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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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문학소녀라니요, 작가입니다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조약돌을 던지며 “이 바보”라고 말하던 소녀. 그런 소녀를 사랑하게 된 소년.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소녀’는 대개 여리고 가냘픈 첫사랑의 이미지다. 문학 뒤에 붙어서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문학소녀라 함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되 그 내용이 무겁지 않고 ‘말랑말랑’한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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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셋째 소식에…자숙 설거지, 경건 빨래 ‘남자,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아이 낳고(그것도 셋씩이나)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 여기서 남자 주인공은 소설가 기호씨다. 연애시절 여덟 살 어린 아내에게 깍듯한 대접을 받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지만 지금은 혼나지 않으면 다행인 삶을 살고 있다. 두 아들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남자는 무척 화가 난 아내로부터 셋째의 잉태를 전해 듣는다. 비석이 된 건 잠시, 자숙하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했고 경건한 자세로 빨래건조대 앞에 앉았다. 두 아들에게도 “엄마 몸에 코코몽이 들어왔거든… 그래서 우리가 잘 지켜줘야 해”라고 말하며 곁에 되도록 가지 말 것, 총을 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남자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 1호는 동생인 2호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코코몽이 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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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편견에 가린 검은색의 다채로운 역사 검은색은 대체로 죽음, 부정, 저항 등 어두운 느낌을 담고 있다. 거무튀튀하다는 표현만 해도 그렇다. 붉다, 푸르다 등 다른 색에는 ‘튀튀’가 붙는 게 어색하다. 하지만 책 제목처럼 검정이 ‘블랙’이 되면 느낌은 또 달라진다. 이건 물론 언어에서 오는 차이긴 하지만 ‘블랙’은 암울이 아닌 세련에 가깝다. 똑 떨어지게 차려입은 블랙 재킷을 보고 상갓집을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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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좋아하면 닮는다? 내가 너를 알고 싶듯 나의 뇌도 너의 뇌를 알고 싶어 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란 노랫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실은 ‘네가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고, 너에 대해 알고 싶다’의 에두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언뜻 보면 과학책 같지만 들여다보면 ‘인간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북한 어머니와 남한 아버지를 둔 독일 출신 저자는 고교시절 ‘독한놈(독일에서 살다 한국에 온 놈)’으로 통했다. 겉은 영락없는 한국사람이었지만 몸에 밴 문화가 달라서 뜻하지 않게 아웃사이더가 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판단할까, 집단은 어떻게 형성될까’란 질문을 품게 됐고, 이는 그를 뇌과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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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해진 부모와 함께한다는 것 왜 어머니들은 유독 생선 머리를 좋아하고 짜장면을 싫어했을까. 사실 이런 유의 반응이 자식들은 그저 속상하다. ‘부모란 본심을 좀처럼 털어놓지 못하는 존재…’라는 대목에서 울컥했던 건 그래서일 거다. <미움받을 용기>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로 국내에 알려진 작가가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뇌경색으로 마흔아홉의 젊은 엄마를 잃은 이야기부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심리학자답게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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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복수·명성·돈…위작에 얽힌 드라마들 천경자의 ‘미인도’는 훗날 어떻게 기록될까. 작가가 내 작품이 아니라는데 진위 논란이 일었고, 미술품 감정이 검찰 수사로 이뤄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이 그림이 진짜여야 하는 누군가가 있고, 또 반대로 가짜여야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 <위작의 기술>은 세상을 들썩인 미술품 위조에 관한 이야기다. 진품에 대한 의심은 미술 자체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고대부터 약 1900년까지 작품의 진위와 작가를 판별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감정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하지만 감정가의 말에 의존하는 관습은 20세기까지 미술계에 만연했다. 