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구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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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유라와 살모사 살무사는 밭둑이나 바위가 있는 수풀에 서식하는 맹독성 독니를 지닌 뱀이다. 살무사는 흔히 ‘살모사(殺母蛇)’로 불린다. ‘어미를 잡아먹는 뱀’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살모사는 다른 뱀들과 달리 난태생(卵胎生)이다. 새끼가 어미 배 속에서 부화한 뒤 태어난다. 살모사는 여름철에 7~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가 태어나는 모습이 어미의 몸을 파먹고 나오는 것 같다고 해서 ‘살모사’로 불렸다. 살모사의 새끼는 갓 태어났더라도 맹독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미는 새끼에게 물려 죽는 걸 피하려 나무 위에서 새끼를 낳은 뒤 떨어뜨리곤 한다. 땅에 떨어진 새끼들은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곤 해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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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문 대통령도 그들처럼 풍파를 겪지 않는 정권은 없다. 개혁적인 정부일수록 보수세력의 반발은 상수로 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탈원전 등 잇단 개혁조치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안경환·송영무·조대엽 등 장관 후보자의 인사검증 실패로 야당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나오자 음모론을 제기하며 국회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야 3당은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안을 손에 쥐고 정부와 여당을 흔들어대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여야는 대립각만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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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상화폐 ‘투자 광풍’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현금 없는 사회’의 상징물이다. 실물은 없지만 결제기능이 있고,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가상화폐는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개발하면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은 광부들이 금을 캐는 것과 흡사하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것을 ‘채굴’이라 하고, 개발자는 ‘광부’로 부른다. 비트코인은 고급 사양의 PC로 어려운 수학문제와 같은 암호를 풀어야 채굴할 수 있다. 10분에 한 번씩 바뀌는 64자리 숫자·알파벳 조합을 맞추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주어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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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공직자의 ‘부메랑 저서’ 책은 저자의 지식과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러나 종종 책은 독자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는 ‘비수(匕首)’가 되기도 하고, 저자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이 펴낸 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보수 칼럼니스트였던 그는 등 10여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누리꾼들은 “당신이 정치를 망쳤다” “만취한 성추행범”이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05년에 펴낸 로 인해 ‘성범죄 모의’를 한 대선후보로 낙인찍혔다. 그는 이 책에서 “대학 1학년 때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며 ‘돼지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무용담처럼 쓴 글이 12년 뒤 그를 ‘강간모의범’ ‘성 범죄범’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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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문재인의 기념시계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들이 대통령을 직접 보는 것 말고 부수적으로 얻는 게 기념품용 ‘대통령 손목시계’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친필 사인이 새겨진 손목시계가 처음 제작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1978년 12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참가한 간접투표 방식을 통해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여론무마용 손목시계’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도 기념시계를 만들었는데 스위스 제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시계 제작기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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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악마의 편집 지난해 11월 ‘피겨여왕’ 김연아는 한 종편채널의 어처구니없는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이 종편채널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열린 ‘국민대합창’ 행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연아의 손을 먼저 잡으려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내용의 보도와 함께 관련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에 따른 것으로 판명났다.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당시 합창을 위해 출연자 간 자리배치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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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들어라, 을(乙)의 상생 절규를! 노키아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핀란드의 대표 기업이었다. 한때는 ‘혁신의 아이콘’ ‘핀란드의 자존심’ 등으로 불렸다. ‘노키아 1011’ ‘노키아 2110’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10여년간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노키아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개발한 아이폰은 휴대전화 시장 판도를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노키아는 변화의 흐름에 둔감했다. 뒤늦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노키아는 최악의 경영난으로 2012년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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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향세’ 프랑스 루이 14세 때 상인 가정 출신인 콜베르는 ‘매관매직’을 통해 재상까지 지낸 인물이다. 당시 프랑스는 주요 관직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관직세’를 도입해 시행했다. 관직 가격의 60분의 1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면 관직의 상속도 가능했다. 재무참사를 거쳐 재상에 오른 콜베르는 재정수입을 늘리려 ‘인두세’ ‘소금세’ ‘포도주세’ 등을 대폭 올렸다. 콜베르는 ‘거위에게 고통을 느끼게 하지 않고 깃털을 뽑은’ 징세의 달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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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차등벌금제 핀란드 이동통신업체 노키아의 안시 반요키 부회장은 2002년 헬싱키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다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시속 50㎞ 제한구간에서 모터사이클을 시속 75㎞로 몰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반요키의 연봉(1400만유로)의 14일치에 해당하는 11만6000유로(1억4300만원)를 범칙금으로 부과했다. 한국이라면 규정 속도를 25㎞ 위반한 것치고는 과도한 범칙금 부과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 시민들은 “차등벌금제 취지에 맞는 당연한 처분”이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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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동전 없는 세상 동전(銅錢)은 구리로 만든 화폐를 뜻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소재와 상관없이 둥근 모양의 금속화폐를 동전 또는 주화로 통칭한다. 동전은 기원전 7세기 무렵 지금의 터키 지역에 있던 리디아 왕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리디아 왕국의 마지막 왕 크로이소스는 금과 은으로 동전을 만들어 다른 나라와의 거래 때 사용했다. 동전 앞면에는 역대 왕의 얼굴을, 뒷면에는 숫자를 새겨넣었다. 동전을 만드는 기술이 탁월했던 리디아 왕국은 주변 국가의 동전을 대신 만들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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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루스벨트와 심상정의 꿈 뉴딜 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친(親)노동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었던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의 편에 섰다. 대기업의 독점을 용납하지 않았고,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했다. 보수세력과 자본가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될 만했다. 루스벨트는 1933년 첫 취임 연설에서 밝힌 대로 “돈과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헌신해야 경제 재건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와그너법(Wagner Act)’을 제정해 노조결성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했다. 노동시간을 규제했고, 아동노동을 금지했다. 뉴질랜드가 1894년 처음 도입한 최저임금제를 미국 노동시장에 착근(着根)시킨 것도 루스벨트였다. 그는 1938년 시간당 25센트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자들이 생존할 수 없도록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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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제주 말고기 말(馬)의 고장인 제주에는 말고기 음식점 40~50곳이 성업 중이다. 제주관광 안내책자에는 말고기 맛집들이 소개돼 있다. 제주 중문에 있는 한 말고기 음식점은 2011년 세계적 권위의 여행안내서 <미술랭가이드>에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제주 사람들이 말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충렬왕 2년(1276년) 몽골식 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말에는 말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도살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