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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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CGV 관람료 인상과 ‘어벤져스’의 상관관계 ‘돈도 없는데 영화나 보지 뭐!’ 과연 앞으로도 부담없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영화 관람료가 만만치 않은 때가 오고 있다. CJ CGV가 4월11일부터 티켓값을 1000원 인상한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영화관도 관람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줄줄이 인상이 전망된다. 게다가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치킨’도 다음달부터 배달서비스가 유료화(교촌치킨 건당 2000원) 한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미세먼지’가 낀 격이다. ■영화 관람료 어떻게 오르나 관람료는 주중, 주말, 시간별, 좌석에 따라 다르다. 병원 진료비와 약값이 평일과 주말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CGV 영화 관람료는 이번 인상으로 2D 기준 주중(월~목)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스탠다드 좌석의 경우 9000원→1만원, 주말(금~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만원→1만1000원이 된다. 3D, 아이맥스(IMAX), 4DX 등 특별관 가격도 각각 1000원씩 오른다. 통신사·카드사 할인이나 무료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주말 2인 기준 2만2000원, 4인이면 4만4000원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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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간의 서식지 한겨울, 냉기 가득한 방 안. 여자친구 방에서 데이트하는 청춘 남녀. 두 사람이 말을 할 때마다 허공으로 허연 입김이 퍼진다. 오랜만에 잠자리를 갖기로 한 둘은 서둘러 옷을 벗는다. 벗고 또 벗어도 양파 껍질처럼 옷이 나온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잔뜩 껴입었기 때문이다. 선 채로 부둥켜안은 두 사람은 덜덜 떤다. “너무 춥다. 안되겠지?” “춥긴 춥다.” “봄에 하자.” “응.”…. 최근 국내 개봉작 <소공녀>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마이크로해비타트(Microhabitat)’로 작은 서식지(집)를 뜻한다. 가사 도우미로 일당 4만5000원을 버는 여주인공은 월세를 내기 위해 벌이가 있을 때마다 1만원씩 모아보지만 그나마도 월세가 인상되면서 냉기 도는 월세방마저 포기하고 만다. 남자친구와도 이별한다. 학자금대출 갚기에 허덕인 남자친구는 함께 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100만원이라도 빚을 내보려고 하지만 결국 목돈을 벌기 위해 2년 후를 기약하며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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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올림픽은 끝났고 미투는 이제 시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선수들의 값진 승리와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는 온 나라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국가대표 컬링팀인 ‘갈릭 걸스’(애칭)가 일으킨 ‘영미 신드롬’까지 재밌고 유쾌했다. 그러나 모두들 온전히 흥겹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성폭력을 고발하는 문화예술계 ‘미투(#MeToo)’가 연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유명 배우가 제자들에게 가한 성폭력이나, 문화계 거장으로 불리던 연출가들의 성폭력 은폐 시도와 침묵은 분노를 일으켰다. 2년 전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나왔지만 검찰 조직 내 성폭력 폭로로 다시 촉발된 미투는 문학에서 시작돼 연극, 영화, 방송 등은 물론 종교계까지 그 민낯을 드러냈다. 깊이를 잴 수 없는 ‘검푸른 심연’처럼 성폭력은 분야를 망라하고, 아주 오랜 시간, 상습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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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쓸데없는 것들의 역설 “쓸데없는 선물로 뭐가 좋을까.” 다음달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딸아이는 친구들과 선물을 교환하기로 했다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기에 바빴다. “아니 졸업 선물인데 왜 쓸데없는 걸 사줘, 괜히 욕먹을라고. 필요한 거나 좋아하는 걸 선물해야지!”(작은 탄식 후 대답 없음) 20·30대 사이 ‘쓸데없는 선물하기’가 유행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말파티 때부터 시작된 유행은 새해 들어 신년모임과 중·고등학생 졸업식 선물로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러 쓸데없는 선물 교환식까지 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쓸데없는 선물 추천’ 목록이 돌아다니고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인기다. 