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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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년 전 그들은 어디에 발 딛고 있을까 회사 동료들과 가벼운 술자리가 있었다. ‘장미 대선’의 향방에서부터 요즘 사는 얘기까지 오갔다. 그러다 이야기는 훌쩍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난 무렵까지 거슬러갔다. 올해가 2017년이니 만 20년이나 됐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은 때여서일까. 20년이란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때의 기억들은 모두 또렷한 듯했다. 특히 동료 ㅇ씨가 그랬다. 1998년 5월 당시 사회부 경찰팀 소속이었던 ㅇ씨는 ‘서울역 노숙인 체험’ 르포를 하게 됐다. 팀장(현장에선 ‘캡’이라고 부른다)이 아이디어 회의에서 그를 콕 집어 지목했다. 캡의 지시에 놀란 그는 “저 같은 안경 낀 노숙인들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또….”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저항했다. 그러나 캡은 강경했다. “갑자기 노숙인이 된 인텔리들도 많거든. 그럼 다른 대안을 내놓든가!”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회의에 숟가락을 얹었던 그는 결국 다음날 해 질 무렵 서울역으로 향했다. 당시 밤이면 서울역 광장과 지하보도에만 500여명의 노숙인이 모였다. 정부가 집계한 실업자 수는 150만명, 노숙인은 3000여명, 연말 노숙인 수가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던 때였다. 이들을 위한 정부 예산은 고작 57억원이었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현장 르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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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98년생 김지영, 2017년생 김지영을 위하여 “1998년생 김지영이 태어난 해는 외환위기 사태의 여파로 온 나라가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기업들은 도산했고 공장과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구조조정의 칼날은 매서웠다. 김지영의 엄마가 다니던 회사에도 강제 무급휴직 등 구조조정 바람이 일었다. 엄마의 직장에서는 ‘쌍벌이’(당시는 맞벌이를 그렇게 불렀다) 상태인 여성이 제일 먼저 잘릴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고 서로 묻지 않았다.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남성이 아닌 여성이 먼저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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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광장의 목소리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에도,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릴 때도, 바람이 세찬 날에도 시민들은 어김없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지난 몇 개월간 차가운 아스팔트 맨땅에 앉아 몇 시간을 견뎌도 좋을 ‘적당한 날’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10월29일 1차 촛불집회로 시작해 ‘대통령 파면’을 이끈 후 다시 모인 지난 11일. 광장은 에너지로 가득했고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오늘 하루만은 기쁨을 누리자.” “우리가 승리했다, 촛불이 이겼다.” 축제였다. 이들은 역사의 주인이면서 증인이었다. 그동안 광장을 지키며 이날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온 김진희씨(42)는 온 가족이 함께했다. “집에서 헌재 선고를 듣는데 초반에는 탄핵이 기각되는 게 아닌가 해서 조마조마했어요. ‘파면’이라고 하는 순간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더라고요. 오늘 7살 딸, 11살 아들, 남편과 함께 나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 보람과 대가를 얻고 성공할 기회가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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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봉의 초상화가 궁금한 까닭은 가짜가 넘쳐나는 세상에 얼마 전 들은 학봉 선생의 초상화 얘기가 예사롭지 않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인 학봉 김성일(1538~1593)의 후손들은 지난해 여름 화가 김호석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학봉은 서애 류성룡과 함께 퇴계의 학문을 이어받은 수제자로 임진왜란 때 초유사로 순절했다. 왕실의 권력이나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백성을 위한 직언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의성김씨 문충공파 후손들은 학봉 선생의 초상화 없이 제를 지내다가 모습을 재현한 초상화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후대에 길이 남을 진영을 두고 누가 그리는 것이 좋을까 고심하며 오랜 시간 물색하던 후손들은 투표까지 거쳐 초상화에 일가를 이룬 수묵화가 김호석 화가에게 초상화를 맡기기로 결정지었다. 그러나 제안을 받은 화가는 깐깐하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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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상의 아이히만 당시 사무관 ㄱ씨의 표정은 어두웠고, 눈빛은 다소 지치고 불안해 보였다. ㄱ씨는 서류가방에서 꺼낸 파일을 매우 조심히 은밀하게 다뤘다. 제대로 펼쳐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엑셀 파일을 프린트한 서류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ㄱ씨는 급기야 한 카페에서 불만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배들도 ‘이런 것’은 처음이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앞으로 지침에 따라 어떻게 문화예술 현장에서 적용할지 걱정된다는 얘기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ㄱ씨는 상급자에게서 건네받은 그 리스트를 산하기관 현장에 가져와 전달하고 적용토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을 각종 지원공모에서 떨어뜨려 배제시키려면 최종 심사 결과를 조작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 수십명, 수백명도 아닌 수천명의 사람들을 합법적인 과정으로 제외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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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인터뷰 강만길 “이제는 양심적이고 역사의식 있는 정권 창출해야” “역사는 인류가 꿈꾸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과거 막연했던 이상도 역사를 되짚어보면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결국 실현되었다. 헤겔이 말한 대로 역사는 한 사람(독재자 왕)만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자유로운 사회에서 만명의 사람이 자유로운 시대로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양심적이고 역사의식이 있는 정권을 창출하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84)는 “1987년 이후 민주화 30주년을 맞는 새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더 전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등의 저서를 낸 강 교수는 분단극복과 평화통일 연구에 힘써온 역사학자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상지대 총장을 지낸 후 10년 전부터 강원도 양양에서 지낸다. 