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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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장혜영·류호정에게 침묵을 강요하지 말라 정의당이 시끄럽다.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발언이 나온 후 지지와 비난 여론이 엇갈리면서 항의성 탈당과 입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두 의원의 박원순 시장 조문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의 발언은 지난 10일 나왔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고 밝힌 후다. 서울시는 곧바로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5일장 동안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박 시장의 충격적인 죽음은 커다란 상실감과 슬픔을 안겨준 동시에 성추행 의혹과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시킴으로써 당혹감과 분노가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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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미쉘이 아이유처럼 성공하길 우연이었을까. 전날 음악영상을 본 때문인지 유튜브를 보는데 9년 전 방송한 SBS <K팝스타 시즌1> 영상이 떴다. 당시 드문드문 봤던 터라 참가자들을 잘 몰랐었다. 그런데 자신을 소개하며 심사위원들에게 “놀라셨죠?” 하며 웃는 참가자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당시 21세 혼혈 청년 이미쉘이었다. 노래를 아주 잘했다. 1차 심사에선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고 궁금증이 커져 다른 영상도 찾아봤다. 방송 중간중간 나온 짤막한 인터뷰로 그간의 삶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오디션 동안 ‘왜 노래 절정의 순간에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긴장감과 속상한 마음에 울음이 터질 법도 한데 그저 담담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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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모동숲’에서도 열심히 일하나요 닌텐도 스위치용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에디션이 인기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집콕 인구’가 많은 데다 ‘힐링게임’이라고 알려지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구매 열풍이 일고 있다. 요즘은 품귀현상으로 구입 자체가 쉽지 않아 웃돈을 주고 사는 형편이다. 모동숲 세계에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유유자적하며 한가로이 살 수 있다. 나무를 키워 열매를 얻고 물고기를 잡으며 땅에서는 광물을 캐낼 수 있다. 내집 마련의 꿈도 100% 가능하다. 처음엔 물론 대출을 받아야 한다. 자연에서 수확한 것을 팔아 돈을 마련해 갚고, 남는 돈으로 세간살이도 장만한다. 살다가 더 큰 집을 짓고 싶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또 대출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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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통의 부조 대구에 사는 외가 쪽 친척 한 분이 돌아가셨다. 잔잔한 미소와 사투리가 섞인 다정한 음성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만 같은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왕래도 소식도 잘 나누질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후 안부 전화를 드렸다가 뜻밖의 부고를 접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은 아니셨다. 상주는 코로나19로 더 정신이 없어 장례를 치른 후에라도 연락한다는 것이 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스크를 구하러 나가던 참이라고 했다. 바빠하는 그에게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하고선 나 역시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곳의 경황없음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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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골가족’ 밥상이 부럽다면 “엄마, 캐릭터 뺏겼어! 엄마랑 비슷한 사람이 ‘엄마’로 나오는 유튜브 있어.” “뭔데?” 얘기를 듣고 찾아보니 채널 ‘시골가족’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 알게 됐는데 보는 재미가 짭짤하다. 밥상에 둘러앉아 가족들이 밥을 먹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영상이다. 무뚝뚝해 보이는 아버지와 엄마, 그 사이에 다정한 미소를 띠며 얘기하는 자녀가 번갈아 등장한다. 온 가족이 한꺼번에 나올 때는 드물고 어느 날은 아버지와 두 딸만, 엄마와 딸 그리고 아들이 나오는 식이다. 굳이 장르를 구별하자면 가족 먹방이다. 하지만 이 채널을 보고 있으면 왠지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덩달아 느긋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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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작은 벨소리를 위하여 작은 놋그릇을 살짝 친 듯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 아이들은 이 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학교를 찾아와 배우고 또 배웠으리라. 흰 지팡이가 땅의 감각을 알려주었다면 작은 벨소리는 공기를 통해 방향도 일러주고 안전하게 찻길도 건너게 해주었을 것이다. 빛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리는 빛과 같다. 9일 이른 아침에도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자리한 국립 서울맹학교 정문에서는 벨소리가 작게 울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리는 소리는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작았다. 주변인들을 배려한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크기였다. 서울맹학교 관계자는 “마침 오늘 겨울방학식과 졸업식이 열린다”고 말했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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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편향된 인간 퇴근길 지하철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들면 좋겠지만 요즘은 자꾸 휴대폰으로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된다. 