임금의 저주’를 단정한 채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무너트리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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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병준이란 ‘이종(異種)보수’ 그해 여름도 무척이나 더웠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야당의 거센 공세 속에 자진사퇴한 것은 11년 전 꼭 이맘때(8월2일)였다. 임명 13일 만이다. 논문 ‘자기표절’이란 신조어와 함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었고, 청와대 출입기자이던 나 역시 휴가였지만 이튿날부터 출근해야 했다. 그의 낙마는 이미 내리막길이던 노무현 정부를 더욱 급격히 기울게 했다. 이은 가을, 여당(열린우리당)과의 ‘결별’을 예고하는 전조였다. 실상 더 결정적인 건 여당의 이반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비공개 석상에서 “대통령 한번 하려고 그렇게 대통령 때려서 잘된 사람 하나도 못 봤다. 이 상황은 권력투쟁”이라고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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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여당은 승리를 두려워하라 6·13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다. 한국 정치의 시대와 전망은 이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이는 첫 민주적 선거였던 5·10 제헌의원 선거(1948년)와 정권교체 시대를 연 15대 대통령 선거(1997년)와 견줄 만하다. 선거 드라마에서도 이번 선거는 전혀 다른 파격이다. 한국 정치가 편가름식 ‘양분(兩分) 정치’의 주박(呪縛·주술적 속박)에서 놓여나는 출발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은 진영의 울타리 뒤에 숨은 비상식의 정치가 상식을 이기는 암흑의 시대였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도, 문재인 정부의 승리도 아니다.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의 승리로 머물 수 없다. “국민의 승리”라는 뻔한 입발림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 전복적인 결과가 운명적으로 마주해야 할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특정 정당·진영·가치의 승리로만 이번 선거가 매김될 때 6·13 민심은 반쪽에 머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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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거는 선거다? “선거가 어디 그런가요. 전체 결과만 보면 민주당이 크게 이길지 모르지만, 하나하나 선거구별로 보면 결국 비슷하게 붙지 않을까 싶어요. 선거는 선거더라고요.”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종종 하게 되는 말이다. 여당의 일방적 게임 같은 선거 양상이 끝까지 이어질지 궁금해들 한다. 15년 동안 열번 선거를 치르며 한번도 똑 떨어지게 맞혀본 적 없는 ‘신기(神氣) 없는 점쟁이’(정치부 기자)에게 큰 기대 없이 묻는 것일 테지만, 역시 큰 자신 없이 대답하곤 한다. 몇번의 선거가 그랬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지금보다 더 일방적일 것 같던 총선 결과는 여당의 152석 턱걸이 과반이었다. 존망을 걱정하던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지고도 이긴 듯’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도 여론조사들은 내내 여당(새누리당)의 압승을 가리켰지만, 결과는 원내 1당조차 더불어민주당(123석)에 내주는 여당의 참패(122석)였다. 당시 수백~수천표차 초접전 지역구들이 널렸고, 그 대부분에서 야당이 승리한 결과였다. 2014년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두 달 뒤였지만, 광역단체장 성적표는 여당인 새누리당(8석)과 새정치민주연합(9석)이 팽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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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나’로부터의 적폐청산이 무섭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는 출범 1년(5월10일)을 앞둔 문재인 정부엔 최대 ‘실패’로 기록될 만하다. ‘역사란 인간의 범죄와 우행과 불행의 기록’(<로마제국 쇠망사>)이란 에드워드 기번의 정의를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반을 가르는 역사로 남을 일이다. ‘적폐청산’이 소명인 문재인 정부가 그런 적폐들의 다른 이름인 ‘관행’ 뒤로 숨으려 한 때문이다. 청와대의 실패는 ‘인사 낙마’가 아니라, 그로 인해 ‘내로남불’의 이중적 이미지를 남긴 점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3일 메시지는 예상밖이었다. 특히 ‘평균적 도덕론’은 낯설었다. 정의당과 참여연대까지 돌아선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여론에 맞서는 것으로도 비쳤다.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 등 행간에선 격정도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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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보의 ‘적’들 봄은 ‘잔인한 계절’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봄은 그랬다. 4월 남도부터 5월 광주까지 한국의 봄은 슬픔으로 열렸고, 동족 간 전쟁 이후 늘 ‘긴장의 시절’이었다. 올봄은 참 흔치 않은 날들로 기록될 것 같다. 긴장과 슬픔 대신 미약하지만 ‘희망’의 기운을 품은 바람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4·5월 한반도의 운명사적 전환을 입에 올린다. 지난 몇 개월, 그 어느 때보다 사나운 겨울과 깊은 위기를 건너왔기에 이 봄은 더 반갑고 소중하다. 