유명 유튜버들이 서로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은 조회수 수십만회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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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촛불 든 18·19살, 그들 요구에 대답할 때 “오늘 (계산대) 시재가 안 맞아서 8640원 물어냈어. 시급이 6470원인데, 한 시간 일한 거 날아갔어. 그래도 첫날치곤 선방한 거래….” 밤늦게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를 끝내고 돌아온 딸아이는 조금 상기돼 있었다. 지난주 생애 첫 알바를 시작한 소감에다 계산이 안 맞아 첫날부터 돈을 물어낸 일이 오묘한 감정으로 뒤섞여 있는 듯했다. “내년엔 그래도 시급이 7530원이야. 최저임금이 올랐으니깐.” 그동안 숫자에 불과했던 최저임금이 자신의 삶 속에 실체를 갖고 ‘훅’ 들어왔다는 말처럼 들렸다. 아이는 정식 근무를 시작하기 전날 3시간 이상 교육 받으며 일했다. 하지만 그건 ‘개인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까닭’이므로 시급은 계산되지 않았다. 그곳엔 ‘갑질’도 있었다. 며칠 전 3년간 일해온 야간 시간대 알바 아저씨는 점주의 아들 친구가 낙하산으로 그 시간대에 오는 바람에 자리를 잃었다고 앞시간대 근무자가 일러줬다. 아이는 자신이 1주일에 25시간을 일하면서도 주휴수당(결근 없이 1주일 15시간 이상 근무자 대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런 불안감에는 최근 발생한 비닐봉지 절도 사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청주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생 ㄱ씨(19)는 점주에게 “최저임금을 계산해달라”고 요구했다. 근무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ㄱ씨에게 불만이 컸던 점주는 마침 비닐봉지 2장(40원)의 값을 계산하지 않고 사용한 ㄱ씨를 절도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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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능 연기가 남긴 것 “뭐, 수능 연기…. 지금 실화야, 실화냐고? 나 어떡해, 다리에 힘이 확 풀리는 것 같아!”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수능 연기가 발표된 날 고3 수험생인 아이는 아연실색했다. 가방을 싸놓고 나름 마인드컨트롤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든 후 퇴근한 아빠가 소식을 전하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2018 수능,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23일 시행’이란 뉴스 속보를 몇차례나 검색해 보고서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언뜻 1주일 연기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의 당혹감은 무척 컸다. 숨도 멈출 만큼 잔뜩 긴장해 100m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들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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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라져가는 ‘소수의 목소리’ “그는 아흔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꼭 할 말이 있다는 듯 허공에 가쁜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알아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말의 유일한 화자이자 청자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 눈감기 전, 그는 자기 말을 알아듣는 누군가가 한 명쯤 곁에 있길 바랐다. (…) 수백만년 이상 엄숙하고 엄연하게 존재하다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는 얼음의 표정과 흡사했다.” (김애란 단편 ‘침묵의 미래’ 중) 이 소설은 세계에서 각기 다른 모국어를 마지막으로 구사할 수 있는 ‘마지막 화자’들에 관한 얘기다. 이들은 ‘중앙’에 의해 만들어진 소수언어박물관이라는 곳에 수집돼 살아간다. 사라져가는 언어를 보존하고 연구한다는 취지이지만 전시물로 전락한 사람(언어)들은 소멸하거나 소멸을 기다릴 뿐이다. 천여명의 마지막 화자가 죽으면 천여개의 언어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절망스러운 것은 언어가 사라지면 천여개의 작은 세계, 고유 문화, 그 생명력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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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 캔 스피크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에 따라 객석에 앉기 전 준비물이 달라진다. 코미디·액션·SF처럼 재밌는 영화에는 달콤 짭조름한 팝콘과 콜라가 필수다. 혼자 보러간 예술영화는 진한 커피 한 잔이 어울린다. 때론 주머니 속에 남몰래 티슈를 준비하게 하는 영화들도 있다. 는 팝콘을 먹다가 티슈를 꺼내게 했다. ‘프로민원러’ 나옥분(나문희) 할머니는 8000건의 민원 신고로 구청 직원들 사이 ‘도깨비 할머니’로 불린다. 어느날 이곳에 깐깐한 원칙주의자 9급공무원 박민재(이제훈)가 전근을 온다. 자신의 일터기이도 한 봉원시장을 순시하며 매일 민원 거리를 찾아내 신고하는 옥분. 