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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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처음엔 덤덤했고, 나중엔 빠져들었다. 정치에서 문화 쪽으로 옮긴 변화 중 하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10여년 만이었다. 반쯤은 ‘일’이란 명분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였을 것이다. TV에서도 볼 수 있는 걸 굳이 극장에서…. 더구나 요즘은 TV에서 옛 영화부터 최신 영화까지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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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족주의를 위한 변명 요즘 마음속을 맴도는 불안의 하나는 “나는 내셔널리스트인가” 하는 것이다. 의문이 아니라 불안이다. ‘노 저팬’의 일본 보이콧이 그리 걱정되지도 않고, 일본에 대한 정부의 ‘강 대 강’ 대응이 이상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끈기 있게 이어지는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에 감정이 고양되기도 한다. “애국심은 불한당들의 마지막 피난처”(새뮤얼 존슨)를 되뇌며 정치인의 “애국” 발언을 늘 의심하고, 지금도 한·일 시민들의 연대를 통한 미래를 희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낯설다. 정부가 “관제 민족주의를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엔 멈칫하기도 한다. 그리 신실하지도 않았지만, 오래전 잊어버렸던 젊은 시절 운동권의 세례가 불쑥 튀어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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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일의 ‘불가역적 시대’ 1965년 한일협정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50년의 시차를 둔 이들 외교 행위는 지금 한·일관계 암운의 출발점이다.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정치적 부정(不正)을 흠잡고자 함이 아니다. 판박이처럼 닮은 내용의 ‘불구성(不具性)’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크게 3가지다. 피해 당사자(강제동원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를 배제한 국가의 폭력성, 주권자인 국민 의사에 반한 비정상 통치행위, 그리고 소위 ‘불가역적 종결’이라는 논쟁성이다. 이들 합의는 개인의 권리를 소멸해버린 국가의 전횡과 한 정권의 선택이 국가에 어떤 위기를 드리우는지 보여준다. ‘역사 파산’을 선언한 일본은 이를 근거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을 만들어 냈다.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환장할 역공 프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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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전격 방미···“백악관 관계자 만날 것”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간)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YTN이 11일 보도했다. 김 2차장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낮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 YTN 기자에게 “백악관과 미 상·하원의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서 한·미 간 이슈들을 논의할 게 많아서 미국에 출장 왔다”고 밝혔다. 김 2차장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해 미국의 중재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이슈도 당연히 논의할 것이다. 백악관 상대방과 만나서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YT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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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주권자의 명령 선거제도 개편과 의원정수 확대가 지금 정치개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꽉 막힌 정치에 변화를 줄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이 선거제는 지금 정치권의 가장 날카로운 논쟁점이다. 세대·지역·계층을 불문하고 균열 중인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게 있다면 “정치, 이대론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같아선 어떤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절감(切感) 때문이다. 정치는 지금 모든 실패와 악덕의 상징처럼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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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독재 타도’라는 위선 정치가 ‘성찰’을 잃어버리면 퇴행밖에 없다. 성찰은 ‘더 나아지겠다’는 의지와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찰은 ‘염치’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과거를 ‘객관의 거울’ 속에 넣고 미래의 교훈으로 삼는 일인 까닭이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를 처음 점거한 지난달 25일 그들은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구호로 외쳤다. 인간띠를 두르고 국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자못 비장했다. 아수라장이었던 ‘동물국회’ 내내 그들은 여야 4당의 선거제 합의를 ‘좌파 독재’로 몰아세웠다. 그 내용의 황당함은 물론이거니와 더 큰 문제는 그들은 정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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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인생은 늦게 동참하는 자를 벌하리라 “분단 시기 동독과 서독 국민들이 경험한 ‘우리는 하나’라는 깊은 연대감은 국제적 상황이 통일에 대한 가망이 없어 보이는 시기에도 끊어지지 않았다.” 통일독일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의 회고록 <우리는 이렇게 통일했다> 서문의 한 부분이다. 때로 역사는 ‘희망’과 ‘낙관’의 힘으로 전진한다. 그의 ‘기억’은 격변 속에 있는 한반도 운명에도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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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시민은 자신의 미래를 알까 ‘유시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그가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앞자리를 차지한 게 계기다. 정치권 안팎은 오래전 ‘정치 중단’을 선언하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만 정치와 가는 끈을 남긴 그의 ‘강제 귀환’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여전히 “정치 안 한다.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해명하며 연일 고개를 가로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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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개포 정부’라는 주홍글씨 문재인 정부가 2년차 끝에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끝 모르던 고공지지율은 어느새 50% 선도 무너졌다. 원인이 된 경제 부진은 좀체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도를 내던 한반도 평화 바퀴도 멈칫거리며 위태하다. 바람은 사납고, 하늘엔 눈폭풍을 머금은 먹구름마저 보인다. 지지율보다 심각한 변화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태도들이다. 지난 1일 3년 만에 열린 대규모 민중대회에선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진보 성향 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조차 “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조소한다. 한국당부터 민주노총 등까지 ‘개포(개혁 포기) 정부’로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약점을 보인 맹수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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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보수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들 언젠가 올 줄은 알았다. 정치권의 ‘통합론’ 바람 말이다. 이번엔 보수다. 싸늘하게 추우니 일단 뭉치자고 한다. 총선까지 1년6개월 남은 시점이다. 숨이 턱까지 차야 뭐가 되어도 되는 게 이 판 생리니, 일러도 한참 이르다.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는 방증일 터다. 통합 자체는 실상 중요치 않다.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심이 궁금해하는 것은 ‘보수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더 콕 집으면 ‘보수가 집권하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그 답을 내지 못하면 어떤 시도도 무용하다. 이는 한국보수가 몰린 막다른 길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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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정치’ ‘경제’는 힘이 세다. 그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정치권력은 드물다. ‘경제 민심’은 불씨만 대면 화르르 타버리는 바싹 마른 장작처럼 성마르다. 집권 2년차를 지나는 문재인 정부도 ‘시련’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고공 지지율을 앞세워 거칠 것 없던 정부는 경제 성적표 앞에서 초라해보일 정도로 왜소하다. 정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깊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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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병준이란 ‘이종(異種)보수’ 그해 여름도 무척이나 더웠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야당의 거센 공세 속에 자진사퇴한 것은 11년 전 꼭 이맘때(8월2일)였다. 임명 13일 만이다. 논문 ‘자기표절’이란 신조어와 함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었고, 청와대 출입기자이던 나 역시 휴가였지만 이튿날부터 출근해야 했다. 그의 낙마는 이미 내리막길이던 노무현 정부를 더욱 급격히 기울게 했다. 이은 가을, 여당(열린우리당)과의 ‘결별’을 예고하는 전조였다. 실상 더 결정적인 건 여당의 이반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비공개 석상에서 “대통령 한번 하려고 그렇게 대통령 때려서 잘된 사람 하나도 못 봤다. 이 상황은 권력투쟁”이라고 ‘격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