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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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베리아 호숫가 이야기 유리는 바이칼 호수에 둘러싸인 시베리아의 어느 마을에 산다. 아빠가 띄운 조각배 위에 강아지와 누워 있거나, 아빠가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눈밭을 달리는 걸 좋아한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내린 눈은 너무나 새하얘서 눈과 마음을 아프게 하죠. 하늘 가득 날아다니던 새들조차 추위를 피해 어딘가로 숨어 버렸어요.’ -
그림책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숲속 동물들은 달라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나쁜 습성 중 하나다. 숲속 동물들은 어떨까. 손주 고슴도치가 묻는다. “할아버지, ‘빨리빨리 때’ 얘기 한 번만 더 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세상이 정말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단다… 누구나 쉬지 않고 움직였어. 딱 한 명, 이갈루스만 빼고 말이야.” -
그림책 별, 볼 수 없어도 들을 순 있어요…꿈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먼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면,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 완다는 시각장애인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천문학자다. 이 삶은 도대체 어떻게 일궈졌을까. 완다네 가족은 푸에르토리코의 우림 속 작은 마을에 살았다. 가족들과 함께 새벽 낚시를 간 완다는 아홉 살 인생 처음으로 수백만 개의 별들과 마주하게 된다. “저 빛들은 사실, 별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이란다.” -
그림책 로봇과 아기 새, 낯선 섬이 맺어준 ‘가족’ 사람들은 멋진 풍경을 만나면 ‘동화 같다’고 말한다. 로즈가 불시착한 이 섬이 딱 그렇다. ‘바다 한가운데, 굽이치는 파도 위로 섬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어요. 섬에는 너른 풀밭이 있었고, 숲과 강이 있었고, 많은 동물이 살았지요.’ 배에서 떨어진 상자 하나가 해안으로 밀려왔다. 상자 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 로봇이 들어 있었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은빛 몸통을 가진, 그의 이름이 바로 로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야.” -
그림책 ‘침묵의 시대’를 살아낸 아이의 기억 지금 40대들도 ‘독재’를 들어봤을 뿐 당시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윤석열의 ‘21세기 계엄’으로 교과서에서나 보던 독재에 대한 공포를 체감하게 됐고, 탄핵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산교육이 따로 없었다. 하물며 아이들에겐 어땠을까. 이들에게 독재라 함은 게임 금지, 다툼 금지 이 정도가 다였을 텐데 말이다. <독재자 이야기>는 포르투갈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48년간 이어진 지독한 독재의 끄트머리를 살아낸 안토니우의 기억이고, 증언이다. -
그림책 내가 ○○을 켜면, 아빠는 ○○을 꺼요 책은 아이의 삐뚤빼뚤 글씨로 시작한다. “내가 켜면 아빠는 꺼요.” 다음 장에서도 아빠는 자꾸자꾸 끄는 존재다. 이쯤 되면 이 아빠는 분명 장난기 많은 청개구리 아빠가 분명하다. ‘내가 놀이를 켜면 아빠는 ○○을 꺼요.’ 여기 빈칸에 들어갈 말을 떠올려보자. 힌트를 주자면 방해나 저지가 아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게 아빠가 끌 수 있는 것. 정답은 ‘그만’이다. “내가 놀이를 켜면, 아빠는 ‘그만!’을 꺼요. 더! 더! 더!” -
그림책 ‘함께’가 두려워도 용기 내줘…나도 다가갈게 집에서 나가지 않는 돌멩이우지현 글·그림초록귤 | 44쪽 | 1만6800원 ‘외롭지 않다’는 ‘외롭다’의 다른 말이다. ‘혼자 있고 싶다’는 ‘함께이고 싶다’의 반어적 표현이다. 이 모든 말의 속뜻은 ‘상처받을까봐 두렵다’이다. 이 돌멩이가 딱 그렇다. ‘나는 집에서 나가지 않아요. 겁이 많거든요.’ 큰 눈망울엔 눈물이 그렁하다. ‘나는 걱정도 많아요. 걱정을 하다 보면 눈물이 나요.’ 또르르…똑똑…똑·똑·똑… -