그런 감정의 위상이 하락한 것은 지난 100년 사이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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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진중권, 고양이 집사가 되다 눈빛 때문일까. 고양이는 강아지와 다르게 묘한 구석이 있다. “고양이는 신이 지으신 모든 생명 중에 최고의 걸작임이 틀림없다. 그 고고한 자태, 우아한 동작, 그윽한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 지구 위에 저 동물의 ‘귀족’을 내신 것만으로, 그동안 신이 인간에게 지은 모든 죄를 통째로 사하여 주고 싶을 정도다.” 인문학자 진중권이 집사가 됐다. 그것도 고양이 집사. 사랑하면 뼛속까지 알고 싶다 했던가. 는 진중권이 푹 빠진 ‘루비’를 위해 집대성한 고양이의 모든 것이다. 루비가 구술하고 그가 받아 적어 펴낸 책이라니, 또 그 목적이 ‘고양이 중심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함이라니 독특한 시각을 느끼는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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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꾸밈’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멋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단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보이지 않는 디자인>은 외적인 꾸밈새에만 몰두하는 디자인에 회의를 느낀 저자가 ‘있는 그대로’의 멋짐을 장착한 디자인들을 찾아 기록한 품평서다. 1926년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만 최근에서야 그 아름다움을 천하에 드러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그중 하나다. 성당을 가리고 있던 국세청 별관이 헐리면서 시민들의 시야로 들어온 것이다. 덕수궁 등 주변의 풍광과 어울리게 지붕에 한국 전통 기와를 얹고, 창을 한국의 창호 모양으로 연출했다. 눈에 띄는 랜드마크를 건설해야겠다는 의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옛 청사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서 있는 새 서울시청과 참 대비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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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탐정이 잘생긴 이유? 공권력이 없어서 추리소설 무지한이라도 셜록 홈즈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혹시 탐정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영화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 아니면 동그란 뿔테 안경을 낀 만화 속 주인공? 홈즈는 유부남일까 총각일까, 그의 집은 자가일까 전세일까. <미스터리는 풀렸다>는 추리소설의 공식과 해설, 뒷이야기를 총정리한 ‘추리소설의 정석’이다. 탐정들은 왜 담배를 못 끊는지, 악당들은 주로 어떤 결말을 맞는지 등 추리해보지 않았던 추리소설의 이야기들을 추적해 나간다. 에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 대실 해밋 등 유명 작가의 이야기들뿐 아니라 낯선 탐정들의 에피소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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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내 안엔 어떤 신들이 살고 있을까 심리에 관한 책들이 꾸준하게 인기를 끄는 건,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이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번뇌는 끊임없이 나를 힘들게 하고 답을 갈구하게 만든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열둘’이라는 부제를 단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은 그래서 끌린다. ‘나는 누구인가, 내 마음의 원형이 되는 신은 누구인가?… 나를 힘들게 하는 저이는 어떤 신의 지배를 받고 있어서 나와 갈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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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평생 책과 ‘밀당’한 아재의 ‘책 수다’ “동무 없는 사람이 심심한 나머지 머릿속으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혼자 지껄이다가, 어느 무료한 날 짬을 내어 글로 옮긴 것이 이 책이 되었다.” 저자 강명관 교수는 부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장래 희망이 ‘헌책방 주인’인 책 마니아다. <독서한담>은 반세기 넘게 책과 밀당을 해온 한 아재의 ‘책 수다’다. 무게 잡고 이런 저런 책을 읽었노라 자랑하는 게 아니라 “내 인생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한 책은…교과서다”라고 말할 만큼 책을 매개로 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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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당신 곁의 자연, 지금 돌아보세요 네잎클로버를 책 속에 고이 말려 책갈피를 만들고, 토끼풀 꽃으로 팔찌를 만들어 나눠 꼈던 추억이 있다. 비 오는 아침, 훅 들어오는 젖은 땅 냄새에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아도 자연이 놀이터였던 시절엔 누구나가 그랬을 것이다. <김산하의 야생학교>는 도시인들의 ‘생태적 감수성 회복’을 목적으로 쓰인 글이다. 생태학자인 저자가 스스로를 ‘학교’라 명명, 탐구하고 깨침을 주는 것은 물론 과제까지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