그는 매일 아침 하조대 해변을 거닐며 ‘사유의 바다’를 즐긴다고 했다. 세밑인 12월28일 하조대 부근에서 김희연 문화부장이 강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사회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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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전의 눈물은 없다 눈물에는 여러 가지 눈물이 있다. 기쁨의 눈물, 억울한 눈물, 겁먹은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웃음 끝의 눈물, 마지막 숨을 몰아쉰 눈물, 웃픈 눈물, 거짓 눈물….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이름을 짓자고 하면 세상에는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많은 눈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날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지난 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날이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그는 오후 4시53분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입장해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신분’이란 껍데기만 갖게 된 그는 4분54초간 모두발언했고 우리는 TV로 이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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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돈 50억, 현기환이 5억 선이자 떼고 전달한 듯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7)이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66·구속기소)으로부터 50억원을 받아 선이자를 떼고 부산 문현금융단지 비아이(BI)시티 시행사 실버스톤 대표 설모씨(57)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이자는 5억원으로 추정된다. 현 전 수석을 통해 이 회장의 돈을 건네받은 설씨는 지난 7일 오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설씨는 “지난 7월 초 현 전 수석에게 자금이 필요한 지인 ㄱ씨를 소개했고, 현 전 수석이 2~3일 만에 자금을 마련해 돈봉투를 줘서 뜯어보지도 않고 ㄱ씨에게 전달했다”며 “그 자금이 이 회장의 계좌에서 나왔다는 것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알게 됐다”고 밝혔다. 2014년 발행된 10억원짜리 4장, 1억원짜리 5장으로 총 45억원인 것도 검찰 조사에서 알게 됐다고 했다. 이 회장이 현 전 수석에게 건넨 돈은 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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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행 아시아나 여객기, 러시아 공항에 비상착륙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영국 런던으로 가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엔진 화재 감지장치 이상으로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지역에 비상착륙했다. 6일 외교부와 아시아나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2시50분쯤(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B777 여객기는 밤 10시55분쯤 엔진 화재 감지장치에 이상이 감지돼 러시아 우랄지역 인근 튜멘주 도시의 한티-만시이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197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기가 비상착륙한 후 러시아 재난 당국인 비상사태부 우랄지부 공보실은 “착륙이 안전하게 이루어져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모두 무사하다”면서 “탑승객들을 시내 호텔에 투숙시키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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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70인과의 동행 (29) 나누고, 비우고, 낮추고…세상에 엉킨 문제 풀 힘은 ‘실상’에 있습니다 “다 같이 심호흡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엉킨 문제들을 풀어내는 힘은 실상에 있습니다. 침착하고 냉철하게 문제를 직시해야 하죠.” 실상(實相)은 불교의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쉽게 풀어보면 생명의 참모습, 나의 참모습, 존재의 참모습이다. 실상은 참된 내용을 갖고 있는 것, 진짜 중에 진짜인 것이다. 사람들과 날짐승까지 품어낼 것 같은 널찍한 평지에 자리한 천년고찰 실상사. 5일 ‘경향 70년, 70인과의 동행’ 답사단은 전북 남원 산내면의 지리산 기슭 평지에 있는 실상사를 찾았다. 어수선한 시국에도 노란 모과와 주홍빛 감을 잔뜩 달고 있는 나무들이 겨울로 가는 문턱에서 다음 생명들을 위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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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한국 찾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 중 한 명인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41·사진)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별칭을 지녔다. 2002년 미국 위스콘신대의 와이즈먼 두뇌 이미지 및 행동연구소가 실시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그의 뇌활동은 남달랐다. 행복을 느낄 때 나오는 그의 알파파가 일반인의 7~8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밍규르 린포체는 류시화 시인이 공동번역한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문학의숲)의 저자이기도 하다. 불교의 오랜 가르침을 쉽고 감각적인 현대 언어로 풀어내 특히 젊은이들의 호응이 큰 밍규르 린포체가 5년 만에 방한해 명상수련회와 강연회를 연다. 5~6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수서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조이 오브 리빙(Joy of Living)’ 수련회를 갖고 8일엔 ‘불안의 시대를 기쁨으로 채우기’를 주제로 대중강연을 펼친다. 또 11일에는 부산 금정구 두루동의 홍법사에서 ‘4년간의 방랑 수행’을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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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뭘 볼까…다시 보는 인기작&기대 모은 초연작 아시아 초연작 가 개막을 앞두고 취소되는 등 뮤지컬계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던 초연작과 오랜만에 재공연하는 대형 인기작들이 속속 무대에 오른다. 특히 여성 주인공들이 작품을 이끄는 와 , 남성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등이 비슷한 시기에 공연돼 눈길을 끈다. 뮤지컬 는 2012년 공연 후 4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그리고 장군 라다메스 간의 사랑과 증오를 담은 것으로 뮤지컬 에서 호흡을 맞춘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만든 작품이다. 800여벌의 화려한 의상과 60여개의 통가발 등이 눈길을 끌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명이 인상 깊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러브스토리에 역동적인 군무가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