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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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헌법 위의 ‘시위세(示威稅) 발상’ 집회·시위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일까. 14년 전 이탈리아 로마를 ‘민주주의 논쟁’으로 빠트렸던 ‘시위세’ 주장이 26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등장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시민단체의 집회·시위로 경찰력이 동원돼 예산이 쓰이는 만큼 “대가를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세 원칙의 하나인 ‘수익자 부담 원칙’을 빼들었다. 국민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헌법 21조)를 수호해야 할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망언이다. -
여적 교토국제고의 우승 야구는 유독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경기장 외야를 감싸던 플라타너스 신록이 짙은 광채를 뿌릴 때 야구의 열정은 절정이었다. 국내 고교야구팀이 다 모인 봉황대기나 만화·영화로 접한 일본 야구 문화의 정수 고시엔(甲子園)이 여름에 열린 것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전교생 130여명의 작은 한국계 학교가 100년 전통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울림이 한·일 양국에서 작지 않다. 청춘의 열정 같은 고시엔의 서사는 기적을 갈망하기 마련이고, 이번엔 교토국제고가 주인공이다. 한때 폐교를 걱정하던 학교가 반전을 만들려 시작한 야구부가, 첫 경기 0-34의 참패 후 25년 만에 오른 고시엔 정상이다. 외야까지 60~70m의 정상적 타격·수비 연습조차 어려운 교정에서 이뤄낸 성취였다. 전국 3441개 학교 중에서 지역예선을 뚫고 49개교만 출전하니 본선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미 ‘작은 우승’이다. -
김광호 칼럼 검찰 정권의 무너진 ‘법 앞의 평등’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11조)고 선언한다. 누구든 성별·종교·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으며,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정수를 담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한가. 혹여 “누더기를 걸치면 숭숭 뚫린 구멍으로 티끌만 한 죄악도 들여다보이지만 대례복이나 모피 외투를 걸치면 모든 게 감춰지”(<리어왕>)는 그런 사회는 아닌가. -
여적 최장 열대야와 폭염백서 한반도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17일까지 28일째 열대야를 겪으면서 2018년(26일)을 제치고 최장 연속 열대야 기록을 경신했다. 19일부터 비 소식이 있지만, 열대야를 꺾기엔 역부족이라고 하니 한 달 연속 열대야가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이 지난 30년간 가장 가파른 폭염 증가세를 보인 도시였다는 영국 국제개발환경연구소 분석결과가 실감나는 올해다. 부산과 제주도 각각 24일째, 34일째 열대야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현재 전국 평균 열대야일은 15.9일로 역대 2위(2018년 16.6일)는 물론 1위(1994년 16.8일)도 넘어설 공산이 크다. -
여적 Z세대의 ‘발랄’ 올림픽 1996년생부터 2010년까지 출생한 이들은 통칭 ‘Z세대’로 불리는데, 그들 스스로는 ‘젠지(Gen Z)’라고도 한다. 10대 중·후반과 20대 전부가 해당되니 2024 파리 올림픽은 ‘Z세대의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젠지들의 올림픽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실력과 품격은 물론 근성과 낙관까지, 대표팀의 ‘젠지’들이 보여주는 ‘쏘~쿨’한 긍정 에너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
여적 제2부속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2018년 아프리카 순방 때 보좌 실패를 이유로 미라 리카델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경질을 요구하자, 백악관은 다음날 즉각 실행했다. 미국 전기작가 케이트 마턴은 대통령 배우자를 ‘역사를 완성하는 숨은 권력자’라고 했다. 1987년 법률로 퍼스트레이디가 백악관 직책이 된 미국과 달리, 한국 대통령 배우자는 권한·의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민간인이다. 현실은 다르다. 늘 최고 권력자의 지근거리에 있기에 마지막 조언자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대통령 배우자의 위치다. ‘문고리 권력’에 앞서 ‘여사 권력’이 운위되는 이유다. 그래서 법적 위상과 별개로 공식 보좌를 받으며, 역대 정부에서 그 역할을 한 곳이 제2부속실이었다. 박정희 정부 때 육영수 여사의 대외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1·2 부속실로 분리한 게 시작이다. -
여적 올림픽 10연패 한국 양궁이 세계에 ‘무서운’ 이름을 알린 것은 1979년 독일 베를린 세계선수권 때였다. 18세 여고생 김진호가 무려 5관왕에 오르면서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스포츠가 세계 1등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온 나라가 들썩인 건 당연했다. 1959년 수도여자중 체육교사 석봉근이 청계천 고물상에서 우연히 만난 서양식 활로 양궁의 씨가 뿌려진 지 20년 만이었다. -
김광호 칼럼 윤·한의 결정적 순간 여권은 지금 ‘갈등의 지옥도’ 속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난데없이 던져진 ‘김건희 여사 문자’가 파노라마처럼 드러낸 풍경이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에게 역정을 내고, 그의 부인이 ‘문자 사과’를 하고, 대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권력은 체면을 잃고 권력답지 않으며 국정 협력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배반’의 아우성에 파탄은 현실이다. -
여적 ‘한미일 동맹’과 ‘한일 동맹’ 동맹은 구속력 있는 조약·협정 등을 통해 군사적 협력을 하는 국가 간 관계를 의미한다. 안보 및 경제적 이해가 일치하고 오랜 협력과 신뢰의 기반 위에서야 가능하다. 영토분쟁이 있거나, 과거의 일로 국민들 사이에 적대감이 내재한다면 동맹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 때아닌 ‘동맹’ 논란이 국회를 잠시 멈춰 세웠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정부질문 도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은 독도에 영토적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동맹한다는 것이냐”고 비난한 게 발단이다. ‘정신 나간’ 표현에 여당은 격앙했고, 안 그래도 화약 냄새 가득한 22대 국회는 첫 대정부질문부터 파행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한·미·일 동맹에서 미는 쏙 빼고 한·일 동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한·미·일 동맹’ 표현에 대해선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피해갔다. 한·일 사이 ‘동맹’은 이처럼 금기어다. -
여적 ‘스마일 골퍼’ 양희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뛰는 양희영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그의 하얀색 모자엔 ‘스마일’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통상 메인 후원사 로고가 있는 자리지만, 그게 없는 탓에 지난해 스스로 새겨넣었다. 그래서 ‘스마일 골퍼’로 통한다. 문양대로 17년 프로 생활 동안 편안한 날보다 힘든 때가 더 많았지만, 그는 늘 환하게 웃는다. -
여적 배구여제 김연경 김연경이 성인 여자배구 무대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고3인 17세 때였다. 2005년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단숨에 대표팀 왼쪽 주포로 전체 득점 3위에 올랐다. 192㎝ 역대 최장신 스파이커의 출현이었다. 그해 겨울 흥국생명에서 국내 프로리그에 데뷔한 그는 전년도 꼴찌이던 팀을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MVP·신인상 등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다. 충격적인 등장이었다. 시작부터 그는 ‘제왕’이었다. -
여적 대통령의 ‘개인폰’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할 때다. 미국은 중국을 겨누며 ‘도청과의 전쟁’으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밀한 대화는 휴대전화를 끄라고 했다가, 아예 배터리 분리까지 지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골칫거리는 보안전문가 권고를 무시하고 일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트윗을 날려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해 10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이폰 중 보안장치 없는 개인 아이폰이 중국에 도청됐다고 보도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가 도청을 우려해 비화(秘話)폰을 쓴다는 야당 공격에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 중이라고 공개했다가 ‘보안의식 결여’라는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의 통신수단은 이처럼 극도로 민감한 기밀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