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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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상의 한 칸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립고 설레는 것들이 있다. 깊은 밤 불을 끄고 찾아든 이불 속 따스함이 그렇다. 허리에서부터 전해진 그 포근함은 온몸을 조용히 적신다. 하루의 고단함과 우울도 그때면 사르르 녹아내린다. 해가 더할수록 이 계절이 되면 감각은 예민해지고 사소한 것들의 행복이 깊어진다.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 날이면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일망정 ‘지상의 한 칸’이 그립다. 추위와 서러움은 문학과 오랜 끈으로 맺어져 있지만, 백석의 시만큼 마음에 스미는 경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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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퇴임후 정치할 것인가”는 의원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총장 퇴임이후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의원들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윤 총장은 이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대권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된다고 하자 “지금은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
편집국에서 “내 아들에게도 보여주지 말라” 태풍이 지나간 인왕산 숲속은 어수선했다. 바람은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나뭇잎들 사이로 여전히 수런거리고, 길을 막은 낮은 덩굴들은 걸음에 차일 때마다 흔들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뭇가지들과 잎, 잔모래들이 널브러진 이 쓸쓸한 길이 왜 이리도 다정할까. 마치 ‘세한도(歲寒圖)’처럼.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유배지 제주에서 그린 ‘세한도’는 아둔한 내 눈에도 유독 와닿는다. 그 쓸쓸함이 참 깊다. ‘절절한 기개’까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림을 볼 때면 ‘아 저런 것이 고결한 고독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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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4흘’과 ‘웬열’ 광복절 ‘사흘 연휴’는 마지막까지 다사다난했다. 코로나의 시절과 긴 장마에 지친 마음들에 하루치 행복이 더하길 바랐지만 코로나19의 재창궐과 함께 뜻대로 되지는 못했다. 일상은 더한 불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바람에 임시공휴일(17일) 지정을 전후해 말 많던 ‘4(사)흘’에 대한 기억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졌다. 그사이 만났던 꽤 많은 이들이 ‘4흘’을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대화 속에 “참 놀랐다”는 감정표현과 함께 ‘4흘’은 곧잘 등장했다. 네이버 실검을 장악했던 ‘사흘’의 영상이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충격 반응(심지어 20대였다)부터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 문제’를 진심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자가 난 과거 기사들의 ‘4흘’이 SNS로 소환돼 기레기의 또 다른 증거로 활용될 땐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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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코로나 시절에도 휴가는 갑니다 참 수상한 여름이다. 여름이 그 계절 같지 않다. 더위와 장마가 뒤섞인 하루하루는 그대로지만 생활은 모두 엉클어진다. ‘여름, 방학, 휴가, 바다’로 설렘이 파도를 타던 그 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방학부터 그 ‘여름의 연상(聯想)’을 툭 끊어 놓는다. 무척 짧기도 하지만, 가족들마다 모두 다르다. 이전엔 학원 등 방학에도 멈출 수 없는 학습 부담 때문이었지만, 올해는 아예 엇갈린다. 막내는 8월 초부터 3주, 교사인 아내는 8월 초부터 2주인데, 고등학생인 둘째는 8월 중순이 되어야 방학이 시작된다. 공유할 시간이 턱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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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문 대통령 상대 좋아하지 않고 한국인 끔찍하다’고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과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한국 국민을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연합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기고문에서 2월7일 워싱턴DC에서 공화당주지사협회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을 주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 시간 정도 연설했다고 전했다. 호건 주지사는 전미주지사협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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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텍스트’를 본다 아무래도 아인슈타인보다는 조던이다. 넷플릭스로 요즘 마이클 조던의 ‘화양연화’를 다시 만난다. 1997~1998시즌의 마지막 도전을 담은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다. 조던은 나의 스무 살 전후를 잇는 키워드의 하나지만, 이처럼 정면으로 그를 본 적은 없다. 병적 수준의 승부중독, 심신을 갈아넣는 코트에서의 공격성, 그 이후의 인간적 공허…. 그게 농구든 신발이든 ‘에어 조던’으로만 소비했을 뿐 ‘인간 조던’은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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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조선 당국, 이제부터 괴로울 것 …신뢰 산산조각 나 ” 북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12일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장 통전부장은 이날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통전부장은 청와대가 전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 데 없다”며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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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빈자나 부자나 모두 ‘한배’에… ‘앓는다’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재난과 같다. 원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기에 마땅한 대책도 없다. 그저 그 시간을 버티며 견뎌낸다. 그래서 앓는다는 건 버티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의 시절’을 지독히 앓고 있는 인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이전부터 이미 앓을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늙든 젊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문학작품들 속 무수한 ‘앓는 삶’들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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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계관’을 소비한다 과거 ‘세계관’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묘한 세상 속에서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를 궁구하기 위해선 필연적 질문이었다. 그것은 백과사전의 ‘철학·사회학적 세계관’을 의미했다. 바지 뒷주머니에 꽂힌 타임지처럼 한 세대의 고급스러운 유행과도 같았다. 이 세계의 진로와 같은 거대담론과 이어져야 했기에 하나의 구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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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미국내 확진자 1만명 돌파” 미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낮 현재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만259명으로, 전날 알려진 8500명 수준에서 2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내 사망자 수도 전날 145명에서 152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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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조금은 틀려도 괜찮지 않나 요즘 난해한 학술용어 가운데 ‘유행어’를 하나 고르라면 단연 ‘확증편향’일 것이다. 학자들이나 조금씩 쓰던 것이 지금은 웬만한 정치분석 글은 물론 일반인들 입에서도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지난해 ‘조국 정국’에서 증폭된 뒤 ‘코로나19’와 4·15 총선 국면을 타고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보호구역을 벗어나 일상으로 침투한 이 말은 ‘정치적 의견의 양극화’와 동의어 정도로 변이되어 말 그대로 ‘창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