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구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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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구와 GE 경복궁 후원의 건청궁 안뜰은 조선 고종의 어명으로 전기가 공급돼 문명의 빛을 밝힌 유서 깊은 곳이다. 1887년 3월6일 건청궁에는 750개의 ‘요상한 물건’에서 불빛이 쏟아졌다. 고종과 신하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도성의 선무당들은 “꺼지지 않는 도깨비불”이라며 난리굿 판을 벌였다고 한다. 에디슨 전기회사가 설치한 ‘요상한 물건’은 130여년간 세상의 어둠을 몰아낸 ‘전구’였다. 인간 생활에 혁신을 가져온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인 전구는 1879년 10월 미국 전역에 보급되기 시작한 지 7년5개월 만에 조선에 들어왔다. 중국·일본에 몇 년 앞서 수입된 전구는 조선 근대화의 불씨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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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 2월 프랑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대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정치적 농담’에 가까웠던 온라인 청원운동에 시민 5만명이 참여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유권자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제출하려던 청원운동 주도 단체의 ‘담대한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프랑스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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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문제적 인간, 고영주의 말로 연극연출가 이윤택은 1995년 연산군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문제적 인간 연산’이란 제목을 달았다.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연극은 조선의 제10대 왕이었던 연산군이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한 그리움, 자신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신하들, 아버지 성종의 짙은 그림자 때문에 문제적 인간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판사 교양인은 2005년부터 <문제적 인간>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목록에는 스탈린, 장칭(江靑), 히틀러, 네차예프, 괴벨스 등 사회변혁을 주도하거나 파멸로 이끈 문제적 인간들이 올라 있다. 시대와 불화하며 이념의 극단을 치달은 이들의 말로(末路)는 한결같이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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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무인 편의점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시애틀에 신개념 무인점포 ‘아마존 고’를 열었다. 오프라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에서는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제품을 고르면 자동결제되기 때문이다. 집었다가 내려놓은 상품은 구매목록에서 자동 삭제된다. 아마존은 유통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아마존 고를 열었다고 했지만 무인 편의점 확산 속도는 중국이 더 빠르다. ‘빙고박스’란 무인 편의점은 광저우에 1호점을 낸 이후 베이징·상하이 등 22개 지역에 158개의 점포를 오픈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음성인식 기술의 발달로 무인 경제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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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낙태죄 폐지 가톨릭 국가에서 낙태는 중죄(重罪)에 속한다. 낙태를 죄악시하는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10월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경우라도 낙태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는 ‘낙태금지법’ 시행을 추진했다. 그러자 여성들이 들고일어났다. 검은 옷을 입고 광장에 모여 “나의 몸에 자유를 달라”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낙태금지법 시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의 여성들은 임신중절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간다. 12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고, 의사 처방전을 받아야 ‘미프진’(자연유산 유도제)을 구입할 수 있는 미국에선 임신여성들이 평균 27㎞의 낙태여행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연간 700여명의 임신여성들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등으로 낙태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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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어와 민주노총 조선 순종 때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편찬한 <규합총서>에는 “밥먹기는 봄같이, 국먹기는 여름같이, 장먹기는 가을같이, 술먹기는 겨울같이 하라”는 글이 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먹기 좋은 계절이 있다는 의미다. 계절 따라 일미 어종도 다르다. “봄에는 도다리, 여름에는 민어,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숭어가 제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드는 가을에는 전어가 제맛이다. 청어과에 속하는 물고기인 전어는 봄에서 여름까지가 산란기다. 이때는 맛이 없다. 가을이 되어야 뼈가 부드러워지고 속살에 지방질이 들어차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가을 전어에는 깨가 서 말”이란 말이 유래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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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집사 변호사 기독교계의 평신도 사직인 집사(執事·Deacon)는 그리스어로 ‘시중드는 자’를 뜻한다. 성서에는 ‘보조자’로 번역돼 있다. 사도 바울은 ‘디모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조자는 부정한 이득을 탐하지 않고, 깨끗한 양심을 간직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집사에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변호사 업계에서 일컫는 ‘집사’는 본래 의미와 거리가 멀다. ‘집사 변호사’는 수감 중인 의뢰인의 말동무를 해주거나 잔심부름하기 위해 구치소를 드나드는 변호사를 가리킨다. 집사 변호사와 접견하는 수감자는 노역에서 빠질 수 있고, 대기시간까지 합쳐 2시간가량을 수감시설보다 쾌적한 곳에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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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노무현·이명박·한상률의 그해 #장면 1. 2008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했다. KTX를 타고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귀향 초기엔 화포천을 둘러보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았다. 친환경 벼농사에 관심을 쏟으면서 지역주민들과 논두렁에서 막걸리 잔을 주고받는 일이 잦았다. 건배사는 “봉하마을 친환경 오리농법을 위하여!”였다. 짬이 나면 손녀를 태운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바보 노무현’은 ‘농부 노무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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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퍼스트레이디의 옷값 “대통령은 입으로, 퍼스트레이디는 옷으로 말한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2014년 초 미셸이 두 달 동안 공식석상에서 입은 드레스 세 벌 가격이 1만5000달러(약 1710만원)에 이른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AP통신은 “미셸은 원칙적으로 옷을 직접 사 입지만 국빈 방문처럼 중요한 자리에 입고 나갈 옷은 디자이너에게 선물받기도 한다. 나중에 이 옷들은 국가기록원에 기증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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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왕개미 개미를 나타내는 한자는 옳을 의(義)에 벌레 충(蟲)을 합친 의(蟻)이다. ‘의로운 벌레’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개미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1억년 넘게 지구상에 존재해온 개미의 종수는 1만4000여종에 이른다. 벌과 함께 ‘사회성 곤충’으로 분류되는 개미는 인간 사회를 뺨칠 정도로 분업화·전문화된 조직생활을 한다. 때론 적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지적대로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온 개미는 인간과 함께 지구의 2대 지배자”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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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레몬법 영국에서 증기기관을 탑재한 28인승 버스가 1826년 처음 선보였다. 런던 시내와 인근 도시를 오가는 노선버스로 10대가 투입됐다. 그 이후 증기자동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마차와 철도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석탄을 연료로 쓴 증기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 런던 도심의 공기를 탁하게 한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빅토리아 여왕은 1865년 ‘적기조례(赤旗條例·Red Flag Act)’를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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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 권정생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일직교회 뒤편의 7평 남짓한 토담집. 40년 넘게 결핵과 싸우면서 주옥같은 동화를 발표했던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1937~2007)이 1984년 원고료로 받은 80만원을 들여 지은 집이었다. 1996년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을 펴냈던 권 선생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았던 울도 담도 없는 집의 작은 방에는 약봉지와 책들이 뒹굴고 있었다. 당시 권 선생은 천직으로 여겼던 일직교회 종지기를 그만뒀다고 했다. 1966년 신장결핵 진단을 받고 오른쪽 신장을 적출하는 등 오랜 투병생활이 그의 육신을 쇠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