깰까 조바심치는 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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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줄어드는 2019년···숨은 ‘황금연휴’는 언제? 2019년 ‘황금연휴’는 언제일까. 한국천문연구원이 15일 발표한 2019년 ‘월력요항’을 살펴보면 내년의 경우 사흘 이상 연휴는 모두 4차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올해 사흘 이상 연휴는 모두 세차례다. 내년 전체 공휴일수는 66일로 올해보다 사흘 줄어들었다. ▶관련기사: 내년 공휴일은 올해보다 사흘 적은 66일, 휴일은 이틀 적은 117일 가장 긴 황금연휴는 2월 민족명절인 ‘설’ 연휴다. 2월5일 설날이 화요일이어서 3일(일)~6일(수)까지가 휴일인 ‘빨간날’이다. 주5일제로 토요일도 대체로 휴무임을 감안하면 2일(토)~6일까지 5일 연휴가 가능하다. ‘5일 연휴’는 설 연휴 한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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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날' 3월14일 ‘한반도의 봄’ [오래전 ‘이날’]은 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08년 3월14일 제 3국에서 만난 북·미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008년 3월14일 경향신문 2면 하단에 실린 기사는 북한 핵프로그램 폐기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제3국 접촉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상이 스위스 제네바의 미국 대표부 건물에서 만나 양자회담을 합니다. 이들은 1년 6개월쯤 전 9·19 공동성명을 도출해낸 북핵 6자회담의 주역들입니다. 2007년 북한 영변의 핵 재처리 시설 불능화 등 이른바 ‘10·3 합의’를 만든 주역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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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이 찍은 오늘 3월13일 ‘검찰 출두’ D-1 경향신문 사진기자들이 ‘오늘’ 한국의 사건사고·이슈 현장을 포착한 보도사진 [경향이 찍은 오늘] 3월 13일입니다. ■ 굳게 닫힌 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강남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은 적막한 분위기 속에 취재진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자택 벽에 놓인 ‘구속’을 촉구하는 팻말과 문앞에 걸린 태극기가 이채롭습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이 진행되면 변호인단도 보강이 될 것이지만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어려움이 있다”고 재정적 문제로 변호인 구성에 어려움을 주장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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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뉴스 “국정이 우선” “국민 마음을”···국정부터 민심론까지, 불출마의 변들 여권 인사들의 6·13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12일 입장문으로 통해 “전남도지사직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날인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6·13 부산시장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은 좀 다르지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시장 후보 도전을 접었다. 그보다 이틀전 전현희 의원(서울 강남을)도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포기했다. 의원직까지 사퇴한 민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현역 여당 의원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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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적폐청산이 한두 해로 끝날 수 없는 이유 유난히 눈이 많은 올해다. 밤새 소복이 쌓인 눈처럼 12월의 밤들도 소리 없이 내려앉으며 한 해의 끝에 닿고 있다. 지난 한 해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들 마음속 시간들을 포근히 감싸는 하얀 위로들이다. 지난 26일자 경향신문의 1면 첫 화두는 ‘77만원세대’였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 한 달 소득이 78만원이었다는 것이다. 2007년 여름 우석훈·박권일이 저서 <88만원세대>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청년의 불안한 삶을 공론화한 지 꼭 10년 만이다. ‘88만원세대’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면, ‘77만원세대’는 스스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고 한다. ‘생’ 자체를 부정하는 허깨비 같은 삶들의 절망이 가슴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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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두 통합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명저 <두 도시 이야기>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아무것도 없었다.’ 프랑스 대혁명을 전후한 영국·프랑스 사회 모습을, 인간 군상의 삶을 함축한 문장이다. 거대한 변혁의 시간을 지나는 사회가 어떤 고민들을 견뎌내야 하는지 ‘감탄’과 함께 직관하게 한다. 변화의 결과는 늘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혁신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우리 사회도 지금 발아래 지혜와 어둠의 양 갈래 벼랑 위에 서 있다. 시민(市民)이 만들고 요구한 ‘피 흘리지 않은 혁명’의 길 위를 정치의 수레는 덜컹거리며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