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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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쿠팡, 탈팡, 갈팡 정말 화가 난다. 이번에야말로 쿠팡을 끊으려 했건만,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소셜미디어 약자로 ‘탈팡’, 즉 쿠팡 탈퇴는 PC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 앱에선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눌러 PC 버전을 선택한 뒤 ‘본인 인증’ ‘이용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 총 6단계 과정을 거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주관식으로 적어야 한다. 여기까지 왔어도, 다시 마우스를 위아래로 여러 번 이동하다, 페이지 맨 아래에 있는 ‘탈퇴’ 버튼을 찾아내야 끝이다. 이 정도면 미로찾기에 가깝다. 오죽하면 온갖 커뮤니티에서 ‘쿠팡 탈퇴’ 방법을 공유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까지 긴급 사실조사에 착수했을까. -
여적 홍콩의 애도 홍콩은 마천루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다. 그 독특함에 한몫 톡톡히 하는 게 건물 외관을 에워싼 ‘대나무 비계’(작업용 발판), 곧 ‘죽팡(竹棚·광둥어 발음)’이다. 홍콩영화에서도 아슬아슬한 대결을 펼치는 무대로 자주 등장한다. 그 죽팡이 이번 홍콩 아파트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걸로 전해진다.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이포의 32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는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이 불길을 키웠다고 한다. 30일 기준 146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
여적 학교 급식실의 ‘건강권’ 학교에는 학생과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다. 강사·여사님으로 불리는 ‘선생님 아닌 선생님’들이 일하는 또 다른 교실이 있다. 이들이 없다면 학교는 금세 멈춰 설 것이다. 그럼에도 ‘선생님’이라 불리지 못하는 이들의 처우는 늘 뒷전이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낮은 보수와 강도 높은 노동에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죽음의 급식실’이란 원성이 자자하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몇평, 얼마?…숫자의 욕망에 가려진 ‘가치’를 찾아 연결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스페인 마드리드공대에서 건축이론과 역사를 공부했다. 건축 잡지 ‘공간’의 편집장을 지냈다. 지금은 사이트앤페이지 대표로 공간기획과 출판을 병행하고 있다. 김준호(도시행정가), 박혜리(도시건축가), 방정인(그래픽디자이너), 윤솔희(에디터), 이진오(건축가) 등과 의기투합해 부동산컨설팅 법인 ‘초현실부동산’을 운영한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네 의원>을 최근 출간했다. 책방 ‘도시상담’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모든 장소의 기억> <모던스케이프>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 등을 썼다.오래된 건물이 있다 하면 어디든 달려간다. 동네 의원, 간판 자국만 남은 상가, 주택 등 오랜 시간을 통과해 더 귀해진 매물을 중개한다. 이른바 ‘초현실부동산’이다. 이 부동산은 평당 단가로만 가치를 따지는 현실의 부동산 시장에선 미처 포착되지 않은 건물의 사연을 캐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새 주인을 찾아 연결시킨다. 신축은 중개하지 않는다. 눈독을 들이는 대상은 20년 이상 지난 건물이다. -
여적 가을야구 ‘매크로 암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로그인 하기, 팝업창 해제, 결제수단 등록. 그러곤 티켓팅 페이지가 열리는 시간, 떨리는 손으로 ‘예매’를 누른다. ‘대기인원 ○○○명’ 이때 ‘새로고침’은 금기다. 새로고침 하면 대기인원은 ‘몇만 명’으로 늘어나는 낭패를 보게 된다.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창까지 왔어도 방심은 금물이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알림을 몇번 마주하다 보면 매진이다. 그래서 피가 튀길 만큼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뜻으로 ‘피켓팅’이라고 부른다. -
여적 동성배우자 첫 인구조사 ‘주여! 동성커플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2013년 9월7일 김조광수·김승환씨의 동성 결혼식이 열린 서울 청계천에 ‘한국기혼자협회’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현수막이다. 종교계의 동성혼 반대를 이성애자들의 ‘결혼은 지옥’이라는 흔한 푸념으로 비틀어 풍자했다. 동성끼리의 첫 공개 결혼을 결행한 당사자들은 ‘당연한 결혼식’이란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이들의 염원은 당연하지 않다. -
여적 캄보디아로 간 청년들 “이 ○○○ 어떻게 잡아요?” 영화 <시민덕희>는 ‘손 대리’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덕희가 조직 총책을 잡는 이야기다. 사건 담당 박 형사는 ‘못 잡는다’는 말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2016년 자기 힘으로 중국 조직 총책을 잡은 김성자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사기 친 ‘손 대리’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갔다가 현지에 감금된 채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은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손 대리도 구조하는 해피엔드지만, 현실엔 범죄에 내몰린 청년들이 있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83년 만에 유골과 수장된 진실 인양…한·일 협력, 발굴 탄력 받길” 조세이 탄광은? 20세기 초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선 전쟁물자를 조달하는 탄광이 많이 운영됐다. 1932년 문을 연 조세이 탄광은 그중 선두였다. 급료는 높았지만 갱도가 얕아 붕괴 위험이 크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본인들은 기피했다. 어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해저 갱도에서 지층까지 두께가 얇았다. 그래서 탄광 측은 조선인을 많이 고용했고, 노동자들은 반라 상태로 감시·통제 아래 석탄을 캐야 했다. 1941년 말 태평양전쟁 발발로 석탄 수요가 급증하자 무리하게 채굴하다 이듬해 2월3일 갱도가 무너져 183명이 수몰됐다. -
여적 ‘초코파이 재판’의 눈물 초코파이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인 간식이다. 시엠송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누구나 흥얼거릴 정도로 ‘국민 과자’가 된 지 오래다. 초코파이에 초를 꽂아 생일 케이크를 대체했던 기억, 군 시절 먹던 추억 등이 어우러져 저마다 의미를 갖는 간식이 되었다. ‘정(情)’ 광고도 한몫해 초코파이 하면 자연스레 ‘정’을 떠올리게 했다. 덕분에 1974년 출시 이래 누적 판매량은 500억개가 넘었다. -
여적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서울중앙지검 김민석 검사입니다. 박성주님 명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돼서 연락드린 겁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취임식 도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지급정지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는 아니다. 경찰청이 28일 공개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예방 홍보를 위한 영상에 박 본부장이 출연해 전화를 받는 상황을 연출했다. 범행 대상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취지다. -
여적 가자지구의 지옥도 찰리 채플린이 주연한 영화 <황금광 시대>는 미국 알래스카까지 밀려든 ‘골드러시’의 시대상을 다뤘다. 황금을 찾아 동토에 발을 디딘 찰리가 굶주림 끝에 구두를 삶아 먹고, 구두끈을 스파게티처럼 돌돌 말아 먹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는 소재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금광을 찾다 폭설에 갇힌 사람들이 죽은 동료를 먹었다는 실화는 끔찍하다. 이 장면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곳이 바로 지옥도가 아닐까. -
여적 도시 관찰법 도시를 알기엔 ‘산책’만 한 게 없다. 이런 행위를 뜻하는 원조 단어는 프랑스어 ‘플라뇌르(flaneur)’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그 개념을 정의한 이래, 산책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일본에도 비슷한 개념의 ‘긴부라’(銀ブラ)란 말이 있다. 1920년대 부유층들이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세련된 도심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행태에서 나온 단어다. 도시를 둘러보며 사유하는 산책자 개념은 도시에 대한 애정과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