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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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식어버린 ‘보수의 심장’ 6·3 대선 초입에 후보들이 이례적으로 대구에서 격돌했다.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대구 유세에 나섰다. ‘국민통합 대통령’ 명분을 더하려는 이 후보, 보수 민심을 다잡으려는 김 후보, 보수정치 세대교체 토대를 놓으려는 이준석 후보의 욕망이 부딪쳤다. 윤석열 파면으로 열린 대선에서 예전 같지 않은 대구 민심을 짐작하게 한다. -
김광호 칼럼 ‘민주주의’ 고쳐 쓰기 세 번째 ‘대선의 봄’이 그리 따뜻하지 않다. 말문을 닫은 사람들 사이에서 흥은 실종되고, 정치의 온도는 좀체 오르지 않는다. 6·3 조기대선이 열리기까지 한국 사회는 모진 정치의 계절을 견뎌내야 했다. 역사의 심연 속에 박제했다 믿었던 온갖 어두운 기억들이 하룻밤 새 무진을 점령한 안개처럼 밀려오는 것을 목도하였다. 음험한 독재의 망령과 교활한 이념 내전의 유령들, 광기 어린 폭력의 악령들까지. 악몽의 밤들을 견디며 절감한 것은 “민주주의는 고쳐 쓰는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으며 언제든 고장 날 수 있기에 미리 살펴 예비하는 것 또한 지금 민주주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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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계엄 양비론’을 허용해선 안되는 이유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겨울도 봄도 아닌 3월의 시간처럼 한국 사회는 예상치 못한 ‘가치 전도’의 음울한 계절을 견디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선과 악의 판단 경계도 흐릿해진다. 공동체가 최소한으로 공유한다 믿었던 가치들의 앞날은 황사 낀 봄날처럼 뿌옇다. 보수의 일각일지언정 ‘비상계엄은 쌍방 과실’ 같은 주장이 횡행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에서 “뜬금없는 (비상계엄) 결정도 잘못이고 야당도 그런 결정을 하게끔 얼마나 정부를 못살게 굴었나”고 했다. 그래서 결론은 “둘 다 잘못”이란다. 어느 보수 신문 칼럼은 계엄이 대통령 윤석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한다. 대통령 탄핵을 폭행 사건의 시비를 가리고, 교통사고 보험 책임을 다투는 일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윤석열이 사고친 김에 눈엣가시 같은 이 대표까지 쓸어내고 싶은 속마음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뻔뻔함에도 지킬 선은 있다. 그나마 법원이 26일 선거법 위반 2심에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되게 생겼다. -
여적 혁명가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 23일 잠정적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 이틀 전 서울중앙지법이 어도어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시적이라곤 하지만, 그들의 반짝이는 재능은 당분간 보지 못하게 됐다. 뉴진스는 법원 판결 직후 ‘타임’과 인터뷰에서 “이게 한국의 현실일지 모른다”며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때 이미 활동 중단을 암시한 것인데, ‘혁명가’라는 말 속엔 표준전속계약으로 옥죄는 어도어와 K팝 산업이란 골리앗에 맞서는 의지가 담겼다. -
여적 ‘트루먼과 포드’ 사이, 최상목 국가를 지탱하는 권력의 근본적 힘은 ‘책임’에서 나온다. 권력의 무게에 비례해 운명을 걸어야 할 결정이 많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에서의 치명적 두 죄악 중 하나로 “책임성의 결여”를 꼽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할 거라고 한다. 법안 공포시한(15일)까지 뭉개다 밀린 숙제 털 듯하는 것이다. 3개월도 안 돼 8번째 거부권인데,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보다 빠른 속도다. 여소야대 국회의 입법권을 거부권으로 무력화하던 대통령 윤석열(25회 행사)의 권한만 아니라 악정도 승계한 듯하다. 오죽하면 ‘거부권 권한대행’이란 말이 나올까. -