그림책 ‘짝’ ‘스르르’ ‘퐁당’…모기·바퀴·초파리의 마지막 순간들 ‘바퀴둥절’이라는 살충제의 작명 센스에 크게 감명받은 적이 있다. 책 속 ‘해충 3대장’의 이름들도 이에 못지않다. 1막을 화려하게 연 주인공은 모모, 바로 모기다. 모모는 조카들과 함께 산다. 이들은 아직 어려서 피맛을 모른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건 빨간 음료야. 절대 궁금해하지도 말고 찾으려 하지도 마.” 모모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생이 인간의 손에 죽는 걸 봤기 때문이다. ‘인간들에게는 솔솔 뿌리기만 하면 모든 음식이 맛있어지는 마법의 가루가 있다고 하던데…’ 모모가 킁킁대며 찾아낸 건 다름 아닌 라면 수프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모모. 다음 장엔 단 한 글자가 적혀 있다. 짝. -
그림책 여기저기 둘러봐도 이런 엄마 없습니다 세상엔 다양한 엄마가 존재한다. 신들린 떡 썰기로 아들을 깨우친 한석봉 엄마도 있고, 교육을 위해 묘지로 이사를 간 맹모도 있다. 내 자식에게만 한정된 사랑을 베푸는 팥쥐 엄마도 있고, 모든 이가 자식인 마더 테레사도 있다. 여기 “엄마, 어디 가?”라고 묻는 아이에게 “저~어기”라고 답하는 장난기 많은 엄마가 있다. “저기가 어딘데?” “저기는 저기지!” “그.러.니.까. 게임장? 놀이동산?” “아니~ 거의 다 왔어” “여기는 어딘데” “여긴 여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있어~” 아이는 결국 폭발한다. “으으으으으으, 아 좀!” 좀 걷다보니 저 멀리 바닥 분수가 보인다. 또래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 아빠들이 ‘흠뻑쇼’를 즐기고 있다. ‘와아, 꺄, 하하’ 같이 즐기다보니 시원함이 몰려온다. 다음 여정은 과일가게다. 수박을 베어 무니 달콤함이 밀려든다. 둘은 수박 하모니카를 불면서 다시 길을 나선다. “엄마, 등에 뭐야?” “으악 매미다” 엄마와 아이는 데굴데굴 구르며 넘어진다. 그런데 이 둘, 바닥에 누워 깔깔 웃기 바쁘다. -
그림책 할아버지가 하늘로 갔대요, 영영 이별이란 게 이런 건가요 하늘에서 너를 돌봐줄게마티나 쉿쩨 지음 | 도로테 뵐케 그림백다라·백훈승 옮김리시오 | 24쪽 | 1만6000원 ‘엄마가 전화 중이에요. 피코가 아프대요. 그래서 병원에 있대요. 엄마는 울어요. 엄마가 왜 울까요?’ 피코는 꼬마 파블로의 할아버지다. 오픈카에 손자를 태우고 흰머리 휘날리게 씽씽 달리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할아버지다. 파블로가 드럼을 치면 그 옆에서 하모니카를 분다. 체스 두는 것과 여행을 좋아한다. 그가 비행기에 오르면 파블로가 꼭 전화를 건다. “여행 잘 다녀와, 보고 싶을 거야!” 그럼 피코가 답한다. “기르디.” 이건 둘만의 암호다. -
그림책 ‘씨씨씨를 뿌리고~꽃이 폈어요’ 어쩌면 그다음 이야기 치코김순현 지음비룡소 | 44쪽 | 1만6000원 ‘어느 날, 숲이 까맣게 탔어. 많은 게 망가졌지. 살 곳을 잃은 벌레들은 하나둘 짐을 싸서 떠나갔어. 숲에서 가장 작은 벌레인 치코만 빼고 말이야.’ 치코의 모습을 굳이 설명하자면 서 있는 땅콩 같기도 하고, 발 달린 새끼손가락 같기도 하다. 몸은 작고 약하지만 배포 하나만큼은 여느 벌레들보다 크다. 치코는 검게 변한 땅을 살려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흙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벌레들의 무심한 발짓과 철없는 호기심은 가꿔놓은 흙들을 여기저기 망가뜨렸다. -
그림책 친구와 웬수는 한 끗 차이…다 맘먹기에 달렸다 너를 용서할게 알렉스케라스코에트 지음 | 이다랑 감수터치아트 | 40쪽 | 1만6700원 고작 반나절의 일이다. 그러나 알렉스에게도 친구에게도 참 긴 시간이었다. 미안하고 속상하고 슬펐다가, 다시 즐겁고 기쁘고 아무렇지 않게 되기까지. 학교에 온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마다의 놀이로 분주하다. 삼삼오오 모여 구슬치기도 하고 농구공을 주고받으며 뛰어다니기도 한다. 벤치가 있는 쪽에선 피터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나열하고 있다. 벤치는 곧 전시장이 되고 모여든 친구들은 함께 보며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