잠깐 본다는 것이 30~40분은 정말 후딱 간다. 그런데 옆사람이 보면 어쩌나 가끔 민망해질 때가 있다. 첫 화면에서부터 ‘저탄고지의 진실’ ‘중년 뱃살’ ‘엽떡 매운맛 먹방’ ‘심쿵주의 아기시바견’ 등이 줄줄이 추천돼 뜨기 때문이다. ‘친절한 알고리즘씨’가 내가 지난 시간 즐겨 봤던 것을 근거로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만을 골라 보여주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뿐 아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10대 소녀이든, 70대 할머니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취향을 타기팅해 맞춤형 콘텐츠를 완벽하게 추천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 색다른 콘텐츠를 보려면 그만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콘텐츠는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막상 한 가지(성향)에만 노출되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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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펭수님 한 수 가르쳐주세요 석 달 전 경향신문 편집국에는 소통 에디터 직책이 새로 생겼다. 지면과 관련해서는 오피니언팀, 토요판팀 구성원들과 콘텐츠 내용과 편집을 두고 의견을 나누며 돕는 역할을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그간 해온 일이니 더 어려움이랄 것은 없다. 그런데 직책명에서 알 수 있듯 ‘소통’이 문제다. 안으로는 편집국 구성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되도록 돕고, 밖으로는 독자들과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 독자들도, 편집국 구성원들도 연령대가 다양하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니 희망 사항과 불만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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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아무도 몰랐던 모자의 죽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본 관객이라면 다섯 살짜리 유키가 그 작은 발로 깡충깡충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났던 ‘삑삑~’ 소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유키는 그날 행복했다. 열두 살인 큰오빠 아키라와 언니 교코, 작은오빠 시게루와 함께 한밤중 아무도 모르게 외출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발에선 삑삑 소리가 났다. 앙증맞던 그 소리는 아마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내민 작은 손 같은 게 아니었을까. 유키의 엄마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어린 남매들을 놔두고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맏이 아키라는 사회와 이웃의 무관심 속에 동생들과 함께 굶주리며 유령 인간처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 유키는 병을 얻었고 결국 언니·오빠와 작별하고 하늘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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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당신의 인문학 점수는 몇 점일까요 “세상에 이제 그런 시험까지 생긴답니까? 시험 공화국이네요.” “한 줄이라도 스펙을 더 써넣고 싶은 취준생들의 심정도 이해는 돼요.” “인문학 시험 자체가 반인문적입니다.” “인문학을 희화한 것이죠.”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인문학 시험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인문학 시험은 한 언론사 주최로 서울을 비롯한 6개 도시에서 처음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인문학진흥법이 제정될 정도로 인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체계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하고 향유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시험이 마련됐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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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올여름에도 소금꽃은 필 것이다 이제 봄이 가고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려 한다. 해마다 봄이 오고 또 여름이 되면 한두 번 스쳐지나가듯 떠오르는 이가 있다. 2010년 4월, 만난 사람인데 그 후로도 그는 뉴스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몇시간 얘기를 나눈 것은 9년 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계절이 봄이라 마침 하얀 목련이 탐스럽게 피어나 있었다. 그는 목련꽃을 보며 “꼭 삶은 달걀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꽃을 먹는 것에 비유해 재밌었는데 그 말을 듣고 다시 목련꽃을 올려다보니 정말 하얀 꽃봉오리가 삶은 달걀 같았다. 시간이 늦어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는 기차 안에서 먹으라며 까만 비닐봉지 안에 삶은 달걀 3~4개를 싸주었다. 그가 단식농성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이젠 좀 편히 지내시라” 인사를 건네고 왔었는데…. 이듬해 그는 추운 겨울날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높디높은 크레인에 올라갔고 100일, 200일도 아닌 309일을 하늘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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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요즘옛날’을 산다는 것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1980~1990년대 어디쯤 와 있는 건가, 놀랄 때가 많다. 집들이 간 집에서는 음료로 참기름 병에 담긴 밀크티를 내온다. 예전에 엄마가 성남 모란시장에서 방금 짠 거라며 사오시던 그 플라스틱 빨간 뚜껑의 투박한 참기름 병이다. 20대 딸은 청재킷에 짧은 청치마를 입고 “디스코 머리로 양 갈래 길게 땋아줘, 힙하게”라며 머리를 내민다. 그날 디스코 머리 사진을 올린 딸아이의 인스타그램에선 친구들이 예쁘다고 난리가 났다. 음원차트에서는 인디밴드 잔나비의 1980~90년대풍 노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빌보드 어워즈에 빛나는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1, 2위를 나란히 한다. 이게 뭐지, 어리둥절하다. 시대적 감성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감성이 ‘핵인싸’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