여적 치매 100만명 지난 1월 대법원은 7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80대 남성에 대해 징역 3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그 자신도 약을 먹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2020년 7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째 홀로 돌보며 지내다 벌어진 비극이었다. 지난해 1월엔 대구에서 50대 남성이 치매 앓는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오다 숨지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
여적 김재규 재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재판이 사형 집행 45년 만에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19일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의 가혹 행위가 인정되는 만큼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봤다. 당시 불투명한 수사·재판에 대한 ‘사법적 교정’일 테지만, 오래도록 정치적 금기였던 사건에 대해 아주 무거운 ‘역사의 법정’도 함께 열리게 됐다. -
김광호 칼럼 국민의힘의 세 가지 착각 12·3 비상계엄의 그 밤 이후 국민의힘은 다 ‘계획’이 있었다. 애초 목표는 대통령 윤석열이 아니었다. 그를 지킬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아무리 제정신 아니라도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결딴낸 권력자가 온전할 거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키면 안 되는 사람이다. 미친 짓 한 거다. 탄핵 기각을 믿는 의원은 10%도 안 된다”(중진 의원)고 했다. -
여적 ‘불안한 보안관’의 시대 서부영화 기원은 19세기 미국의 ‘10센트 소설(dime novel)’이다. 25센트짜리 고급 잡지 대신 저질 종이에 찍는 10센트짜리 펄프 매거진에 주로 실려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라고도 한다. 무법천지인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우는 영웅담이 주된 구조인데, 보안관은 그 대표 격으로 고립되고 위험에 처한 마을의 평화를 지킨다. 서부영화를 좀 봤다면 영화 <하이눈>에서 홀로 악당들을 처치하고 떠나는 게리 쿠퍼나 전설이 된 실존 인물 와이어트 어프의 이름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
여적 ‘다수연합’과 촛불정신 12·3 비상계엄과 내란의 겨울 이후 세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대통령 윤석열의 공동체 파괴에 한마음으로 나섰지만, 광장을 밝힌 응원봉만큼 ‘새봄’의 꿈은 형형색색일 터다. 옥중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윤석열 이후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치 연합’ 화두를 쏘아올렸다. 그는 지난 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수구·보수 진영은 권력 유지·연장을 위해 총집결하고 있다”며 ‘새로운 다수연합’을 제안했다. “자산·주거·건강 불평등 등이 국민의 최고 고통”이라 진단하고, 연합정치를 길잡이로 불평등·양극화·차별 없는 사회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전 대표 인터뷰를 공유한 뒤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SNS에서 탄핵에 찬성한 정치인·국민이 함께하는 “국민연대”를 주장했다. -
여적 ‘골목 성명’과 ‘관저 성명’ “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1995년 12월2일 전두환), “수사기관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2025년 1월15일 윤석열). 두 ‘내란 수괴’ 혐의자의 마지막 항변은 30년 시차에도 빼닮았다. 15일 공수처·경찰의 체포에 직면해 윤석열이 공개한 2분48초짜리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은 그보다 먼저 내란 수괴로 단죄받은 독재자의 ‘골목 성명’을 떠올리게 했다. 거짓·궤변·망상으로 점철된 윤석열의 영상은 ‘관저 성명’으로 적어둘 만하다. -
여적 LA 산불 걱정한 윤석열 권력자의 ‘허세’는 동서고금에 드문 일이 아니다. 선대부터 누적된 극심한 재정난에도 미국 독립을 지원해 경제를 파탄 낸 루이 16세의 허세는 대흉작에 굶주리던 인민들 봉기로 끝을 맞게 된다. 마지막 말은 “국민들이여 나는 무고하게 죽는다”였지만, 그의 죽음은 나라와 국민 사정은 물론 자신의 처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아둔함 때문이었다. 권력자의 허세는 민심과 동떨어져가는 불온한 신호지만, 권력에 취한 권력자는 기사가 된 돈키호테처럼 그 신호를 모르거나, 외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