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구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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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포스코 회장 자리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1965년 5월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당시 박정희는 피츠버그에 있는 제철공장을 둘러보고 포항 영일만 일대에 제철소 설립을 구상했다고 한다. 박정희는 1967년 박태준 당시 대한중석 사장에게 제철소를 설립하라는 특명을 내리고, 이듬해 4월 포항종합제철 사장으로 임명했다. 포철 설립에는 1965년 한일협정 타결 후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대일청구권 자금과 일본은행의 차관을 합쳐 1억6250만달러가 투입됐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일청구권 자금은 농업 분야에만 쓰도록 돼 있었지만 박태준은 전용(轉用)협상을 벌여 일본 정부의 승낙을 얻어냈다. 포철 설립 당시 박태준은 직원들에게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금으로 짓는 것이니만큼 실패하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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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 대 베이조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의 로고에는 노란색 화살표가 A에서 Z까지 그려져 있다. 아마존에는 모든 상품이 있다는 뜻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1994년 시애틀의 작은 차고에 차린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20여년 만에 유통업계의 거물이 됐다. 로고에 담긴 의미대로 사업 영역을 전자제품, 소포 배달, 트럭 영업, 자동차 부품, 슈퍼마켓 등으로 넓혔고, 온라인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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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전태일의 편지, 케인스의 예측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모두 22개다. 버들다리는 청계광장부터 따지면 13번째에 있다. 평화시장 봉제노동자로 일했던 전태일 열사가 1970년 11월 <근로기준법 해설>을 품에 안고 분신(焚身)사망한 곳이다. 2005년 전태일의 반신부조상이 설치되면서 ‘전태일 다리’로도 불린다. 올해 말이면 청계천 6번째 다리인 수표교 근처에 ‘전태일 기념관’이 들어선다. 전태일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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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헨리 조지의 사상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미국의 경제사상가 헨리 조지(1839~1897)가 주창한 토지공개념을 언급했다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추 대표는 연설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지대 추구의 덫’에 걸려 있다.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공개념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자 보수야당은 “토지소유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공산주의 국가처럼 토지를 몰수해 국유화하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보수야당의 이런 반발은 헨리 조지의 사상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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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에르메스 가방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1970년에 펴낸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상품의 기능보다는 상품이 상징하는 권위를 구매함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품을 구입하려는 것은 경제·사회적 지위를 표현하거나 과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명품 제조업체들은 현대인들의 이런 소비심리를 적극 활용한다. 루이뷔통·샤넬·프라다 등과 함께 세계적인 명품업체로 꼽히는 프랑스의 에르메스도 창업 초기부터 ‘상류층이 구입하는 제품’이란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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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녹색당, 온 파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꺼졌다. 각본 없는 감동과 열정의 드라마도 막을 내렸다. 올림픽 정신은 승리가 아닌 참가이다. 하지만 지려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는 없다. 상대 선수에게, 자기 자신에게 이기기 위해 경기에 나선다. 사람들은 승자만을 기억하지만 올림픽은 패자의 눈물도 기록으로 남긴다. 순위는 인위적인 가름일 뿐 승자와 패자가 흘린 땀의 색깔은 똑같다. 메달의 주인공보다 훨씬 많은 패자의 아름다운 도전이 없었다면 평창 올림픽이 ‘하나 된 열정’으로 달아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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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일성 가면’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라틴어다. ‘통하여(per)’ ‘소리(sona) 난다’는 뜻으로 입 구멍이 있는 가면에서 유래됐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자아가 인간의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사회의 행동 규범과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고 했다.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등에선 가면을 쓴 배역들이 등장하곤 한다. 가면은 감추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드러냄의 수단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내려 오는 산대놀음은 한국의 대표적인 가면극이다. 양반이나 파계승에 대한 조롱, 서민들의 애환 등을 풍자적인 대사와 춤으로 묘사하는 산대놀음의 배역들은 가면을 쓴다. 이들은 가면을 쓰고 부조리한 세상을 까발리고 비판한다. 산대놀음의 배역들에게 가면은 사회적 발언을 위한 ‘페르소나’였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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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문단과 괴물 소설가 김명순(1896~1951)은 1917년 단편 ‘의심의 소녀’를 발표하며 등단한 한국 최초의 여성 작가다. 1920년대 문예지 ‘창조’의 동인으로 활동했던 김명순은 문학적 재능이 탁월했던 작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김동인·전영택·김기진 등 당대의 유명 남성 작가들에 의해 ‘퇴폐 여성’으로 낙인찍히며 문단에서 사장됐다. 김명순은 소설 <탄실이와 주영이>를 통해 일본 유학 시절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자 김기진은 김명순에게 “성격이 이상하고 행실이 방탕하기 때문”이라며 인격살해를 가했고, 전영택은 “탕녀”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당시 김명순에게 남성 작가들은 ‘문단 내 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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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래를 삼킨 새우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는 보아뱀 그림 얘기가 나온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지만 어른들은 모자로 여긴다는 내용이다. 보아뱀 그림은 발상의 전환이나 창의력을 언급할 때 자주 거론된다. 보아뱀 전략은 작은 기업이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일컫는 경제 용어다. ‘고래를 삼킨 새우’와 같은 의미다. 전 세계 인수·합병시장에서는 고래를 삼킨 새우들이 적지 않다. 중국의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저가 소형차를 생산하던 인도의 타타모터스도 2008년 영국의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해 세계 100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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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최저임금의 분노와 눈물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사연은 눈물겹다. 산업혁명 이후 편물기계 보급이 확산되면서 19세기 말부터 섬유산업이 급성장했다. 양털로 만든 스웨터가 대중화된 것도 그즈음이다. 당시 스웨터 제조업체들은 주문이 밀려들자 일감을 여성과 어린이들이 일했던 하청업체에 넘겼다. 노동자들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일한 곳은 ‘스웨트 숍(sweat shop)’으로 불렸다. 노동자의 ‘땀’을 짜낼 정도로 착취가 심한 곳이란 뜻이다. 추위를 막기 위해 입는 스웨터에는 ‘일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던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스웨트 숍’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호주 멜버른에선 1895년 ‘전국안티스웨팅연맹(NASL)’이 출범했다. 영국에서도 1906년 같은 이름의 시민단체가 생겼다. 두 단체의 결성을 주도한 것은 노동자가 아닌 지식인과 중산층이었다. 이들은 스웨트 숍의 노동착취 실태를 고발했고, 최저임금 법제화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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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똘똘한 한 채 미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마약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남미 국가에서 불법적인 마약 거래로 인한 범죄가 끊이지 않자 미국 정부는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마약 거래는 근절되지 않았다. 단속이 느슨한 지역에서 여전히 마약 밀매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를 ‘풍선효과’로 지칭했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모습에 빗댄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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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징가Z의 부활 마징가Z는 일본 만화가 나가이 고가 만든 슈퍼로봇 캐릭터다. ‘마징가’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전투병기 ‘마신(魔神)’을 의미한다. 1972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마징가Z>는 후지TV에서 1974년까지 92회가 방영됐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 영역을 개척한 <마징가Z>는 평균 시청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선 1950년대부터 ‘만화의 신(神)’으로 불린 데쓰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을 비롯해 <철인 28호> <용자왕 가오가이가> 등과 같이 슈퍼로봇을 등장시킨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