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민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기자 겸 그림작가 김상민, 경향신문에 생각그림 연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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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여행 끝도 시작도 없는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이 질주하고, 온몸이 부서질 때까지 날아올라 보고 싶습니다. 지구별에서 제일 크고 힘센 고래처럼 천천히 보고 생각하고 느끼며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앞뒤, 좌우, 위아래 끝도 없는 바다와 하늘을 누비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조그만 네모 화면으로 세상을 구경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떠날 날을 준비하며 조금씩 계획을 세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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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죽음과 생명 앙상한 뼈만 남은 것 같던 가지에서 다시 생명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연초록 새순과 새하얀 목련,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빨간 홍매화까지. 꿈틀꿈틀 강인한 생명력으로 긴 겨울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잠깐 한눈판 사이, 잠시 겨울을 즐기는 사이 어느덧 봄은 우리 가까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나쁜 것들도 슬금슬금 다시 기어 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커지기 전에,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빨리 이 나쁜 싹들을 모조리 잘라내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튼튼하고 멋지게 큰 나무 그늘 밑에서 쉬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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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한마음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저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이곳에 모였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왜 아직도 결정이 나지 않는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나쁜 짓을 한 사람은 편하게 집에 누워 있고, 착한 사람들은 왜 이 추운 길바닥에 나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저질러 놓은 사람은 뒤에 숨어 있고, 순진한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있습니다. 빨리 이 답답하고 지루한 겨울을 끝내 버리고, 따뜻하고 희망찬 봄날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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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배영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온몸에 힘을 빼고 한숨 크게 들이쉬며 흔들리는 물결에 내 몸을 맡겨 봅니다. 찰랑거리는 물방울들이 내 귓가에서 속삭이고, 내 볼에서 춤을 춥니다. 귀엽게 떠 있는 뭉게구름은 하늘을 더 높고 파랗게 만들어 줍니다. 물결 따라 흔들거리는 나의 몸과 마음을 느껴보며, 조금씩 팔다리를 흔들어 서서히 움직여 봅니다. 내 손가락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을 느끼면서,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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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새롭게 바꿔보자 새롭게 모든 것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처럼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모양도 새롭게 바꾸고, 평소 안 입던 옷도 입어봅니다. 새롭게 뜨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요즘 유행하는 음식도 먹어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봅니다. 새 학기, 새봄을 느끼며 새롭게 마음을 먹어봅니다. 좀 더 달라진 나를, 좀 더 나아진 나를 기대해봅니다. 우선 겉모습만이라도 바꾸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나의 앞길을 개척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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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어색한 미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용기가 안 날 때 그냥 씨익 웃어 봅니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도 그냥 씨익 웃어 봅니다. 화가 날 때도 한숨 크게 들이쉬고 씨익 웃어 봅니다. 어색한 침묵보다는 어색한 미소가 더 낫고,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찡그리고 있는 얼굴보다는 어색한 미소라도 짓고 있는 게 좀 더 나아 보입니다.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니 상대방도 같이 씨익 웃어 보입니다. 그러곤 같이 활짝 웃어 봅니다. 웃으면 복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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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잘생긴 사람 젊었을 때 외모에 그다지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두 다 잘 꾸미고 다닙니다. 남자들도 파마하고 화장하고 옷과 시계, 가방·신발 같은 액세서리 등에도 신경을 씁니다. 알 없는 안경에 자연스러운 파마머리, 추운 날씨에도 멋진 롱코트와 명품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역시나 예쁜 여자친구. 서로 해맑게 웃으며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저도 오래간만에 좀 신경써서 꾸며 입고, 아내 손을 잡고 성급한 봄 나들이를 떠나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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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웃는 연습 사진 찍을 때마다 좀 웃어보라고 합니다. 나름 웃고 있었는데…, 다시 좀 더 크게 입을 벌려 웃어봅니다. 그러나 어색하고 억지로 입만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봅니다. 생각날 때마다 그냥 입꼬리를 올려봅니다. 자기 전 눈을 감고 행복한 생각을 하며 웃어봅니다. 생각날 때마다 행복하고, 예쁘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뜬금없이 실실 웃어봅니다. 이렇게 웃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정말 웃을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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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거미 손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손이 부족합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요것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 하려고 하니 아주 힘이 듭니다. 이럴 땐 손이 여러 개,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해내야 합니다. 이리저리 겨우겨우 힘들게 일을 마무리하고 지쳐 쓰러져 누워 봅니다. 역시 혼자는…, 이제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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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욕심쟁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무엇을 더 가지고 싶었던 것일까요? 욕심은 더욱 큰 욕심을 부르며 점점 더 탐욕스러운 얼굴로 변해갑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이제는 뻔뻔해져 아예 가면이 자신의 얼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거울을 바라보며 작은 행복을 찾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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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불같은 화 이 추운 겨울에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생각할 때마다 화가 나고 열이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답답하고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고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당연히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당연히 알아서 그만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까지 버티면서 그대로입니다.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날까 봐, 이러다가 다시 돌아갈까 봐, 이러다가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될까 봐 그것이 걱정입니다. 다시 한번 더 내 가슴속 불덩어리를 끄집어내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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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겨울이면 따끈한 붕어빵이 생각납니다. 예전에는 길목마다 붕어빵 노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흔했던 붕어빵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찾더라도 너무 많이 올라버린 가격에 선뜻 사 먹기가 그렇습니다. 붕어빵도 고급화하여 슈크림,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생겼지만 역시 단팥이 제일 맛있습니다. 귀퉁이에 붙은 바삭거리는 조각들과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고민하는 일도 재밌습니다. 장 보다가 대형 마트 앞에서 파는 꼬마 붕어빵을 사보았습니다. 비싼 가격에 예쁜 종이봉투에 담아주었지만 예전 맛은 나지 않습니다. 이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슈크림만 줄줄 흘러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