그의 최대 민원 건은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시장 상가건물의 훼손을 막고 부당함을 고발하는 것이다. 새 구청직원 민재의 등장으로 여기에 사적인 민원이 덧붙여진다. ‘영어 배우기.’ 수업에 민폐를 끼친다며 영어학원에서 쫓겨난 옥분은 어느날 영어 잘하는 민재의 모습을 발견하고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사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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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소년이 온다 ‘네 중학교 학생증에서 사진만 오려갖고 지갑 속에 넣어놨다이. 낮이나 밤이나 텅 빈 집이지마는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새벽에, 하얀 습자지로 여러 번 접어 싸놓은 네 얼굴을 펼쳐본다이. 아무도 엿들을 사람이 없지마는 가만가만 부른다이. … 동호야.’ 동호는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열다섯 살 난 소년이다. 동호는 자신의 집에서 자취를 하던 또래 친구와 친구의 누나를 찾아 헤매다 도청에 있던 동네 형들과 누나들을 도와 수많은 주검을 수습한다. 이 소설을 다시 꺼낸 든 것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온 날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하늘색 체육복 위에 교련 점퍼를 걸친 동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은 2014년 5월 나왔는데,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밀쳐놓았다가 지난해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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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싱크탱크보다 오토바이 매장서 ‘생각을 더 많이 한다’?…손노동이 주는 본질적 삶의 역설 쇼핑몰의 테디베어를 만들 수 있는 ‘빌드 어 베어’ 매장.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곰인형의 외형과 옷을 고른다. 몇 분 내로 원하는 곰인형이 그대로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아이에겐 얼핏 주체적인 선택권이 주어진 것 같지만 실은 상품 생산과 관리의 편리성으로 준비된 옵션들 중 하나를 택했을 뿐이다. “현대적 개성이라는 것은 결국 수동적 소비의 속성으로 재편성되고 있고, 그런 성향은 삶의 초기부터 시작된다.” 우리 안에 내재돼있는 주체성을 육성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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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들의 ‘공정한’ 시간 “탁탁탁….” 아파트 현관문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를 듣고 “누구세요” 하며 나름 잽싸게 나가기를 몇번째. 그러나 매번 문 앞에 덩그러니 놓인 택배상자나 우편물을 볼 때가 많다. 엘리베이터는 붉은 숫자를 표시하며 이미 아래층으로 향하고 있다. 그 안에는 분명 방금 다녀간 우체국 집배원이나 택배 기사가 타고 있을 거였다. 1~2주일 전 토요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은 운좋게 택배 기사와 만났다. “고맙습니다. 더운데 차가운 물 한 잔이라도 드….” “아뇨오. 바빠서…요!” 웃옷의 목덜미가 젖어 있던 그는 장갑 낀 손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고 손사래를 하고선 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스스로에게 잠시의 빈틈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시간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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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독의 외주화 시대 지난 토요일 극장에서 영화 <옥자>를 봤다. 강원도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소녀 미자는 슈퍼돼지 옥자를 아기돼지 때부터 10년간 길러왔다. 아니 함께 살았다. 부모를 잃고 산속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미자에게 옥자는 24시간 같이 먹고, 자고, 뛰노는 자매(?)와 같은 반려동물이었다. 영화 초반 깊은 산속 맑은 못에서 물고기 잡고 그늘에서 함께 낮잠 자는 모습은 자유롭고 평화롭기만 하다. 이 영화는 상영방식을 둘러싼 문제로 칸 영화제 진출 당시부터 시끄러웠다. 개봉 때는 영상의 불법 유출 등으로 또 잡음이 일었다. 그래서인지 정작 영화 자체에 집중할 기회가 적었다. 영화는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불편함을 자극한다. 옥자의 출생 비밀과 대량생산, 도축의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다. 영화가 끝날 때쯤 수십년간 먹어온 육식으로 꺼림칙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함의 근원이 꼭 육식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 등을 반려라는 이름으로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이 불편함의 진실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옥자는 아파트나 원룸,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