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기자 겸 그림작가 김상민, 경향신문에 생각그림 연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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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하늘은 왜 파란색일까 하늘은 왜 파란색이고 구름은 왜 하얀색일까? 잎사귀는 왜 초록색이고 꽃은 왜 예쁜 색일까? 바람은 어디서 오고 파도는 왜 생기는 것일까? 어릴 적에 가졌던 이런저런 궁금증들은 지금 검색만 해 봐도 과학적으로 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 다른 이유가 숨어 있을 거 같습니다. 좀 더 이성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은 신기한 뒷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떠나고 싶지만, 나의 감정은 굳어져가고, 머릿속 이야기들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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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텔레파시 나의 머릿속에서 당신의 심장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도 당신의 마음으로 나의 진심을 보내 봅니다. 잘 있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보고 싶지는 않냐고, 뭐 필요한 건 없냐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냐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는 할 수 없는 낯간지러운 말들도 편하게 보내 봅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들이 모여 멀리멀리 당신에게, 나에게 날아갑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우리들은 서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것은 직접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이겠지요. 이번 여름 큰맘 먹고 길게 휴가를 내어 멀리 있는 당신을 만나러 떠나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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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하늘을 향하여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떻게든 태양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버팀목이 없으면 자기 몸을 감고 감아 조금씩 더 높이 올라가 봅니다. 지금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와 버려 자신의 고향으로, 자신의 뿌리로, 자신의 땅으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로지 더 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계속 전진하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더 높고 더 새로운 세상을 찾아 올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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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피에로는 항상 웃는다 활짝 웃는 가면을 쓰고 재주를 부려 봅니다. 한껏 꾸민 머리에,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큰 몸짓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봅니다. 불편하고, 부끄럽고,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힘들어 인상을 찌푸릴 때도, 사람들은 활짝 웃는 나의 가면만 볼 뿐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가면을 벗을 때, 땀에 젖은 나의 얼굴도 활짝 웃는 가면을 닮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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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살아 있는 도시 이 거대한 도시는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 내가 잠시 휴가 간 사이에도 멈추지 않고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가끔 내가 방심한 사이 ‘쿠르릉 쾅쾅’ 큰 소리를 지르며 커다란 몸집을 더 부풀리고 있습니다. 도시는 점점 커지는데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이상하게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멀쩡한 나무와 집들을 부수고 다시 거대한 막대기를 땅에 박아 넣고 있습니다. 사람 냄새 나던 시끌벅적하던 골목길은 사라지고, 예쁜 건물만 죽은 듯 서 있습니다. 넓고 깨끗해진 거리에는 사람은 없고, 비싼 자동차만 돌아다닙니다. 도시에 살고 싶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도시를 떠나고, 도시에는 이제 멋진 건물들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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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나의 이웃들은 지금? “오늘은 고등어를 굽고 있군, 어제는 청국장 드시더니. 저런, 또 싸우네. 너무 자주 그러셔서 걱정이네. 저 애는 피아노가 좀 늘었네. 이 밤에 왜 청소를 하는 건가? 아직도 담배를 피우다니 저러다 빨리 죽지. 힘이 넘치는 아이들이군. 엄마 고생하겠다.” 이렇게 내 방에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나의 이웃들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에 대해 아는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왜 이웃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만 질까요? 한마디 하고 싶어도 참아보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만나면 가볍게 눈인사하며, 이웃들과의 거리를 조정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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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초록 괴물 잠깐 한눈판 사이에 슬금슬금 올라와 있습니다. 쳐다보면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딴짓하다 쳐다보면 또 어느새 커버렸습니다. 바람 따라 흔들거리기만 하는 것 같은데, 흐느적거리며 자기 몸집을 늘리고 있었습니다. 비 맞으며 축 늘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한 잎 가득 물 먹고 그 힘으로 더 커져버렸습니다. 뜨거운 햇살에 말라가는 줄 알았지만, 강한 햇살 받으며 폭발적으로 자라났습니다. 지금은 나의 창문을 가득 채워 뜨거운 열기를 막아주고 있지만, 갑자기 유리창을 깨고 침입해 내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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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잡생각들 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에 잠이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혼자 누워 이불 차며 후회도 해보고, 그때 그 좋은 시절을 다시 회상해 보며 꽃길 속을 걸어 보기도 합니다. 또 내일은 뭐 할까?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갈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이런저런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머릿속 가득 이런저런 생각들을 채워 넣고 나니 어느덧 아침이 되었습니다. 머릿속 가득한 생각들이 꿈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고민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잔 것 같지 않은 잠을 자고 다시 무거운 머리를 일으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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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숲속에서, 우주에서 작은 물방울 속에도 커다란 우주가 들어 있고, 깊은 숲속에도 수많은 작은 우주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하나의 나무에도 벌레와 새들, 다람쥐들이 살고 있고, 한 방울의 물 안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저 하늘 위 지구 밖 우주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세상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이상하게 생긴 외계인이 태양계 구슬을 굴리며 지구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물방울 속, 한 줌 흙 속,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 안에도 우주가 있습니다. 나도 이 작지만 큰 우주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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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초록색 오래간만에 푸른 숲속 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 바닥에 밟히는 돌멩이소리. 초록초록한 숲속에 들어오니 내 마음도, 내 모습도 초록색으로 변해갑니다. 한눈 가득 초록색 세상을 새겨놓고, 한숨 가득 초록색 공기를 집어넣어봅니다. 탁 트인 산꼭대기에서 초록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매일 보이던 회색 건물들이 사라지고, 초록색 나무들만 가득합니다. 나도 그 속에서 눈에 띄지 않게 초록색으로 변해 조용히 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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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텅 빈 마음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있다가 없으니 너무 허전합니다. 있을 때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함께해서 좋았고, 함께해서 즐거웠고, 함께해서 행복했는데. 이제 아쉬운 이별과 또 다른 걱정스러운 만남을 준비합니다. 점점 더 이별이 힘들어지고, 점점 더 새로운 만남이 힘들어집니다. 나의 이 텅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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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뒤 표정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을까요?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면 고민하고 있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머리를 찰랑거리며 가볍게 걸어가는 아가씨의 뒷모습만 보아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연인들의 뒷모습에선 사랑스러운 표정이 보입니다. 젊은이의 당당한 어깨에선 자신감이 느껴지고, 아저씨의 축 처진 고개와 힘없는 팔에는 피곤함이 보입니다. 앞과 뒤, 안과 밖 모든 곳에 내가 있습니다. 그 모든 곳에서 당당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